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51
51화 상처 입은 연주자 (3)
내가 지금 서 있는 이곳은 다름 아닌 이지혜 씨의 집이었다.
외출하지 않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지현 씨와 함께 그녀의 집을 방문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지혜 씨가 아무리 도망가봤자.
텁!
“지혜야! 그만!”
“아… 언니….”
이렇게 금방 잡힐 수밖에 없었다.
“아니, 대체 왜 도망가는 거야? 이 집 안에서 숨을 데가 어디 있다고.”
“그, 그게….”
집이 워낙 커서, 숨을 데가 많아 보이긴 했다. 아마 작정하고 도망쳤으면, 5분은 더 잡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기껏 윤현민 씨도 오셨는데, 네가 이렇게 하면 굉장히 실례되는 행동이잖아. 왜 그랬어?”
이지현 씨가 부드럽게 다그치자, 이지혜 씨는 고개를 푹 숙이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면 어떻게 해.”
“뭐?”
“…저분이 날 보고 실망하면 어떻게 해….”
“…….”
“아니, 분명 실망할 거야. 나, 난… 언제나 실패만 하니까.”
그렇게 말한 이지현 씨는, 자꾸 곁눈질하며 내 눈치를 살피는 중이었다.
‘확실히 자존감이 많이 낮아 보이네.’
어제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예상하긴 했었지만. 막상 실제로 이지혜 씨를 보니 상태가 심각해 보였다.
‘대한민국 일류 배우와 똑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오늘 처음 본 내가 당연히 자신을 싫어할 거라고 생각하다니….’
대체 무슨 일을 겪었길래, 저렇게까지 자존감이 떨어지게 되었는지. 나는 궁금했고, 또 안타까웠다.
잠시 후.
나는 마침내 진정이 된 이지혜 씨와 단둘이 마주 앉아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 (내 요청에 따라 이지현 씨는 방에 들어가 있었다.)
“반갑습니다, 이지혜 씨. 카페 드리머의 사장 윤현민입니다.”
“이지혜예요… 안녕하세요….”
이지혜 씨는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왔다.
‘굽은 등, 주눅 든 시선.’
그런 그녀의 모습에서 나는 자신감이 없던 예전의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이지혜 씨가 우리 가게에서 일하고 싶다고 하셨다던데, 맞나요?”
“…예.”
“죄송하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이지혜 씨의 집에서 우리 가게까지는 거리가 꽤 멀었다. 단순히 일을 하고 싶었다면, 더 가깝고 좋은 피아노 카페도 많이 있었을 터.
‘어제 이지현 씨에게 그 이유를 대충 듣긴 했지만.’
나는 이지혜 씨에게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지혜 씨는 그 이유를 절대 말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제, 제가. 어떤 ‘사건’ 때문에 피아노를 연주할 수 없게 되었는데요… 카, 카페 드리머에서라면, 연주가 가능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게 다 인가요?”
“네….”
그녀는 어제 이지현 씨에게 들었던 그대로의 내용만을 말하였다.
나는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했으나, 이지혜 씨는 계속해서 같은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왜 하필 우리 가게인지, 그 이유를 알아야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있을 텐데.’
이지혜 씨는 무려 9년이나 집 밖을 나선 적이 없었다고 들었다.
그런 그녀가 하필 우리 가게에서 일하겠다고 결심하게 된 이유를 알 수 있다면, 불안정해 보이는 이지혜 씨를 도울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지현 씨는 말했었다. 지난 몇 년간 이지혜 씨를 치료하기 위해 정신과도 다녀보고, 최면 치료도 받는 등. 온갖 방법을 다 써보았지만, 소용없었다고.
‘그래서 어제 이지혜 씨가 그렇게 간절하게 부탁했던 거겠지.’
이유는 몰라도. 9년 만에 동생이 스스로 집 밖에 나오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니, 오죽했을까.
그러니 이지혜 씨가 집 밖을 나서서 왜 하필 우리 가게에 왔는지를 알 수 있다면, 그녀의 불안정한 상태를 개선할 방법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거 내가 너무 오지랖을 부리는 건 아니겠지?’
사실, 내가 오늘 처음 만난 이지혜 씨에게 이렇게까지 신경을 쓸 필요는 없었다.
