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74
74화 나보고 연기를 하라고요? (2)
나는 매우 당황스러웠다.
‘연기를 하라니?’
애초에 말이 되질 않았다. 아무리 급하기로서니 일반인, 그것도 오늘 처음 촬영장을 찾은 외부인에게 영화 출연을 부탁하다니.
‘내가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면 모를까.’
피아노, 그림, 노래 등은 어느 정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지만, 연기는 달랐다.
나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연기를 해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대사가 있는 역할이 아니니까요. 게다가 근미래 군복 특성상 마스크가 있어서, 표정 연기도 필요 없습니다.”
스티븐 감독은 내가 맡을 역할이 그저 주인공 로봇에게 다 같이 달려드는 병사 중 하나일 뿐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대사도 없고, 그냥 달리기만 잘하시면 됩니다. 뭐, 톰과 합을 나누긴 해야 하지만. 그것도 간단한 거라 괜찮을 겁니다.”
“…그런 거라면, 제가 아니더라도 되지 않나요?”
“이 장면에선 동양인이 꼭 필요해서 그렇습니다. 주인공에게 쓰러진 동양인의 누나가 핵심 연구원인데, 주인공에 대한 복수심에 극 중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거든요.”
“…….”
할 말이 없어진 나는, 조금 고민하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이런 기회가 흔치 않긴 한데….’
내가 스티븐 에필버그의 영화에, 그것도 톰 크루거와 함께 출연할 기회가 앞으로 또 언제 찾아오겠는가.
긴 장고 끝에 나는 마음을 정할 수 있었다.
“좋습니다. 어디 한번 해보죠.”
“Good!”
스티븐 감독은 즉시 분장 스텝을 불렀다.
“아까 병원으로 간 연기자 대신에 이분이 투입될 거니까, 서둘러 분장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나는 스텝의 손에 이끌려, 난생처음 분장이라는 것을 받아보았다.
“이 슈트 좀 입어보시겠어요?”
스텝이 내민 그 군복은 아까 다친 연기자의 것이었다.
‘…딱 맞네.’
다행히 군복 사이즈는 내게 아주 잘 맞았다. 그것을 확인한 스텝이 감탄했다.
“와, 오히려 원래 주인보다 더 사이즈가 잘 맞는 것 같은데요?”
“그래요?”
나는 이리저리 움직이며 불편한 곳은 없는지 체크해보았으나, 역시 맞춤 제작이라도 한 듯한 느낌만 받을 수 있었다.
“이쪽으로 오세요.”
내 얼굴에 열심히 붓질하던 스텝은, 잠시 후 분장이 다 되었다며 나를 다시 스티븐 감독에게로 데려다주었다.
“오, 상상했던 것보다 더 잘 어울리시네요.”
스티븐 감독은 내게 엄지를 척 들어 올려 보였다.
“이제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음… 아까 설명해 드린 게 전부이긴 한데… 합을 맞춰야 하니까, 저보단 톰에게 보충 설명을 듣는 편이 나을 것 같네요.”
그 말에 나는 세트장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톰 크루거에게 다가갔고, 그는 다시 만난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이렇게 빨리 다시 뵐 줄은 몰랐네요.”
“하하, 그러게요.”
톰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야, 나는 그와 함께 연기를 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진짜 말도 안 되는 상황이네.’
나는 조금 긴장하며, 톰의 설명을 듣기 시작했다.
“어려운 것은 없어요. 제가 미리 동작을 알려드릴 테니, 조금 이따 똑같이 따라 하시기만 하면 됩니다.”
“넵.”
톰의 설명은 간단했다.
“다른 병사분들과 함께 달려오시다가, 저에게 멱살을 붙잡혀 제압당하신 후에 죽은 척하시면 됩니다. 별것 없죠?”
“…네, 그렇네요.”
빈말이 아니라, 나는 실제로 그렇게 느꼈다.
‘중국영화에서처럼 서로 합을 나누는 것을 상상했었는데.’
하긴. 그런 고난도의 연기가 필요했으면, 스티븐 감독이 내게 부탁하지 않았을 것이다.
“혹시 다칠 것을 겁내실 필요는 없어요. 슈트 안쪽에 완충재가 넉넉히 들어있기도 하고, 안전장치도 다 되어 있거든요.”
