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72
72화 취리히 시장님의 보상
뒤늦게 도착한 구조요원은 나와 케빈을 곧장 병원으로 이송시키려 했다.
케빈이야 중상을 입었으니 당연했지만.
나는 불길에 뛰어들었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멀쩡했기에, 굳이 입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구급요원의 의견은 달랐다.
“그래도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뜨거운 열기와 유독 가스를 마시셨을 테니, 폐에 흡입화상을 입었을 수 있으니까요.”
듣고 보니 맞는 말이라 생각한 나는, 이참에 건강검진을 한다 생각하며 얌전히 이송되기로 했다.
“당신은 이쪽 엠뷸런스에 타시면 됩니다.”
엠뷸런스가 좁은 관계로, 나와 케빈은 따로 떨어져서 이동하게 되었다.
엠뷸런스에 타기 직전, 헐레벌떡 달려온 케빈의 할아버지가 나를 붙잡아 눈물을 흘리며 급히 감사 인사를 전했다.
“흐으윽…!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덜덜 떨리는 주름진 손으로, 내 손을 꼭 붙잡는 할아버지의 모습에 나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기분이 나쁘지 않네.’
병원으로 이송된 나는 엑스레이, MRI, CT 등의 검사에 앞서. 스티븐 에필버그에게 연락해 저녁 약속을 어기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그래서 저녁 약속을 조금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방금 들은 것이 다 사실입니까? 어디 소설이나 영화 내용이 아니고요?
스티븐 에필버그는 매우 놀라 하며, 나의 용감한 행동이 존경스럽다고 말하였다.
-내일 병문안을 가겠습니다.
나는 어차피 곧바로 퇴원할 것이니,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였다. 그런데 내가 통화하는 것을 듣고 있던 의료진이, 대뜸 내게 말하였다.
“환자분,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하루는 입원하셔야 합니다.”
그런 의료진의 말이 전화로도 들렸는지, 스티븐 감독은 내일 찾아오겠다고 아예 못을 박아버렸다.
잠시 후 각종 검사가 시작되었고, 환자복으로 갈아입은 나는 병원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다.
.
.
.
다음 날 아침. 나는 주치의 선생님으로부터 검사 결과를 들을 수 있었다.
“수치가 모두 정상이네요.”
주치의 선생님은 건강해도 너무 건강하니, 당장 퇴원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하였다.
그런데 그때, 헐레벌떡 다가온 간호사가 주치의 선생님에게 뭐라고 속삭였고. 표정이 굳은 선생님이 다시 내게 말하였다.
“아무래도 오후까진 여기 계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나는 굳이 이유를 묻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이 어련히 알아서 판단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간호사와 대화를 하는 의사 선생님의 모습이 정신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럼, 환자분 쉬고 계세요.”
주치의 선생님이 떠나고, 나는 케빈을 찾아가려 했다.
“안 됩니다.”
의료진은 케빈이 아직 치료 중이라 면회가 어렵다고 말하였다.
하는 수 없이 다시 자리로 돌아온 나는, 다른 응급환자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커튼을 치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그리고는 핸드폰으로 최근에 보기 시작한 웹소설 하나를 정주행하며 시간을 때우기 시작했다.
‘로또 1등 후 행운이 몰려오는 주인공이라니.’
마치 내 이야기를 보는 듯하여, 매우 흥미로웠다.
그렇게 소설을 읽다가 어느새 점심시간이 다 되었을 때.
“미스터 윤, 안에 계십니까?”
익숙한 목소리가 커튼 밖에서 들려왔다.
‘스티븐 에필버그?’
병문안을 온다고 말하긴 했지만, 솔직히 영화 촬영으로 바쁜 그가 정말로 찾아올 줄은 몰랐다.
나는 당장 커튼을 걷어 그를 반갑게 맞이하려 했지만, 세계적인 감독이 바로 앞에 있다는 생각에 커튼을 걷기가 망설여졌다.
“후우…!”
하지만 언제까지 병문안 온 사람을 세워둘 수는 없었기에, 나는 용기를 내 커튼을 걷어내었다.
그런데 커튼 밖에는 스티븐만이 있던 것이 아니었다. 키가 큰 중년의 남성과 검은색 선글라스를 쓴 한 명의 경호원과 함께였다.
“누구…”
“반갑습니다. 취리히 시장, 토마스 슈미트라고 합니다.”
응급실로 찾아온 전혀 생각지도 못한 높은 분과의 만남에, 나는 매우 당황스러웠다.
‘아니, 시장님이 왜 여기에?’
그제야 나는 아까 간호사와 주치의가 왜 당황해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시장님이 찾아온다고 해서 그렇게 당황했던 거구나.’
아무튼 나를 찾아온 사람들을 계속 멀뚱히 세워둘 수 없었으므로, 나는 얼른 커튼 안으로 두 사람을 들이려 했다.
