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42
42화 첫 해외 여행 (2)
나는 아일라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내 지인 중에 알렉산드로라는 친구가 있는데, 그 녀석이 너를 찾고 있다는 걸 내가 우연히 알게 되었어.
“나를? 왜?”
-정확히 말하자면, 알렉산드로는 루미에 패션쇼의 기획자를 찾아 인터뷰하고 싶어 해. 녀석은 유명 패션 잡지의 기자거든.
아일라는 그 알렉산드로라는 친구가 루미에 패션쇼에 완전히 매료되어, 런칭쇼의 기획자를 오랫동안 찾아다녔다고 설명해주었다.
‘그래서 연락한 거구나. 아일라는 내가 그 기획자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저번 한국 여행에서, 아일라는 나에 관한 기사들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루미에 패션쇼에 관련된 것도 있었다.
-알렉산드로는 어릴 적, 이웃집에 살았던 친구였어. 나는 녀석에게 도움도 많이 받았지. 그래서 나는 너에게 한 번 물어보는 것 정도는 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 물론, 네가 하고 싶지 않다면 녀석에게 절대 말하지 않을 거야.
“말하지 않는다니? 그 친구가 나에게 연락해보라고 부탁한 게 아니야?”
-응. 그냥 알렉산드로의 사정을 알아버린 내가 멋대로 너한테 전화한 거야.
그런 아일라의 말에 나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냥 인터뷰만 할 거라면, 전화나 화상 통신으로도 가능하지 않아?”
-알렉산드로는 잡지에 실을 너의 사진을 찍고 싶어 해.
인터뷰라고 해도, 잡지 구석에 조그맣게 몇 글자 적힐 줄 알았던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사진까지? 아니, 내가 뭐라고….”
해외의 기자들이 나를 찾고 있다는 소식은, 어느 정도는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패션계의 떠오르는 샛별도 아니고. 왜 이렇게까지 관심을 가지는지, 나는 늘 이유가 궁금했었다.
‘인터뷰에 응하면, 이유를 알 수 있으려나?’
그렇게 생각한 나는 이 상황이 약간 흥미로워졌다.
‘잠깐.’
예전에도 패션쇼와 그 기획자를 극찬하는 기사를 썼던 패션 잡지사가 있었다. 그것을 떠올린 나는, 즉시 아일라에게 물었다.
“…혹시 그 알렉산드로라는 사람, 퍼펙트 스타일이나 벨라 모다에서 일하지 않아?”
-어떻게 알았어? 맞아, 알렉산드로는 퍼펙트 스타일에서 일하고 있어.
역시.
‘루미에 패션쇼의 너튜브 영상 조회수가 폭발했었을 때. 들어봤던 잡지사다.’
그 당시 나는 해외에서 관심을 가지는 이유를 찾으려 노력했고, 그 원인이 퍼펙트 스타일과 벨라 모다라는 잡지사 덕분이라는 것을 알아내었었다.
‘그 짧은 시간에 루미에 패션이 해외에까지 알려질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그 두 잡지사 덕분이었지.’
그런데 알렉산드로라는 친구가 그곳의 기자였다니.
나는 그가, 내 명성을 높여준 잡지사 소속이라는 사실에. 약간의 호감이 생겨났다.
‘미국이라… 한번 가보고 싶긴 한데….’
나는 해외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 제안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꼭 그것이 아니더라도, 웬만하면 아일라의 부탁을 들어주고 싶었다.
‘그동안 아일라에게 받은 도움이 많으니까.’
나는 당장이라도 이 제안을 수락하고 싶었지만,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었다.
‘그런데 이 시기에 내가 자리를 비워도 괜찮을까?’
한창 가게가 번창하고 있는 지금. 나는 내가 자리를 비운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았다.
‘…내가 맡은 역할이 너무 많아.’
피아노도 연주해야 하고, 공연도 해야 하며, 동시에 방송까지 해야 했다.
‘하지만 며칠 자리를 비운다고 크게 타격이 있진 않겠어.’
피아노, 공연, 방송. 나는 이 세 가지를 매일 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나마 피아노는 자주 연주하지만, 나머지 둘은 가끔 내킬 때만 하고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가게 매출엔 크게 지장이 없었다.
