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45
45화 LA 관광 (2)
할리우드란 이름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맑은 하늘 아래.
곳곳에 나무들이 몽글몽글 자라나 있는 적당히 높다란 언덕. 그 정상 부근에 있는 아홉 개의 글자.
[HOLLYWOOD]그 할리우드 사인이 아주 잘 보이는 곳이며, 할리우드를 방문한 관광객이라면 사진을 찍기 위해서라도 무조건 들리게 되는 이곳은.
“여기가 바로 레이크 할리우드 파크야.”
그렇게 직접 마주하게 된 할리우드 사인의 모습은, 영상이나 사진으로 보았던 딱 그대로였다.
‘사람들이 많네.’
푸른 잔디가 펼쳐진 공원은 곳곳에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과, 한가로이 반려견의 산책을 나온 현지인들로 가득했다.
“멋지지?”
아일라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자연의 경이로운 풍경을 보듯 감탄이 나오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 특유의 느긋한 분위기에. 나는 가슴 속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사진 찍을래?”
“여기까지 왔는데 당연히 찍어야지.”
“그래.”
나는 당연히 아일라가 찍어줄 줄 알았다. 그런데 그녀는 근처에서 산책하던 아저씨에게 사진을 부탁하곤, 내 곁에 쪼르르 달려와 섰다.
“…같이 찍으려고?”
“…”
아일라가 당연한 것 아니냐는 듯, 푸른 눈동자를 흘겼다.
“쓰리, 투, 원. 치즈~”
아저씨의 구호에 맞추며 우리는 몇 개의 포즈를 취했다. 그렇게 몇 장의 사진을 찍었을까.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네요. 그럼, 즐거운 여행 되세요.”
“감사합니다.”
핸드폰의 갤러리를 열어, 사진이 잘 찍힌 것을 확인한 나는 곧장 아일라에게 물었다.
“시간상 할리우드 사인이 있는 언덕 위까지 가보기엔 힘들겠지?”
아일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까지 올라가면, 경치 구경하는 맛은 있을 거야. 하지만 오늘은 시간이 없으니 패스하고 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하자.”
그렇게 그녀가 안내한 곳은. 바닥에 슈퍼스타들의 이름이 별 안에 새겨진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 워크 오브 페임(Walk of fame)이었다.
“오! 아일라, 저기 좀 봐.”
나는 수많은 인파 속에서 단연 눈에 띄는 복장의 사람을 가리켰다.
“저기에 스파이더맨이 있어.”
스파이더맨은 여러 포즈를 취하며, 관광객들과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바타, 트랜스포머, 배트맨 등. 유명한 영화의 등장인물들이 거리에 심심치 않게 보이고 있었다.
“조심해.”
조금은 들떠 있던 내게, 아일라가 경고를 해왔다.
“쟤네 다가와서 사진 찍자고 하면 무조건 거절해야 해. 아님, 아예 자리를 피하던가.”
“왜?”
“그야 쟤네가 사진을 찍고 나면 팁으로 40불을 요구하니까?”
“…돈을 받는다고? 겨우 사진 한 장에?”
아일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안 주면 받을 때까지 쫓아오면서 관광을 방해한다고. 그러니까 아예 상대를 안 하는 게 좋아.”
사실, 제대로 된 의상으로 사진만 멋지게 찍어준다면. 나는 40불 정도는 지불할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저기 보이는 사람들의 의상은 감탄이 나올 정도는 아니었다.
‘조심해야겠네.’
나는 그렇게 마음먹으며, 보도블록에 시선을 고정한 채 워크 오브 페임을 걷기 시작했다.
“누구의 이름을 찾고 있어?”
그녀의 물음에 나는 한치에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톰 크루거.”
늘 위험한 촬영을 스턴트 없이 직접 하는 바람에, 많은 팬들이 간절하게 자연사하길 바라는 배우 1순위인 사람이었다.
“오! 액션 영화 좋아하나 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와 하이 파이브 했다.
“예전의 나는 영화를 챙겨볼 시간이 없었거든. 그런데 한번은 회사에서 다 같이 영화를 보러 간 적이 있었어. 그때 보았던 영화가 미션임파서블이었지.”
그 영화에서 주인공이 거대한 수송기의 외부에 맨몸으로 매달려 날아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나는 그 장면이 CG가 아닌 배우가 실제로 촬영한 것이라는 걸 알았을 때의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했다.
