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63
63화 로열 리버파크 아파트 (2)
부동산 사장님과 만난 나는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곧장 집을 구경하러 출발했다.
첫 번째 집은 15층 높이의 한강 동아 아파트였다.
“이곳은 지어진 지 올해로 30년이 된 아파트로서, 곧 재건축이 시작될 예정이랍니다. 따라서 투자와 거주를 겸할 생각이시라면, 더할 나위 없는 매물이에요.”
확실히 낡은 아파트였다. 겉은 페인트를 새로 칠해서 그나마 나았지만, 아파트 내부로 들어서니 곳곳에 거미줄 같은 실금이 발견될 정도였다.
‘그래도 이 정도면 관리가 잘된 편인 건가?’
엘리베이터도 새 걸로 교체하였고, 아파트 게시판에는 노후화된 파이프를 곧 점검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이는 관리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자, 여기입니다.”
사장님은 집주인에게 미리 현관 비밀번호를 들었는지, 곧바로 아무도 없는 집의 문을 열었다.
“오, 인테리어가 정말 깔끔한데요?”
낡은 외부의 모습과는 달리, 실내의 모습은 굉장히 고급스러웠다.
“네, 집주인 분이 인테리어 업자시거든요. 벽지는 실크에, 바닥은 강화마루라 쉽게 긁히거나 찍히지도 않아요.”
“그렇네요. 다른 하자는 없나요?”
“집이 낡은 탓에 가끔 노후화된 시설 문제가 나타나긴 하지만, 크게 불편한 정도는 아니에요. 게다가 곧 재건축이 될 예정이니, 긍정적으로 생각하여 참을 수도 있고요.”
“…….”
결국엔 참고 살아야 한다는 말이었기에, 나는 조금 실망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거실을 살펴보자.’
한강 근처의 아파트라면, 응당 전망이 좋아야 한다. 나는 오로지 집안에서 보이는 한강의 풍경을 위해, 이곳 아파트를 보러 온 것이었다.
“와우.”
방금까지 느꼈던 부정적인 마음이, 눈 앞에 펼쳐진 시원한 풍경에 눈 녹듯 사라졌다.
‘통유리 창문이라 뷰가 시원시원하네.’
거실에 놓여있는 쇼파에 누워, 고개만 살짝 돌리면 바로 보이는 한강의 모습이라니.
‘나쁘지 않아.’
약간의 불편함만 감수하면, 재건축으로 차익을 실현할 수도 있으며. 무엇보다 인테리어를 따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괜찮네요.”
“마음에 드세요? 하지만 바로 결정하진 마시고, 다음 매물도 구경해 보세요.”
당연히 그럴 생각이었다.
‘가장 보고 싶은 아파트는 아직 구경도 안 했으니까.’
나와 사장님은 근처의 다른 단지로 이동했다.
“이곳은 완공된 지 27년이 지난 아파트지만, 얼마 전에 리모델링이 이뤄져 완전히 탈바꿈했습니다.”
“말이 리모델링이지, 완전 새 아파트인데요?”
리모델링은 지어진 지 25년 이상이 지난 아파트가 기본 골조를 그대로 두고, 나머지 요소들을 완전히 뜯어고치는 것을 말했다.
‘쉽게 말해서 건물을 이루는 뼈대만 내버려 두고 아파트를 짓는 것이지.’
재건축과 달리, 뼈대가 남아있기에 시공 시간과 비용이 상당히 줄어드는 이점이 있었다.
“그럼 내부도 한번 보실까요?”
그렇게 사장님의 안내에 따라 들어선 집안의 풍경은 분명 세련되고 예뻤다. 하지만 나는 첫 번째 집보다는 별로라 생각했다.
그 이유는 두 집의 인테리어가 거의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고만고만하다면 이전 집이 낫지. 동아 아파트는 재건축이라도 기대해볼 수 있으니까.’
기본 골자를 그대로 두고 공사하여, 내부 구조를 거의 바꿀 수 없는 리모델링의 한계였다.
