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65
65화 루미에 & 루나리스
강진수 사장이 윤현민과 통화하기 몇 시간 전.
그는 강진목 회장의 호출을 받아, 회장님과 대면하고 있었다.
“네가 그놈이랑 같이 스위스를 좀 다녀와야겠다.”
“그놈이라면… 설마?”
“그래, 이기형 말이다.”
이기형이라는 이름에 강진수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
‘또 그놈이랑….’
이기형은 여동생의 전남편. 그러니까 한때 매제였던 인물로, 현재 루미에 패션 부서의 부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강진수 사장은 그런 이기형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능력도 없는 이기형 때문에 더 날아오를 수 있는 브랜드가 지지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놈은 그때 왜 하필 그런 요청을 해서…!’
이기형은 제 욕심 때문에 증거인멸을 시도하다 자격이 박탈된 변호사였다.
그런 패션하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쓰레기를 요직에 앉힌 이유는, 놈이 비자금을 빌미로 루미에 패션의 부장직을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그 빌어먹을 비자금 때문에…!’
작년 여름. 강진수 사장은 회장님의 명으로 비자금을 세탁하러 스위스로 향했었다.
하지만 뜻밖에 벌어진 사건으로 인해, 도저히 자금 추적을 피할 수 없게 되었고. 강진수는 어쩔 수 없이 회장님께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다.
‘그때 회장님께서 보내주신 인물이 이기형이었지.’
마침 이기형은 당시 스위스에서 머물고 있었는데, 어느 미술품 갤러리 관장과 사귀고 있었다.
‘갤러리 관장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회장님이 놈을 내게 보냈었지.’
미술품은 상당히 고가이며, 자금 세탁하기 좋은 물품이었고. 만약 그의 명의를 빌릴 수 있다면, 이기형은 법적으로 우리 그룹과 상관없는 사람이었기에 비자금을 추적하기 매우 까다로워지게 된다.
이러한 사정을 들은 이기형은 앞서 말했던 루미에 패션의 부장직(원래는 전무직을 요구했으나, 그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기에 부장직으로 타협했다.)을 조건으로, 애인의 힘을 빌려 비자금으로 대신 미술품을 구매해주었다.
그 관장은 루미에 패션의 광팬이었고, 애인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이기형이 저런 이상한 조건을 걸었던 것이었다.
‘덕분에 우리 루미에 패션에 먹구름이 껴버렸어.’
강진수 사장의 입장에서 이기형의 존재는 눈엣가시나 다름없었다. 잘 나가고 있던 브랜드의 명성에 제동을 건 인물이니 말이다.
“무슨 생각을 하길래, 대답도 없이 그러고 있는 거야? 왜? 가기 싫은 거냐?”
은근히 책망하는 듯한 목소리에 강진수 사장이 화들짝 놀라며 얼버무렸다.
“아, 아닙니다. 당연히 다녀와야죠. 스위스라면 ‘그일’ 때문 아닙니까.”
“그래. 이제 몇 달이나 지났으니, 슬슬 내 비자ㄱ… 아니, 미술품을 되찾아올 때가 되었지.”
이에 강진수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당장 출국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강진수 사장이 저택을 빠져나가기 위해 걸음을 뗀 순간, 강진목 회장이 한 마디를 툭 던졌다.
“요즘 패션 사업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오지 않더구나.”
“…죄송합니다.”
“왜? 이기형 그놈이 일을 그렇게 못하더냐?”
그 말에 강진수 사장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역시 다 알고 계셨구나.’
강진목 회장은 바보가 아니었다. 자신의 그룹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속속들이 알고 있는 그가, 이기형의 일 처리가 얼마나 엉망인지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회장님의 말에 강진수 사장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 들 수밖에 없었다.
“쯧쯧, 주인이 마름에게 휘둘리다니. 실망이구나.”
“…예?”
“내가 그 무능력한 놈의 조건을 왜 받아준 줄 아느냐? 그놈이 그 자리에 있어봤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강진수 사장은 조금 억울했다.
자신도 그딴 놈에게 휘둘리고 싶지 않았지만, 이기형이 비자금 미술품을 손에 쥐고 있었기 때문에. 가만히 참아주었던 것이었으니 말이다.
강진목 회장은 그런 강진수에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게, 잘못이란 소리다.”
“예? 하지만 괜히 놈을 건드렸다가, 다른 마음이라도 품으면. 비자금이….”
“그깟 비자금이 몇 푼이나 한다고!”
갑작스러운 강진목 회장의 노성에 강진수는 두 눈을 크게 떴다.
“그깟 천억 원은 없어도 그만이다. 내가 너를 시켜서 그 비자금을 찾아오라고 한 이유는. 가져올 수 있는 돈을 굳이 날릴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지, 그 돈에 집착해서가 아니었다.”
