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60
60화 저를 고용하시죠
신미래 백화점의 상황을 지켜보던 나는, 즉시 에코 백화점 매장에 있는 직원에게 연락했다.
“그쪽 상황은 어떤가요?”
-여기도 손님들이 엄청 많습니다!
“백화점 바깥까지 줄을 설 정도인가요?”
-그 정도는 아니지만, 다른 층까지 줄을 길게 서 있을 정도입니다!
에코 백화점의 사정은 이곳보단 사정이 나았으나, 그럼에도 준비된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비상사태다!’
나는 즉시 회사에 있을 한유경 씨에게 연락해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직원 중에 트럭 운전이 가능한 분이 있는지 알아봐 주시고, 없으면 최대한 빨리 트럭 운전수를 섭외해서 창고의 재고 물량 전부를 매장으로 배송해 주세요.”
-네, 그럼 저도 당장 빌릴 수 있는 트럭이 있는지 알아볼게요.
통화를 종료한 나는 생각했다.
‘배송이 온다고 해도, 매장에 진열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
직원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더라도, 애초에 사람이 너무 많아 상품을 나를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지.’
나는 사람들을 통제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이는 백화점 직원에게 다가가 말했다.
“총괄 매니저님 좀 연결해주시겠어요?”
“예?”
직원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내게 되물었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세요?”
“지금 이 난리를 어느 정도 해결할 방법이 떠올랐는데, 매니저님과 논의해보고 싶어서요.”
이 혼잡한 상황을 해결할 방법이 있다는 말에, 직원은 서둘러 나를 매니저에게 연결해주었다.
-방법이 있으시다 고요?
“네. 적어도 백화점 내부의 혼잡은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나는 매니저에게 내가 생각한 방법을 설명해 주었다.
“저희 직원들이 곧 트럭에 재고 물량을 싣고 올 텐데, 저는 이 재고 물량을 야외에 진열하여 판매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한다면, 적어도 우리 브랜드 때문에 손님들이 밀고 들어오는 일은 없어질 겁니다.”
내가 백화점에 입점한 것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미어터지는 상황에서, 손님들이 그런 고급스러움을 신경이라도 쓸까?
‘절대 아니지.’
손님들은 그저 빨리 옷을 구매하여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일 것이다.
‘그러니 다소 볼품없더라도, 넓은 야외의 길거리에서 판매하는 것이 효율적이야.’
다만, 명품 옷을 길거리에서 판매한다는 것은. 자칫 잘못했다간 고급스러운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이러다 손님들이 다칠지도 모르니까.’
자칫 피해가 발생한다면, 그거야말로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적일 수 있다.
또, 백화점 입장에서도 손님이 다친다는 것은 최악의 상황이기에. 지금 직원들이 저렇게 최선을 다하여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매니저님은 백화점 앞 부지 사용에 대한 허가를 받아주세요. 그리고 백화점 창고에 남는 옷걸이랑 행거를 좀 꺼내주시고, 트럭이 들어올 공간확보도 미리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냥 현 상태를 유지하고, 백화점에 보관 중인 재고만 파시는 게 어떨까요?
매니저의 목소리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아침부터 때아닌 봉변을 당한 셈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절대 안 되지.’
지금 우리 매장에 방문한 손님 중 절반은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오늘 당장 고향으로 돌아갈지도 모르는 분들을 헛걸음시킬 수도 있는 선택을 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물이 들어오는데 노를 젓지 않는 것은 바보나 하는 짓 아닙니까.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어쩔 수 없죠.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휴대용 카드 결제기도 몇 개 구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련의 대화가 끝난 뒤, 나는 곧장 에코 백화점에 연락하여 같은 부탁을 하였다.
-네, 알겠습니다.
이곳에 비해 조금 여유가 있던 에코 백화점의 매니저는, 별다른 실랑이 없이 흔쾌히 내 부탁을 들어주었다.
그렇게 잠시 후, 나는 신미래 백화점과 에코 백화점의 매니저에게서 공간을 확보했다는 연락을 받았고. 정확히 그 타이밍에 재고 물량을 가득 실은 트럭이 줄지어 도착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빨리?’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도착한 재고 물량을 보며, 나는 한유경 씨에게 연락해 이게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물었다.
-운이 좋았어요. 회사 근처에서 일이 막 끝난 이삿짐센터 분들을 섭외할 수 있었거든요.
“그럼 강남 쪽에도 트럭이 갔나요?”
-네, 그쪽은 제가 직접 가서 관리할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역시, 한유경 씨는 유능했다.
‘좋아, 그럼 이제….’
나는 즉시 매장에서 고군분투 중인 우리 쪽 직원에게 연락하여, 손님들에게 번호표를 나누어주라는 지시를 내렸다.