오히려 손님들은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나를 보기 위해, 더 자주 가게에 방문하곤 했었다.
‘그밖에 다른 문제는 없나…’
곰곰이 생각해 본 나는, 마침내 결론을 낼 수 있었다.
“아일라, 당장은 힘들 거 같은데. 지금은 내가 자리를 비울 수가 없어.”
-아… 그래?
약간 시무룩해진 아일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쩔 수 없지. 알았….
“그러니까 한… 3주 후면 가능할 것 같은데?”
한국어는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아일라가 반색했다.
-정말?!
“응. 내가 자리를 비워도 괜찮도록,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넉넉잡아 3주 정도 걸릴 것 같아.”
그런 내 말에 아일라가 깜빡했다는 듯이 말했다.
-만약 네가 인터뷰할 마음이 있는데, 시간이 없는 거였다면. 알렉산드로가 직접 한국에 가는 방법도 있어.
나도 그 방법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건 싫어. 나는 이번 기회에 꼭 미국에 가보고 싶어졌거든.”
물론 미국이야 지금이 아니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계기가 없다면, 나 스스로 해외여행을 마음먹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오히려 언제든 갈 수 있으니, 미루고 또 미루게 될지도 몰라.’
그러니 나는 계기가 생겼을 때 꼭 해외에 나가보고 싶었다.
‘게다가 미국에는 상필이가 있지.’
나는 이번 기회에 겸사겸사 녀석의 얼굴을 보고 오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3주 후라… 흐음….
아일라의 곤란한 목소리에 나는 무슨 문제가 있는지 물었다.
-아니, 알렉산드로가 그때까지 미국에 있을지 모르겠네.
그 말에 나는, 퍼펙트 스타일의 본사가 이탈리아에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지금 알렉산드로는 미국에 장기 출장을 온 상태거든.
“아, 그래서 이탈리아가 아니라 미국으로 초대한 거였구나.”
-응. 그런 거지.
“그럼 언제까지 미국에 있을 예정인지 한번 물어봐 줄래? 그리고 그에게 내가 루미에 패션쇼의 기획자라는 것도 알려주고.”
그래야 그에게서 인터뷰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알겠어.
통화가 종료되고, 다시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10분 뒤였다.
-마침 알렉산드로도 3주 뒤까지 미국에 있을 예정이라고 하네.
“잘됐네.”
-그리고 알렉산드로가 그러는데, 네가 미국에 올 거라면, 왕복 비행기표와 호텔비용은 회사에서 내줄 수 있다고 전해달래.
“그래?”
왠지 그럴 거라고 예상하긴 했다. 저쪽에서 요청한 인터뷰였으니, 그에 필요한 경비를 지불해주는 것은 당연하니까.
‘뭐, 그래봤자 이코노미석이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일반인일 뿐인 내게 비즈니스석까지 지원해주지는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럼 3주 후에 보자고 전해줘. 아, 그리고 인터뷰 장소가 어디인지도 물어 봐주고.”
-아, 그건 내가 이미 알고 있어.
“그래? 어디인데?”
아일라에게서 장소를 전해 들은 나는 조금 당혹스러웠다.
‘라스베거스라고?’
라스베거스의 유명한 이미지를 떠올린 나는, 왜 하필 그곳인지 아일라에게 물었다.
-글쎄? 궁금하면 물어봐 줄까?
“아냐, 됐어. 이유가 있겠지.”
사실 조금 궁금했으나 그렇게까지 중요한 것은 아니었기에, 나는 대충 넘어갔다.
이후, 나는 아일라와 조금 더 잡담을 나눈 뒤. 통화를 종료했다.
***
다음날.
나는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일단, 여권부터 만들자.’
급히 사진관을 찾아가 여권 사진을 찍고, 구청을 찾아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여권 발급까지 얼마나 걸리나요?”
“지금 신청자가 많아서, 2주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2주면 출국일까지 여유로운 상황이었다.
‘항공권은 여권 없이도 예매할 수 있다고 했으니, 미리 알렉산드로 씨에게 출국일을 알려줘야겠지?’
나는 그에게 인터뷰하는 날보다 하루 일찍 도착하고 싶다고 문자를 보내었다.
‘상필이도 만나야 하고, 약간의 관광도 하려면. 하루 먼저 도착하는 편이 좋겠지.’