“…….”
“그깟 푼돈 때문에 아랫사람에게 휘둘려야 한다면, 과감하게 버릴 줄도 알아야지. 어디서 자존심을 굽히고 앉아있어!”
강진수는 그 말에 크게 깨달을 수 있었다.
‘만약, 내가 비자금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이기형은 지금처럼 마음대로 까불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 이기형이 앙심을 품었더라도, 정말 천억 원을 가로채지는 못했을 거야. 그럴 배짱이 없는 놈이니까.’
강진수는 만에 하나 비자금을 잃는다면 강진목 회장이 실망할 수 있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이기형에게 휘둘려 왔던 것이었다.
‘하지만 회장님이 내게 바라신 모습은 그런 게 아니었던 거야.’
강진목 회장은 강진수가 얼마나 리더로써의 자질이 있는가를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만 가봐.”
“…예.”
무거운 마음으로 저택을 나서며, 강진수는 생각했다.
‘아버지께 실망감을 안겨 드렸어.’
그는 어떻게 하면 이번 실수를 만회할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 그리고 한 가지 결론에 다다랐다.
‘…완벽하게 만회할 방법은 없어. 하지만 아버지의 화를 조금 누그러뜨릴 방법은 있지.’
그것은 이미지가 추락 중인 루미에 패션을 다시 일으키는 것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회장님은 적어도 강진수가 능력은 있는 놈이라고 생각하실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윤현민이 필요해.’
예전 루미에 패션의 성공에 가장 크게 기여했던 그라면, 지금의 상황을 돌파할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있을 터.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조언을 구하기엔, 윤현민이 너무 많이 커 버렸어.’
이기형 때문에 루미에 패션이 발목을 잡힌 사이. 윤현민은 새로운 패션 브랜드를 만들어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설마 일개 개인이 만든 패션 의류가 단번에 명품 브랜드의 위상을 떨치게 될 줄이야.’
강진수는 그의 퇴사를 막지 못한 것이 후회되었다.
‘어쨌거나 이제 윤현민의 조언을 얻기 위해선, 그에 합당한 대가를 주어야겠지.’
명품 시계 정도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곰곰이 생각하던 강진수는 한 가지 괜찮은 방법을 떠올릴 수 있었다.
‘루미에 패션과 루나리스 패션의 콜라보를 제안한다면?’
루미에 패션은 추락하던 이미지를 회복할 기회가 될 수 있으며, 루나리스 패션은 아주 적은 노력만으로 막대한 자본금이 들어가는 패션쇼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서로가 윈윈(Win-Win)이지.’
그렇게 생각한 강진수 사장은 당장 핸드폰을 꺼내, 윤현민의 번호를 찾기 시작했다.
***
“그러니까 루미에 패션쇼 기획을 도와주는 대신, 패션쇼의 무대 위에서 우리 루나리스 패션의 신상을 홍보할 수 있게 해주신다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정말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었다.
‘내가 아끼는 루미에와 루나리스의 콜라보라니.’
개인적으로도 너무 좋았지만, 사업적으로도 매우 좋았다.
‘패션쇼야 우리도 언젠가는 개최할 수 있겠지만, 재정적으로 당장은 힘들지.’
사실 약간의 퀄리티 타협만 한다면, 당장이라도 패션쇼를 개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150억 원을 들여 루미에 패션쇼를 기획해 본 사람으로서, 우리 패션쇼를 어중간하게 시작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그런 와중에 많은 이득을 볼 수 있는 루미에 패션의 무대를 이용할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저번 패션쇼가 망했다고는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거야.’
그런 무대에 우리 루나리스 패션이 오른다면, 굉장한 홍보 효과를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좋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나중에 만나서 정하시죠.”
-그럼, 당장 내일 만나는 것은 어떠십니까. 제가 곧 스위스로 출장을 가야 해서요.
나도 이사를 제외하면, 내일 당장 급한 일은 없었다.
“그러죠.”
그렇게 다음날, 나는 강진수 사장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끝에. 콜라보 계약을 완료할 수 있었다.
“그럼 계약서에 적힌 대로, 일주일 후부터 우리 직원 몇을 루미에 패션 부서로 보내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강진수 사장과 악수한 후, 곧장 우리 루나리스 패션으로 향했다.
“모두 주목해주세요.”
나는 직원들에게 루미에 패션과 협력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이에 직원들은 크게 놀라워했다.
“루미에 패션이라….”
특히, 루미에 패션 부서에 있었던 한유경 씨는 남들보다 심경이 복잡해 보였다.
