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69
69화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지
스위스의 한 경찰서에서 한 남자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대체 왜 찾지를 못하는 거야!”
초췌한 몰골의 남성 바로 이기형이었다.
그는 당장이라도 담당 경찰의 멱살이라도 잡을 듯 눈을 부라렸다.
“…우리도 최선을 다해 찾는 중입니다.”
“그 그림이 얼마짜리인지 알아? 자그마치 천억이라고! 천억!”
‘후우….’
담당 경찰 알렉스는 그런 이기형의 반응에 진절머리가 났다.
‘이게 대체 며칠째야.’
저 시끄러운 동양인이 매일같이 경찰서를 찾아와 저렇게 행패를 부리기 시작한 것은, 약 이틀 전쯤부터였다.
‘엊그제 퇴원했든 말든. 마음 같아선 당장 철창에 집어넣고 싶은데.’
그냥 얌전하게 굴었으면 모를까, 저리 진상을 피워대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긴. 나 같아도 그럴 것 같긴 하지만.’
알렉스가 처음 저 동양인을 만나게 된 것은 한 달 하고도 보름 전이었다.
‘교통사고 뺑소니로 신고가 접수되었었지.’
당시에 저 동양인 남자는 차에 치여 의식을 잃은 채, 병원으로 이송되었었고. 사건을 접수한 알렉스는 즉시 뺑소니범을 추격했었다.
다행히 뺑소니범은 금방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혹시, 사고 현장에 그림이 한 점이 없었나요? 여름밤 하늘에 떠 있는 달의 모습을 담은 그림입니다.
헐레벌떡 달려온, 동양인의 지인이 사색이 된 얼굴로 물었던 말이었다.
사람이 다쳤는데 그깟 그림이 대수냐고 생각했었던 알렉스는, 그 그림의 가격을 듣고 굉장히 놀랐었다.
-찾아주시면 사례하겠습니다.
강진수라는 이름의 동양인은 엄청난 액수의 사례금을 제시했고, 그날부터 알렉스는 최선을 다해 그림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그림의 행방은 흔적조차 찾기 힘들었으며, 한 달 보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선 사례고 뭐고 그저 귀찮은 일이 되어버렸다.
‘벌써 한 달이 넘게 지났는데, 이쯤 되면 사막에서 바늘 찾기지.’
알렉스는 이 동양인 남자가 제발 그만 포기해줬으면 하는 심정이었다.
한편, 이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강진수 사장은 생각했다.
‘아버지가 실망하시겠군.’
세탁이 완료된 비자금 천억이 이기형의 부주의로 인해 날아가 버린 것이다.
‘내게 책임을 물으시겠지.’
강진수는 당시, 혼자서 미술품을 찾으러 가겠다는 이기형을 말리지 않았었다. 패션쇼 준비의 문제로 윤현민과 통화를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루미에 패션쇼가 성공했다는 거지.’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해, 출장이 길어졌고. 그 탓에 루미에 패션쇼 준비에 거의 관여하지 못하여 불안했었지만.
윤현민의 활약 덕분에, 패션쇼는 완벽하게 준비가 되어 큰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윤현민이 아니었다면, 회장님을 만날 면목이 없었겠지.’
루미에 패션의 성공이, 비자금을 잃은 것에 대한 면책부가 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약간의 방파제는 되어줄 수 있을 터.
‘한국에 돌아가면, 윤현민에게 약간의 추가 사례를 해줘야겠어.’
우우웅-
강진수의 핸드폰이 짧게 진동했다. 확인해보니, 한국의 김 비서가 보낸 문자였다.
‘루미에 패션의 예상 매출액이라.’
패션쇼가 종료된 지 열흘이 지난 이 시점에서, 김 비서가 예상 매출액을 미리 산출해 보낸 것이었다.
‘어디 확인해볼까?’
그는 문자에 첨부된 파일을 실행시켰다.
‘…음?’
파일의 내용을 확인하던 강진수의 입이 점점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게 말이 되나?’
***
“예상 매출액이 얼마라고 했었죠?”
“지금 예약 주문된 건 들로 미루어 봤을 때, 약 250억 정도로 계산됩니다.”
루미에 패션과의 콜라보 계약 비율은 정확히 5:5였으니, 현재 우리의 매출액이 125억 원 정도 된다는 소리였다.
‘더 무서운 건, 아직도 예약주문 건수가 상승 중이라는 거지.’
이번 콜라보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사람들이 얼마나 몰려들었던지. 어제도 쇼핑몰 홈페이지가 마비되어 비상이 걸렸었다.
‘그런데 조금 아쉽네.’
나는 쇼핑몰에 올라온 옷들의 가격을 보며 생각했다.
‘저렴한 옷이 많은 루미에와 콜라보를 한 바람에, 가격이 많이 낮아졌어.’
