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61
61화 뜻밖의 전개
나는 구상민 씨에게 물었다.
“상록 제약은요?”
-얼마 전에 관뒀습니다.
“예에? 아니, 왜요?”
과도한 업무에 지치기라도 하신 걸까? 아니면, 무언가 심경의 변화라도 생겼던 걸까.
그런 나의 예상과는 달리, 이어지는 구상민 씨의 대답은 의외라면 의외였다.
-얼마 전에 이상철 회장님께서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아.”
재작년, 내가 로또에 당첨이 되고 상록제약의 주식을 통해 큰 이득을 보았었을 때.
상록제약의 수장이었던 이상철 회장이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는 기사를 보았었다.
‘결국, 돌아가셨구나.’
그러고 보니, 얼마 전 뉴스에서 이상철 회장의 사망 소식을 얼핏 봤던 것 같다.
‘근데 이상철 회장의 사망과 구상민 씨의 퇴사가 무슨 관련이 있지?’
아무래도 설명을 더 들어봐야 할 것 같았다.
-저는 다른 회사에서 수많은 스카웃 제의를 받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모든 제안을 거절했죠.
“상록제약에 계속 다니기 위해서요?”
-네. 그리고 제가 상록제약에 계속 다녔던 이유는, 오직 이상철 회장님 때문이었습니다.
구상민 씨의 목소리에 그리움이 묻어 있었다.
“…혹시,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셨나요?”
-예, 이상철 회장님과 저의 인연은 상록제약이 설립되기 훨씬 이전부터 시작되었으니까요.
보아하니 구상민 씨와 이상철 회장의 관계는 굉장히 끈끈했던 모양이었다.
“정말 상심이 크셨겠네요.”
-…예. 한 달 동안 술에 의지했어야 할 정도였죠.
“…….”
전화 너머에서 들려오는 구상민 씨의 목소리가 살짝 떨리고 있었다.
늘 여유롭고 강인할 것 같았던 그가 이런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지금은 저의 고용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그러죠.”
나는 구상민 씨에게 왜 직접 우리 회사의 전문경영인이 되려고 하는지를 물었다.
“구상민 씨 정도의 스펙이라면, 더 좋은 조건의 회사에 이직하실 수 있으시잖아요. 왜 굳이 우리 회사에서 일하려고 하시는지….”
상록제약의 큰 기둥이었던 그라면 내놓으라 하는 아무 대기업을 골라 들어갈 수 있을 터.
‘아무리 명품 브랜드가 되었다지만, 구상민 씨가 다녔던 상록제약에 비하면 아직 구멍가게 수준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구상민 씨가 우리 회사에서 일할 이유가 없었다.
‘혹시, 그냥 나를 도와주고 싶어서?’
나는 예전에 구상민 씨의 차에 치여, 죽다 살아났었다.
그 일로 나는 운수가 대통해졌기에, 아무런 원망도 없지만. 구상민 씨 입장에선 큰 죄책감이 들만한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그 사고는 거의 내 잘못이었는데.’
나는 만약 구상민 씨가 우리 회사에 고용되려는 이유가 죄책감 때문이라면, 곧바로 거절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구상민 씨의 대답은 예상과 달랐다.
-저는 이상철 회장님과 함께 상록제약을 설립했을 때의 기분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습니다.
구상민 씨는 그동안 TV를 통해 보아온 내 행보가 꽤 재미있어 보였다고 덧붙였다.
-돈도 모을 만큼 모았고, 이제는 인생을 좀 즐겨보고 싶더군요.
“그런 거라면 다른 것을 해보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예를 들면 세계 여행같은 것 말이에요.”
그런 내 말에 구상민 씨가 곧바로 대답했다.
-아니요. 저는 일을 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다만, 이제 더는 치열하게 하고 싶지 않은 것뿐이죠.
“아….”
나는 구상민 씨와 대화하며, 그의 성향이 나와 굉장히 비슷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담 직접 회사를 설립하시는 것은 어떠세요?”
-그것도 생각해보았으나, 역시 이 나이에 창업한다는 것이 내키지 않더군요.
