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27
27화 주변을 돌아보아라 -수정
증권 계좌에 찍혀있는 숫자가 이상했다.
‘24억…’
믿기지 않았다.
예전의 나였다면 절대 상상도 못 할 금액 아닌가.
‘6억 9천을 겨우 반나절 만에 벌다니….’
몇 시간 동안 마음을 졸였던 것이, 한 번에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한 번 더 해볼까?’
그것은 엄청난 유혹이었다.
이런 식으로 몇 번만 더 반복한다면, 나는 내가 하고픈 일을 자유롭게 하며 살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안 돼.’
나는 오르락내리락 하는 주식 창을 힘겹게 종료하며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떠올린다는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한 일이야.’
한 번만 더, 몇 번만 더.
큰돈을 벌었음에도 멈추지 못하고 더욱 욕심을 부린다는 것은, 카지노 도박꾼들의 사고방식과 비슷했다.
‘그리고 도박꾼의 말로는 대개 비참하지.’
내 안에 경고등이 켜졌다.
그것은 평생을 불운하게 살아왔던 자 특유의 경계심이었다.
‘느낌이 와. 또 올인 전략으로 주식을 했다간, 분명 패가망신할 거라는 느낌이.’
역시, 영혼을 긁어모으는 투자 방식 같은 건 내 성격과 맞지 않았다.
‘피곤하다….’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것을 몇 시간이나 마음 졸이고 보았더니, 수명이 줄어든 느낌이었다.
‘이득도 많이 보았으니, 당분간 주식은 처음 계획대로 배당주에만 투자하자. 안 그랬다간, 계속 주식 창만 들여다보고 있을 것 같아.’
지금의 짜릿한 흥분에 익숙해져 버리면, 나는 모든 일을 손에 놓고 주식만 하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생각난 김에 바로 해버리자.’
나는 물컵에 물을 따라 마시며, 다시 주식 어플을 실행했다.
그리고 전에 매수하기로 정해던 T&G, 코키콜라, 팝씨콜라, 스타박스 등의 주식을. 7억 원의 자금 안에서, 나눠 매수하거나 매수 예약을 걸어두었다.
‘해외 주식은 아직 개장하지 않았으니까. 예약을 해둬야겠지. 조금 이따가 피곤해서 잠들 것 같으니….’
그렇게 다시 어플을 종료하려던 내 눈에 어떤 주식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코스코 홀딩스가 21만 원이라고?’
코스코 홀딩스는 내가 6개월 전에 배당주로 고려했었다가, 너무 비싼 금액에 제외했던 주식이었다.
‘당시에 분명 40만 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거의 반값이잖아? 왜 이렇게까지 떨어진 거지?’
호기심이 생긴 나는, 관련 뉴스 기사를 검색했다.
‘제철소가 물에 잠겼다고?’
작년 가을, 우리나라에 큰 태풍이 불어 닥친 적이 있었다. 그때, 코스코 소유의 제철소가 물에 잠겨 가동이 중지되었다는 것이었다.
‘철강회사의 제철소가 가동 중지되었으니, 당연히 주가가 떨어지지.’
그래도 다행히 지금은 거의 복구가 완료되어 간다는 기사가 보였다.
‘…음.’
나는 조금 고민이 되었다.
‘시가총액 33조면 나쁘지 않은데… 배당도 분기별로 주당 5,000원이고.’
차트를 보니, 주가는 20만 원 선을 잘 방어하고 있었다.
‘그래, 이 정도면 나쁘지 않겠어. 만약 떨어지더라도, 제철소가 다시 가동되면 금방 복구될 거고. 그때까지 배당금을 받으며 버틸 수 있으니까.’
나는 IG 에너지솔루션으로 얻은 이익 7억을 전부 코스코 홀딩스에 투자하였다.
그리고 나머지 10억은 혹시 모르니 현금으로 놔두기로 했다. 아무리 배당주가 안전하다지만, 예상치 못하게 폭락할 것을 대비한 것이었다.
‘그럴 일이 일어나진 않겠지만, 만약 일어나더라도 배당금과 물타기로 버티면 될 거야.’
계획대로 투자를 완료한 나는. IG 에너지솔루션의 현재가를 확인하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곧바로 주식 창을 꺼버렸다.
‘…진이 빠지네.’
종일 조그만 화면에 집중하여, 눈이 엄청나게 피로했던 나는. 곧장 침대로 향해 그대로 엎어졌다.
‘조금만 쉬자. 내일 출근도 해야 하니까.’
