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57
57화 명품 브랜드가 될 기회
루카스 솔로몬.
세계적인 투자 은행의 CEO인 그가, 우리 쇼핑몰에 나타난 이유를 알기 위해. 나는 오래전 그에게서 받은 명함을 찾았다.
‘여기 있네.’
지갑 속에 고이 모셔두었던 명함을 꺼내어, 직원들이 없는 탕비실로 향하여 뒷면에 적힌 번호로 국제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신호음 끝에, 그의 비서가 전화를 받았다. 비서는 미리 언질을 들은 것이 있는지, 곧바로 루카스 씨에게 연결해 주었다.
“오랜만입니다, 미스터 윤. 제 선물은 마음에 드셨는지 모르겠군요.”
“…선물로 1억은 너무 과한데요.”
“그런가요? 그래도 수익의 절반을 기부하신다고 하셨으니, 착한일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좋네요.”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림잡아 5천만 원으로 옷 한 벌을 산 셈이잖아.’
아무리 골드만리치 CEO의 연봉이 400억이 넘는다지만, 1억을 아무렇게나 쓸 정도는 아닐 터. 나는 그 이유를 물었다.
“왜 그러신 겁니까?”
“미국행 항공기에서 유감스러운 일을 겪으셨잖습니까. 그때 제가, 미스터 윤에게 뭐라도 보상을 하고 싶다고 했었죠.”
“네. 그래서 제가 뉴욕에 가게 되면 함께 식사하자고 약속하셨잖아요.”
“하지만 미스터 윤은 오지 않으셨습니다.”
그거야 하는 일이 바빠서 가질 못한 것이었다. 게다가 그것 때문에 일부러 찾아갈 이유도 없었고.
“미스터 윤은 제게 연락처도 남겨두지 않으셨죠. 수소문해보았지만, 미스터 윤에게 연락할 방법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미스터 윤이 쇼핑몰을 연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죠.”
“…그런 소문을 대체 어디서 들으셨어요?”
한국의 조그만 쇼핑몰에 대한 소식이 저 먼 나라 미국까지 닿을 일이 있던가? 그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제가 음악을 사랑하는 것은 알고 계시죠?”
“네, 직접 DJ도 하신다고 하셨었죠.”
“그리고 제가 누군가의 팬이라는 것도 말해드렸던 것 같은데요.”
“…아!”
나는 그제야 이 일이 어떻게 벌어지게 된 것인지를 알 수 있었다.
‘아일라였군.’
웨이런의 방송에서 아일라는 우리 쇼핑몰을 홍보해주겠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루카스 씨의 말에 나의 예상이 맞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얼마 전에 스타더스트 밴드의 콘서트를 간 적이 있습니다. 무대에서 한창 공연이 이어지던 중, 약간의 소통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아일라가 그러더군요. 한국의 친한 친구가 쇼핑몰을 여는데 아주 기대된다고요.”
“…그래서요?”
“저는 궁금했습니다. 굳이 콘서트장에서 언급할 정도로 친한 한국이 지인이 누구인지를요. 그렇게 약간 조사를 해보던 중, 그 지인이 바로 미스터 윤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루카스 씨가 나와 연락을 하기 위해, 우리 쇼핑몰에 댓글을 남겨두었던 것이었다.
“잠시만요. 그거랑 옷을 1억이나 주고 구매하신 거랑 무슨 상관이죠?”
“상관이 있지요. 나는 미스터 윤에게 보상을 하고 싶었고, 그 적절한 금액이 1억이었을 뿐인 거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1억은 너무 과합니다. 막말로 제가 겪었던 그 일이, 루카스 씨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잖습니까.”
그런 내 말에 루카스 씨는 곧바로 부정했다.
“아뇨. 어쩌면 상관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예?”
“비행기에 타고 있던 그 인종차별자들은 한국에 어느 기업을 인수하러 갔던 것이었습니다. 인수 자금은 막대하였고, 그들의 회사에선 그만한 자금력이 없었습니다.”
“…설마?”
“예. 그들은 저의 고객이었습니다.”
루카스 씨의 말은 이러했다. 그들의 회사가 골드만리치의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않았다면, 내가 그런 불미스러운 일을 당하지 않았을 거라고.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은 루카스 씨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렇죠. 저는 잘못한 것이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찝찝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무척 깔끔한 사람이라, 그런 찝찝함을 견딜 수가 없어요. 그래서 1억을 주고 미스터 윤의 옷을 구매한 것입니다.”
“…….”
“그리고 옷이 생각보다 세련돼 보여서 마음에 들었기도 했고요. 하하.”
나는 루카스 씨의 마음 씀씀이에 크게 감동했다.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하지만, 그냥 1억을 받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선물 하나 드리려고 하는데 어떠십니까?”
“선물이요? 하하, 괜찮습….”
“아일라의 친필 사인이 새겨진 기타같은 것은 어떻습니까?”
“…당신은 이제 제 최고의 친구입니다.”
루카스 씨는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스타더스트와 어떻게 친해지게 된 것인지를 물었지만. 아쉽게도 그런 이야기까지 나눌 시간은 없었다.
