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49
49화 상처 입은 연주자 (1)
‘파워볼은 한국 로또와 다르게 당첨금이 엄청나다고 들었는데?!’
시계를 확인해보니, 비행기 출발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복권 한 장을 살 수 있는 여유는 있었다.
나는 서둘러 복권 판매점 안으로 들어갔다.
“파워볼 한 장 주세요!”
그렇게 복권이 발행되길 기다리며, 나는 생각했다.
‘그래, 당첨되기만 하면. 카지노에서 잭팟을 터뜨린 것은 아무것도 아닌 수준일 거야! 그럼 그 돈으로 평생….’
그런데 그때, 가게에 비치된 거울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어?’
거울 속에는 내가 탐욕스럽게 웃고 있었고. 그 모습에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젯밤에 했던 다짐을 그새 잊어버리다니….’
그때, 가게 주인이 내게 발행이 완료된 복권을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
나는 그 복권을 보며,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그리고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복권을 다시 주인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버려주세요.”
“예?”
“아님, 가지시던가요.”
그렇게 나는 도망치듯 가게를 빠져나와, 곧장 공항으로 내달렸다.
“후우….”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한 나는, 넓디넓은 퍼스트 클래스 좌석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가져오지 않길 잘한 거야.’
나는 지난밤의 일을 떠올렸다.
엄청난 행운이 몰려왔던 어젯밤, 카지노에서 승승장구했던 나는. 이러다 도박에 중독될 것만 같은 느낌에 흠칫 놀랐었다.
‘바카라로 큰돈을 벌었는데도, 계속해서 게임이 하고 싶었지.’
계속 카지노에 있다간, 스스로의 통제력을 잃을 것 같았던 나는. 돈이 지급되자마자 곧바로 숙소로 올라왔다.
그리고 밤새도록 카지노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나 자신을 진정시키느라 애썼다.
그만큼 도박에 성공했을 때의 그 희열은 너무나도 매력적이었으며, 중독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도박에 빠져 천문학적인 돈을 쉽게 벌게 된다면, 나는 결코 행복한 삶을 살 수 없게 될 거라는 것을.
‘노력하지 않아도 되니까.’
주식조차 수익을 내기 위해선 큰 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도박은 온전한 운의 영역이므로 그 어떤 성취감을 느낄 수 없다.
내게 있어 성취감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루미에 패션쇼를 성공시켰을 때와 피아노를 연주하고, 무대에서 노래를 불렀을 때의 희열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자 행복이었으니까.
하지만 도박은 그러한 희열을 너무나 쉽게 느끼게 해주었다.
‘도박에 빠져 쉽게 돈을 벌고, 거기에서 즐거움을 얻게 되면. 나는 앞으로 평생 성취감 따윈 느끼지 못하게 될 거야.’
이루고 싶은 것들이 많은 내가, 그 모든 꿈을 포기하게 될지도 몰랐다.
그래서 나는 지난밤, 다시는 도박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복권도 마찬가지야.’
로또. 특히 미국의 파워볼은, 천문학적인 당첨금으로 유명했다.
‘지금까지의 패턴으로 보았을 때, 내가 복권을 구매하게 된다면 당첨될 확률이 아주 높아.’
처음 로또에 당첨되었을 때 생긴 17억은 내 마음에 여유를 만들어 주었고, 꿈을 이루는데 유용한 자금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매번 복권에 의지하게 된다면, 도박을 하는 것처럼 결국엔 성취감을 얻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그건 내가 바라는 행복이 아니야.’
나는 그저, 내가 하고픈 것들을 모두 다 할 수 있을 정도의 돈만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
언제든 큰돈을 얻을 수 있으며,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삶은. 내가 원하는 행복한 삶이 아니었다.
‘그러니 앞으로 도박과 복권은, 웬만하면 하지 않는 게 좋겠어.’
그렇게 마음먹자 도리어 마음이 편안해졌다.
‘얼른, 한국으로 돌아가야지. 하고 싶은 일이 많으니까.’
나는 한국에서 해야 할 일들을 떠올리며, 안락한 좌석에 몸을 기대었다.
(여담으로 나는 파워볼 복권이 국외 반출되었을 경우, 무효가 된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
집에 도착한 나는, 우선 매니저에게 연락하여 그동안 별일이 없었는지를 물었다.