슈트를 눌러보니, 정말 톰이 말한 대로 푹신한 완충재가 들어있었다.
‘뭐, 이 정도라면 정말 마음 놓고 연기해도 되겠는데?’
스티븐 감독의 말처럼, 거의 달리기만 잘하면 되는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자! 이제 곧 촬영 시작합니다!”
큰 소리로 외치는 스텝의 말에 연기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럼, 조금 이따 봅시다.”
고개를 끄덕인 나는 약간의 긴장감을 느끼며, 미리 설명 들은 위치로 이동했다.
‘후우…! 집중하자…!’
나는 스티븐 감독의 메가폰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렇게 잠시 후.
“레디… 액션!”
촬영 시작 사인과 함께, 연기자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와아아-!
‘저기다…!’
저 멀리, 미리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가 보인다. 그것을 사이에 두고 나와 톰은 서로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와…!’
멀리서 보아도 알 수 있었다. 톰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져 있다는 것을.
‘역시 연기자는 연기자구나.’
아까의 매너 좋은 남자는 온데간데없었고, 웬 냉혹한 로봇이 그 자리에 있었다. 머리로는 저 로봇이 톰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자꾸만 진짜로 로봇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일 정도였다.
“헉… 헉…!”
약속한 장소는 이제 코앞이었다.
‘좋아, 이대로 달려가다가 멱살을 잡히면 돼.’
톰이 말하길, 약간의 실수는 괜찮다고 했었다. 그러니 마음 편히 연기를 이어 나가면 될 것이다.
“!!!!”
마침내 만나게 된 톰에게 나는 목덜미를 내밀려 했다. 그런데 너무 멱살에만 신경을 쏟은 탓일까.
발밑에 살짝 고인 물웅덩이를 발견하지 못한 나는, 그대로 미끄러지고 말았다.
‘…억!’
다리가 밀리며 상체가 뒤로 기우는 바람에, 내 멱살을 잡으려던 톰의 손이 허공을 붙잡았다.
그와 동시에 내 마스크가 벗겨지며 허공을 날았다.
나는 본능적으로 어떻게든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했다.
내가 넘어졌다는 것을 인지한 톰이 나를 붙잡아 주기 위해 급히 손을 뻗었고, 나는 그 손을 놓치지 않았다.
쑤욱!
톰이 나를 일으켜 세워주기 위해, 붙잡은 손을 주욱 잡아당겼다.
‘너, 너무 세잖아!’
톰이 내 손을 당기는 타이밍에 하필 내가 상체를 일으키려던 힘이 더해져, 나는 또다시 몸의 균형을 잃었다.
‘안돼!’
잘못하다가 톰에게 부딪혀버릴 상황 나는 어떻게든 균형을 잡으려고 했다.
쿠웅-!
“…어?”
“…Oh?”
일단, 톰과 부딪히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마치 내가 톰을 제압하듯 그의 손을 뒤로 꺾고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컷-!”
스티븐 감독의 외침에 화들짝 놀란 나는 얼른 그의 손을 놓으며 사과했다.
“톰, 미안해요.”
“아뇨, 괜찮습니다. 제가 너무 세게 잡아당긴 바람에 그렇게 된 거니까요.”
그 말도 맞긴 했지만, 어쨌거나 팔을 꺾은 것은 나였으니, 나는 다시 한번 그에게 사과했다.
“그나저나 이렇게 되면 촬영을 다시 해야겠죠?”
당연히 그럴 거라는 대답이 돌아올 줄 알았으나, 의외로 톰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감독님이 방금의 장면을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것 같네요.”
“네?”
“NG인데도 감독님이 화면을 뚫어지게 보고 있지 않습니까.”
톰의 말대로 스티븐 감독은 화면을 유심히 보며 뭔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촬영을 다시 하긴 할 테지만, 아마 방향성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스티븐 감독이 나를 불렀다.
“미스터 윤! 잠시 와서 이것 좀 보시겠습니까?”
내가 다가가자, 그는 방금 촬영한 장면을 내게 보여주었다.
“이건…”
“우연이긴 하지만, 굉장히 자연스럽게 잘 찍혔습니다.”
영상 속의 나는, 멱살을 잡으려는 톰의 손을 예상했다는 듯이 상체를 눕히며 슬라이딩으로 피하였다.
