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4
4화 고급 아파트
50,013,700원.
내가 상록 제약에 투자한 총액이다.
그리고 현재 이 투자금은 수익률 50.15%를 돌파하였다.
‘그새 또 올랐네.’
단 며칠 만에 약 25,000,000원을 벌어들인 것이다.
‘이거 거의 중소기업 신입 사원 연봉이잖아?’
미쳤다.
이건 정말 미쳤다.
‘돈이 돈을 번다는 이런 거구나.’
평생 불운했던 내게, 이것은 정말이지 생소한 경험이었다.
‘그런데 이거 매도를 언제 해야 하는 거지?’
주가가 연일 상승하는 것은 좋았으나, 매도 시점을 언제로 하는 게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지금 팔았다가 더 오르면 아까울 것 같은데.’
그렇다고 계속 가지고 있다가 떨어지는 것은 더 싫었다.
그때, 구상민 씨의 말이 떠올랐다.
-욕심을 부려선 안 됩니다.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니까요.
‘…그래. 내 주제에 이 정도만 해도 엄청난 이득이야.’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매도 버튼을 눌렀다.
[매수금액 : 50,013,700원.] [매도금액 : 76,020,824원.] [총 수익률 : 52%]떠오른 매매 손익 창을 보고 있자, 기쁘기도 했고 아쉽기도 했다.
며칠간 주식 공부와 정보를 모아가며 노력한 결과로 이득을 봤다는 것이 기뻤다.
하지만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하지 않은 것은 분명 아쉬웠다.
‘구상민 씨는 가용할 수 있는 금액의 10%로만 투자하라고 하셨지.’
나는 그 10%도 투자하지 않고, 약 3%의 재산만 투자하였다.
‘만약 내가 구상민 씨의 말대로 10%를 투자했다면?’
그러니까 1억 7천만 원 정도를 투자했다면, 나는 무려 88,400,000원의 수익을 낼 수도 있던 것이다.
‘…미련 가지지 말자.’
이랬다면 더 이득 봤을 텐데, 저랬다면 더 좋았을 텐데.
이런 생각들은 나 같은 졸부에게 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
‘로또에 당첨되고 한 달간 병실에서 인터넷으로 찾아봤었지. 역대 로또 당첨자들의 불행한 말로를.’
요즘에야 인터넷이 발달 되어 있어서 그런 일은 없는 것 같지만, 예전에는 갑작스럽게 큰돈이 생긴 당첨자들이 무리한 투자나 도박에 빠져 모든 당첨금을 날려 먹는 일이 허다했다고 한다.
‘나는 그런 바보짓은 하지 않아.’
어떻게 찾아온 행운인데. 욕심을 부려 다 날려 먹는 일은 하지 않는다. 절대로.
‘어찌 되었든 이득을 봤으니 괜찮아.’
그렇게 아깝다는 마음을 애써 추스르던 나였지만, 아쉬움인지 뭔지 모를 감정에 주식 창을 선뜻 종료하지는 못했다.
‘…역시 더 오르네.’
나는 아픈 배를 살살 문지르며, 오전 내내 주식 창을 뚫어지라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날 오후. 생각하지 못한 반전이 일어났다.
‘…어? 이게 왜 떨어져?’
아무리 주식 시장이 예측불허라고 하지만, 이렇게 가파르게 떨어지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즉시 인터넷에 상록 제약을 검색했다.
[이상철 회장, 기자회견 도중 갑자기 쓰러져….] [이상철 회장, 건강 이상설 재조명!] [한림 병원으로 이송된 이상철 회장, 현재 의식 불명으로 알려져.]상단에 제일 먼저 떠오른 기사들의 제목 덕에 나는 주가가 갑자기 떨어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상록 제약의 수장인 회장님이 쓰러졌으니. 당연히 주가가 요동치겠지.’
이상철 회장이 쓰러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나로선 주가가 떨어지기 전에 팔아서 다행이었다.
‘운이 좋았어.’
본의 아니게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았으니 말이다.
‘자, 그러면. 이 돈으로 뭘 하면 좋을까.’
나는 늘 돈이 생기면 가지고 싶던 것들이 많이 있었다.
‘이 낡아 빠진 컴퓨터도 최신 기종으로 바꾸고 싶고, 자동차도 한 대 뽑고 싶고. 그리고 옷도 보세가 아닌 새삥으로….’
당장에 떠오르는 것만 해도 수십 가지가 넘었다.
‘하지만 제일 급한 건.’
나는 내 방 주위를 둘러보았다.
낡고 닳아버린 누런 벽지. 몇 달 전 윗집에서 물이 새는 바람에 천장에 남아버린 검은 곰팡이 자국.
거기에 사방에서 풍겨오는 습하고 퀴퀴한 냄새까지.
‘당장에 귀신이 튀어나올 것 같은 이곳이 내가 사는 반지하 원룸….’
나는 이런 곳에서 무려 6년이나 살았다.
‘더 좋은 집을 구할 형편이 안되어서 이것도 겨우 얻은 집이었지.’