“자네는 잠시 나가 있게.”
“하지만….”
“안 그래도 다른 환자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지 않나. 병원 응급실에서 위험해질 일도 없으니, 일단 나가 있어.”
경호원을 밖으로 돌려보낸 시장님이 다시 커튼을 치며 들어왔다.
척-!
이후 어디서 들고 왔는지, 블록버스터의 거장과 취리히의 높으신 분이 조그만 간이 의자를 펴고 앉는 진풍경이 이어졌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먼저 입을 연 것은 스티븐 감독이었다. 나는 아까 주치의 선생님께 들은 것을 그에게 말해주었다.
그러자 시장님이 입을 열었다.
“다친 곳이 없으시다니 천만다행이군요.”
“네… 그렇죠.”
시장님과 스티븐 감독 모두 대면하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그래도 몇 번은 통화해보았던 스티븐과는 달리, 시장님과의 대화는 너무나 어색했다.
“그런데 두 분은 어떻게 같이 오게 된 건가요?”
대 놓고 시장님께 여긴 어떻게 왔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으니 이렇게 에둘러 물어본 것이었다.
“일부러 같이 온 것은 아니고, 우연히 응급실 앞에서 만났습니다.”
스티븐 감독은 예정대로 내 병문안을 온 것뿐이었고, 시장님은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취리히의 어린 시민을 구해낸 영웅의 소식을 보고 받아 급히 병문안을 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저는 그저 미스터 윤을 만나러 왔는데, 시장님까지 여기 계실 줄이야.”
“하하, 스티븐 감독님은 영화 촬영 승인 요청 때 말고는 한동안 뵙질 못하였는데, 이렇게라도 얼굴을 보게 되니 좋네요.”
보아하니, 두 사람은 이미 약간의 안면이 있는 듯 보였다.
“그런데, 미스터 윤이야말로 어떻게 된 겁니까. 전화로 대충 이야기는 들었지만, 갑자기 병원 신세를 져야 한다고 하길래 굉장히 놀랐었습니다.”
“아, 그게….”
나는 두 사람에게 케빈과의 만남부터, 어떻게 불길에 뛰어들 결심을 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두 사람은 매우 감격한 얼굴로 내게 말하였다.
“너무나 감동적인 이야기이네요.”
“미스터 윤, 당신은 영웅입니다!”
그런 두 사람의 반응에 나는 조금 민망해져,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때, 스티븐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갈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미스터 윤이 괜찮은 것을 확인했으니. 저는 먼저 일어나 봐야겠습니다.”
“조금 더 이따 가시지 않고요?”
스티븐 감독이 떠나고 나면, 엄청나게 어색한 시장님과 단둘이 남게 된다. 그게 싫었던 나는 어떻게든 스티븐 감독을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스티븐 감독은 단호했다.
“아뇨, 두 분 이야기를 나누시는데 제가 방해가 될 것 같네요. 저야 미스터 윤이 퇴원하고 나면, 언제든 만날 수 있으니 다음에 뵙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나중을 기약한 스티븐 감독이 떠났을 때, 시장님이 갑자기 내게 고개를 숙여왔다.
“엇? 갑자기 왜 그러세요?”
“동양에선 머리를 숙이는 것이 감사의 표현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아닌가요?”
“그건 그렇지만….”
시장님은 다시 고개를 들며, 내게 취리히의 시민을 구해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건네왔다.
“당신의 용기 있는 행동이 아니었다면, 취리히는 소중한 시민 하나를 잃었을 겁니다.”
“…그런 상황이었다면, 누구나 똑같이 행동했을 겁니다.”
시장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을 겁니다. 하지만 여행객 신분으로 그날 처음 본 아이를 위해, 목숨을 거는 행위는 아무나 할 수 없겠지요.”
“…….”
“당신은 정말 대단한 일을 하신 겁니다.”
나를 치켜세워주는 말에 또다시 민망해진 나는, 볼을 긁적이며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화재의 원인은 밝혀졌나요?”
“지금 조사 중이긴 한데, 아무래도 외출 중이었던 옆집에서 일어난 가스 누출이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 그래서 그렇게 큰 폭발이 일어났던 거군요.”
시장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큰 인명피해가 없어서 다행이죠. 모두 당신 덕분입니다.”
“…….”
이쯤 되면, 시장님이 나를 찾아온 목적이 나를 민망하게 만들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해서, 당신에게 보상을 드리고 싶은데요.”
“보상이요?”
보상이라는 말에 나는 고개를 번쩍 들어 올렸다.
‘그런 것을 바라고 한 일은 아니었다.’ 따위의 말은 하지 않았다. 시장님에게서 뭔가를 받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날릴 정도로 나는 멍청하지 않았으니까.
