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37
37화 월 매출 4억 원 (2)
‘피아노의 꿈’의 속편 촬영이 확정되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아니, 영화 잘 끝내놓고 이걸 억지로 속편을 만든다고?
-속편이 본편 뛰어넘기 어려운데.
-그러니까 영화관이 아니라 넷플리스에서 먼저 공개하는 거겠지.
본편이었던 피아노의 꿈이 워낙 잘 만들어졌던 영화였기에, 영화 팬들은 감독이 자본에 굴복하여 명작을 망치는 것이라 여겼다.
그리고 영화가 공개되었을 때.
의외로 준수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에 사람들은 감탄했다.
하지만 동시에 역시 본편의 아성을 넘지는 못한다고 생각했다.
…영화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장면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영화의 마지막.
여주인공이, 마침내 남주인공의 가게를 찾아내었지만. 이미 남주인공은 세상을 떠나고 없었으며, 가게엔 그가 사용하던 피아노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특이한 무늬가 새겨진 새하얀 피아노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 신비로운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스륵-
피아노를 아련한 손길로 쓰다듬던 여주인공이 천천히 의자에 앉아 건반을 누르기 시작했다.
따- 따라라라-
아름다운 음율이 텅 빈 가게에 울려 퍼졌다.
흐윽…!
어떻게든 울먹임을 참고 연주를 이어가려는 여주인공의 꽉 다문 입에서, 조금씩 새어 나오는 흐느낌이 곡조를 더욱 슬프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여주인공의 감정연기에 순식간에 사로잡혔다. 또한 여주인공이 연주하는 먹먹한 피아노 소리에 가슴이 아려 왔다.
은은한 조명 아래에서, 여주인공의 모습이 천천히 줌아웃 되며 영화가 막을 내렸을 때. 사람들은 깊은 여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영화는 마지막 5분을 위해 만들어졌다.
인터넷에 올라온 영화 후기에는 이와 같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조회 수 326만.]마지막 장면만 편집하여 올라온 너튜브 영상의 조회 수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을 정도로, 마지막 장면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었다.
-여기 나온 곡들 전부 좋았다. 그런데 이지현 연기력이 원래 저렇게 좋았나?
-나 이지현 별로 안 좋아했는데, 이번 영화 보고 반한 듯.
-이지현 연기력도 연기력인데, 의외로 영상미가 있어서 좋았다.
-특히, 마지막에 나온 피아노. 나는 거기에 자꾸만 시선이 가던데. 나만 그런 건가?
-뭔가 보고 있으면 홀리는 것 같다고 할까.
-저거 그건데, 루미에 옷에 있는 무늬 아니야?
-그거랑 비슷하긴 하네.
-그게 왜 저 피아노에 새겨져 있지? 루미에 패션하고 콜라보라도 한 건가?
-저거 루미에 옷에 새겨진 무늬가 아니고, 임예진 디자이너 개인 브랜드의 무늬인 듯. 자세히 보면 조금씩 달라.
-오, 그렇네.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던 인터넷 커뮤니티의 댓글들은 어느 순간부터 영화에 등장한 피아노에 대해 떠들기 시작했고, 그것은 피아노 커뮤니티에까지 번지기 시작했다.
-나 피아노 전공자인데 저런 피아노로 한 번 연주할 수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
-저런 피아노로 연주하면 영화 속 여주인공이 된 기분이 들지 않을까?
그러던 중, 한 게시글이 올라왔다.
[(사진)(사진)] [이거 아냐?]-오…! 맞는데? 무늬가 똑같잖아!
-여기 어디야?
-여기 신사동에 있는 피아노 카페인데, 이름이 드리머 였을걸.
-주소 알려줄 수 있어?
-(주소) 여기.
-오오 땡큐!
-그런데 저기 가도, 피아노를 연주해볼 수는 없겠지?
그러한 물음에 작성자가 댓글을 달아주었다.
-아냐. 저기 사장님이 피아노 연주도 하시는데, 그 시간만 아니면 언제든 누구나 연주할 수 있어.
-공짜로?
-응. 그런데 지금은 무료지만, 사람들 몰리기 시작하면 곧 이용료를 받지 않을까?
작성자의 댓글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이러했다.
-그럼, 사람들이 몰리기 전에 빨리 찾아가야겠네?
-나는 이미 옷 갈아입는 중. 먼저 간다.
그날부터, 카페 드리머에 대기하는 줄이 더욱 길어지기 시작했다.