“다음에 기회 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아, 이거 제가 바쁘신 분을 계속 붙잡아 두었군요. 쇼핑몰 오픈 첫날이니 신경 쓸 것도 많으실 텐데, 어서 가보세요.”
“네, 그럼….”
그렇게 통화를 종료하기 직전, 루카스 씨가 한 마디를 남겼다.
“그리고 제 선물은 1억이 전부가 아닙니다.”
“네?”
“하하, 무슨 말인지는 두고 보시면 아실 겁니다.”
통화를 종료한 나는 곧장 직원들에게로 돌아가, 방금 루카스 씨와의 대화 내용을 공유했다.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잘된 일 아닙니까? 어쨌거나 큰 매출액이 발생한 거니까요.”
“아니, 큰 의미는 없겠지. 어차피 일시적인 것이니….”
마지막 말은 멍한 표정의 곽창민씨의 중얼거림이었다.
그는 모두가 자신을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곧바로 표정과 함께 말을 바꾸었다.
“아! 그래도 굉장히 긍정적인 일입니다. 혹시 압니까? 이번 일로 꽤 괜찮은 홍보가 될지.”
홍보라는 말에 한유경 씨가 말을 이었다.
“곽창민 씨의 말대로 어느 정도 홍보 효과가 있을 겁니다. 옷 한 벌이 1억에 팔렸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니까요.”
그건 그럴 것이다. 나라도 별것 아닌 물건이 비싼 값에 팔렸다고 하면, 호기심이 생겨 당장 검색해볼 테니까.
“그럼, 한유경 씨가 이걸 한 번 활용해서 홍보해 보실래요?”
“예! 좋습니다.”
“그리고 곽창민 씨, 혹시 특별한 로고를 만드실 때. 1억 원에 대한 계획도 있었습니까?”
“아뇨… 없었습니다.”
하긴. 그 누가 옷 한 벌에 1억을 주고 구매할 것을 예상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 이상, 없던 계획도 만들어야 한다.
“최대한 빨리 1억짜리 로고 디자인을 만들어 주세요.”
“알겠습니다.”
곽창민 씨가 뭔가 얼빠진 얼굴로,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갔다.
‘곽창민 씨의 말대로 이건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야.’
앞으로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행운인 셈이었다.
‘그러니 저 1억은 매출액이라 생각하지 말자. 그래야 진짜 우리 브랜드의 가치를 계산할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한 나는, 며칠 동안 판매량만 체크하고 매출액은 일부러 보지 않았다. 다른 직원들도 매출액은 확인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처음부터 1억이라는 매출액을 보고 기준이 높아진 직원들이, 실제로 판매되는 자질구레한 금액을 보고 실망할지 모른다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며칠 후. 화면에 떠 있는 최고 구매액을 본 나는 바보처럼 두 눈을 끔뻑였다.
‘갱신 되었어..’
눈앞 화면에 떠 있는 금액이 너무나 이상했다.
‘10억이라니?’
나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
“…이게 어떻게 된 거죠?”
나는 모니터에 떠 있는 최고 구매 가격을 가리키며 담당자에게 물었다.
“어째서 며칠 사이에 금액이 10억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거죠?”
그에 대한 답은 한유경 씨가 대신해 주었다.
“사장님, 우선 이걸 봐주시겠어요?”
한유경 씨는 아웃스타그램과 같은 각종 SNS에 올라온 게시글들을 내게 보여주었다.
“…이건?”
그것은 몇몇 사람들이 스텔라 패션의 옷을 들고, 인증하듯 자랑하는 사진이었다.
“국내외 돈 많은 유명인들이 저희 스텔라 패션의 옷으로 챌린지를 하는 사진입니다.”
“챌린지요?”
“네, 누가 더 특별하고 희소한 옷을 가졌는지 자랑하는 거죠.”
“…….”
사진을 찍은 사람들은 다양했다. 유명 영화에 나오는 헐리우드 배우라던가, 세계적인 인플루언서, 세계 1위 너튜버, 최고의 축구선수 등도 있었고.
심지어 사우디의 기름 부자들도 우리 스텔라 패션의 옷을 들고 인증샷을 남기었다.
이렇듯 수많은 유명인이 우리의 옷을 입고 사진을 남기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인증샷에는 루카스 씨가 있었다.
‘이거였구나. 루카스 씨가 말한 또 하나의 선물이.’
골드만리치의 CEO가 1억이나 주고 구매한 옷이라면, 해외에서도 굉장한 이슈가 되었을 것이다.
‘덕분에 해외 주문량도 엄청나.’
나는 처음 이것을 구상했을 때, 분명 부자들의 과시욕을 자극하자고 말하였었다. 하지만.
‘이렇게 잘 될 줄은 몰랐는데.’
사람들이 자신의 과시욕을 위해 10억을 투척하리라고 어떻게 예상했겠는가.
‘부자들은 다 이런 건가?’
빠르게 쌓여가는 매출액을 보면서, 나는 당혹스러우면서도 기쁜 마음이 들었다.
‘이게 다 얼마야?’
나는 현재까지 누적 구매액을 계산한 액수를 살펴보았다.