“바로 다음 집으로 가보실까요?”
내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것을 눈치 챈 사장님이, 곧바로 나를 다음 집으로 안내했다.
그러나 이후로 방문한 집들은 이전 집보다도 더 별로였다.
통유리 창문이 아니어서 한강이 잘 안 보인다던가, 집의 구조가 답답하다던가 등의 하자가 하나씩 발견되었기 때문이었다.
‘이쯤 되면 아예 첫 번째 집을 고르라고 강요하는 수준인데….’
부동산 사장님이 골라 주신 곳만 보았다면, 그렇게 의심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구경한 대부분의 집은 내가 미리 알아보았던 곳들이었다.
‘…이제 믿을 것은 거기 뿐인가.’
내가 가장 기대하고 있는 아파트이자, 아까 신반포역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곳.
‘로열 리버파크 아파트.’
나는 사장님에게 물었다.
“혹시 더 구경할 아파트가 없다면, 곧바로 로열 리버파크로 가면 안 될까요?”
“안 그래도 지금, 그곳으로 안내하려 했었습니다.”
“잘됐네요.”
기대감을 잔뜩 가진 채, 나는 사장님의 뒤를 따랐다.
“방명록 작성해주시고, 소지품을 하나 맡겨주세요.”
로열 리버파크 아파트는 굉장히 보안에 철저했다. 외부인은 무조건 방명록과 소지품을 맡겨야만, 임시 보안 카드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보안 카드가 없으면, 엘리베이터는 작동하지 않았다.
‘도둑 걱정은 없겠네.’
조금 귀찮은 과정이 있었지만, 나는 이렇게 보안이 뛰어난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보안 카드를 받아 들어선 로비는 마치 고급 호텔을 연상시키듯 화려했다.
[문이 닫힙니다.]‘…어!’
아파트 입주민을 태운 엘리베이터의 문이 반쯤 닫히고 있었고, 나는 얼른 달려가 엘리베이터를 잡으려 했다.
그런데 그런 나를 부동산 사장님이 말려 세웠다.
“저건 입주민 전용 엘리베이터에요. 방문객 엘리베이터는 따로 있습니다.”
사장님이 안내한 엘리베이터는 잘 보이지 않는 구석진 장소에 있었다.
“이곳 아파트에 방문하시는 배달 기사님 전용이자 화물 엘리베이터에요.”
“…그렇군요.”
화물 엘리베이터라곤 하지만, 웬만한 아파트의 엘리베이터보다 고급스러웠다.
내가 속으로 감탄하고 있는 사이, 사장님이 엘리베이터 보안 패드에 카드를 갖다 대며. 49층 버튼을 눌렀다.
우우웅-
‘생각보다 느리네.’
엘리베이터의 속도는 답답함이 느껴질 정도로 느렸다.
‘고급아파트의 엘리베이터는 고속으로 이동하지 않나?’
내가 지금 얹혀사는 아파트의 엘리베이터도 굉장히 빠르게 이동했다.
나는 이러한 의문을 사장님에게 여쭤보았다.
“별거는 아니구요. 이게 화물용이다 보니, 안전을 위해 속도가 다소 느린 것뿐이에요.”
“아, 그럼 입주민용 엘리베이터는….”
“호호, 당연히 훨씬 빠르죠.”
띵!
마침내 49층에 도착한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복도의 모습에 또다시 감탄했다.
‘진짜 호텔 같잖아?’
깨끗한 대리석 바닥이며, 복도에 걸려있는 우아한 꽃장식들. 그리고 은은한 조명까지.
‘정말 마음에 든다.’
지금까지의 모습만으로도 앞선 아파트들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처음 보았던 아파트를 제외하곤, 비교 대상이 없겠는데.’
아직 집안을 구경하지 않았으니, 모르는 일이었지만. 로비며 복도가 이렇게나 좋은데, 집안 내부가 별로일 리가 없었다.