-아우라에선 별일 없었는데요, 드리머에선 별일이 있었습니다.
매니저에게 자초지종을 전해 들은 나는, 약간 당황했다.
“어제 이지현 씨가 가게에 찾아와서 피아노를 연주했고, 지금 그 영상이 화제라고요?”
-네, 덕분에 가게에 문의 전화가 폭주했었습니다.
“어떤 문의요?”
-앞으로 이지현 님이 주기적으로 연주를 하는 건지, 혹시 이게 피아노의 꿈 3 제작에 대한 예고 퍼포먼스인지에 대한 문의였습니다.
매니저와 약간의 대화를 더 나눈 나는. 통화를 종료한 뒤, 곧장 매니저가 말한 영상을 찾아보았다.
따라라란-
영상 속 이지현 씨는 피아노의 꿈에 나오는 여주인공처럼 우아하게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었다.
‘…응? 약간 분위기가 다른 것 같은데?’
나는 왠지 모를 이질감에 고개를 갸웃하며, 영상을 끝까지 시청하였다.
‘이러니 그런 문의 전화가 들어올 만하지.’
영상 속 이지현 씨가 연주한 곡들은 모두 피아노의 꿈에 등장했던 곡들이었으며, 그간 연습을 많이 했던 것인지 연주도 수준급이었다.
‘근데 왜 이지현 씨가 갑자기 우리 가게의 피아노를 연주하러 온 거지? 그것도 말도 없이?’
나는 나중에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다음으로….’
그동안 미뤄두었던 세금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아직 취·등록세를 내지 않았으니까.’
가게를 매입했을 때, 나는 1억이 넘는 취·등록세 납부를 미루었었다.
‘당시엔 계좌에 1억 5천만 원밖에 없어서, 다음 달 수입이 들어오고 나서 여유 있게 그때 내려고 했었지.’
하지만 이제는 그때까지 기다려야 할 필요가 없다. 내 계좌엔 카지노에서 벌어들인 63억 8천만 원이 있었으니까.
‘아, 그러고 보니 한국에도 카지노에서 얻은 이익에 대한 세금을 내야 했었지?’
그에 대해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다행히 테이블에서 게임으로 딴 돈은 비과세로 처리된다고 되어 있었다.
하지만 슬롯머신의 당첨금은 기타 소득으로 분류되어, 20%의 세율이 적용되었다.
‘세금이랑 취·등록세를 내고 나면 총 57억 정도 남겠네.’
여기에 내가 원래 가지고 있던 돈 1억을 더하면, 현재 내 계좌에는 58억의 자산이 있는 셈이었다.
‘…생각보다 세금이 엄청나네.’
돈을 많이 벌면 벌수록, 세율이 오른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혹시 몰라, 가게에서 나오는 소득에 대한 세금도 알아보았는데, 무려 45%나 내야 했다.
그렇다는 것은 내 연봉이 연 12억이 아닌, 연 7억 2천이라는 뜻이었다. (공제금이 6천 5백만 원이다.)
‘뭐, 그거면 충분하긴 한데….’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기에는 충분한 금액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번 여행에서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나만의 새로운 패션 브랜드라….’
알렉산드로 씨는 인터뷰에서 내게 직접 브랜드를 만들 생각이 없냐고 물었었고, 나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는 답변을 했었다.
하지만 그런 대답과는 다르게, 내 마음속에선 이미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생겨나 있었다.
‘58억이면, 패션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까?’
나는 갑자기 생겨난 화두를 진지하게 생각해보았고, 이내 결론을 낼 수 있었다.
‘규모를 작게 시작한다면, 가능할 것 같아.’
현재로서는 루미에만큼 거대한 규모의 패션 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쇼핑몰을 운영하는 작은 회사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쇼핑몰로 시작해서 점점 규모를 키워나간다면, 언젠가 루미에만큼 크게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자, 처음 알렉산드로 씨의 질문을 들었을 때처럼. 다시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 운영하는 가게도 있는데, 여기서 다른 회사를 설립하는 게 맞는 건가?’
드리머와 아우라, 두 카페는 이제 안정화가 되었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두 가게 모두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내가 쉽게 자리를 비울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아우라는 그나마 괜찮아. 어차피 가끔만 무대에 올라가니까. 하지만, 드리머는 달라.’
나는 드리머에서 거의 매일 피아노 연주를 했다. 일부 손님들은 그런 내 연주를 듣기 위해 가게를 방문하기도 했다.
