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25
25화 행운이 한꺼번에 몰려와 (2)
“한유경 씨!”
회사에 출근한 한유경에게 부장님과 과장님, 그리고 김태진 대리가 다가와 물었다.
“끝 번호가 뭐였어?”
“그게 무슨 말이에요? 끝 번호라뇨?”
“아니 왜, 연금복권말야. 유경 씨가 선물해줬던.”
아.
그제야 사람들이 왜 이리 호들갑인지 눈치챈 한유경이 아쉽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끝 짜리 번호, 4였어요.”
“아이고.”
팀원들이 탄식했다.
“우리 팀에 연금복권 1등 당첨자가 나오나 했더니만.”
한유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그녀는 어젯밤의 일을 떠올렸다.
-당첨 번호는 7조 134063입니다. 축하합니다!
-…아깝네.
그때, 그녀의 손에 들린 연금복권 용지에는 다음과 같은 숫자가 적혀있었다.
7조 134064
단 한 자리만 빼고 1등과 거의 똑같은 숫자였다.
‘그러면 뭘 해. 꼴등도 안 된 것을.’
연금복권은, 조와 추첨 번호를 전부 맞히면 1등, 조만 틀리고 번호를 전부 맞히면 2등인 식의 복권이었다.
다만, 3등 이하는 조금 방식이 달랐는데. 추첨 번호의 앞자리를 틀릴수록, 등수가 점점 낮아지게 된다.
이렇다 보니, 앞자리가 같아도 맨 뒷자리 숫자를 틀리게 되면, 완전히 꽝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팀원들이 아침부터 호들갑이었구나.’
연금복권은 같은 판매점에서 여러 장을 구매하게 되면, 특별한 요청이 없는 한, 숫자가 비슷한 복권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어제의 당첨 번호인 134063을 예시로 든다면, 134064, 134065, 134066등의 숫자로 구입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다들 어제의 추첨 결과를 보고, 궁금해져서 달려온 거구나.’
여기 있는 팀원들도 아쉽게 복권에 당첨되지 못한 것이다.
“젠장, 내 인생에도 꽃이 피나 했더니만.”
차 과장님이 투덜거리자 부장님이 말했다.
“그래도 한유경 씨 덕분에 재미는 있었던 것 같네요. 차 과장님, 안 그렇습니까?”
“그건 그렇습니다. 간만에 심장이 쫄깃쫄깃했으니까요.”
한유경은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즐거우셨다니 다행이네요.”
“네. 그럼 잡담은 여기까지 하고, 다시 업무를 시작해봅시다.”
“예!”
힘차게 대답한 팀원들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려 했다. 그때, 김태진의 중얼거림이 팀원들의 귀에 들려왔다.
“윤현민, 그 녀석도 꽝이겠지?”
그 말을 들은 모두의 머릿속에 강한 호기심이 생겨났다.
***
연금복권의 당첨금 수령지는 서초구의 행복 복권 본사에서 이루어졌다.
“네, 실물 확인되셨습니다. 당첨금은 세금 22%를 제외하고, 익월 20일부터 지급됩니다.”
이후 일련의 절차를 마친, 나는 멍한 표정으로 건물을 빠져나왔다.
‘이거… 꿈 아니야?’
아야.
꼬집은 볼이 아팠다.
‘현실 맞는데….’
아무리 연금복권 당첨률이 1/5,000,000로 로또보다 1.6배나 높다고는 하지만.
‘오백만 분의 일의 확률도 어마어마한데.’
내가 그 확률을 뚫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게다가 나는 로또에 한 번 당첨되지 않았나.
‘로또에 당첨되고 또 연금복권에 당첨될 확률이 대체 몇이야…’
아마 전생에 나라를 한 번… 아니, 두세 번은 구해야 가능한 수치가 아닐까 싶었다.
‘아직 실감은 안 나지만, 어쨌거나 연금복권에 당첨된 덕분에 더욱 여유로워진 기분이야.’
연금복권 1등 당첨금은 20년간, 세후 월 546만 원. 2등 당첨금은 10년간, 세후 월 78만 원이다.
‘그것도 2등은 무려 4개나 당첨되었지.’
한유경 씨가 선물해준 복권은 총 다섯 장. 그중에서 2등이 무려 4장이나 되었다.
그러니 나는 앞으로 10년간 매달 858만 원, 이후 10년은 매달 546만 원이 통장에 입금된다는 뜻이었다.