***
갑자기 늘어난 손님에,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장소 협찬으로 홍보 효과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원래는 점심시간에만 줄이 있었는데, 이제는 오픈 시간부터 문 닫기 직전까지 길게 늘어선 줄이 있을 정도로 가게는 호황 그 자체였다.
그래서 나는 피아노 카페에 사소한 변화를 주어야 했다.
“주문 도와드릴까요?”
“네, 아메리카노 두 잔이랑, 트러플 알리올리오 파스타 하나, 그리고 로제 파스타 하나 주세요.”
원래 카페 드리머에서는 음료 메뉴 외에 간단한 베이커리 정도만 판매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고작 베이커리 메뉴로는, 피아노 연주를 위해 오랫동안 대기하다 배가 고파진 손님들의 허기를 달랠 수 없었다.
때문에 나는 임시방편으로 카페 아우라에서 판매하던 메뉴 중 적당한 것을 골라 드리머에서도 팔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매출이 확 늘었네.’
나는 영화가 공개된 이후의 한 달 매출액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카페 드리머] [월 매출액 : 약 9천만 원.] [영업이익 : 약 3천 2백만 원.] [카페 아우라] [월 매출액 : 약 1억 6천만 원.] [영업이익 : 약 4천만 원.]‘총매출액 2억 5천만 원.’
가게를 오픈한 지 고작 3달 만에 월 매출액이 7천만 원이나 증가했다.
‘카페 드리머에 몰려드는 손님들 덕분인지, 카페 아우라를 방문하는 손님의 수도 늘어났어.’
그냥 즐기면서 일을 했을 뿐인데, 돈이 자꾸만 모여드는 상황이 발생하자.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이렇게 되면, 생각을 좀 달리해봐야겠는데?’
나는 이 가게를 얻으며 이익보단,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과 가게를 운영하는 경험을 더 중시하려 했었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좋게 흐르다 보니, 나는 과연 내가 어디까지 매출액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물이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이 있지.’
지금은 물이 콸콸 쏟아지는 중이니, 서둘러 움직이는 것이 맞았다.
‘매출액을 더욱 끌어올릴 방법을 고민해보자.’
나는 한참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가게에 설치된 피아노가 떠올랐다.
‘피아노 이용료를 받을까?’
지금 우리 카페에 방문하는 손님은, 그랜드 피아노를 구경하기 위해 온 분들이 대다수였다.
그러니 무분별한 사용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용료를 부여한다면, 꽤 짭짤한 수입이 나올 것이다.
괜찮은 아이디어라 생각했지만, 나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별로야.’
피아노 카페에서 연주나 메뉴로 승부하지 않고, 특별한 피아노를 이용할 생각만 하다니.
‘너무 쪼잔해 보이잖아.’
그리고 처음부터 무료로 공개했던 피아노에 갑자기 요금을 부여하게 된다면, 손님들의 평이 안 좋아질 것이다.
‘게다가 손님들이 마음껏 피아노 연주를 하는 게, 가게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영화로 인해 찾아오는 손님들 대부분은 피아노 연주가 가능했다.
그렇기에 내가 연주하지 않더라도, 가게에는 요즘 피아노의 맑은소리가 늘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제야 피아노 카페다운 분위기가 되었는데, 내가 초를 칠 수는 없지.’
그러니 오히려 돈을 주고 연주해달라고 부탁해야 할 판에, 이용료를 받는 짓은 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매출을 올릴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정도겠네.’
하나는 우리 카페만의 시그니처 메뉴를 만드는 것.
‘첫 달에는 오픈 효과로, 지금은 영화의 영향으로 매출이 많이 나왔지만. 앞으로도 이 매출을 유지하려면, 우리 가게 만의 특색이 있어야 해.’
대중의 관심은 오래가지 않는다. 확 끓어올랐다가, 확 식는 게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징이었으니.
‘영화의 효과로 늘어난 매출은 금방 줄어들고 말 거야.’
그러니 관심이 확 끓어오른 지금, 어떤 다른 장작을 찾아 끊임없이 집어넣어야 했다. 그래야 지금의 분위기와 매출이 유지될 테니까.
‘아니면 피아노의 인기를 계속 유지할 방법을 찾던가.’
그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 될 테니, 일단 지금은 시그니처 메뉴를 추가하는 것이 가장 쉬운 길이다.
‘피아노가 아니더라도, 우리 가게를 찾아올 이유를 만들어 두면, 나중에도 편할 거야.’
