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56
56화 당신이 왜 거기서 나와?
윤현민의 지시대로 디자인한 컨셉 아트를 제출한 곽창민은 생각했다.
‘이게 진짜 될 거라 생각하는 건가?’
윤현민 사장이 제시했던 아이디어는 거의 억지라 봐도 좋을 만큼 조잡하고,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로고가 바뀌는 것만으로, 옷을 비싸게 주고 사는 사람이 있을 리 없잖아?’
아무리 자신이 로고 디자인과 독특한 패턴으로 명성을 얻은 디자이너라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로고가 조금 다른 것을 가지기 위해 사람들이 지갑을 열거라고? 이게 엄청 유명한 브랜드면 모를까, 이제 만들어진 신생 브랜드에서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아.’
곽창민은 매우 부정적으로 생각했지만,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았다. 돈을 받고 고용된 만큼, 그만큼의 서비스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보아하니 윤현민 사장은 대인관계 원만하고, 말 잘 듣는 직원을 원하는 거 같으니. 그렇게 연기해 줘야겠지.’
그랬기에 부정적인 생각과 달리, 곽창민은 최선을 다해 윤현민의 의도대로 디자인했다.
‘로고의 위치에 따라 옷의 느낌이 달라지도록 하고, 필체와 색감도 신경을 썼지.’
같은 로고라도 필체와 색감 등의 요소가 달라지면 그 느낌이 무궁무진하게 달라진다.
여기에 로고를 어깨나 가슴, 밑단이나 등에 위치시키는 것으로 완전히 다른 연출을 할 수도 있었다.
본래, 이런 식의 디자인은 자칫 잘못했다가 조잡한 결과물이 나오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있었다.
‘나는 그런 것에 특화된 디자이너니까.’
곽창민은 대가를 받은 만큼, 고용주의 요구사항을 충실히 이행했다.
‘헛짓거리 같지만, 돈을 받았으니 사장님이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줘야겠지.’
이 일이 헛짓거리라 생각을 하는 것은, 곽창민 뿐만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곧 다른 회사를 알아봐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돈을 많이 준다고 해서 왔더니만, 사장님이 몽상가였을 줄이야.”
“그래도 다른 곳보다 조건은 좋으니, 망할 때까진 다녀보자고.”
곽창민과 마찬가지로, 다른 직원들도 이 사업이 성공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오직 한 사람만 빼고 말이다.
‘윤현민 사장과 전 직장 동료라고 했었지?’
곽창민은 열정적으로 일을 하고 있는 한유경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대체 무엇 때문에 대기업을 때려치고, 이런 조그만 회사로 이직한 거지?’
그는 처음에 그녀가 자신처럼 고액의 연봉이라도 받은 줄 알았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눠 본 결과, 오히려 한유경이 먼저 이직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말로 이해가 가지 않던 곽창민이 한번은 그녀에게 그 이유를 물은 적이 있었다.
“대체 왜 그런 짓을 한 겁니까? 이 말도 안 되는 사업이 정말 성공할 거라고 생각해요?”
“아뇨, 보통은 성공할 리가 없죠. 하지만 그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로 윤현민 사장님이잖아요. 그러니까, 아마 성공할 거예요.”
“…여기서 사장님 이야기가 왜 나오죠? 뭐, 사장님이 손을 대는 사업은 전부 성공한다는 보장이라도 있답니까?”
“네.”
즉답이었다.
너무 단호한 대답에 곽창민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런 그를 이해한다는 듯이, 한유경이 말했다.
“아무래도 사장님이 거암물산에 다니던 시절의 이야기를 해드려야겠네요.”
그녀는 윤현민이 루미에 패션을 기획하면서, 섭외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인물들을 어떻게 데려 왔는지와 루미에 패션쇼가 어떻게 성공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해 주었다.
또한, 그가 퇴사한 이후의 행보까지 이야기해주었는데. 곽창민이 듣기에 이 모든 것들은 잘 꾸며진 소설처럼 느껴졌다.
“…지금 이 모든 게 진짜 있었던 일이라고요?”
“사장님의 가게가 얼마나 잘 나가고 있는지는, 당장 너튜브만 켜봐도 알 수 있잖아요.”
곽창민은 생각했다. 윤현민 사장은 운이 억수로 좋은 사람 같다고.
‘하지만 늘 운이 좋을 수는 없어.’
그는 한유경 씨가 윤현민 사장의 운을 보고 이직한 것은, 크나큰 실수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운이 좋아도, 이게 될 리가 없어.’