“현재 매장에 남은 재고 수량에 맞춰 번호표를 나눠주세요. 그리고 표를 받지 못한 고객분들은 손등에 스티커를 붙여드리고. 가장 먼저 밖으로 나오실 수 있도록 안내해주세요.”
-예? 하지만 지금 손님 응대만으로도 벅찬 상황입니다. 지금 인원으로 그것까지 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백화점 총괄 매니저가 도와줄 테니, 괜찮을 겁니다.”
아마, 따로 부탁하지 않아도, 총괄 매니저는 알아서 우리를 도와줄 것이다.
‘아까 살짝 투정을 부리긴 했지만. 애초에 그는 내 요청을 거절할 권한이 없었어.’
왜냐하면 지금의 상황은, 백화점에 굉장한 이득으로 연결되기 때문이었다.
‘무려 30%의 수수료가 생기니까.’
많이 팔리면 팔릴수록, 백화점의 이윤은 극대화된다. 그런 와중에 일개 매니저가 도움을 거절하여 그 기회를 날린다? 그거야말로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자, 그럼. 서둘러볼까.’
나는 오늘 임시로 고용된 이삿짐센터 사람들과 함께 임시 야외 매장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왕이면 좀 있어 보이게는 만들어야겠지.’
백화점 창고를 뒤져, 할인 행사 때 썼을 법한 천막을 구하여 임시 부스와 진열대를 설치했고.
마네킹도 다섯 개 빌려와 옷을 입혀놓는 등의 디테일도 신경을 썼다.
그렇게 약 1시간을 고군분투한 끝에, 제법 봐줄 만한 야외 매장을 만들 수 있었고.
“매장 직원이 여기로 가라던데요.”
마침내 번호표를 받지 못한 첫 번째 손님이 도착하며, 본격적인 판매가 개시되었다.
***
[루나리스 패션의 런칭일인 오늘, 개장 시간보다 훨씬 이른 아침부터 굉장히 많은 손님이 줄을 서 있었습니다.] [줄은 백화점 밖까지 섰을 정도였으며….] [이에 루나리스 패션은 급히 야외 부스를 설치하였….] [이날 루나리스 패션은 준비한 모든 재고를 소진, 하루 만에 모든 상품이 완판되었다고 합니다.] [이에 루나리스 패션의 대표, 윤현민 씨는 아주 운이 좋았다며….]나는 TV 뉴스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2천 5백 벌의 옷이 하루 만에 다 팔리다니.’
매출액을 대충 계산해 보자면, 무려 95억 원에 육박했다.
우리가 판매한 옷은 총 다섯 가지 종류로, 각각의 옷은 대략 2백 5십만 원에서 7백 2십만 원 정도의 가격대로 판매했었다.
‘마진율이 약 50%이고, 신미래 백화점에 30%의 수수료, 에코 백화점에 20%의 수수료를 줘야 하니. 결국 영업이익은….’
이것저것 소비된 비용까지 대충 계산했을 때, 이익은 약 28억 원 정도였다.
여기에서 직원들 월급과 성과급까지도 계산해야겠지만. 어쨌거나 단번에 엄청난 매출을 올린 것이었다.
‘개인사업자 소득세가 45%였지…’
법인이었다면, 세금이 더욱 줄었겠지만. 나는 웬만하면 계산과 운영이 복잡해지는 법인을 낼 생각이 없었다.
‘차라리 세금을 많이 내고 단순하게 운영할 수 있는 개인사업자가 마음이 편할 것 같아.’
세금으로 수익이 줄더라도, 나는 스트레스 없이 마음 편히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다.
어쨌거나, 종합소득세에다 부가가치세 등의 세금까지 대략적으로 계산하면, 내게 떨어지는 금액은 대략….
‘17억.’
그것은 예전의 내 로또 당첨금과 같은 금액이었다.
일생의 운을 다 걸어야 얻을 수 있었던 금액을 이제는 내 힘으로 벌 수 있다는 사실에, 나는 조금 얼떨떨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 운이 좋았어.’
첫 해외여행에서 우연히 알게 된, 루카스 씨의 도움이 없었다면. 나는 명품 브랜드를 런칭하기까지 굉장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해외는커녕, 국내에서의 홍보도 어려웠을 거야.’
루카스 씨는 이런 사실들을 미리 예견하고 그런 행동을 한 걸까?
‘아마 그렇겠지.’
나는 루카스 씨의 마지막 말을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제 선물은 1억이 전부가 아닙니다.
그 말대로였다. 그의 1억은 17억의 가치가 있었으니까.
‘…아무래도 뉴욕에서 만나게 되면, 밥은 내가 사야겠는데?’
내가 밥을 사야 하는 인물은 한 명이 더 있었다.
