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66
66화 패션쇼 컨셉 정하기
“으핫핫핫!”
종로의 어느 사무실.
머리가 벗겨진 중년의 남성이 호탕하게 웃으며 눈앞의 여성을 칭찬하고 있었다.
“신 기자! 어디서 이런 정보를 물어온 거야? 덕분에 조회수가 아주 바람직해! 하하핫!”
그런 남성의 반응이 부담스러웠던 신 기자는 멋쩍은 웃음으로 대답했다.
“하하… 운이 좋았달까요.”
“전에도 스타더스트 밴드의 비공개 한국 방문에 대한 정보를 물어오더니, 이번엔 늘 이슈가 되는 두 패션 회사의 콜라보 소식을 가져오다니! 기쁜 소식만 물어오는 제비가 따로 없네, 따로 없어! 크하핫!”
그녀는 예전 스타더스트 밴드가 카페 아우라에서 공연하였을 때, 우연히 그 자리에 있던 덕분에 특종 기사를 쓸 수 있었던 바로 그 기자였다.
“저, 편집장님. 잠시 외근 좀 다녀와도 되겠습니까?”
“응? 아, 그래그래. 밖을 돌아다녀야 또 특종을 물어올 수 있겠지! 어서 가봐~”
“하하…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편집장님에게 인사한 후, 사무실을 빠져나온 신 기자는 곧장 회사에서 멀리 떨어진 카페로 향했다.
“후우…!”
카페에 도착한 그녀가 수심 가득한 얼굴로 길게 한숨을 쉬며, 자리에 앉았다.
‘…괜찮겠지?’
특종을 따온 것도 좋았고, 편집장님께 칭찬받은 것은 좋았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마음은 불안했다. 이번 기사를 쓰면서 당사자인 강진수 사장의 허락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스타더스트 밴드 때에도 조회수에 눈이 멀어, 윤현민 사장님의 허락 없이 기사를 썼었는데 아무 일이 없었잖아? 그러니까 이번에도 아무 일 없이 그냥 넘어가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던 그녀는 이내 고개를 흔들며 스스로의 생각을 부정했다.
‘역시 허락을 받았어야 하나?’
당시의 윤현민 사장은 그래봤자 개인이었기에 그냥 넘어갈 확률이 다소 높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때와 달리, 무려 대기업을 대상으로 기사를 써버린 것이다.
‘…아니야. 특종을 쓰려면 이게 최선이었어. 강진수 사장이 기사를 쓰도록 허락해 줄 리 없으니까.’
기업이, 그것도 거암그룹쯤 되는 대기업이라면. 자신들의 사업 계획을 기사화하는 것을 동의해 줄 리 없었다.
통화의 내용이 긍정적이었던 것이라면 모를까, 그녀가 듣기에는 무척 부정적이었으므로. 특종을 위해선 허락 없이 기사를 쓰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래도 이번엔 직접 들은 게 아니라, 제보를 받은 거라 다행이야.’
신 기자에게 루미에 패션과 루나리스 패션의 콜라보 소식을 전해 준 것은 그녀의 오랜 친구, 강다정이었다.
‘강진수 사장이 한 타임에 한 테이블만 손님으로 받는다는 오마카세 집에 점심을 먹으러 왔다고 했었지.’
바로 그 오마카세 집에 강다정이 보조 셰프로 일하고 있었고, 강진수 사장의 통화를 듣게 된 것이다.
그렇게 통화 내용을 모두 들은 강다정은 곧장 신 기자에게 연락하였고, 덕분에 이렇게 특종을 쓸 수 있던 것이었다.
‘친분이 있는 사람에게 받은 제보긴 하지만, 어쨌든 제보는 제보니까.’
그러니 만약 강진수 사장이 이 일로 연락해온다고 하더라도, 변명할 여지가 있었다.
다만, 딱 한 가지 걸리는 게 있긴 했다.
‘혹시라도 강진수 사장이 그 자리에 있던 셰프들을 의심하진 않겠지?’
그렇게 되면 친구인 강다정에게 피해가 갈 것이다.
‘…그래, 애초에 걸릴 리가 없잖아? 정보의 출처야 다른 곳에서 알아냈다고 하면 그만이니까.’
그렇게 신 기자는 애써 불안한 마음을 누그러뜨리며,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쭈욱 빨았다.
한편, 신 기자의 기사를 접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두 브랜드가 콜라보를 한다고? 꿈인가?
-어머, 이건 꼭 사야 해!
-근데 루나리스는 명품 브랜드잖아? 가격이 너무 비싸지는 거 아닐까?
ㄴ 콜라보라고 했으니, 알아서 잘 조절하겠지?