아마 하려면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젊은 나와 달리, 구상민 씨는 과감한 도전이 두려운 나이기도 했다.
-보아하니, 윤현민 씨는 다양한 사업에 손을 대실 생각이신 것 같더군요.
“맞습니다. 저는 하고 싶은 사업을 전부 해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겁니다. 다양한 사업을 하려는 윤현민 씨와 함께라면, 상록제약을 처음 설립했을 때의 즐거운 기분을 계속해서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고요.
그런 이유라면 나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환영이지.’
나는 씨익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내일 시간 되십니까? 우리 만나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보죠.”
***
다음 날 아침.
나는 구상민 씨와 대화를 나누며, 계약서를 고쳐나갔고. 약 1시간 만에 우리가 모두 만족할만한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었다.
“여기 사인하시면 됩니다.”
법무 담당 직원의 안내에 따라, 구상민 씨와 나는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이제 정식으로 같이 일하게 되었군요.”
“잘 부탁드려요.”
나는 구상민 씨와 악수를 나눈 뒤, 그를 직원들에게 데려가 소개해 주었다.
“이분은 앞으로 우리 회사를 이끌어주실 전문경영인, 구상민 씨입니다.”
환영의 박수와 함께, 구상민 씨가 짧게 자신을 소개하였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 회사의 전문경영인으로 고용된 구상민입니다. 앞으로 루나리스 패션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보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업무 도중 제가 놓치거나 개선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주저 없이 말씀해 주세요. 경청하겠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구상민 씨의 인사말이 끝났을 때, 한유경 씨가 살짝 불안한 듯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그럼 사장님… 아니, 대표님께서는 경영에서 손을 떼시는 건가요?”
“아뇨, 회사 운영에 꼭 필요한 결정이나 방침은 제가 내릴 겁니다. 물론 지금보다야 회사에 얼굴을 자주 비치진 못하겠지만요.”
전에도 말했듯, 나는 앞으로 더욱 다양한 사업을 시작할 것이므로. 루나리스 패션 하나에만 집중할 수는 없었다.
“그럼 수고들 해주세요.”
직원들에게 인사를 한 나는 구상민 씨에게 다음 시즌의 신상 옷 제작을 부탁한 뒤, 회사를 빠져나왔다.
‘자, 오랜만에 거기에 가볼까?’
나는 한동안 신경 쓰지 못했던, 카페 드리머로 향했다.
.
.
.
잠시 후 도착한 카페의 정경을 바라보며, 나는 마치 고향에 돌아온 듯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사장님!”
나를 발견한 이지현 씨. 아니, 그녀의 쌍둥이 동생 이지혜 씨가 다가와 인사했다.
“오랜만이네요!”
“이지혜 씨도요. 잘 지내셨죠?”
나는 그녀와 간단한 안부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근황을 이야기했다.
“그러면 이제 피아노 공연도 직접 하실 생각이신가요?”
질문을 한 이지혜 씨는 더는 말을 더듬지 않았다. 그러한 그녀의 모습에 나는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예. 가끔 치러 오려고요. 그러고 보니, 저 없는 동안 이지혜씨가 고생이 많으셨죠?”
“고생이라뇨?”
“그동안 교대 없이 하루도 쉬지 못하고 피아노를 치셨잖아요.”
법정 최대 근로시간인 주 52시간을 넘기지는 않았지만, 아슬아슬했기에 나는 그녀에게 굉장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지혜 씨는 오히려 아쉽다는 듯 말했다.
“아닌데요. 오히려 사장님께서 돌아오신 바람에, 제 연주 시간이 짧아진 게 더 불만이에요.”
“…예?”
“저는 피아노 연주를 하루종일도 할 수 있거든요.”
9년이나 피아노 연주를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반동이랄까. 오히려 이지혜 씨는 내가 정해준 출근 시간보다 무려 1시간이나 일찍 나와, 피아노를 연주했다고 털어놓기 까지했다.
“…이지혜 씨, 주 52시간의 근로시간을 넘기시면 어떻게 합니까….”