회사에 최종 합격하여 처음 이곳으로 이사를 왔을 때만 해도, 나는 금방 성공하여 다른 더 좋은 집으로 옮길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인생살이는 생각보다 녹록하지 않았고, 목표했던 금액이 통장에 쌓이는 속도는 너무나 더뎠다.
‘내가 괜히 눈길도 안 주던 주식에 손을 댄 게 아니야.’
하루라도 빨리 이런 시궁창 같은 곳에서 탈출하고 싶었으니까.
‘이 빌어먹을 곰팡내 때문에 회사 생활에도 지장이 있었지.’
동료들. 특히 여직원들은 하나같이 냄새에 민감했다. 아무리 매일 샤워를 하고 갓 세탁한 옷을 입어도, 집안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곰팡내를 없앨 수는 없었기에.
‘동료들에게 안 씻고 다닌다는 이미지가 심어졌지.’
신입 때 그걸 일일이 해명하고 다니느라 진땀 뺀 걸 생각하면 아직도 치가 떨린다.
‘그때부터 나는 우리 집에 페브리즈와 향수를 항상 사다 두었지.’
으.
지금도 책상 위에 비치된 여러 개의 디퓨저를 볼 때면 정말이지 진절머리가 난다.
‘다른 것보다 집을 구하는 게 먼저겠어.’
나는 내일 당장 부동산을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
***
반지하 방에서의 첫날밤.
나는 잠들기 직전까지 생각했었다.
‘돈이 생기면 30평이 넘는 집으로 이사 가야지. 이왕이면 한강이 보이는 곳으로.’
꿈이 있었고, 희망에 가득 차 있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현재.
내 통장에는 17억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이 있었다.
“우와!”
부동산 중개업자와 함께 아파트를 구경 온 나는 눈 앞에 펼쳐진 풍경에 입을 벌렸다. 거대한 창에 펼쳐진 드넓은 한강의 풍경.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야!’
마음에 드는 것은 뷰만이 아니었다.
‘흐읍! 하아…! 집안이 산뜻해!’
우리 집에서 나는 퀴퀴한 곰팡내는 전혀 나지 않았고, 오히려 꽃향기가 풍겨오는 듯한 아늑하고 쾌적한 집이었다.
“화장실이 두 개나 있어요?”
“그럼요. 요즘엔 다 그렇게 지어요.”
“이건 뭐예요?”
“그건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치에요. 요즘 집엔 기본 옵션으로 달려있죠. 참고로 그 옆에 발판을 밟으면 싱크대 물이 나와요.”
“우와아…!”
호텔과도 같은 집안의 모습에 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당장 계약하고 싶어!’
나는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가격을 물었다. 직후, 나는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얼마요?”
“32억이요.”
그래, 어렴풋이는 알고 있었다.
‘한강 인근과 강남의 집값이 미쳤다는 것은 듣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내가 어렸을 때, 로또에 당첨되면 강남에 집을 산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로또의 평균 당첨금은 15~17억.’
그 돈으론 서울의 아파트 한 채도 겨우 살 수 있는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가진 돈을 모두 써도 30평 이상의 웬만한 아파트는 구할 수 없구나.’
은행에서 17억을 수령 받았을 때, 나는 내 인생이 내가 원하는 대로 풀릴 줄 알았다.
‘하고픈 것을 다 하고, 가지고 싶은 것을 다 가지는 그런 삶을 살 줄 알았는데.’
825만 분의 1의 확률을 뚫었지만, 현실은 그 정도까지의 대박이 아니었던 것일까?
“…다른 집도 보여주시겠어요?”
나는 한강 인근의 집들을 계속해서 구경했다.
“이 집은 22억 정도 해요.”
아까 보았던 집보다는 못했지만, 확실히 한강이 보이고 쾌적했다.
‘22억….’
지금 내가 가진 재산에 대출을 껴야 살 수 있는 아파트였다.
‘대출이라….’
요즘 시대에 아무리 대출받을 수 있는 것도 능력이라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어렵게 로또에 당첨되었는데, 대출금과 이자를 갚으며 살고 싶지는 않아.’
나는 고민 끝에 한 번 더 물었다.
“더 저렴한 곳은 없나요?”
“당연히 있죠.”
부동산 사장님이 나를 데려간 곳은 어느 허름한 아파트였다.
“여기는 15억 정도 합니다. 평수가 조금 더 작긴 하지만요.”
“…….”
15억 정도도 큰 지출이라 생각되지만, 아슬아슬하게 마음속 마지노선에 근접하긴 했다.
‘집을 사고도 2억이 남네.’
하지만 집안을 구경한 순간, 나는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천장에 곰팡이가 슬어 있네요?”
“아, 윗집에서 곧 수리할 겁니다. 오래된 아파트라 가끔 물이 새는 경우가 있어요.”
“…….”
확실히 한강 근처라 뷰가 좋긴 했지만, 마치 조금 더 평수가 커진 지금의 반지하 방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후로 몇몇 집을 더 둘러보았지만, 첫 번째 집만큼 마음에 드는 집이 없었다.
“오늘 감사했습니다. 조금 더 생각해보고 연락드릴게요.”
나는 부동산에서 나와 곧장 핸드폰으로 강남 아파트 시세를 살펴보았다.