“그때부터 팬이 되었지.”
“그렇구나.”
아일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뭔가를 생각하더니, 이내 내게 말했다.
“그 사람 이 근처에 사는데.”
“…어?”
“여기서 10KM만 가면 비버리 힐즈라는 호화 주택들이 많은 도시가 나오거든? 거기에 할리우드 스타들이 많이 살아. 톰 크루거도 거기 살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해주었지만, 아일라가 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지 알 수 없었다.
비버리 힐즈를 찾아간다고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아닌데? 마음만 먹으면 만날 수 있어.”
그 말에 내가 의아한 시선을 보내자, 아일라는 핸드폰을 꺼내 보이며 말했다.
“얼마 전에 친해졌거든. 아마 부르면 나올걸?”
“지, 진짜?”
최고의 액션 배우를 동네 친구 대하듯 하다니. 역시 세계적인 밴드의 보컬리스트답다고 할까.
‘그런 사람이 내 관광 가이드를 해주고 있다니.’
정말 소설 같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니다, 어쩌면 톰 크루거가 우리를 집으로 초대할지도 모르겠네.”
화면으로만 접했던 배우를 직접 만날 수도 있다는 말에 나는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이어지는 아일라의 말에 실망하고 말았다.
“그런데 아쉽지만, 오늘은 네가 바빠서 안 되겠네. 시간만 충분했다면, 그 아저씨랑도 얘기해볼 수 있었을 텐데.”
“이런….”
내가 눈에 띄게 실망하자, 아일라는 다음에 또 여행 오게 되면 그를 만나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해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눈을 부릅뜨고 다시 보도블록을 살피기 시작했다.
“찾았다.”
보도블록에 그려진 수많은 별 들 중에서 톰 크루거의 이름을 찾은 나는, 기쁜 마음으로 인증 사진을 찍었다.
“아일라, 내가 예전에 얼핏 들은 기억이 있는데. 혹시 이 근처에 톱 스타들의 핸드프린팅이 새겨진 장소가 있지 않아?”
아일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있지. 그것도 바로 저기에.”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엔, 전형적인 중국 스타일의 건축물이 있었다.
“네가 말한 스타들의 핸드프린팅이 새겨진 곳이 바로 저기, 차이니즈 시어터 앞 광장에 있어.”
우리는 느긋하게 그곳으로 향했다. 과연, 아일라의 말대로 광장 바닥에는 스타들의 손자국들이 있었다.
‘톰 크루거의 손자국은 어디 있지?’
나는 한참 동안 톰 크루거의 핸드프린팅을 찾아 헤매었다.
‘찾았다.’
톰 크루거의 거대한 손자국에 나는 내 손을 가져다 대어 보았다.
“오? 현민, 네 손이 톰 크루거보다 큰데?”
“…그러게?”
뜻밖의 사실이 재밌었는지 아일라가 꺄르륵 웃었다.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나는 다시 인증 사진을 찍었다.
“이왕 온 김에 너보다 손이 큰 배우를 찾아보는 건 어때?”
그런 아일라의 말에 나는 한국의 배우 이병현 씨와 안승기 씨의 핸드프린팅을 찾았다.
‘역시, 내 손이 더 크네.’
나는 오기가 생겨, 보이는 손자국에 전부 내 손을 가져다 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민.”
“…어.”
“킥킥, 너 정말 왕손이구나?”
“…….”
조니 탭, 브루스 힐리스, 브래드 히트, 조지 클루 등. 수많은 배우 중에 나보다 손이 큰 사람은 후 잭맨밖에 없었다.
그러니 아일라가 저리 반응하는 것이 당연했다.
나를 따라 후 잭맨의 거대한 손자국에 자신의 손을 가져다 대던 아일라는, 문득 생각난 듯 내게 물었다.
“현민, 그런데 그 친구랑은 몇시에 만나기로 한 거야?”
“음… 정확한 시간은 안정했는데, 아마도 저녁 6시에서 7시 사이 아닐까? 그런데 그건 왜?”
“시간을 알아야, 다음에 어딜 갈지 정할 수 있잖아. 이제 여기도 다 구경한 것 같으니까.”
시계를 확인해 보니, 오후 5시였다.
“시간은 괜찮은 것 같은데? 어차피 저녁은 한인타운에서 먹을 예정이라.”
워크 오브 페임에서 한인타운까지는 차로 약 10분이면 도착하니, 여기에서 조금 더 시간을 보내면 되었다.