곽창민은 어디 한 번 두고 보자는 심정으로, 쇼핑몰 오픈까지 남은 날짜를 계산했다.
‘결과는 곧 알 수 있겠지.’
***
나는 지금까지의 진행 상황과 앞으로 해야할 것들을 하나하나 체크했다.
‘사무실도 차렸고, 사업자 등록도 완료했고, 유능한 직원도 고용했어. 쇼핑몰 사이트와 컨셉아트도 완성되었지. 그럼 이제 남은 것은….’
생산과 유통에 관련된 계약과 적절한 홍보뿐이었다.
‘직원들이 보고하길, 생산 공장과 배송업체는 괜찮은 조건으로 순조롭게 계약이 진행 중이라고 했었지.’
곽창민 씨가 디자인한 옷들은 대다수가 일상복이었는 데다, 괜찮은 아웃터들도 최대한 단순하게 디자인하여 생산 공정을 최소화했다.
‘덕분에 생산 단가를 많이 아낄 수 있게 되었어.’
나는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 한유경 씨가 내가 생각하지 못한. 아니, 깜빡 잊어버린 한 가지를 상기시켜 주었다.
“저희 모델은 언제 구하나요?”
온라인 쇼핑몰에는 피팅 모델이 필수였다. 직접 옷을 입어볼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과 달리, 온라인의 고객들에겐 눈으로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가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이걸 까먹고 있었다니.’
나는 한유경 씨에게 감사하며, 피팅 모델을 얼른 구해겠다고 말하였다.
“사진도 찍어야 하니, 전문 사진기사님도 필요해요.”
“아, 그건 괜찮습니다.”
곽창민 씨가 손을 들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제가 부전공이 사진이었습니다. 지금도 취미로 하고 있고요. 피팅 모델을 찍는 일 정도는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역시 돈을 들인 만큼, 열심히 일해주는 곽창민 씨였다.
“좋네요. 그럼 제가 피팅 모델만 구해오면 되겠군요.”
나는 인맥의 힘을 빌리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었다. 그때, 한유경 씨가 또 한 번 의견을 제시했다.
“노파심에 드리는 말씀인데요. 혹시라도 연예인이나 배우분을 섭외하시면 안 됩니다.”
이지현 씨에게 연락하려 했던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왜죠?”
“배우가 피팅 모델을 하게 되면, 자칫 그 브랜드의 이미지가 고정될 수 있어요. 게다가 우리 브랜드가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기에, 배우분이 이것저것 재면서 시간을 끌다가 제안을 거절할 확률이 높죠. 그렇게 되면, 우리로서는 괜한 시간 낭비를 하게 되는 건데,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모델을 구하는 것이 효율적일 겁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모델을 구해야 하지?’
배우나 연예인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인지도를 가지고 있으며. 충분히 모델 일을 할 수 있는 인물.
‘…그래, 그 사람이 있었지.’
나는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달칵.
-오랜만이네요, 윤현민 씨.
“네, 잘 지내셨습니까?”
전화를 받은 사람은 400만… 아니, 이제는 500만 너튜버가 된 웨이런이었다.
나는 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우리 쇼핑몰의 모델이 되어줄 수 있는지를 물었다.
-가능합니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그가 제시한 조건은 간단했다. 바로 자신의 라이브 방송에 출연해달라는 것.
이에 나는 조금 당황하며 물었다.
“일반인인 저를 섭외하셔서 뭐 하시려고요?”
-…윤현민 씨가 일반인이라고요? 푸하하!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고 계신 것은 아니죠?
웨이런은 내가 인터넷 방송계에서 꽤나 인지도가 있음을 알려주었다.
-제가 윤현민 씨와 친분이 있다는 것을 알아 낸 우리 구독자분들이, 매일같이 윤현민 씨를 섭외해달라고 난리입니다.
“…대체 그분들은 제가 왜 보고 싶답니까?”
-그거야 뻔하지 않습니까. 바로 그 인터뷰 때문이죠.
“…아!”
웨이런 씨의 구독자들은 대부분이 패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때문에 유명 패션 잡지인 퍼팩트 스타일의 구독자가 많았는데, 아무래도 그분들이 알렉산드로 씨와 나의 인터뷰를 보았던 모양이었다.
-만약, 윤현민 씨가 제 방송에 출연해주신다면. 제 모델 지인들을 몇 명 연결해 드리죠.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럼 조만간 방송에서 봅시다.
통화를 종료한 나는, 잔뜩 흥분한 기색의 한유경 씨를 마주할 수 있었다.