‘뭐, 그렇게 말한다고 한들. 원래 주려던 보상을 안 주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만약이라는 것이 있으니, 입조심을 하는 편이 나았다.
“취리히 시민들을 대표하여, 당신에게 감사 표창장을 수여하려고 합니다. 그러니 부디 시간을 내주셔서 받아주시길 바랍니다.”
‘감사 표창장이라…. 나쁘지 않네.’
솔직히 면세와 같은 특권을 바라긴 했지만, 아무리 시장님이라도 그런 특권을 마음대로 부여할 권한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예산을 마음대로 운용하여, 내게 상금을 줄 수도 없을 테니. 시장님이 내게 줄 수 있는 것은 이 정도가 최선일 것이다.
“다른 상이라도 드리고 싶은데, 여의치가 않네요.”
시장님도 굉장히 안타까워하는 분위기였지만. 정작 나는 만족스러웠다.
‘이걸로 또 루나리스 패션을 홍보할 수 있을 거야.’
목숨을 걸고 불길 속으로 뛰어든 용감한 관광객이 사실은 루나리스 패션의 대표였다.
‘이슈가 안 될 리 없지.’
이런 것을 노리고 한 선행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흘러가는 상황을 이용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표창장 수여식은 언제쯤 하나요?”
“화재에 대한 수습을 비롯한 여러 가지 업무를 처리해야 해서, 적어도 일주일은 걸릴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묵고 있는 호텔 투숙 기간을 일주일 정도 연장해야겠네요.”
“아, 지금 호텔에 계시겠군요.”
시장님은 잠시 골똘히 생각하시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제가 지금 머물고 계시는 객실의 투숙 기간을 연장해 드리겠습니다.”
“네? 괜찮으시겠어요?”
나는 시장님의 지갑 사정을 걱정했다. 내가 지금 묵고 있는 객실은 호텔의 최고급 스위트룸이었으니 말이다.
“하하. 그렇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제 사비로 결제할 생각이었으니 말이죠.”
‘아니, 그걸 걱정한 것은 아닌데요.’
나는 더욱 시장님의 지갑 사정이 걱정되었지만, 저렇게 의기양양해 하고 있는 시장님에게 차마 내 객실이 스위트룸이라고 말하진 못했다.
***
그날 오후, 마침내 퇴원한 나는 일단 호텔로 돌아왔고. 시장님이 이미 내 스위트룸을 연장해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뭐, 괜찮겠지. 그래도 명색이 시장님인데 재산이 많으실 거야.’
커다랗고 푹신한 침대에 드러누운 나는, 한국의 구상민 씨에게 내가 입을 루나리스 패션의 옷을 보내달라는 메시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표창장 수여식 때 입어야 하니까.’
잠시 후, 완성된 메시지를 보낸 나는 두 번째로 스티븐 에필버그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저녁에 시간이 되는 지를 물었다.
-음… 제가 촬영 때문에 멀리 나가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혹시 촬영장으로 와주실 수 있으십니까?
오히려 환영이었다. 영화계 거장의 촬영 현장을 엿볼 기회였으니 말이다.
“당연히 좋습니다. 시간과 장소만 알려주세요.”
“시간은 아무 때나 상관없고, 장소는….”
스티븐 감독에게 장소를 전해 들은 나는, 곧장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촬영지로 향했다.
.
.
.
“오오!”
촬영장에 도착한 나는, 그 거대한 세트장의 위용에 감탄했다.
‘이걸 전부 직접 만든 건가?’
테마파크에서나 볼 법한 거대한 장치들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고, 영상으로만 보았던 초록색의 크로마키들로 둘러싸인 곳도 있었다.
‘저건 은행인가?’
마치 은행의 금고를 통째로 가져다 놓은 듯한 세트도 있었다.
‘스티븐 감독은 어디에 있는 거지?’
아무리 찾아보아도, 스티븐 에필버그를 찾을 수 없었던 나는. 근처에 지나가는 스텝 한 명을 붙잡아 물었다.
“저기요, 혹시 스티븐 감독님이 어디 있는지 아시나요?”
“아, 감독님이요? 지금 아마 감독실에서 쉬고 계실 겁니다.”
“그렇군요. 그럼 감독실의 위치도 좀 알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음…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네요. 그냥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저를 따라오세요.”
“정말요? 감사합니다.”
본인도 바쁠 텐데, 내게 시간을 내어주는 스텝에게 나는 고마움을 느꼈다.
“별말씀을요. 아이를 구하기 위해 불길로 뛰어들었던 영웅에게 이 정도는 해드려야죠.”
“예?”
그 말에 뒤늦게 스텝의 얼굴을 확인한 나는 그대로 굳고 말았다.
‘톰 크루거?!’
“감독님에게 이야기를 듣고 한번 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네요. 정말 반갑습니다, 미스터 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배우가 지금 내 이름을 부르며, 나를 반갑게 반겨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