띵동-!
초인종을 누르자, 안에 있던 집주인이 직접 문을 열며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들어오세요.”
어딘가 피곤해 보이는 집주인을 따라 들어서자, 드넓은 집안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거지…!’
바닥에 깔린 대리석 장판이며, 부드러운 재질의 실크 벽지까지. 내가 원했던 고급아파트의 모습 그대로였다.
“…저는 잠시 편의점 좀 다녀올 테니, 천천히 둘러보세요.”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예?”
집주인은 내 얼굴을 유심히 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관상이 참 좋으시네요.”
“아… 감사합니다.”
“…혹시 성함이 어떻게…. 아니, 아닙니다. 집을 매입하실지 아직 확실하지 않으니까….”
집주인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현관 밖을 나섰다.
‘…뭐지?’
고개를 갸웃한 나는, 가장 먼저 거실의 전망을 확인했다.
‘우와…!’
아까 제일 처음에 구경했던 아파트와는 차원이 다른 전망이었다.
21층의 뷰도 굉장하다고 생각했지만, 49층에서 바라본 바깥의 풍경은 황홀함 그 자체였다.
‘마치 하늘과 서울이 맞닿아 있는 경계선에 서 있는 것 같아.’
한강을 거니는 사람들이 개미만큼 작게 보이고, 동작대교를 건너는 자동차들이 조그만 미니어처 장난감처럼 보인다.
한강의 건너편, 저 멀리 보이는 남산 타워와 그 아래 줄지어 늘어선 아파트와 주택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는 광경에. 나는 왠지 모를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
‘야경 끝내주겠다.’
창문을 살짝 열자 불어오는 시원한 강바람은, 제주도에서 하늘을 마음껏 날았던 그때의 자유로움을 떠올리게 했다.
‘서울 전부가 내 것이 된 기분이야…!’
그렇게 내가 창밖 풍경에 감동하고 있었을 때, 부동산 사장님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바람이 상쾌하죠? 고층이라 분진이 없어서 그래요. 게다가 저층에서는 잘 들려오는 도로의 소음도, 이곳에선 잘 느껴지지 않죠.”
“확실히 쾌적하네요.”
“또 여기가 최고층보다 한층 낮은 곳이긴 하지만, 사실상 최고층이나 다름없어서. 층간소음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사실상 최고층이라뇨? 그게 무슨 말이에요?”
“50층은 120평 규모의 펜트하우스인데, 집주인이 혼자 살아요. 게다가 하는 일 때문인지 한 달에 한두 번만 집에 들르는 걸로 알고 있어요.”
“아하.”
그럴 거면 뭐하러 이런 곳에 집을 얻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쨌거나 나로선 최고의 이웃이었다.
‘뭐, 각자의 사정이 있는 법이니까.’
그때, 부동산 사장님이 내게 물었다.
“혹시 고객님은 펜트하우스에는 관심이 없으신가요?”
“아, 네. 너무 넓은 집은 부담이라서요.”
어차피 혼자 살 집인데, 100평이 넘는 구조는 낭비일 뿐이라 생각했다.
‘청소하기도 쉽지 않고, 쓸데없이 넓기만 할 뿐이야.’
사실 45평도 과한 편이긴 했지만, 나는 이 정도가 혼자 살기 좋은 넓이의 마지노선이라 생각했다.
“그럼 집을 좀 더 둘러볼게요.”
나는 수도꼭지를 틀어보고, 구석진 곳에 곰팡이는 없는지 확인하는 등. 집에 다른 하자가 없는지 꼼꼼하게 체크했다.
‘모든 게 완벽하잖아?’
그나마 거슬리는 것은 집주인의 특이한 가구와 물건들 뿐이었으니, 사실상 여기가 내가 딱 원하는 조건의 집이라 할 수 있었다.
‘집주인분이 점성술을 하시나?’
집안 곳곳에는 각종 타로카드와 점을 볼 때 쓰는 커다란 구슬. 그리고 서양에서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알려진 토끼발 같은 것이 늘어져 있었다.