나로선 굳이 뭔가를 하지 않아도 뛰어난 실력의 피아노 연주자를 고용하여, 매출을 상승시킬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아까 보았던 자존감이 심하게 결여 된 그녀의 모습에서 나는 예전의 내가 떠올라, 무척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지금처럼 이지혜 씨가 계속해서 불안정한 상태라면, 내가 마음 놓고 가게를 맡길 수 없으니까.’
나는 계속해서 이지혜 씨에게서 그 이유를 알아낼 방법을 고민했고, 한가지 결론에 다다를 수 있었다.
“이지혜 씨를 고용하겠습니다.”
“네? 아, 네! 가,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부터 출근할 수 있으시겠습니까?”
“…네, 아마… 아니, 하겠습니다.”
이지혜 씨는 지금도 무언가 걱정되는 듯한 얼굴이었지만, 반드시 출근하겠다는 의지가 가득해 보였다.
그리고 나는 그런 이지혜 씨의 모습을 보며, 그녀 스스로도 자존감이 결여 된 자신을 변화시키고 싶어 한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이지혜 씨, 개인적인 질문 하나만 드리겠습니다.”
“…네? 아, 네….”
“혹시,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되었다던 그 계기가 되는 사건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그런 지나치게 개인적인 질문이 나올 줄은 몰랐는지, 이지혜 씨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당황해했다.
“그, 그건 조금….”
역시나 그녀는 질문을 회피하려 했다. 그렇기에 나는 빠르게 말을 이었다.
“이지혜 씨가 지금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9년 만에 집을 나와, 우리 가게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것은. 아마도 본인 스스로의 상황을 개선하고 싶은 의지가 있어서일 겁니다.”
“…아.”
이지혜 씨의 어깨가 조금 움츠러들었다. 그것은 방금의 내 말이 사실이라는 방증이었다.
“그런 이지혜 씨의 의지는 대견합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한다면. 그 시간이 무척이나 오래 걸릴지도 몰라요.”
“…….”
“저 또한 자존감이 많이 낮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의 이지혜 씨처럼 움츠러들고, 남의 눈치를 많이 보았었죠.”
“저, 정말요?”
이지혜 씨가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당당했다. 사실이었으니까.
“그래서 저는 이지혜 씨를 돕고 싶습니다. 그러니 부디 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9년 전에 있었던 사건과 왜 우리 가게를 선택했는지를요. 그래야 제가 이지현 씨를 도울 수 있을 겁니다.”
이지혜 씨는 불안한 눈동자로 골똘히 생각에 잠기었다.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은 포기할 수밖에.’
그리고 나는, 이지혜 씨가 자신의 과거를 말해주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다.
‘오늘 처음 본 사람에게 자신의 과거를 말해주기란 쉽지 않은 일이니까.’
그럼에도 내가 그녀에게 과거를 물었던 것은, 솔직히 밑져야 본전 식의 마음이 강했다.
‘제발 말해주면 좋으련만.’
하지만 불안하게 떨리는 그녀의 눈동자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내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아 보였다.
그런데 잠시 후.
“저는….”
다행히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
이지혜는 피아노 천재였다.
그녀는 최고의 재능을 가진 데다가, 피아노를 좋아하기까지 했다.
그렇기에 이지혜는 피아노를 배우는 속도가 남들보다 월등히 빨랐다.
“고작 10살짜리 아이가 이런 기교를?!”
그런 이지혜의 재능을 알아본 저명한 피아니스트는 그녀를 자신의 제자로 삼게 되었다.
그렇게 그녀는 어린 나이에 피아노 신동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세상 물정을 아직 모르는 아이였던 그녀는 몰랐다. 사람들의 관심은, 긍정보단 부정적인 것이 더 많다는 것을.
“빠르게만 연주할 수 있으면 다인 줄 알아? 감정을 실어야지! 감정을!”
“너 지금 나 무시하는 거니? 하! 그렇게 잘났으면, 너 혼자 연습하던가!”
명성이 높은 스승에게는 많은 제자가 있었고, 그들은 스승의 총애를 받는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이지혜는 많은 상처를 받았지만, 그럴수록 피아노 연습에 매진하며 더욱 노력하였다.
‘실력을 키우자. 누구도 나를 비난할 수 없도록.’
