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54
54화 쇼핑몰 창업 (2)
나는 인터넷에 곽창민 디자이너에 대한 정보를, 특히 그가 디자인한 옷들을 중점적으로 검색해 보았는데.
이는 곽창민 씨의 디자인 스타일이 내가 구상하는 브랜드와 잘 맞을지 판단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결론은.
‘상당히 괜찮은데?’
임예진 씨가 그 특유의 무늬를 새기면서, 신비로운 분위기의 옷을 탄생시키는 디자이너였던 것처럼. 곽창민 디자이너도 그만의 시그니처 스타일이 있었다.
‘체크 패턴을 상당히 잘 쓰시네.’
그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체크무늬의 옷이 아니었다.
곽창민 씨의 시그니처 체크 패턴은 마치, 유명 명품 브랜드인 버바리의 고급스러운 체크무늬를 떠올리게 했다.
게다가 곽창민 씨의 시그니처 디자인은 한 가지가 더 있었다.
체크패턴을 쓰기 힘든, 깔끔한 스타일의 민무늬 옷에는. 눈에 띌 듯 말 듯 한 그만의 고급스러운 디테일이 있었다.
예를 들어, 곽창민 씨가 디자인한 모던한 스타일의 티셔츠를 잘 살펴보면. 밑단에 아주 조그맣게 새겨진 브랜드 로고가, 곽창민 디자이너만의 독특한 필체로 새겨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밑단에 새겨진 로고는, 몰랐을 때는 그냥 평범한 티셔츠로 느껴지게 했지만.
일단 그곳에 로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자꾸만 그 로고에 시선이 가게 되었고. 이게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마치 흰색티셔츠에 유명 브랜드 로고가 새겨지면, 비싼 옷으로 느껴지는 것처럼.’
곽창민 디자이너만의 시그니처 패턴과 로고 디자인은, 저렴한 옷도 고급스럽게 느껴지는 효과가 있었다.
‘마음에 들어.’
나는 그런 곽창민 디자이너의 스타일이, 내가 구상하는 브랜드에 딱 알맞다고 생각되었다.
‘…미식가라고 했지?’
나는 그가 어떤 종류의 음식을 좋아하는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터넷으로는 그의 음식 취향을 하나밖에 알아낼 수 없었다.
‘갑각류 음식을 좋아하는구나.’
내가 찾아낸 것은 곽창민 디자이너가 킹크랩을 먹으며 활짝 웃는 사진들이었다.
나는 이 사진을 캡처하여 곧바로 나영준 씨에게 보내며, 자초지종을 문자로 설명했다.
그리고 답장은 빠르게 돌아왔다.
[마침, 괜찮은 메뉴가 하나 있는데. 언제까지 만들어 놓으면 될까요?]이에 나는 특별 수당을 챙겨드릴 테니, 내일 오전까지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자, 그러면 약속을 잡아볼까.’
나는 임예진 디자이너에게 받은 연락처로 곽창민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전화 너머에서 상당히 까칠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쇼핑몰 사업을 시작하려는 윤현민이라고 합니다. 곽창민 디자이너님 맞으시죠?”
-맞는데, 왜요.
“…임예진 디자이너의 소개를 받고 연락드렸습니다.”
-그래서요?
“곽창민 디자이너님을 고용하고 싶습니다. 이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혹시 내일 시간이 되실까요?”
-서울시 용산구 회나무로 28길 XX-X번지, 오전 11시. 내 작업실로 오세요.
뚝.
갑자기 끊긴 전화에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아직 대화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끊어버리다니.’
전화로도 느껴지는 까칠함도 그렇고. 아무래도 곽창민 씨와의 대화가 그리 순조로울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저런 성격이라면, 다른 직원들하고도 어울리기 쉽지 않겠어.’
함께 일을 할 때,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은 꽤 큰 문제였다. 직원들끼리 의사소통이 안 되면,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나마 혼자 일하는 디자인 분야라서 다행이지….’
그래도 이왕이면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을 원했던 나는, 내심 아쉬웠다.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실력 하나만큼은 뛰어나 보이니….’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곽창민 씨를 적재적소에 잘 쓸 수만 있다면 훌륭한 직원이 되어주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다음 날.
나는 나영준 씨에게서 받은 음식들을 챙겨, 곽창민 씨의 작업실로 향했다.
***
오전 11시.