“사장님! 방송 출연했을 때, 홍보! 반드시 우리 쇼핑몰을 홍보하셔야 해요!”
그녀는 500만 명에게 홍보할 기회가 생겼다며, 뛸 듯이 기뻐했다.
이틀 뒤, 나는 웨이런 씨와 그와 함께 온 모델들을 통해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나는 웨이런 씨의 방송에 출연하게 되었다.
“여러분들이 그렇게 찾으셨던, 윤현민 씨입니다.”
“…안녕하세요.”
방송은 주로 구독자 분들이 질문을 하면, 내가 답변을 하는 토크쇼의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는데. 가게에서 방송했던 경험으로, 나는 꽤 순조롭게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이런 식의 방송도 생각보다 재미있네.’
나는 즐겁게 방송을 이어나가며, 틈틈이 우리 브랜드를 홍보하기도 했다.
그 결과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내가 쇼핑몰을 열었다는 이야기에 구독자분들이 흥미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루미에 패션을 기획한 사람의 쇼핑몰이라니.
-이분, 현재 다른 사업도 하고 있지 않나요?
-피아노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가게도 운영하는 걸로 알고 있음.
-그런데 이젠 쇼핑몰까지 한다고요?
-몸이 여러 개인가 봐요.
-쇼핑몰 구경하러 가야겠다. 퍼팩트 스타일의 기자가 극찬한 사람의 브랜드는 어떤지 궁금함.
-오픈일이 언제인가요?
이후로 쇼핑몰에 대한 질문들이 쉴새 없이 쏟아져, 나는 정신이 아찔해졌다.
“저희 스텔라 패션의 오픈일은 앞으로 3주 뒤입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질문에 답변하던 나는. 한 음성 도네이션 메시지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현민, 네가 거기에서 왜 나와?]채팅창을 가득 채우는 물음표처럼, 내 머릿속이 의문으로 가득 찼다. 딱 보아도 누구인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일라?’
음성 도네이션을 보낸 사람의 아이디는 ‘Lovely StarDust’였다.
‘그러고 보니, 아일라도 패션에 관심이 많았었지.’
아마 그녀도 유명 패션 너튜버인 웨이런의 구독자였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쇼핑몰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나는 방송 중간에 합류한 그녀를 위해, 다시 한번 쇼핑몰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다니, 대단한데?] [좋아! 나도 홍보를 도와줄게!]툭툭.
이때, 웨이런이 내 발끝을 가볍게 툭툭 찼다. 방송이니 지인과의 대화를 자제해달라는 신호였다.
그것을 알아차린 내가, 잠시 화장실을 가는 척 빠져나와 아일라에게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문자를 보내었다.
그렇게 자리로 돌아온 나는, 다시 즐겁게 웨이런의 방송을 이어나갔다.
***
3주 후.
마침내 스텔라 패션의 쇼핑몰이 오픈하는 날이 찾아왔다.
나와 직원들은 긴장하며, 다 같이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이제 곧 오픈합니다!”
쇼핑몰을 구축한 직원이 침을 꼴깍 삼키며 카운트 다운을 세기 시작했다.
“10!”
9! 8! 7! … 3! 2! 1!
OPEN!
다행히 별다른 문제 없이, 쇼핑몰은 순조롭게 개설되었다.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네요.”
한유경 씨가 그렇게 말한 순간이었다.
“어… 어…!”
쇼핑몰을 살피던 직원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뭐야?! 무슨 문제라도 생겼어?!”
“사, 사, 사장님…!”
직원은 무척이나 당황했는지, 말을 더듬었다.
“처, 첫 구, 구매자가 나왔습니다…! 그, 그런데 금액이… 금액이 이상합니다!”
혹시 무언가 오류라도 발생한 것일까. 나는 급한 마음에 직원에게서 마우스를 빼앗아, 그가 보던 화면을 살펴보았다.
“…어?”
그것은 현재까지 판매된 가장 높은 가격이 표시되는 화면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다음과 같은 금액이 찍혀있었다.
[100,000,000원]옷 한 벌이 1억 원에 판매되었다는 사실에, 함께 화면을 보고 있던 직원들이 입을 벌렸다.
“사장님, 리뷰 댓글이 달려있는데요?”
한유경 씨의 말에 나는 얼른 비공개 리뷰 댓글을 클릭해 보았다. 그러자 영어로 적힌 문장 하나가 나타났다.
[미스터 윤, 뉴욕에는 대체 언제 오십니까?]이전에 LA행 비행기에서 만났던, 골드만리치의 CEO. 루카스 솔로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