“아,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좋아서 한 일인데요. 그 한 시간은 손님의 자격으로 연주한 거로 생각해주세요. 게다가 작년에 법정 근로시간이 주 69시간으로 늘어나지 않았나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거 정부에서 강행하다가, 전국단위로 시위 일어나서 결국 무산됐잖습니까.”
“아? 그랬었나요?”
작년까지만 해도 집에만 틀어박혀, 인터넷 방송만 보던 이지혜 씨는 몰랐던 모양이지만.
작년에 일어난 대규모 시위는 정말이지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시위라 할 만큼 대단했었다.
‘그 어떤 폭력성이 없이, 단체로 그저 조용히 걷기만 하는 시위였는데도. 엄청나게 살벌했었지.’
독기라고 할까. 보이지 않는 그 어떤 아우라라고 할까.
주 69시간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눈에는 TV 화면 너머에서도 엄청난 살기가 느껴질 정도였었다.
“아무튼, 추가로 근무하신 것은 제가 따로 정산해드리죠.”
“아니, 전 정말 괜찮은데요.”
“제가 불편해서 그러죠.”
나는 정산 금액에 몰래 보너스를 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냥 드리면 받질 않으실 테니. 그리고 이왕 하는 김에 내가 없는 동안 가게를 잘 관리해준 매니저들에게도 보너스를 지급해야지. 아! 나영준 씨도 챙겨드려야지. 곽창민 씨를 영입하는 데 큰 도움을 주셨으니까.’
그렇게 챙겨줄 사람들을 하나씩 떠올리던 내게, 이지혜 씨가 물었다.
“그럼 피아노 공연을 지금 당장 하실 건가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바로는 아니에요. 사무실에서 처리할 일이 좀 있거든요.”
나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카페 드리머와 아우라의 매출액과 영업 이익 등을 계산할 생각이었다.
“대충 얼마나 걸리실 것 같아요?”
“글쎄요? 대략 2시간이면 되지 않을까요?”
“그럼 손님들이 제일 많을 점심시간에 연주하시겠군요….”
이지혜 씨의 얼굴에 짧은 실망감이 스쳐 지나갔다. 아마도 피아노를 치지 못한다는 것에 실망한 모양이었다.
“…오늘은 제가 1시 반쯤 사무실에서 나올 테니, 그때까지는 연주하고 계세요.”
“정말요?!”
“네. 게다가 저는 매출액 계산하는 것 말고도 다른 할 일이 있거든요.”
거짓말이었다.
내게 지금 다른 할 일은 없었다. 하지만 내가 없는 동안 고생해준 그녀를 위해, 약간의 양보를 해준 것이었다.
“그럼 저는 매니저들 먼저 만나고 사무실로 올라갈 테니, 이지혜 씨는 지금부터 연주를 시작해 주세요.”
“넵!”
잔뜩 신이 난 이지혜 씨의 모습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성격이 많이 밝아져서 다행히야.’
엉망진창이었던 그때의 길거리 연주가 도움이 되었던 건지, 아니면 그저 카페에서 매일 연주하는 것이 그녀의 아픔을 무뎌지게 만들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우리 가게의 존재가, 이지혜 씨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
‘이지혜 씨, 이대로 잘 극복할 수 있길 바랍니다.’
아직 그녀는 우리 가게가 아닌 다른 장소에선 피아노 연주를 하기 어려워한다고, 그녀의 언니인 이지현 씨에게 들었었다.
‘우리 가게에서 계속 일하다 보면, 언젠가 과거를 완전히 극복할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매니저를 만나기 위해 스텝실로 향했다. 그렇게 매니저와 짧은 대화를 나눈 나는, 곧장 사무실로 향했다.
‘괜찮은데?’
내가 신경 쓰지 못한 지난 세 달간의 영업 이익을 검토하며 계산했던 나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수입이 늘진 않았지만, 줄지도 않았어.’
드리머와 아우라의 평균 한 달 영업 이익은 1억 5천 정도였다.
‘세 달간 이 돈에는 손을 대지 않았으니, 4억 5천 정도가 저축되었겠네.’