‘평생 놀고먹을 수 있는 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무려 20년을 여유롭게 살 수 있는 돈이야.’
그 말인즉. 이제 직장을 때려치우더라도 아무런 아쉬움이 없고, 통장의 돈을 과감하게 굴릴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주식 투자에 실패하더라도, 먹고 살 수 있는 돈이 있으니까.’
물론, 애초에 실패할 주식에는 투자하지 않겠지만. 만에 하나라는 게 있으니 말이다.
‘자, 그럼 이제 뭐 하지?’
로또가 당첨되었을 때는, 기분이 좋아 비싼 음식을 먹으러 갔었다.
하지만 연금복권은 아직 입금을 못 받아서 그런지, 거창하게 축하하고 싶은 마음이 아직은 들지 않았다.
‘주식 투자를 하려고 해도, 공모주 결과가 나온 다음에야 시작할 수 있겠고. 앞으로 계획들도 대충 생각해 놨으니.’
당장은 기다리는 것 외에 다른 할 일이 없었다.
‘간단히 밥이나 먹고, 집에 가서 괜찮은 주식이 있나 찾아봐야겠다.’
그렇게 내가 주차해 두었던 벤츠를 향해 몸을 돌렸을 때, 전봇대에 붙어있는 전단지 하나가 보였다.
[프랜차이즈 창업 설명회.]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창업 설명회 홍보 전단지를 본 나는 생각에 잠겼다.
‘사업이라…. 하루 빨리 시작하고 싶긴 한데….’
루미에 프로젝트를 경험했던 나는, 사업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었다. 하지만 루미에와 같은 큰 사업은 당장에는 불가능했다.
‘당장 루미에 런칭쇼만 하더라도 150억 원의 자본이 투입되었으니까.’
내가 그 정도의 금액을 모으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걸릴 테니, 지금 회사를 운영해야 할 정도의 큰 사업을 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렇다면, 소규모로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
벤츠에 올라탄 나는 운전석에 기대어 그런 종류의 사업이 있을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으며,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과 연관되는 사업이라면 좋겠는데.’
어릴 적, 내가 포기했던 꿈에는 화가, 가수, 피아니스트 등이 있었다.
‘소자본 창업으로 대표적인 것은 역시 카페이긴 한데….’
예술과 카페.
이 두 키워드를 계속해서 떠올리며, 고민을 거듭하던 나는 마침내 하나의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라이브 카페라면 그 모든 것을 다 섞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제주도에서 만났던 스타더스트 밴드의 모습을 떠올렸다.
‘서로 크기가 다른 무대를 두 개 만들어서, 한쪽에는 피아노를 두고. 다른 한쪽에는 키보드, 드럼, 베이스, 기타 등의 악기를 비치하는 거야. 그렇게 해서 낮에는 피아노 연주를, 밤에는 밴드 음악을 한다면…!’
피아니스트와 가수의 꿈, 그리고 내가 하고픈 사업까지 동시에 할 수 있었다.
‘거기에 인테리어로 내가 그린 그림을 걸어두는 거야. 그렇게 하면, 화가의 꿈도 어느 정도는 이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저 정도로 완벽하게 꿈을 이뤘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다양한 꿈을 적당히,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정도만 이루기로 정했었다.
‘…좋아. 번화가의 라이브 카페를 방문해서, 그 분위기를 살펴보자.’
사업에 앞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매우 중요했다.
‘그리고 정말 마음에 드는 가게의 매물이 있다면, 계약하는 것도 고려해보자.’
만약 그것이 월세도 상관없었다. 내게는 매달 약 800만 원씩 들어오는 당첨금이 있었으니까.
부릉-
그렇게 나는 오늘, 일종의 시장조사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
나는 서울의 번화가 중 하나인, 신사동 가로수의 밤거리 돌아다니며 라이브 카페를 하나씩 방문했다.
‘라이브 카페가 많긴 한데….’
벌써 여섯 군데를 돌아다녔지만, 마음에 드는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
‘전부 내가 생각한 조건에 부합하지 않아.’
내가 고려한 조건은 네 가지. 가게 분위기, 시설, 크기, 위치 등이었다.
그런데 내가 방문했던 라이브 카페들은 저 조건에서 꼭 두 가지 이상 불만족스러웠다.
‘역시, 쉽지 않네.’