하지만 아일라는 무척이나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시간이 조금 더 있었으면, 구경할 곳이 많은데.”
“그래? 어디?”
“유니버셜 스튜디오랑 그리피스 천문대!”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세계 최대규모의 영화 촬영 스튜디오이자 테마파크였고, 그리피스는 라라랜드에도 등장했던 바로 그 천문대였다.
“두 군데 모두 LA를 방문했으면, 꼭 가봐야 하는 곳이야.”
아일라의 말대로 나는 무척이나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지.”
“그래, 그럼 일단 라라랜드 기념품 가게 구경이나 하고 가자.”
“그전에 친구한테 문자 한 통만 보내고.”
나는 상필이 녀석에게 대략 몇 시쯤 도착할 수 있는지 물으려 했다.
‘…음?’
그런데 이미 핸드폰에는, 한참 전에 도착한 상필이의 문자가 있었다. 아마 관광에 정신이 팔려, 내가 문자가 도착한 것을 알아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내용을 확인해 보니. 오늘까지 마감해야 하는 업무에 변수가 생겨, 만나기 어려울 것 같다는 문자였다.
나는 즉시 녀석에게 문자를 보내어 어떻게 된 일인지를 물었지만, 많이 바쁜 모양인지 아무리 기다려도 답장은 없었다.
“…아일라.”
“응?”
“아무래도 시간이 많아진 것 같아.”
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이에 아일라는 반색하며 말했다.
“그럼 그리피스 천문대로 가자.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문 닫을 시간이고. 해가 질 때, 천문대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죽여주거든.”
그렇게 우리는 약 30분 거리의 그리피스 천문대로 향했다.
‘오?’
그리피스 공원 언덕 위에 위치한 천문대는 고전 양식의 밝은 벽돌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 모습이 어딘가의 고풍스러운 박물관을 연상하게 했다.
“현민, 이쪽이야.”
아일라는 석양이 예쁜 장소를 안다며, 나를 어디론가로 데려갔다.
저벅-
착각이었을까.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주위의 풍경이 점점 붉게 물들어 간다.
머나먼 이국의 땅.
환한 낮에서 어두운 밤으로 바뀌는 그 잠깐의 찰나를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여기야.”
마침내 도착한 곳에는, 하루의 끝에서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 타오르는 붉은 석양의 풍경이 있었다.
“예쁘지?”
“…어.”
한눈에 보이는 붉은 빛의 도시가, 저 석양이, 그리고 지금 이 꿈같은 순간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진짜 예쁘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이 순간을 카메라에 담으려 했다. 그때, 내 눈에 환하게 웃으며 경치를 구경하는 아일라의 모습이 보였다.
살랑이는 바람에 흩날리는 금발의 머리카락이 석양에 반짝거린다.
나는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것도 잊어버린 채, 이 순간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나는 단 1초도 그 광경에서 눈을 떼고 싶지 않았다.
“…….”
그렇게 우리는 말없이, 석양의 마지막을 지켜보았다.
“현민.”
석양이 완전히 저물기 직전, 아일라가 물었다.
“오늘 하루는 어땠어?”
즐거웠다.
먼 이국땅의 달콤한 꿈처럼.
“다행이네.”
아일라가 슬며시 미소를 짓는다. 이에 나는 다시 한번 오늘의 일들을 떠올려보았다.
‘맛있는 음식, 멋진 풍경, 낯선 경험. 그 모든 것이 즐거웠어.’
잠시나마 지루한 현실을 잊고, 전혀 새로운 내가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그랬기에 나는 조금 전 질문에 대한 답을 다시 했다.
“행복했어.”
그런 나의 대답에 아일라가 활짝 웃으며 답했다.
“나도.”
지상과 하늘의 경계선. 불빛과 별빛이 만나는 그곳에서, 우리는 오늘의 여행을 마무리했다.
***
천문대에서 내려온 우리는 맛있는 저녁을 먹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
오후 11시 30분.
당장 공항으로 출발해야, 예매해두었던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가자.”
늦은 시간이었지만, 공항까지 따라온 아일라는 마지막까지 나를 배웅해주었다.
“그럼, 또 만나자.”
나는 그녀에게 고마웠다고 인사를 한 뒤, 곧바로 비행기에 올랐다.
그렇게 약 한 시간 후.
나는 꿈과 환락의 도시, 라스베가스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