그렇게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스르륵 잠에 빠졌다.
***
다음 날.
휴가를 마치고 사무실에 복귀한 나는. 팀원들과 인사를 한 후, 곧장 부장님과 1:1 면담을 신청하였다.
부장님과 나는 비어있는 회의실에 앉아 대화를 나누었다.
“…진심입니까?”
부장님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내가 내민 사직서를 바라보았다.
“오래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입니다.”
“…도대체 왜죠? 이제 다음 달이면, 과장이 되실 텐데요? 아시다시피 윤현민 씨 나이에 과장이 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하긴, 일반적으로 보면 미친 짓이지. 초고속 승진이 가능한데, 스스로 그 기회를 내던지는 거니까.’
나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부장님에게 그 이유를 말했다.
“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휴가에서의 경험 덕분에,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삶인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행복은 회사를 계속 다닌다면, 이루기 힘들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세요. 회사는 전쟁터지만, 밖은 지옥이라는 유명한 말처럼. 그렇게 충동적으로 회사생활을 그만두는 것은, 불행을 자초하는 일이 될 수 있어요.”
부장님은 진심으로 내게 조언을 주었지만, 안타깝게도 그 말은 내게 적용되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로또와 연금복권의 당첨자니까.’
오히려 회사생활을 계속 이어나가며 시간을 빼앗기는 것이, 내게는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었다.
이러한 사정을 부장님께 설명할 수 없었던 나는, 내 나름대로 이유를 쥐어짜 부장님께 말씀드렸다.
“제주도에서 만난 아일라라는 친구가 그러더군요. 실패하더라도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빛이 난다고요. 저는 지금껏 도전하는 삶을 살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빛나는 삶을 살아보고 싶습니다.”
“…후회할지도 모릅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후회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이 사직서는 인사 담당자에게 잘 전달해 드리죠.”
“감사합니다.”
“…윤현민 씨는 따로 인수인계할 게 없을 테니 금방 사표가 수리될 겁니다. 하지만 제가 인사 담당자에겐 잘 말해서 2주 정도 사표 수리를 연장해 둘 테니, 그때까지 잘 생각해 보세요.”
불필요한 친절이었지만, 나를 염려하는 부장님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부장님, 팀원들에겐 아직 제가 퇴사한다는 것을 말하지 말아 주세요.”
괜히 일찍 말했다가, 퇴사 날까지 귀찮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팀원들의 질문 세례나 되지도 않는 설득을 듣지 않으려면, 최대한 퇴사 사실을 숨기는 편이 나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먼저 사무실로 돌아가 보세요.”
“넵.”
회의실을 빠져나온 나는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저질렀다.’
지난 3년. 아니, 4년간 늘 해보고 싶었던 행위 1순위였던 사직서 제출을 하고 나니. 설렘과 후련함 등의 다양한 감정들이 솟구쳤다.
‘이제 곧 자유다.’
옛날에 유행했던 퇴사 짤처럼. 나는 내 행복을 찾아 떠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나는 ‘앞으로 한 달만 버티자.’라는 생각을 하며, 사무실로 돌아왔다.
“무슨 일 있어요?”
한유경 씨가 걱정스럽게 물어왔다. 아마도 휴가에 복귀하자마자 부장님께 면담 요청을 한 것이 신경 쓰였던 모양이었다.
“아뇨, 별일 아닙니다.”
사실대로 말했다가 귀찮아질 것을 염려한 나는, 그녀에게 대충 얼버무리며 말을 돌렸다.
“혹시, 저 없는 동안 별일 없었나요?”
“별일까지는 아닌데, 저번 주 금요일에 임예진 디자이너가 새로 만든 스카프의 샘플을 보내주시긴 했어요.”
“샘플이요?”
고개를 끄덕인 한유경 씨가 사무실에 비치된 캐비넷을 열어, 고급스러운 무늬가 음각된 스카프 하나를 꺼내왔다.
“진짜 예쁘죠?”
“네… 그렇네요.”
스카프는 고급스러운 실크 소재로 제작되어 있어, 척 보아도 부드러운 터치감으로 당장이라도 만져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다.
또, 임예진 디자이너 특유의 신비로운 무늬는 스카프를 더욱더 고급지고 돋보이게 만들어 주었다.
‘아일라가 좋아하겠네.’
그녀는 루미에 스카프를 사기 위해 한국에 올 정도였으니, 아마 저 스카프를 본다면 눈이 뒤집힐지도 몰랐다.
“이거 내일부터 판매 개시할 거래요.”