안 그래도 처음 가게를 열기 전에, 나는 메뉴를 추가할 계획이 있었으니. 이번 기회에 어떤 메뉴를 추가하면 좋을지 생각해보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아우라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 고급 양주들도 추가하면 좋을 것 같았다.
‘카페 아우라에 있는 비싼 술이라고는 10만 원 안팎의 양주가 전부니까.’
예전에 오뚝이 회장님과 마셨던 와인의 수준까진 아니더라도, 적당히 비싼 술을 판매할 수 있다면. 가게의 매상이 확 오르게 될 것이다.
‘그래, 양주도 양주지만. 시그니처 칵테일 메뉴도 생각해봐야겠어. 칵테일도 마진이 많이 남는 메뉴중 하나니까.’
그리고 나는 이렇게 비싼 술들을 팔기 위해선, 손님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비싼 술을 마시고 나서 기분이 나빠지지 않도록, 양질의 공연을 보여 드려야 해.’
그동안 카페 아우라에 방문하는 손님들은 무명의 인디밴드를 좋아하는 마니아층이 많았다.
나는 이것이 이전 사장님의 전략인 줄 알았었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얼마 전에 우연히 손님들의 대화를 듣고 알 수 있었다.
-쟤네는 좀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러게 말야. 노래도 잘 부르는 애들이 왜 뜨질 못하지.
-사실 나 이런 무명 밴드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여기 우연히 오고 나서 팬 되었잖아.
-그런데, 이 가게는 저 밴드만 공연하나? 가끔은 다른 밴드의 공연도 보고 싶은데. 이왕이면 유명한 애들로.
-에이, 그러면 입장료도 비싸질걸?
-그러면 어때? 누가 여기 입장료 저렴해서 왔나? 가게 분위기가 좋아서 왔지. 공연이 볼 만한 수준이면, 얼마든 상관없어.
그때, 나는 손님들이 인디밴드만 좋아하는 마니아가 아니라. 인디밴드도 좋아하지만 다른 유명 밴드음악은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손님들은 더 많은 돈을 내더라도 유명 밴드의 음악을 듣고 싶어 해.’
그러니 내가 괜찮은 밴드를 섭외할 수 있다면, 우리 아우라의 매출액이 상당히 늘어나리라 생각했다.
‘누구를 섭외해야 하지?’
나는 핸드폰을 꺼내, 섭외할 만한 유명 밴드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너무 유명한 애들은 섭외비가 너무 비싸서 안 돼. 적당히 괜찮은 애들로….’
그렇게 내가 화면을 이리저리 넘기던 순간, 누군가의 까톡 알림이 떴다.
-하이! 잘 지냈어?
-우리 이번에 매니저 몰래 서울에 놀러 가기로 했어! 그래서 말인데, 혹시 시간 돼?
-전에 스카프 선물해준 답례를 하고 싶어서!
문장에서조차 자유분방함이 느껴지는 까톡. 그것은 아일라가 보낸 것이었다.
‘하하, 여전하네.’
나는 그녀에게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어보겠다는 답장하려 했다.
‘아니, 잠깐만. ‘우리’라고? 그럼, 스타더스트 밴드가 비공식적으로 한국에 온다는 말이야? 그것도 서울에?’
나는 지금 임팩트가 강한 밴드가 필요했다. 그리고 스타더스트 밴드는 세계적인 밴드 그룹이다.
‘…이거 잘하면, 아일라를 무대에 세울 수 있을지도?’
제주도에서 잠깐 보았지만, 스타더스트 밴드 멤버들의 성격은 대체로 자유분방하며 즉흥적이었다.
그러니 부탁만 잘하면, 그들이 흔쾌하게 무대에서 노래를 불러줄지도 모른다.
‘그렇게만 된다면 홍보 효과는 확실할 거야.’
하지만 그들은 세계적인 밴드 그룹이다. 이런 구멍가게에서 노래 부를 수준은 아니었기에, 나는 부탁을 망설였다.
‘그래도 흔치 않은 기회이니, 말이라도 꺼내 보자.’
결국, 나는 그녀에게 가볍게 까톡을 보내었다.
-그럼, 시간 되지. 그런데 말야, 내가 라이브 카페를 개업했는데, 혹시 무대에서 노래 몇 곡 불러줄 생각 있어?
답변은 곧장 돌아왔다.
-가게에 우리가 마실 술이 충분하다면, 기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