곽창민은 약속 시간에 딱 맞춰 도착한 남자의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전부 명품 옷이네.’
맞춤형 정장 킹스맨에, 시계는 롤렉스라니. 꽤 돈이 많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래봤자지.’
창업? 쇼핑몰을 만들어?
딱 봐도 견적이 나왔다.
‘어디 돈 많은 집 아들인가 보군.’
세상 물정 모르는 돈 많은 인간이 사업이나 해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하기 좋은 사업 중 하나가 바로 쇼핑몰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쇼핑몰을 시작했다간, 망하기 일쑤지.’
이쪽 업계도 나름 치열했다. 그러니 지금 저 남자가 곧 해올 제안은, 침몰하는 배에 같이 올라타달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뭐, 돈만 맞춰준다면야. 상관없지만.’
문제는 저 남자가 자신이 요구하는 연봉을 줄 수 없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명품 옷도 시계도 좋은데, 타고 온 차가 왜 하필이면 C클래스냐.’
적어도 S클래스였다면 모를까. C클래스라니.
저렇게 애매한 차를 끌고 왔다는 것은, 이 남자의 능력이 그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이었으며. 그것은 자신이 원하는 연봉을 맞춰주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어제 전화드렸었던 윤현민입니다.”
“…아, 예.”
윤현민을 적당히 상대해주다가 빨리 돌려보내자고 마음먹은 곽창민은, 마실 것도 주지 않으며 그를 테이블에 앉히려 했다.
‘…음?’
그런데 그때,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다.
곽창민은 코를 벌렁이며, 냄새의 근원지를 찾았다. 그리고 그 냄새가 윤현민이 들고 있는 종이봉투에서 풍겨온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건 뭐죠?”
“아, 이거요? 미팅이 마침 점심시간이길래, 제가 먹을 것을 좀 챙겨와 봤습니다.”
“그래요?”
“네. 제가 가게를 하나 운영하는데요. 저희 요리사님이 요리를 굉장히 잘합니다. 아마 드셔보시면 깜짝 놀라실지도 모릅니다. 하하.”
곽창민은 속으로 실소했다.
‘어디서 그 헛소문을 들은 모양이군.’
소문대로 곽창민은 미식가가 맞았다. 하지만 그는 이제껏 단 한 번도 음식 때문에 자신의 연봉을 깎은 적이 없었다.
‘아무리 특이하고 맛있는 음식이더라도, 겨우 그것 때문에 자기 연봉을 깎는 멍청이가 어디 있겠어.’
어쨌거나 그 헛소문 덕분에, 오늘 점심엔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을 듯싶었다.
‘나한테 잘 보이려고 가져온 음식인데, 어지간히 신경 썼을 테니까.’
그렇게 윤현민이 테이블 위에 음식을 하나하나 올리기 시작했을 때, 곽창민의 두 눈이 커졌다.
‘…오?’
그가 좋아하는 랍스터, 킹크랩, 킹타이거 쉬림프 등. 온갖 갑각류 요리가 테이블 위에 차려졌다.
꿀꺽.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비주얼의 음식들이었다.
“자, 드셔보시죠.”
고개를 한 번 끄덕인 곽창민이 특이한 양념이 발린 랍스터의 살점을 들어 올렸다.
‘이건…’
그것은 세계 3대 스프 중 하나인 똠양꿍이 생각나는 독특한 맛이었다.
‘똠양꿍의 시큼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가미 된, 부드러운 랍스터의 맛이라니.’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요리가, 이상하게도 굉장히 조화롭게 느껴졌다.
‘각 요리의 맛이 조화를 이루며 극대화된 느낌이랄까.’
첫 한 입이 매우 만족스러웠던 곽창민은. 이어서 킹크랩의 다리 하나를 뜯었다.
‘이 소스에 찍어 먹는 건가?’
잘 발려진 다리 살을 정체 모를 붉은 소스에 찍어 먹은 곽창민은 속으로 감탄했다.
‘이건, 부야베스?’
프랑스의 해물탕이라 불리는 부야베스의 매콤 칼칼한 맛과, 강렬한 샤프란의 향이 부드러운 킹크랩 살에 스며들어 있었다.
‘이 뜬금없는 조합이 대체 왜 맛있는 거지?’
온갖 진미를 다 먹어본 그였지만, 이런 음식은 처음이었다. 이후로 맛본 다른 요리도 마찬가지였다.