명품 브랜드 루나리스의 단독 패션쇼였다면, 최소 150만 원대부터 가격이 측정되었겠지만, 루미에와 콜라보를 한 탓에 가격이 30만 원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물론, 패션쇼의 맨 뒤 순서에 명품 라인들을 소개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메인 쇼 이후에 나온 탓에 그 주목도가 낮았다.
‘뭐, 상관은 없지만.’
어쨌거나 처음 목적이었던 홍보 효과는 제대로 누렸고, 굉장한 이득도 볼 수 있었다.
또, 오랜만에 백억 단위의 예산으로 패션쇼를 기획할 수 있었기에. 나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기획하는 동안 내 발목을 붙잡는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었지.’
운 좋게 이기형이라는 방해꾼이 사라진 덕에, 나는 마음껏 내 머릿속에 떠오른 구상을 그려낼 수 있었다.
‘재밌었다.’
역시 패션쇼를 기획하고 연출하는 것은 무척이나 즐거운 경험이었다.
‘또 이런 기회가 있을까?’
이번 콜라보가 성공했으니, 다음에도 강진수 사장이 다시 콜라보 제의를 해올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썩 내키지 않았다.
지금 내 마음속에, 다른 꿈이 생겨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음엔 남의 무대를 빌리는 것이 아니라, 내 힘으로 직접 패션쇼를 개최하고 싶다.’
루미에 패션쇼도 그렇고, 이번 콜라보도 결국엔 대기업의 힘을 빌려 이뤄낸 성과였기에 성공에 대한 만족감이 부족했다.
그렇기에 나는 온전한 내 힘으로 성공하여, 완벽한 만족감을 느끼고 싶다고 늘 생각하곤 했었다.
‘좋아, 이번에야말로 어느 정도 예산이 모이면. 단독으로 루나리스 패션쇼를 개최해보는 거야.’
명품 브랜드의 럭셔리한 패션쇼. 크. 듣기만 해도 벌써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렇게 내가 미래의 루나리스 패션쇼를 상상하기 시작했을 때, 누군가 내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똑똑.
“사장님! 들어가도 될까요?”
잔뜩 흥분한 한유경 씨의 목소리에 나는 얼른 그녀를 불러들였다.
“무슨 일 있나요?”
“방금 회사에 이메일 한 통이 날아왔는데, 그 메일을 누가 보냈는지 아세요!?”
“누가 보냈는데요?”
이어서 한유경 씨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름에 나는 두 귀를 의심했다.
“네? 누구라고요?”
내가 되묻자, 한유경 씨는 또박또박 한 글자씩 이름을 말해주었다.
“스티븐 에필버그요.”
“…쥬라기 공원의 그 스티븐 에필버그요?”
끄덕끄덕.
“…인디아나 존스의 그 스티븐 에필버그가 맞아요?”
“네! 그 스티븐 에필버그요!”
스티븐 에필버그라면, 블록버스터의 황제, 영화계의 마에스트로 등으로 불리는 천재 감독이 아닌가.
지금이야 한물간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지만. 그는 명실상부 20세기가 나은 최고의 감독이며, 70세가 넘는 나이에도 최신 트랜드를 이해하여 레디 플레이어 원 등의 영화를 만들기도 한 최고의 감독이었다.
“어떤 내용의 메일이었나요?”
“스티븐 에필버그가 루나리스 패션의 대표를 찾고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나를요?”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옷이 필요하다면, 쇼핑몰에서 직접 구매를 하면 되었다. 만약 무언가 문제가 있어, 문의가 필요하더라도 직원을 통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한유경 씨의 말에 따르면, 스티븐 에필버그가 루나리스의 대표를 지목하며 꼭 연락 달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왔다는 것이었다.
“이메일에 다른 말은 없었나요?”
“무슨 영화와 관련된 일이라는 것 외에는 다른 말은 없었어요.”
그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영화?’
뜬금없이 영화라니.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는 영화와 아무런 인연이 없었다.
억지로 연결고리를 만들어보아도, 라이브 카페를 차리면서 영화 ‘피아노의 꿈 2’에 장소를 제공한 것이 다였다.
‘설마, 스티븐 에필버그가 우리 가게를 빌려달라고 하는 것은 아닐 테고….’
애초에 그가 우리 가게를 알고 있을 리 없었다.
‘…모르겠네. 일단은 연락해 볼 수밖에.’
나는 한유경 씨에게 잠시 나가달라고 부탁한 뒤, 그녀에게 전달받은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Hello.
전화 너머에서 들려오는 중후한 남성의 목소리. 나는 그가 스티븐 에필버그라는 것을 직감했다.
“스티븐 에필버그 씨 맞으시죠? 루나리스로 보내신 이메일 보고 연락드렸습니다.”
-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윤현민 씨. 미스터 윤이라고 불러도 되겠지요?
놀랍게도 스티븐 에필버그가 내 이름을 알고 있었다.
“제 이름을 어떻게…”
-하하, 그야 계속해서 당신을 찾고 있었으니까요.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저를 찾으셨다고요?”
-네. 영화에 필요한 의상 때문에 요청할 것도 있고, 또 개인적으로 부탁할 것도 있어서 말이죠.