‘설마, 우리 직원이 말했던 ‘그 기사’가 알렉산드로 씨의 것이었다니.’
알렉산드로 씨는 골드만리치의 CEO가 1억이나 투척하게 된 이름 모를 패션 브랜드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조사를 하던 중.
그 브랜드의 주인이 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곧바로 잡지에 기사를 실어버렸던 것이었다.
게다가 그 기사의 중간에는 루미에 패션쇼의 기획자가 나라는 것이 다시 한번 강조되어 있었다.
[루미에 패션쇼의 기획자가 만든 명품 브랜드, 루나리스.]나는 잘 모르겠지만, 해외에선 이를 두고 굉장한 관심이 쏟아졌던 모양이었다.
‘하긴, 전에 라스베가스에서 알렉산드로 씨가 그랬었지. 해외 패션계에서 나를 주목하고 있다고.’
솔직히, 패션에는 초짜인 나를 주목한다는 사실이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덕분에 이득을 많이 보았으니, 나로서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아무튼, 알렉산드로 씨의 그 기사 덕분에, 런칭 첫날 완판의 기적이 일어날 수 있었어.’
나는 그와 통화하여, 꼭 감사 인사를 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말고, 나중에. 지금은 먼저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그 무엇보다도 우선시 되어야 할, 가장 주요한 일은 바로…!
짠-!
위하여-!
여기저기에서 술잔이 부딪치는 맑은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렇게 좋은 날, 회식을 하지 않는 것은 죄악이지.’
회식 메뉴는 한우였다.
나는 우리 가게에서 회식하고 싶었지만, 대다수의 직원들이 한우가 먹고 싶다는 바람에 회사에서 가까운 한우집인 이곳으로 오게 되었던 것이었다.
‘그래도 다들 만족해하는 분위기라 다행이야.’
한 사람만 빼놓고, 다들 고기와 술을 맛있게 즐기고 있었다. (그 한 사람은 곽창민 씨였다. 그는 한우보다 우리 가게의 메뉴를 먹고 싶어 했다.)
“사장님! 제가 한잔 올리겠습니다!”
회사를 설립하며 제일 먼저 고용했던 5명의 직원이 주는 잔을 차례로 주고받다 보니, 살짝 알딸딸해지기 시작했다.
치이익-!
불판에 고기가 익어가는 소리, 직원들이 저마다 웃고 떠드는 소리 등이 귓가에 아스라이 들려온다.
‘좋다.’
지금의 이 느긋한 정서가 좋았고, 특히 회식을 즐기고 있는 직원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았다.
‘…….’
그런데 그런 직원들의 모습을 계속 보고 있자니,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가슴이 턱 막힌 듯, 생겨난 감정 하나. 그것은 바로 책임감이었다.
‘…가볍게 생각했던 일이 생각보다 커져 버렸어.’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회사를 설립했을 당시에는 몰랐다. 누군가를 고용한다는 것이, 이렇게 큰 책임을 느끼게 될 줄은 말이다.
‘라이브 카페를 차릴 때와는 전혀 달라.’
카페에선 무엇이든 내키는 대로 결정해도 괜찮았다. 어떻게든 감당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제대로 된 회사를 운영하자니 신경 써야 할 점이 너무 많았다.
‘나는 아직 부족해.’
지금이야 주먹구구식으로 어떻게든 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 회사의 규모가 커지게 된다면. 그때도 나의 이런 경영방식이 먹힐지는 미지수였다.
‘게다가 여기에만 너무 시간이 많이 들고 있어.’
나는 하고픈 일이 너무 많았고, 그것을 전부 이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사업 하나에 집중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인가.’
그동안 나는 이 문제에 대해 고민했었고,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전문 경영인을 고용하는 거야.’
전문 경영인의 비싼 고용비는 큰 단점이었지만. 대신, 지금보다 훨씬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다는 점이, 내겐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문제는 믿을만한 전문 경영인을 어디서 구하냐는 건데….’
나는 이에 대해 잘 알고 있을 만한 사람이 한 명 떠올랐다.
‘오랜만에 연락해볼까?’
나는 잠시 가게를 빠져나와, 조용한 장소를 찾았고.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오랜만입니다, 구상민 씨.”
대기업의 전무이사인 구상민 씨라면, 전문 경영인에 대해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된 겁니다. 그래서 혹시 잘 알고 있는 전문 경영인이 있는지 여쭈려고 연락드린 겁니다.”
-전문 경영인이라… 한 명 알고 있긴 합니다.
“정말요? 혹시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구상민 씨의 인맥이라면 충분히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그의 대답에 나는 턱을 벌리고 말았다.
-저를 고용하시죠.
구상민 씨가 말한 전문 경영인은, 본인 자신을 말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