‘전혀 안 어울릴 것 같은 요리의 조합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니.’
곽창민은 저도 모르게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정신없이 식사하였다.
그렇게 잠시 후.
“식사는 맛있으셨나요?”
웃으며 물어오는 윤현민에게 곽창민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저 사람의 가게 음식이라고 했지? 이따 어느 가게인지 물어봐야겠다.’
그는 윤현민의 제안은 거절하더라도, 이 음식을 먹기 위해. 그의 가게를 찾아갈 생각이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계약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그래요.”
“혹시 연봉은 얼마를 생각하시는지…”
맛있는 음식을 얻어먹어 놓고, 곧바로 거절하는 것은 좀 아니라는 생각에. 곽창민은 윤현민이 스스로 포기하도록, 아예 처음부터 높은 금액을 불러 버렸다.
“5억. 그 밑으로는 일할 생각이 없습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대부분의 일류 디자이너가 연봉 1억에서 2억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그러니 지금 곽창민이 제시한 연봉은, 그야말로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데.
“좋습니다. 그 연봉으로 하시죠.”
“…예?”
곽창민은 자신이 잘못들은 줄 알았다.
“말씀하신 연봉 5억으로 계약하자고요.”
“…”
“대신, 제가 원하는 느낌의 옷을 분기마다 만들어 주셔야 합니다.”
“그 정도는 어렵지 않은데….”
“역시 일류 디자이너답네요. 그럼 바로 계약서를 작성하시죠.”
윤현민이 기다렸다는 듯,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 테이블에 올렸다.
곽창민은 계약서를 찬찬히 읽어보았다.
‘뭐야? 진짜로 5억에 계약한다는 거야?’
아무리 세상 물정을 모르는 부잣집 아들이라지만. 이렇게 아무렇게나 계약을 하게 되면,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내 알 바는 아니지.’
곽창민은 당장 큰돈을 준다는데, 거절할 멍청이가 아니었다.
즉석에서 사인을 마친 그는, 이제 고용주가 된 윤현민에게 말했다.
“사장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그의 말투엔 까칠함이 완전히 사라져있었다.
***
집으로 돌아온 나는 아까 곽창민 씨와 있었던 일을 다시 떠올렸다.
‘5억이라… 조금 비싸게 계약한 건가?’
나도 일류 디자이너들의 평균 연봉이 1억에서 2억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그가 제시한 5억을 곧바로 수락한 이유는.
‘내가 생각하던 터무니없는 연봉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으니까.’
나는 한 몇십억 얘기할 줄 알았는데. 겨우 5억만 요구하여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5억이면, 라이브 카페로 넉 달이면 벌 수 있지.’
가진 재산의 규모가 커져서 그런지. 요즘 생각하는 돈의 단위가 달라진 느낌이었다.
아무튼. 그래서 나는 별 고민 없이, 그의 제안을 수락한 것이었다.
‘아닌가? 진짜로 맛있는 요리를 대접한 덕분에 조금 깎아준 건가?’
임지혜 씨의 말대로, 독특하고 맛있는 음식이 효과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괜찮은 디자이너를 섭외하는 데 성공한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이내 떠오른 다른 생각에 조금 아쉬워졌다.
‘이번에 마케팅 담당자도 뽑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디자이너만큼이나 중요한 마케팅 담당자를 아무나 뽑고 싶진 않았으니까.
‘이왕이면 일 잘하는 사람으로 뽑고 싶어.’
문제는 마케팅 업무에 지원한 면접자들이 전부 경력 없는 신입이었다는 점이었다.
‘어쩔 수 없지. 당분간은 내가 마케팅 업무를 맡을 수밖에.’
그렇게 되면 한동안 라이브 카페에 신경을 쓰기 힘들어지겠지만, 창업을 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꼬르륵-!
‘배가 고프네.’
아까 곽창민 씨를 대접하느라, 나는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
‘지금 시간이… 오후 네 시.’
저녁을 먹기엔 애매한 시간이었다.
‘편의점에서 간식이라도 사 와야겠다.’
그렇게 잠시 후, 내가 편의점에 들어섰을 때.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그 부장 새끼 때문에 진짜 더러워서 회사 못 다니겠다니까?”
목소리가 들려온 곳에는, 후줄근한 추리닝 차림의 한유경 씨가 새우과자와 맥주를 집어 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