[12,311,277,650원.]무려 백억 단위였다.
카지노에서 잭팟을 터뜨렸을 때가 생각나는 금액이었다.
‘며칠 만에 이게 가능하다니.’
물론, 저 중에 일부는 기부하기로 했으니. 실질적인 매출액은 많이 떨어질 것이다.
어쨌거나 덕분에 우리 직원들은 뜻하지 않게 일복이 터지고 말았다. 한 벌에 억대로 구매한 부자들 때문에 생산 라인을 다시 조정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곽창민 씨는 끝난 줄 알았던 디자인 작업을 계속하게 되었다. 억대 구매자들이 만족할 만한 옷을 제공해줘야 했으니까.
“….돼?”
‘응?’
계속해서 이어지는 철야 때문에 힘들었던 것일까? 곽창민 씨가 작업을 하며, 계속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호기심이 생긴 나는 그에게 다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았다.
“이게 말이 돼? 이게 말이 돼? 이게 말이 돼… 이게 말이….”
‘…….’
아무래도 충격이 컸던 모양이었다.
“사장님!”
내게 헐레벌떡 뛰어온 한유경 씨가 핸드폰을 내밀었다.
“이것 좀 보세요!”
핸드폰 화면에는 현재 우리 회사에서 벌어진 일들에 관한 신문 기사가 떠 있었다.
“이 기사 덕분에 일 방문객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어요!”
생각지도 못한 홍보 효과였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때 보았던 유명인들의 SNS를 통한 유입도 굉장했다.
‘유명인들이 입은 옷을 보고, 따라 사는 건가?’
스텔라 패션의 의류는 과시욕만을 파는 것이 아니었다. 곽창민 디자이너의 천재적인 감각으로 만들어진 옷은, 기본 상태로도 굉장히 세련되고 스타일리쉬 했다.
여기서 나는 고민했다.
‘이렇게 되면, 굳이 상한가 제한을 없애는 의미가 없는데.’
내가 상한가 제한을 없애고 고객의 자율로 구매액을 결정하게 만들었던 이유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함이 맞다.
하지만 그것은 초기에 회사를 운영할 자금을 모으기 위해서였을 뿐이다.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이 회사를 설립한 것이 아니야.’
나만의 패션 브랜드를 가지고 싶었고, 언젠가 루미에 패션처럼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옷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이건 아니잖아.’
지금 10억이라는 거금을 주고 옷을 구매한 유명인들은, 우리 브랜드의 옷이 이뻐서 구매한 것이 아니었다.
‘옷은 자랑을 위한 수단일 뿐. 결코 옷이 마음에 든 게 아니야.’
과시욕을 판매하려고 한 내 전략은 잘 먹힌 셈이었다.
하지만 과해도 너무 과했다. 본래 패션 의류가 지닌 의미까지 사라지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이렇게 되면 판매하는 것이 굳이 옷이 아니어도 될 테니까.’
그들이 말하는 챌린지를 위해서라면, 굳이 옷이 아니라 다른 어떤 물건을 팔아도 될 것이고. 더는 패션 회사가 아니게 되어 버릴 것이다.
‘이대로는 안 돼.’
나는 지금의 시스템을 끝내자고 직원들에게 말했다.
“이제부터 정가로 옷을 판매할 겁니다. 이번 일로 홍보는 충분히 되었을 테니, 매출은 꾸준히 나올 테니까요.”
“그럼 기존에 판매했던 프리미엄 로고 라인은 어떻게 하나요?”
프리미엄 로고 라인이란 1억 원 이상의 구매액에 따른, 특별한 로고가 박힌 옷들을 말하였다.
“그것들을 정가로 팔게 되면, 기존 구매자분들이 난리가 날 텐데요?”
그거야 그럴 것이다. 비싼 돈을 줘야 얻을 수 있다는 희소성이 사라지는 것이니까.
“흠… 그럼 그 라인은 이제 생산을 중단하도록 하죠.”
“아예 판매를 안 하신단 말입니까?”
“예. 지금까지 들어온 주문까지만 팔고, 나머지 재고는 전부 폐기하세요.”
“…….”
고개를 끄덕이는 직원들의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눈빛이 느껴진다.
‘당연한가.’
이대로 시스템을 유지하기만 해도 굉장한 돈을 벌 기회가 생긴다. 그 기회를 나 스스로 걷어차는 것이었으니, 직원들의 입장에선 내가 미친놈으로 보였을 것이다.
“어쨌거나 최대한 빨리 기존 시스템을 삭제해 주세요.”
그런데 나의 이런 결정은, 예상치 못한 결과로 돌아오게 되었다.
“…예? 프리미엄 라인의 신상품을 출시해달라는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고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기존 프리미엄 라인들의 디자인이 너무 인상적이었다는 의견이 많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찬찬히 소비자들의 게시글을 읽어보았는데, 그들의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는 어떤 생각이 확고해져 갔다.
‘그런데 이거, 명품을 찾는 사람들의 반응하고 상당히 유사한데?’
아무래도 내 생각보다도 빨리, 우리 회사가 명품 브랜드로 도약할 기회가 찾아온 듯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