ㄴ 루나리스 하위 호환인 저렴한 스텔라도 있으니,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그래서 언제 출시 한다는 거야?
-신비로움과 매력적인 패턴의 조합이라니… 너무너무 기대된다…!
-나오기만 해! 내 지갑은 이미 열려있으니까!
이러한 댓글들의 반응을 본 강진수 사장은 수습하기엔 이미 늦었다고 판단했다.
‘일이 이렇게 돼버리다니.’
윤현민에게 처음 디자인을 합치자는 제안을 들었을 때, 강진수 사장은 그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더 하고 싶었지. 그게 얼마나 큰 이익을 안겨 줄지 예상이 갔으니까.’
하지만 그는 딱 한 가지를 우려하여 윤현민의 제안을 반대했었다.
바로 외부인인 윤현민의 입김이 강해질지 모른다는 것.
그 제안을 수락했다면, 윤현민이 두 브랜드의 콜라보를 직접 나서서 지휘하게 될 가능성이 컸다.
왜냐하면 그는 루미에 패션을 거의 만들다시피했으며, 현 루나리스 패션의 주인이었기에. 이런 역할에 가장 최적화되어 있는 인물이라 볼 수 있었으니까.
만약 이번 콜라보가 성공했을 때, 언론이 윤현민의 활약을 조명하게 된다면. 사람들은 이번 콜라보의 주인공을 윤현민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내가 회장님에게 공을 내세우기 힘들어지게 되겠지.’
애초에 강진수가 이번 콜라보를 제안한 이유는, 그가 회장님에게 능력 있는 모습을 보이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강진수 사장은 디자인을 합치자고 한 윤현민의 제안을 거절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이런 기사가 터져버렸으니, 이제 그런 계산은 무의미해졌다.
‘어쩔 수 없지. 이왕 이렇게 된 거, 콜라보를 제대로 진행해볼 수밖에.’
강진수 사장은 회장님에게 공을 내세울 차선책을 생각하며,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
‘좋았어!’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강진수 사장과의 통화가 끝난 후, 나는 이 소식을 곧장 직원들에게 전달하였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콜라보 준비를 시작해야겠군요.”
구상민 씨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어제 말한 대로, 당분간 루미에 패션 부서로 출근할 인원을 뽑아주세요. 한유경 씨와 곽창민 씨는 꼭 포함해 주시고요.”
그런 내 말에 곽창민 씨가 손을 들어 올렸다.
“저는 여기에서도 충분히 작업이 가능한데, 굳이 거기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요?”
“임예진 디자이너를 이리로 불러와도 좋겠으나, 아무래도 거암 쪽이 작업 공간이나 시설이 더 좋을 겁니다.”
내가 아무리 좋은 건물을 얻었더라도, 대기업 사옥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언젠가 우리 회사도 넓은 곳으로 이전해야겠어.’
나는 그런 마음을 품으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일주일 후, 루미에 패션 직원들과 회의를 할 겁니다. 그전까지 우리는 패션쇼의 컨셉을 미리 몇 가지 정해두도록 하죠. 조금 이따 회의합시다.”
““예!””
나는 회의가 시작되기 전에 루미에 패션이 디자인 했다는 옷의 시안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자인 변경이 있더라도 그리 크지는 않을 테니, 현재 완성된 디자인에 맞춰 컨셉을 짜야겠지.’
나는 곧장 임예진 씨에게 연락하여 시안을 보내줄 수 있는지를 물었다.
-제가 마음대로 시안을 보낼 권한은 없어요. 그러니 패션부에 직접 연락하시면 바로 받아보실 수 있으실 거예요.
“혹시, 어떤 컨셉인지 대충이라도 말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번 컨셉은 ‘자유로움’이에요. 패션쇼가 봄에 개최할지, 여름에 개최할지 몰라서 그 모두를 아우를 수 있도록 디자인해봤어요.
자유로움이라.
말로만 들어선 감이 잘 잡히지 않았으나, 잠시 후 팩스로 도착한 디자인 시안을 보고 나니 단번에 이해되었다.
‘대부분의 옷이 오버사이즈라 편안한 느낌을 주고 있어. 그러면서도 신비로운 느낌까지 잃지 않다니.’
마치 일상에선 경험해보지 못한 자유로움을 선사하는 듯한 환상적인 느낌의 옷들이었다.
‘…그렇다면, 패션쇼의 컨셉도 자유로움에 맞춰야겠네.’
잠시 후, 나는 임예진 씨의 디자인 시안을 토대로 회의에 들어갔다. 하지만 한참을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아도, 딱히 이거다! 하는 아이디어가 없었다.
‘어렵네.’
컨셉에 맞춰 패션쇼를 기획한다는 것은 꽤 힘든 일이었다.