억 단위가 통장에 쌓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나는 기가 막혔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이렇게 큰돈을 벌 어들일 거라곤 상상도 못 했었는데.’
이젠 로또 당첨금은 우스울 정도였다.
‘이 돈으로 뭘 하면 좋지?’
돈은 취미 삼아 모으는 수집품이 아니었다. 투자하든, 소비하든 어떻게든 사용을 해야 돈을 버는 의미가 있을 터였다.
‘…슬슬 집을 구할 때가 되었지.’
상필이가 유예해준 6개월도 슬슬 끝이 다가왔다.
‘어디가 좋을까.’
그렇게 내가 사무실 컴퓨터로 부동산을 살피기 시작했을 때. 바깥의 홀 쪽에서 어느 여성의 높은 고함이 들려왔다.
-!@$%!!!!
무언가 일이 생겼음을 직감한 나는, 직시 사무실을 뛰쳐나왔다.
‘이지혜 씨?’
그랜드 피아노의 앞에서 이지혜 씨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어떤 아주머니가 어느 꼬마 아이의 손을 쥔 채,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있었다.
“아니! 우리 애가 피아노를 좀 만져보게 해달라는데! 그게 그렇게 비싸게 굴 일이야!?”
“죄, 죄송합니다. 하, 하지만 아이의 손에 토마토 소스가 잔뜩 묻어 있어서….”
“지금 우리 애가 더럽다고 말하는 거야? 어머! 기가 막혀서 정말!”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딱 봐도 진상이 분명했다.
‘…내 가게에서 행패를 부리다니.’
나는 진상을 상대하기 위해, 무대로 향하려 했다. 그런데 그때, 매니저가 내 옷깃을 붙잡아 세웠다.
“사장님! 안 됩니다! 저 손님을 건드리면 큰일 나요.”
매니저는 저 아주머니가 이 근처에서 가장 유명한 맘카페 운영자라고 설명하였다.
“저분 영향력이 대단합니다. 괜히 건드렸다가, 카페에 글이라도 올리면. 이 근처에 사는 손님들의 발걸음이 뚝 끊기게 될 거예요.”
“그래요? 그런데 상관없을 것 같아요.”
“…예?”
손님이 줄어들고, 그로 인해 매출이 줄어든다 해도. 나는 별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돈은 지금도 충분히 많이 벌고 있으니까.’
이 가게에 세를 든 것도 아니었으니, 내가 눈치를 볼 이유 따윈 없었다.
오히려 나는 내 소중하고 안락한 공간에서 분탕질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이 거슬릴 뿐이었다.
게다가.
‘이지혜 씨가 다시 말을 더듬잖아?’
저런 진상 때문에 겨우 좋아진 상태가 다시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 나는 너무나 화가 났다.
“사, 사장님!”
나는 만류하는 매니저를 뒤로한 채, 진상 아주머니가 있는 무대 위로 올랐다.
“당장, 우리 가게에서 나가주세요.”
나는 진상 아주머니와 약간의 말다툼 끝에. 그 아주머니를 내 가게에서 내쫓는 데 성공했다.
그 모든 과정을 구경하던 손님들이 몰래 촬영했고, 몇몇은 너튜브 영상에도 올라가게 되었다.
또한, 매니저의 예상대로 그 아주머니는 인터넷 카페에 나와 우리 가게를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저는 어제, 제 아이를 데리고 소문이 자자한 카페 드리머에 방문하였….] […제 아이가 어린 마음에 피아노를 만져 보고 싶다고 조심스럽게 요청했는데, 그 직원이 무척이나 신경질을 내며….] [그 와중에 사장이라는 작자가 나타나 저에게 온갖 폭언과 욕설을 하기 시작….] [이러한 것은 참고 넘길 수 있었으나, 드리머의 사장이 아무 잘못도 없는 우리 아이를 혼냈던 것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기에 이 글을 남깁니다.]사실과 전혀 다른, 과장된 글이 일파만파로 퍼졌고. 이 일을 통해 우리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뭐야?’
상황이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왜 손님이 더 몰려드는 거지?’
나는 이 예측불허한 전개가 무척 당황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