‘회사를 설립하게 되면, 가게를 비워야 하는 일이 많아지겠지. 그렇게 되면 가게 매출에 큰 영향이 있을 거야.’
그것은 내 목표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나는 적어도 2년은 현재의 매출을 유지하고 싶었으니까.
물론, 나는 이제 지금의 매출을 유지하지 않아도 될 만큼 많은 돈이 생겼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처음 정한 목표를 끝까지 이루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내가 가게를 비워도 괜찮도록, 피아노 연주자를 한 명 고용해야겠어.’
안 그래도 나는 내가 아닌, 다른 피아노 연주자가 한 명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지금이야 내 몇몇 손님들이 연주해주고 계시지만, 언제까지 그런 식으로 유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야.’
피아노 카페에는 항상 피아노 연주 소리가 들려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그러니 꼭 회사 문제가 아니더라도, 내가 아닌 다른 연주자를 구한다는 것은 언젠가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연주자가 있으면, 내가 자유롭게 가게를 비울 수 있을 테니. 패션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장이 없을 거야.’
그렇게 생각한 나는 당장 해야 할 일들을 끝내고, 피아노 연주자 고용과 창업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기로 했다.
‘지금은 일단 취·등록세를 납부하자. 그리고 오랜만에 보육원을 찾아가야지.’
나는 할리우드에서 원장님과 수녀님들, 그리고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구매했었다.
‘그때, 그린피스 천문대에서 내려오면서 아일라와 함께 골랐었지.’
그런데 구매한 선물들이 너무 많아서, 매장에서 여행 가방을 하나 더 구매 해야 할 정도였다.
‘애들이 좋아하겠지?’
나는 내 선물을 받고 환호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좋아. 앞으로 또 바빠질 것 같으니, 당장 원장님께 연락해야겠다.’
나는 원장님께 전화해, 내일 찾아뵈어도 괜찮은지 물었다.
-그럼, 언제든 환영이란다.
***
이른 아침.
보육원에 거의 다 도착한 나는, 정문에서 계속 서성이고 있는 아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니, 저 녀석이 왜?’
천천히 아이에게 접근한 나는, 자동차 창문을 내리며 그 아이를 향해 외쳤다.
“근형아!”
“형!”
내 얼굴을 확인한 근형이가 반갑게 인사를 건네왔다.
“여기서 뭐 하고 있었어?”
“헤헤, 형 기다리고 있었죠.”
녀석은 아무래도 원장님에게 내가 온다는 소식을 들은 모양이었다.
“아니, 날씨도 쌀쌀한데. 안에서 기다리지.”
“괜찮아요. 안에선 좀 답답해서….”
“답답하다고? 왜?”
“그야, 형이 언제 도착하는지 빨리 알 수 없… 아니, 아니에요.”
그런 녀석의 모습에 나는 피식 웃음이 터져나왔다.
“추우니까 일단 들어가 있어. 주차하고 바로 갈게.”
“네!”
신이 난 발걸음으로 돌아가는 녀석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새 옷 입었네.’
전에 보았을 때 입고 있던 꼬장꼬장한 옷이 아니었다. 옷도 신발도 모두 명품 브랜드의 것이었다.
아마 보육원의 다른 아이들도 새 명품 옷을 입고 있으리라.
‘원장님이 내 부탁을 잘 들어주셨네.’
이전에 내가 5천만 원을 익명으로 기부했을 때. 나는 한 가지 바람이 있었다. 바로 이 기부금으로 아이들에게 멋진 명품 브랜드 옷을 입히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원장님에게 아이들에게 비싼 브랜드 옷을 사달라는 익명의 편지를 보내었었다.
‘기부하길 잘했어.’
나는 뿌듯함을 느끼며, 보육원 건물 안으로 향했다.
‘…어?’
그런데 안에는 나보다 먼저 온 봉사자가 있었다.
‘이지현 씨?’
그녀는 보육원의 다른 아이들과 놀아주는 중이었다.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봉사활동을 하러 왔다고? 다른 스케줄이 없나?’
그렇게 내가 고개를 갸웃하고 있을 때, 안으로 들어서던 나를 발견한 이지현 씨가 쏜살같이 달려와 소리쳤다.
“윤현민 씨! 혹시 피아노 연주자 필요하지 않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