‘세상에… 말로만 들어보았지, 정말 이 정도였을 줄이야.’
강남의 변두리에 낡은 30평 아파트가 22억. 15평이 10억이었다.
‘중심지로 갈수록 가격이 미친 듯이 올라가네.’
로또에 당첨된 나도 사기 힘든 이런 집에 사는 사람들은 대체 뭐 하는 사람들일까.
“하아….”
당장 내가 꿈꾸던 집을 사는 것은 어려울 듯 보였다.
‘…하지만 포기하고 싶진 않아.’
현실에 타협하여, 가진 것에 만족하며 산다면. 풍족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을지 모른다.
‘가진 돈 모두를 은행에만 맡겨도 먹고 살 수 있겠지.’
은행 이자만으로도 웬만한 직장인 연봉일 테니까.
하지만 그래서는 내가 원하던 모든 것을 가질 수 없었다.
‘…돈이 더 필요해.’
한강 뷰의 30평 이상의 아파트를 사고,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외제 차와 시계를 아무렇지 않게 구매하며.
‘내가 하고픈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우우웅-
그렇게 내가 앞으로 모아야 할 돈의 액수를 계산하고 있었을 때, 주머니 속 핸드폰이 짧게 울렸다.
[윤현민 대리님의 병가가 3일 뒤, 종료됨을 알립니다. 윤현민 대리님께선 이점 참고하여….]회사로 복귀하라는 문자였다.
‘그러고 보니, 회사를 당장 때려치우려고 어젯밤에 사직서를 작성해놨었는데.’
나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돈을 어떻게 불려 나갈지 계획이 생길 때까지는 회사에 다니는 것이 좋겠어.’
운이 좋다면 퇴직하고도 주식 투자로 돈을 불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내 희망 사항일 뿐이다.
‘주식 투자는 역시 위험성이 있으니까.’
돈을 벌기보다 잃기 쉬운 것이 바로 주식 투자이다.
‘언제 다시 운이 나빠질지 몰라. 그러니 주식을 하더라도 안전하게 투자해야 해.’
다만 안전성만을 추구하다 보면, 돈 버는 속도가 매우 더딜 것이다.
‘저번처럼 좋은 투자 기회가 생긴다면, 그땐 과감하게 질러보는 걸 고려해보자.’
17억이 언제 필요하게 될지 모르니, 미리 현금을 확보해 두는 것이 좋으리라.
‘당첨금 17억은 은행에 묻어두고, 꼭 써야 한다면 주식 수익금 안에서 해결하자.’
그렇게 마음을 먹은 나는, 근처 벤치에 앉아 조금 더 찬찬히 부동산을 살폈다.
‘일단은 보증금 2천에 월 100만 원 이하의 월세를 알아보자.’
이번에 상록 제약으로 벌어들인 수익금 2,500만 원에 지금 사는 집의 보증금 500만 원을 더하면 대략 1년 정도는 월세 걱정 없이 살 수 있었다.
‘지금보다 월세가 높아지더라도, 도저히 그런 거지 같은 집에서 더는 못 살아.’
무려 로또에 당첨되었는데 이 정도 사치는 부려도 될 것이다. 밑천이 될 당첨금을 건드리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당분간은 회사를 그만두지 말아야겠어. 갑자기 그만두면 주위 사람들이 의심할 수 있고, 월세랑 생활비도 충당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내가 한참 월세방을 찾던 도중이었다.
우우웅-
누군가에게서 걸려온 전화.
발신자를 확인한 나는 반가움에 곧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상필아!”
-흐흐, 오랜만이다? 어디냐?
“그건 내가 해야 할 질문 아니냐? 어떻게 된 거야? 한국에 돌아온 거야?”
윤상필.
보육원 시절부터 함께한 내 단짝 친구이자, 지금은 구골에서 프로그램 개발자로 잘 나가는 녀석이다.
-어. 잠깐 집 문제 때문에 들어왔어.
“집? 무슨 집? 너 한국에 집이 있었어?”
-아니, 이번에 회사에서 맡은 프로젝트 때문에 가끔 한국에 올 일이 있거든. 그럴 때 지낼 곳을 회사에서 마련해줬어.
“와, 세계적인 대기업답네. 역시 사람은 큰물에서 놀아야 하나 봐. 근데 그 집에 무슨 문제가 있어?”
-신축 아파트라 그런지 한 달에 한 번 관리소에 들러서 보안 카드를 교체해야 한다네?
“보안 카드를? 그거 그냥 한 번만 등록하면 되는데?”
-내 말이! 그런데 어쩔 수 없대. 뭔 시스템이 오류가 생겼는데, 담당자가 사정이 있어서 1년 뒤에나 고칠 수 있다네?
“그럼 어떻게 해?”
-그래서 그것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한국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래? 잘 됐다 야! 종종 얼굴 볼 수 있겠네!”
진심으로 기뻤던 나는 녀석에게 물었다.
“야, 상필아.”
-왜?
“오늘 저녁에 시간 되지? 내가 저녁 맛있는 거 사줄게. 뭐 먹고 싶어?”
이때까지 나는, 녀석과의 만남 덕에 원하던 집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