가게 분위기야 그렇다고 쳐도, 적어도 입지와 크기, 이 두 가지는 꼭 만족스러워야 했다.
‘입지가 별로면 손님들이 많이 오지 못 할거고, 가게 크기가 작으면 내가 원하는 악기들을 비치하지 못할 테니까.’
물론, 그 가게도 밴드 음악을 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하지만 나는 밴드 음악과 피아노, 둘 모두를 같이 운용하고 싶었다.
‘내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라이브 카페의 분위기를 확인해 보고 싶었는데….’
아쉬웠지만, 이 정도까지 했는데도 발견하지 못한 것을 보면. 이곳에 내가 원하는 가게가 없는 모양이었다.
꼬르륵.
종일 돌아다녔더니, 뱃속에서 난리가 났다.
‘배나 채우고 집으로 돌아가자.’
그렇게 내가 적당한 음식점을 찾던 그때. 특이한 이름의 라이브 카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우라(Aura)?’
아우라는 지하 1층에 있었으며, 신사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가볼까?’
다행히 가게 밖 메뉴판에 적힌 간단한 식사메뉴도 발견할 수 있었다.
‘가보자…!’
그렇게 나는 어둑어둑한 계단을 내려가, 가게의 문을 열었다.
‘오!’
일단 위치와 크기는 합격이었다.
한쪽 벽면에 마련된 무대도 적당한 크기였으며, 손님들의 테이블도 대략 50개 이상 보였다.
‘비록, 무대는 하나뿐이지만. 이 정도로 넓다면, 피아노를 놔둘 공간을 따로 조그맣게 만들 수도 있겠어.’
그리고 분위기와 시설도 합격이었다.
어두운 분위기의 라이브 카페는 목재 재질의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은은하게 빛나는 조명이 조화를 이루어.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벽면에는 여러 가지 여행 사진이나 오래된 영화의 포스터 등이 걸려있었는데, 이런 점이 오래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 좋았다.
매장 곳곳에 비치된 스피커들은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모든 테이블에 음향이 골고루 전달될 수 있도록 배치가 되어 있었다.
‘손님들도 많이 보이네.’
적당히 시끌벅적한 것도, 매장에 생기가 느껴져서 좋았다.
“퀘사디아랑 맥주 주세요.”
배가 고팠던 나는 자리에 앉자마자 주문부터 마쳤다.
잠시 후, 직원이 가져다준 퀘사디아를 허겁지겁 먹기 시작하니. 조명이 어두워지며, 무대에 공연이 시작되었다.
둥둥두두두 둥둥-
몸을 울리는 베이스와 함께 시작된 노래는, 식사에 열중하면서도 적당히 즐길 수 있을 만큼 흥겨웠다.
‘왜 인기가 많은지 알겠어. 딱, 내가 찾던 스타일의 가게야.’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드는 가게였다.
‘이런 가게가 매물로 나와 있다면 좋을 텐데.’
그랬다면 참 좋았겠지만, 보통 이렇게 잘 되는 가게는 매물로 나와 있을 확률이 매우 적었다.
‘…한 번 물어보기라도 할까.’
아쉬움이 남았던 나는, 가게 직원을 불러 사장님이 계신지 물었다.
“사장님은 아직 출근을 안 하셨습니다.”
“그럼 혹시, 몇 시쯤 나오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그것도 알 수가 없습니다. 요즘 사장님께서 바쁘셔서 가게에 안 나오실 때도 많거든요.”
“그럼 사장님 연락처라도 알 수 있을까요?”
“네, 잠시만요.”
직원은 카운터에서 명함 한 장을 가져와 내게 주었다.
“고마워요.”
직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나는, 곧장 명함에 적힌 사장님의 번호로 연락했다.
뚜루루루….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샘으로 연결되오며….
‘받질 않으시네.’
나는 어쩔 수 없이 다음을 기약하며,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이후, 남은 퀘사디아를 흡입한 나는. 카운터로 향해 계산을 마쳤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
나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가게 전경을 훑어보았다.
‘진짜 나한테 딱 맞는 가게인데.’
그렇게 내가 아쉬운 발걸음을 떼었을 때.
“휴우… 급매로 내놔도 가게가 나가지 않아서 큰일이야….”
“가격을 더 낮춰야 하지 않을까요?”
“여기서, 더?”
어두운 표정으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장 부부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