여행 기간이 길다면 상관없겠지만, 나는 이번 여행을 되도록 짧게 끝내야 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어. 가게를 길게 비울 수는 없으니까.’
우웅-
알렉산드로 씨의 답장이 도착했다. 읽어보니 호텔을 2박으로 예약했다는 것과 항공권을 예매해야 하니 목적지가 어디인지 묻는 내용이었다.
‘하루 먼저 가는 것은 관광 목적이라, 내가 알아서 숙소를 잡을 생각이었는데….’
이미 예약해버린 숙소를 취소하라고 할 수도 없는 터라, 나는 그저 고맙다고 답장을 했다.
‘다음은….’
나는 상필이에게 연락하여 나의 미국행을 알리게 되었다. 녀석은 내가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다는 소식에 꽤 놀란 눈치였다.
-아니, 네가 뭐라고 인터뷰씩이나 요청한다냐… 그것도 비행기표까지 사주면서.
상필이도 루미에 패션쇼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패션에 전혀 관심이 없는 녀석이라 지금의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아무튼, 그날 시간 비워놔. 간만에 배에 기름칠 좀 하자.”
-언제라고 했지?
“아마, 9월 20일쯤 될 것 같은데?”
그런 내 말에 상필이가 곤란하다는 말투로 말했다.
-…아, 하필이면 그날이냐.
“…왜? 바빠?”
-내가 맡은 업무가 하나 있는데, 하필 그날이 마감일이라서 너 마중을 나가기 힘들 것 같아.
그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 난 또 뭐라고.”
-…혼자서 괜찮겠어? 너 미국은 처음이잖아.
“응? 아아, 괜찮아. 나 마중 나올 사람 있어.”
-엥? 그 기자는 하루 뒤에 보기로 했다며? 그런데 누가 마중을 나와?
그런 상필이의 말에, 나는 어젯밤 아일라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미국에 오는 날이 정해지면 알려줘, 내가 하루 시간을 내서 가이드해줄게.
얼마 전, 상필이의 SNS를 보고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녀석이 스타더스트 밴드의 열렬한 팬이라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녀석이 아일라를 보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지, 무척이나 기대되었다.
“너도 아는 사람이야. 아마 만나게 되면 깜짝 놀랄 거다.”
그렇게 상필이와의 통화를 마무리하고, 나는 다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네, 사장님!
내가 전화를 건 사람은 우리 가게와 계약된 인디밴드의 리더였다.
나는 용건을 궁금해하는 그에게 말했다.
“상협 씨, 혹시 아는 사람 중에 괜찮은 인디밴드가 있을까요?”
원래라면 자신들의 밥그릇을 빼앗길 것을 염려해, 가르쳐주지 않았을 테지만. 최근 그들의 밴드는 내 너튜브 영상에 출연한 덕에 꽤 인기가 좋아졌다.
‘이곳저곳에서 공연 문의가 들어온다고 했었지.’
그래서 그들도 내심 우리 가게가 다른 인디밴드를 고용하길 바라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상협 씨는 반가운 기색으로 대답했다.
-네! 마침 놀고 있는 놈들 중에 괜찮은 친구들이 있어요.
“잘됐네요. 소개 좀 해줄래요?”
그날 새벽, 나는 상협 씨가 소개해 준 인디밴드의 면접을 보았고. 곧바로 그들과 계약했다. 그리고 빠른 적응을 위해, 약 일주일간 열심히 그들을 무대에 올렸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뭐지? 이 사람들 왜 이렇게 인기가 좋아?’
카페 아우라를 찾는 단골들은, 뉴페이스의 등장을 반기며 환영했다.
그리고 너튜브의 영상으로 그들을 접한 구독자들은, 1분 미리보기로는 감질난다는 이유로. 우리 카페를 직접 방문하고 싶어 했다.
덕분에 예약페이지가 꽉 차버리고 말았다.
‘이 정도면 내가 자리를 비워도 매출에 지장이 없겠어.’
그렇게 판단한 나는. 남은 기간, 캐리어 가방이나 여행에 필요한 물품을 사는 등. 여행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그렇게 약 2주 후.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나는, 옆자리 승객 때문에 이코노미석이 일등석으로 바뀌는 황당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