“해외 판매 계획은 진행되고 있나요?”
“아, 그건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아요. 해외 업체와 유통 업체의 조건이 조금 까다로워서요.”
“그렇군요.”
아쉽지만, 이번에도 아일라는 이번에도 스카프를 손에 넣지 못할 것 같았다.
그때, 한유경 씨가 내게 스카프를 내밀었다.
“…갑자기 뭐에요?”
“그거 가져요.”
“가지라고요? 샘플을요?”
당연한 말이지만, 회사에 들어온 샘플을 멋대로 가져가는 것은 일종의 소확횡이다. 소소하고 확실한 횡령 말이다.
그걸 이렇게 대놓고 벌이다니. 나는 한유경 씨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걱정 마요. 무슨 생각 하시는지 아는데, 이미 다 허락된 거예요. 샘플이 너무 많이 와서, 팀원들이랑 지원팀까지 다 하나씩 가져갔으니. 윤현민 씨도 하나 챙겨가요.”
“아, 그런 거였어요? 그렇다면야.”
나는 가방에 스카프를 잘 챙겨 넣었다.
“그리고 회사에서 이번 패션쇼 결과에 만족했는지, 이번 여름에 한 번 더 패션쇼를 준비할 것 같아요. 그것도 이번엔 250억이나 되는 예산을 투입해서요.”
250억이라는 말에 나는 조금 놀라고 말았다.
‘150억으로도 그런 멋진 무대를 만들었는데, 250억이면 얼마나 굉장한 쇼를 연출할 수 있을까.’
나는 저번처럼 직접 나서 그 무대를 내 손으로 꾸미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 나와는 관계없는 이야기지. 한 달 뒤에 나는 이 회사를 떠날 테니까.’
그렇기에 나의 관심은 여름 패션쇼가 아닌, 앞으로 업무가 얼마나 바빠지느냐였다.
“아, 당분간은 여유가 있을 것 같아요. 패션쇼 준비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건 아니라서요. 아마 바빠지려면 앞으로 몇 주는 더 걸릴 것 같아요.”
“잘됐네요.”
퇴사하기로 마음먹은 마당이다. 업무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었으니, 나로서는 정말 다행한 일이었다.
‘업무도 없다고 하니, 별일 없이 지내다 편하게 퇴사하면 되겠네.’
그렇게 나는 간만에 사무실 컴퓨터 앞에 앉아 업무를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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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
‘업무가 없으니, 생각보다 지루하네.’
패션쇼를 준비하던 6개월 전이었다면, 하루가 순식간에 흘러갔을 테지만. 업무가 없는 지금은 시간이 굉장히 느리게 흐르는 기분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내일 뵐게요!”
그렇게 나는 팀원들 모두에게 인사를 하고, 퇴근을 하려 했다.
‘과장님이 안 보이네. 어디 가셨지?’
주위를 둘러보던 나는, 화장실에서 비틀비틀 걸어 나오는 차수혁 과장님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차수혁 과장님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았다. 나는 얼른 과장님에게 달려가 물었다.
“과장님, 괜찮으세요?”
“으… 윤현민이….”
과장님의 안색이 파리했다.
“나 아무래도 체한 것 같다….”
“이런… 어떻하죠? 제가 손이라도 따드릴까요?”
과장님은 격정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것보단 약국에서 약 좀 사다 주면 안 될까?”
“…네. 알겠어요.”
아무래도 과장님은 바늘이 무서우신 것 같았다.
나는 얼른 회사 밖 약국으로 향했다.
“체했을 때 먹는 약 주세요.”
“여기 있습니다.”
그렇게 약을 구매한 내가 급히 약국 밖으로 나섰을 때, 나는 누군가와 부딪히고 말았다.
퍽!
“악!”
“억!”
내게 부딪혀 넘어진 사람은 어느 한복을 입은 중년의 여성이었다. 나는 얼른 넘어진 여성을 일으켜 세웠다.
“죄송합니다! 괜찮으세… 어?”
“어떤 잡놈이 앞도 안 보고… 오?”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선녀 보살?”
“그 더럽게 운 나쁜 놈?”
나를 알아본 선녀 보살의 눈이 가늘어지더니, 이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너, 죽다 살아났구나? 운이 좋아진 것을 보면.”
“그걸 어떻게…”
그리고 이어지는 선녀 보살의 말에, 나는 두 귀를 의심했다.
“주변을 좀 돌아 봐. 선행을 하면, 더 큰 운이 찾아올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