이런 물건 때문에 집안의 분위기가 묘하게 어둡게 느껴졌지만, 그거야 내가 이 집을 계약하고 나면 해결될 일이었다.
‘물건과 가구만 빼놓고 보자면, 인테리어는 자체는 괜찮아.’
나는 블랙 앤 화이트의 깔끔하고 모던한 느낌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따로 인테리어를 할 필요가 없겠는데요?”
“아, 맞습니다. 여기 전전 집주인이 굉장히 신경 써서 인테리어를 하셨거든요.”
“바닥도 대리석 장판이고, 거실에 분위기 있는 조명이 설치되어 있어서 참 좋네요. 도배만 하고 이사 오면 되겠어요.”
“그렇죠. 아니, 잠시만요. 고객님, 이사를 오신다는 말씀은…”
나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집이 너무나 마음에 드네요. 바로 가계약 걸겠습니다. 계약금 5억 원을 어디로 보내면 될까요?”
사람에겐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이라는 게 있다. 그리고 내 감은, 이 집을 꼭 얻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두근두근.
‘이제 나도 한강뷰 아파트의 주인이 되는 거야.’
***
열흘 뒤.
“…이체 확인했습니다.”
나는 집주인에게 나머지 잔금인 45억 3천만 원을 보내며, 계약을 완료했다.
“거래 감사합니다.”
나는 집주인이었던 남성, 이희철 씨와 악수를 하며 인사했다.
“그럼 수고하세요.”
그렇게 내가 부동산을 벗어났을 때, 곧바로 뒤따라온 이희철 씨가 나를 불러세웠다.
“…잠시만요.”
“아, 네. 무슨 일이시죠?”
“…윤현민 씨에게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이희철 씨는 계약서에 적힌 내 이름을 가리키며 말했다.
“…갑자기 이런 말씀 드리기 좀 그렇지만, 당신의 성함은 굉장히 불길합니다. 현의 ㄴ자와 민의 ㅁ자는 화수로 상극이며, 현민이라는 이름 자체도 민의 ㄴ자 때문에 수화로 상극이라. 이름 전체가 토화수화로 상극입니다.”
“…예?”
갑작스러운 이름 풀이에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희철 씨는 그런 내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설명을 이어나갔다.
“이런 이름은 고난과 풍파. 그리고 실패와 좌절로 가득 찬 삶을 살게 됩니다. 개명하면 조금 나아지긴 하겠지만, 이미 그 이름으로 살아온 세월 때문에 불행한 운명을 완벽하게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
“그런데 어떻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윤현민 씨의 관상은 그러한 역경의 운명이 보이질 않습니다. 이런 경우는 죽다 살아난 것이 아니라면 있을 수가 없는데….”
그 말에 나는 속으로 굉장히 놀랐다.
‘대체 뭐 하시는 분이길래 이런 걸 아는 거지?’
이희철 씨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 윤현민 씨가 매입한 아파트는 풍수지리학적으로 굉장히 좋은 위치에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요?”
“운명이 바뀐 윤현민 씨는 그 집의 좋은 기운을 잘 받아들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더 많은 행운을 불러들이게 되겠죠. 그러니 웬만하면, 그 집을 떠나지 마세요.”
‘그러니까, 이희철 씨의 말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내가 이 집을 얻게 된 것은, 억수로 운이 좋은 일이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제게 왜 이런 이야기를 해주시는 건가요?”
“…글쎄요. 그냥 오지랖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뻔히 눈에 보이는데 말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고 할까요.”
납득은 되지 않았지만, 어쨌거나 내 운세를 점쳐 주신 분이었기에. 나는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러자 이희철 씨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내게 한마디를 더 해주었다.
“집이 팔린 기념으로, 한 가지 조언을 더 드리자면. 머나먼 서쪽의 땅으로 가보세요. 그곳에서 당신은 엄청난 행운을 맞이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