‘나는 그때 어떻게 패션쇼의 컨셉을 떠올렸더라?’
괜찮은 아이디어를 떠올리는데, 과거의 기억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 나는. 당시의 상황을 복기하며, 이전 패션쇼가 망한 원인을 분석해 보았다.
‘컨셉은 봄, 3D 전광판과 대형 온풍기를 활용하였었지. 덕분에 사람들은 야외에서도 공간에 한정되지 않은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었어.’
3D 전광판을 활용한 야외 패션쇼는 루미에 패션의 상징이 되었고, 그러한 컨셉은 다음 패션쇼에서도 이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망했다고 했지.’
나는 망해버린 두 번째 패션쇼를 영상으로 본 적이 있었다.
‘바닷가에서 개최하는 바람에 3D 전광판을 활용하진 못했지만, 만약 활용했다 하더라도 그렇게 효과적이진 못했을 거야.’
첫 루미에 패션쇼는 야간이었으며, 볼 것이라고는 사방에 있는 높다란 빌딩뿐이었기에 관객들이 패션쇼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바닷가는 달랐다. 공간이 드넓었고, 아름다운 볼거리가 가득한 곳이니, 당연히 산만해질 수밖에.
‘이런 걸 모를 루미에 패션부 팀원들이 아니었을 텐데?’
나는 한유경 씨에게 그 당시, 굳이 바닷가에서 패션쇼를 개최한 이유를 물었다.
“말도 마세요. 그 이기형 부장ㄴ… 아니, 그 멍청한 인간이 바닷가가 아니면 안 된다고 어찌나 고집을 부리던지.”
또다시 등장한 이기형이라는 이름에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대체 뭐 하는 사람이길래, 일을 이렇게까지 말아먹은 거지?’
나는 루미에 패션 부서에 가게 되면, 제일 먼저 그를 견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그때의 실패로 인해, 야외 패션쇼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심어졌어. 그러니까 이번엔 야외에서 패션쇼를 개최해선 안 돼.’
물론, 그런 편견을 깨부수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으나. 굳이 어려운 길을 선택할 이유는 없었다.
‘이제는 내 브랜드와도 연관되어 있으니까.’
만약 내가 아직도 거암물산의 직원이었다면, 편견을 부수는 선택도 해보았겠지만. 서른 명이 넘는 직원을 이끄는 대표로서, 그런 모험은 지양하는 것이 옳았다.
‘그러니까 이번엔 실내에서 패션쇼를 개최하는 거야. 대신, 첫 패션쇼의 그 느낌을 최대한 살려야겠지.’
내가 생각하는 루미에 패션쇼는 일반 패션쇼와는 다른 특별함이 있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컨셉을 잘 잡아야 해.’
하지만 아무리 고민해도, 마땅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후우…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결국, 퇴근 시간까지 별다른 영감을 얻지 못한 채 그날 회의가 끝나고 말았다.
부릉-!
곧장 집으로 돌아온 나는 한강의 야경을 바라보며, 패션쇼의 특별함에 대해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관객들에게 특별함을 어필할 수 있을까.’
특별함… 특별함….
계속해서 특별함을 생각하던 나는 문득, 벽면에 걸려있던 그림들이 눈에 들어왔다.
‘제주도의 밤과 그리피스 천문대의 노을….’
그 두 가지 모두 내가 겪은 특별한 경험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내 머릿속에 영감이 번뜩였다.
‘그래, 그동안 내가 겪었던 특별한 경험을 패션쇼에 녹여보면 어떨까?’
내가 겪은 경험 중엔 자유로움과도 연관되는 것들이 많았다.
‘관객들에게 내가 겪은 경험을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거야.’
내가 느꼈던 황홀함과 경이로움, 그리고 아름다움 등의 감정을 나눌 수 있다면.
‘이번 패션쇼도 반드시 성공할 수 있어!’
그렇게 생각하자, 아이디어들이 계속해서 샘솟기 시작했다.
‘실내에서 개최하되, 천장과 벽면에 디스플레이를 설치하는 거야. 그렇게 하면 3D 전광판 없어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어.’
아니, 오히려 3D 전광판 안에 들어온 느낌을 줄 수 있으니 더 효과가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디스플레이에 패션쇼 컨셉에 맞는 영상들을 재생하는 거지.’
그렇게 한다면 내 기억 속의 특별함을 관객 모두와 공유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말이지…!’
두근두근-
내가 느꼈던 특별한 감정들을 공유할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이번 패션쇼도 꼭 성공해 보이겠어!’
그렇게 일주일 후.
짝짝짝!
내 아이디어를 들은 이기형 부장이 씨익 웃으며 박수를 보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