그렇게 이지혜는 점점 완벽을 추구하게 되었다. 하지만 생각과 다르게, 완벽을 추구하면 추구할수록 그녀를 향한 주위의 질투는 더욱 커져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콩쿨에 참여하라고요?”
그녀의 스승이 제안한 콩쿨은 퀸 엘리자베스 국제 음악대회였다. 이지혜는 당연히 기뻐했고, 몇 날 며칠을 밤새워가며 콩쿨준비에 사력을 다했다.
그렇게 예비 심사 당일. 그녀는 잔뜩 긴장한 기색으로 무대에 올랐다.
그런데 너무 긴장했던 탓이었을까. 아니면 며칠 밤을 새운 영향으로 컨디션이 나빠졌기 때문이었을까.
그녀는 인생 처음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며, 중요한 음을 틀리는 큰 실수를 저지르게 되었다.
‘아, 안돼…!’
이에 당황한 그녀는 계속해서 실수를 연발하게 되었고, 결국 무대를 망치게 되었다.
“실망이구나.”
그녀의 스승은 다른 제자들의 앞에서 예비 심사도 통과하지 못한 이지혜를 크게 나무랐다.
“내가 저럴 줄 알았다.”
“나대더니 꼴좋네.”
이전부터 들어왔던 비난이었지만, 자신의 잘못으로 연주를 망친 것은 처음이었던 이지혜는 이 조롱들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다음에… 더 완벽하게 해내면 돼…!’
하지만 완벽에 집착할수록, 그녀는 실수가 두려워졌고. 이는 이지혜의 연주에 크나큰 악영향을 주게 되었다.
‘또… 또 실수 했어…!’
거듭되는 실패에 그녀는 점점 피아노 연주가 무서워졌다.
“대체 너는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구나.”
처음에는 그녀를 도와주던 스승도, 거듭되는 실패에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점점 스승이 그녀에게 주는 관심이 줄어만 갔다.
‘무서워.’
비난과 조롱.
실수와 실패.
그 모든 요소가 두려웠다. 그리고 그녀는 이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었다.
‘애초에 비난받을 일을 하지 않으면 돼.’
남들 앞에서 피아노를 연주하지 않는다면. 실수를 무서워할 일도, 실패할 일도 없게 된다.
그녀는 그렇게 좋아하는 피아노 연주를 그만두고,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자신만의 보금자리로 숨어들었다.
그렇게 그녀의 은둔생활이 시작되었다.
‘생각보다 할 수 있는 일이 많네.’
밖을 나가지 않아도 식재료와 음식을 배달시킬 수 있었고,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도 다양했다.
사람들을 만나지 못해 약간의 외로움은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것마저 달랠 수 있는 수단이 생겼다.
‘푸하하. 웃겨 정말.’
그것은 개인이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이었다.
요즘에는 너튜브, 투위치등 다양한 방송 플랫폼이 생겨났고. 그곳에는 그녀와 같은 은둔자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이런 이유로, 그녀는 비난과 조롱을 받을 일이 없는 은둔생활이 나름 마음에 들었다.
다만, 그 생활이 몇 년이나 이어졌을 때. 그녀의 마음속에 잠들어 있던 욕망 하나가 머리를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피아노를 연주하고 싶어…!’
집에서 혼자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앞에서 아름답고 우아한 연주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비난과 조롱이 무서웠다. 이미 한 번 실패했던 그녀였기에, 그 두려움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이지혜는 몇 번이나 현관문의 잠금을 여닫으며, 바깥으로 향하려 했으나. 결국, 안전한 집안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지혜는 우연히 한 인터넷 방송을 보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카페 드리머의 사장 윤현민 입니다.”
그것은 어느 피아노 카페 사장의 방송이었다. 흥미가 생긴 이지혜는 방송을 계속해서 시청하였다.
“그럼 연주 시작하겠습니다.”
따라란-
영상 속 사장님의 연주 실력은 엄청나게 뛰어나진 않았지만, 꽤 준수했다.
‘들을 만하네.’
이지혜는 영상 속 사장님이 피아노 연주를 하는 모습을 보며, 대리 만족을 할 수 있었다.
‘즐거워 보여.’