‘영화계의 거물이 내게 부탁이라니.’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혹시, 그 부탁이 무엇인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그건 조금 이따가 말씀드리죠. 일단은 일 얘기 먼저 해볼까요?
스티븐 에필버그의 요청은 바로 영화 주인공이 입을 의상을 제작해달라는 것이었다.
-패션쇼에 등장했던 옷에 새겨진 무늬와 패턴이 매우 인상 깊더군요. 흔하디흔한 일상복이 그 두 가지로 굉장히 특별해질 수 있다니. 지금 제가 제작하고 있는 영화에 딱 어울리는 의상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좋은 기회였다.
스티븐 에필버그의 영화에 우리 브랜드의 옷이 등장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이슈가 되어 홍보 효과가 굉장할 것이다.
게다가 이런 건 도리어 우리가 협찬해주며 부탁해야 하는 건데, 오히려 스티븐 에필버그 측에서 의상 매입을 희망하다니.
‘너무 좋은데?’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감독님의 요청사항은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매력적인 패턴의 옷은 당장이라도 제작할 수 있지만, 그 신비로운 무늬의 제작자는 루나리스 패션 소속이 아니기에 협의가 필요합니다.”
-아, 그렇겠죠. 그럼 협의가 언제쯤 이뤄질 수 있겠습니까?
이런 것은 강진수 사장과 이야기를 나눠봐야 한다.
‘연락이야 할 수 있지만….’
그동안 나는 패션쇼를 준비하며, 강진수 사장과 주기적으로 연락하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그와 연락이 잘 되질 않았다.
‘그래도 연락이 나흘을 넘긴 적은 없으니까….’
“제 예상으론, 아마 일주일 정도는 걸릴 것 같습니다.”
-그 정도는 기다릴 수 있습니다.
“다행이네요. 그럼 협의가 끝나는 대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자, 요청사항은 이걸로 되었고. 이제 스티븐 에필버그의 부탁을 들어볼 차례였다.
-아, 별건 아닙니다만. 혹시 저를 좀 만나러 와 줄 수 없겠습니까?
“예…”
너무나 뜬금없는 부탁에 나는 아까보다도 더 당황했다.
“저를 왜…”
-그건….
스티븐 에필버그가 나를 부른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그러니까, 현재 제작 중인 영화의 한 장면에서 어떻게 연출하면 좋을지 영감이 떠오르질 않으신다고요?”
-네.
“그런 와중에 루미에 & 루나리스 패션쇼를 보았고, 그것을 기획하고 연출한 제게 흥미가 생기셨다는 거죠?”
-맞습니다.
스티븐 에필버그가 설명을 덧붙였다.
-두 번이나 특이한 발상으로 패션쇼를 연출한 당신과 대화를 한다면,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 것 같네요.”
예전 루미에 패션쇼도 그렇고, 이번 패션쇼도 그렇고. 나는 그저 운이 좋았을 뿐, 내 실력이 엄청나게 뛰어났기 때문에 패션쇼가 성공한 것이 아니었다.
“제가 했던 발상들은 사실, 누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다 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그러니 저와 대화를 한다고 해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겁니다.”
-…….
“…….”
스티븐 에필버그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렇게 약 1분이 지났을까.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미스터 윤, 혹시 콜롬버스의 달걀 이야기를 아십니까?
당연히 알고 있었다.
“아무도 세우지 못하는 달걀을, 콜롬버스가 달걀 밑동을 깨뜨려 새운 일화 아닙니까.”
-맞습니다. 아무리 간단한 생각이었더라도, 그것을 떠올리고 실행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교훈을 주는 이야기죠. 그리고 저는 감히, 미스터 윤을 콜롬버스에 비유하고 싶군요.
나는 스티븐 에필버그가 하려고 하는 말이 무엇인지를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패션쇼에서 내가 떠올린 기획과 연출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건가.’
그런 스티븐 에필버그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그러니, 부탁드립니다. 저를 만나러 와 주십시오. 마음 같아선 제가 미스터 윤을 만나러 가고 싶지만, 촬영 스케줄 때문에 어쩔 수 없네요. 대신, 숙소는 제가 제공해드리겠습니다. 아! 비행기 표도….
“아뇨, 괜찮습니다.”
그런 내 말에 스티븐 에필버그의 목소리가 침울해졌다.
-갑자기 제가 너무 무리한 부탁을 한 듯하네요. 이해합….
“아뇨아뇨. 제 말은, 비행기 표나 숙소는 괜찮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네. 저도 세계적인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눠보는 경험을 해보고 싶네요.”
살면서,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올지 모른다.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지.’
나는 두 번째 해외여행을 할 생각에 가슴 설레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 어디에서 영화를 촬영하고 계신가요?”
-아, 저는….
나는 이어지는 그의 말에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스위스에서 촬영하고 있습니다.
스위스라면.
강진수 사장과 이기형 부장이 한 달 넘게 출장을 간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