“아무튼 그리 알고, 그쪽 직원들과 협력할 준비를 해주세요. 그리고 곽창민 씨는 패션쇼에서 선보일 의류를 제작해주시고요.”
“…요즘 일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도 다음 시즌 디자인을 하느라 쉬질 못했습니다. 그러니 저도 휴가를 좀….”
“이번 패션쇼가 잘 풀리면, 꽤 많은 보너스가 나갈 텐데요?”
그런 내 말에 곽창민 씨의 퀭한 눈빛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하하! 휴가야 나중에 가면 되고, 잠은 죽어서 자면 되죠!”
곽창민 씨가 의욕을 보이던 그때,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던 구상민 씨가 내게 말했다.
“대표님, 이왕 콜라보를 할 거라면, 아예 두 브랜드의 디자인을 합친 옷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디자인을 합친다고요?”
고개를 끄덕인 곽창민 씨가 설명을 이었다.
“루미에 패션쇼에 루나리스 패션이 참가하는 것은 분명 나쁘지 않은 일이지만, 자칫하다간 루나리스가 루미에보다 아래라는 인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아….”
구상민 씨의 말에 나는 내가 놓친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패션쇼의 이름이 ‘루미에’인 이상, 우리 브랜드는 들러리일 뿐이야.’
지금 구상민 씨가 제안하는 것은 패션쇼의 이름을 ‘루미에’ 단독이 아닌, ‘루미에 & 루나리스 패션쇼’로 만들자는 뜻이었다.
‘…생각해보니 너무 괜찮은데?’
임예진 씨의 신비로운 무늬와 곽창민 씨의 매력적인 패턴이 합쳐진 옷이라니. 엄청난 이슈가 될 것이 분명했다.
“한 번 강진수 사장에게 물어보겠습니다.”
나는 조용한 사무실로 이동해 강진수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방금 구상민 씨의 제안을 설명해 주었다.
-죄송하지만, 그건 어렵겠는데요.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어째서요?”
-이미 우리는 패션쇼에 선보일 의류를 거의 완성한 상태입니다. 이제와서 변경하기엔 시간도 비용도 손해지요.
“…제가 아까 들었을 때는 시안만 나왔다고 들은 것 같은데, 아닌가요?”
-아, 네. 맞습니다.
“아직 패션쇼 일정도 나오지 않은 상태이니, 충분히 변경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벌써 공장에서 옷을 찍어내어 재고가 쌓였다면 모를까, 지금은 디자인을 크게 해치지 않는 선에서의 변경은 충분히 가능한 시점이었다.
-아뇨, 자세한 사항은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내부 사정 때문에 디자인 시안 변경은 매우 어렵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강진수 사장은 이 좋은 제안을 계속해서 거절했다.
‘어쩔 수 없지.’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상대편 회사가 싫다는데 억지로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냥 아까 합의한 대로 진행하도록 하죠.”
-예.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더 궁금하시거나, 다른 제안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연락해주세요. 아직 출국까지 약간의 여유가 있거든요.
“알겠습니다.”
-그럼, 루미에와 루나리스의 콜라보를 잘 부탁드립니다.
통화가 끝난 뒤, 나는 구상민 씨에게 협상이 잘 안 되었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이상하네요. 이런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을 텐데 말이죠.”
“뭔가 우리가 모르는 사정이 있는 거겠죠. 아무튼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우리는 루나리스 패션이 루미에 패션에 잡아먹히지 않는 방법을 연구해 봅시다.”
나와 직원들은 머리를 맞대어 그 방법을 고민해보았지만, 딱히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날, 그 고민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해결이 되었다.
우우웅-!
아침부터 울려대는 전화를 나는 얼른 받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강진수 사장의 다급한 목소리에 나 또한 당황스러웠다.
“글쎄요. 저도 잘….”
나는 아까 아침에 보았던 기사들의 제목을 다시 읽어보았다.
[특종! 루미에 패션과 루나리스 패션의 콜라보!] [기대되는 두 브랜드의 콜라보! 과연, 서로 다른 두 디자인이 섞일 수 있을 것인가?]‘대체 어떻게 알고 기사가 올라 온 거지?’
어쨌든 내게는 무척 잘된 일이었다.
이 기사 덕분에 강진수 사장은 내 제안을 거부할 수 없게 되었으니 말이다.
‘기사를 읽고 기대하는 소비자들에게, 이제와서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한껏 높아진 기대감이 줄어들게 되지.’
그렇게 되면 기업 입장에선 무척이나 큰 손해를 보게 될 테니, 강진수 사장은 하기 싫어도 두 브랜드의 디자인 콜라보를 진행해야만 할 것이다.
‘기대되는데?’
두 브랜드의 장점이 합쳐진 옷이, 과연 어떻게 완성될지. 나는 무척이나 기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