윤현민이라는 이름의 사장님의 얼굴에는 은은한 미소가 드리워 있었으며. 진심으로 피아노를 좋아하는 듯, 연주를 즐긴다는 것이 확 느껴졌다.
‘부럽다.’
그렇게 그녀는 모든 연주가 끝날 때까지 방송을 시청하였다.
“그럼 이상 카페 드리머였습니다.”
방송이 종료되자, 이지혜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녹화된 영상이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그렇게 그녀는 너튜브에서 카페 드리머에 대한 영상을 시청하였다. 그런데.
‘이건 뭐지? 카페 아우라?’
카페 드리머 영상과 비슷한 느낌의 영상들을 찾은 그녀는, 호기심에 그 영상들도 시청해보았다.
“안녕하세요, 카페 아우라의 사장 윤현민입니다.”
‘…어? 이 사람이 왜?’
방금까지 피아노를 연주했던 사장이었지만, 이것은 전혀 다른 컨셉의 영상이었다.
‘뭐, 뭐야? 노래 공연을 한다고?’
피아노 연주도 그렇지만, 무대에 오른다는 것은 상당히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던 그녀는 상당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잘하네.’
윤현민 사장의 노래 실력은 평이했다. 하지만 그 특유의 여유 넘치는 분위기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그렇게 영상을 시청하던 중, 윤현민 사장이 실수를 하였다.
‘…어!’
이지혜는 예전의 기억들이 떠올라 상당히 놀랐지만, 영상 속 윤현민 사장은 방금 있었던 실수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노래를 이어나갔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이지혜는 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감이 너무나 부러웠다.
그날 이후, 그녀는 윤현민 사장의 방송을 모조리 챙겨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해외여행을 가게 되어, 당분간 방송하지 못할 것 같네요.”
거의 매일같이 올라오던 영상이 3일이나 끊기게 되었다. 처음 하루는 괜찮았다. 원래도 그 정도의 간격으로 쉬는 날이 많았으니까.
하지만 이틀이 되었을 때, 윤현민 사장의 피아노 연주가 보고 싶다는 욕구를 참기 힘들었고. 삼 일이 되었을 때는 그 욕구를 주체할 수 없게 되었다.
‘안 되겠어. 드리머를 찾아가 피아노 소리라도 들어야 진정이 될 것 같아.’
그런 충동적인 마음으로, 그녀는 9년 만에 현관문을 열게 되었다.
그런데 카페 드리머에 도착한 이지혜는. 영상에서만 보았던 그랜드 피아노를 보며, 더욱 강렬한 충동에 휩싸이게 되었다.
‘나도 윤현민 사장님처럼…!’
왠지 모르겠지만, 윤현민 사장님이 연주하던 저 피아노에서만큼은 그녀도 자신감 있게 연주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그녀는 홀린 듯이 피아노 앞에 앉았고, 무려 9년 만에 사람들의 앞에서 연주를 시작하게 되었다.
따라라- 라라-!
황홀했다.
건반의 딱딱한 감촉, 이 웅장한 울림.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음색.
하지만 곧, 두려움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아, 안돼…!’
또 실수를 하게 될거라는 생각에 손이 떨리기 시작하던 그 순간, 그녀는 자신감이 넘치던 윤현민 사장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도, 그 사람처럼.’
그러자 두려움이 거짓말처럼 말끔히 사라졌다. 그렇게 그녀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연주를 마음껏 하기 시작했다.
‘나 설마, 여기에선 연주를 할 수 있는 건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두려움 없이 연주를 할 수 있는 곳은, 자신감 넘치는 윤현민 사장이 절로 떠오르는 이곳뿐이라는 것을.
그렇게 이지혜는 결심했다.
꼭 카페 드리머의 연주자가 되어야겠다고.
***
“…그, 그렇게 된 거예요.”
이지혜 씨의 사연을 모두 들은 나는, 집으로 돌아와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하면 이지혜 씨의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을까.’
그러던 중, 한 가지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 방법이라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는데…’
나는 곧바로 이지혜 씨에게 전화하여 첫 출근일을 미루자고 말한 뒤, 어떤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틀 뒤.
나는 이지혜 씨를 데리고, 어느 장소로 향했다.
“여, 여기는 왜…”
“오늘 우리가 연주할 장소입니다.”
눈앞에는 거리 한복판에 설치된 공용 피아노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