하지만 이내 방향을 전환한 그에게 다시 손을 붙잡히게 되었고, 마스크가 벗겨지며 그대로 내 당황한 표정이 드러나 버렸다.
“액션도 멋있게 찍혔고, 특히 미스터 윤의 리얼한 표정이 찍혀있어서 상당히 좋은 장면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미스터 윤의 얼굴이 나오는 이 장면을 써도 괜찮을까요?”
“…이걸요?”
스티븐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이 장면을 쓰게 허락해주신다면, 미스터 윤의 이름이 엔딩 크래딧에 올라갈 것입니다. 또한 그에 맞는 출연료도 올려서 지불 해 드리죠.”
출연료야 상관없지만, 내 얼굴이 영화에 나온다는 것이 꽤 흥미로웠다.
‘그래봤자 몇십 초 남짓이겠지만.’
그래도 평생의 술안줏거리 얘기가 생겨나는 것이 아닌가.
“좋습니다. 감독님 뜻대로 하세요.”
“하하!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영화에 멋진 씬을 넣을 수 있겠어요.”
스티븐 감독은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런데 감독님. 이 장면을 쓰려면, 추가 촬영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이야기를 듣고 있던 톰이 스티븐 감독에게 물어왔다.
“당연히 그래야죠. 이 장면을 이렇게 끝낼 수는 없으니까요.”
영상은 톰을 제압하는 것에서 끝이 난다. 그러니 그 이후의 장면들이 필요할 터.
“액션은 대역으로 대신하고, 윤현민 씨 얼굴이 필요한 장면만 먼저 촬영하도록 하죠.”
이후, 나는 톰과 스티븐 감독이 이끄는 대로 촬영에 임하였다.
.
.
.
털썩.
호텔로 돌아온 나는 기진맥진한 상태로 침대에 쓰러졌다.
“으으…!”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팠다.
‘…나는 잠깐 촬영한 것만으로도 이렇게 죽을 것 같은데, 대체 톰은 어떻게 버티는 거지?’
스티븐 감독이 원하던 장면을 모두 촬영한 나는 먼저 촬영장을 빠져나왔으나, 톰은 이후로도 몇 개의 장면을 더 촬영해야한 다고 하였다.
‘진짜 배우는 아무나 못 하는 거구나.’
처음 해본 연기는, 물론 재미는 있었다. 하지만 너무나 어려웠고 힘들었다.
‘감독도 마찬가지.’
메가폰을 잡고 촬영 현장을 계속해서 주시하며 지시를 내리던 스티븐 감독의 진지한 모습은, 나로서는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는 프로페셔널함이 있었다.
‘촬영이 재미는 있었지만, 두 번은 못 할 짓이야.’
활활 불타는 집에서 뛰쳐나왔을 때도 멀쩡했던 내가, 이렇게 삭신이 쑤실 정도이니 말이다.
‘혹시라도 언젠가 내가 영화를 만들게 된다면, 나는 그냥 시나리오랑 연출에만 관여해야겠어.’
연출은 언제나 재미있었고, 시나리오를 짜는 것 또한 자신이 있었다.
‘어릴 때, 습작으로 몇 개 써본 경험도 있으니까.’
감독? 배우?
둘 다 나는 할 수 없다는 것을 이번 경험으로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
하아암-!
‘…진짜 피곤하네.’
푹신하고 따듯한 침대의 포근함에 눈꺼풀이 절로 감겨왔고, 곧 나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스위스에 온 지 벌써 일주일의 시간이 지났다.
예정보다 길어진 여행이었지만, 오히려 스위스 곳곳을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그동안 스위스의 명물 치즈 요리도 먹어보았고, 취리히의 랜드마크인 프라우뮌스터 교회에도 방문해 보았다.
‘교회 안에 걸려있는 마르크 샤갈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어서 즐거웠지.’
그렇게 여러 곳을 구경해가며, 나는 시장님의 연락을 기다렸고. 어젯밤, 드디어 내일 표창장을 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명예 표창장 수여식에 참가히고 있었다.
“…취리히 시민을 대표하여 감사의 이사를 전하며…!”
취리히 시청 앞에 세워진 단상에서 치러진 표창장 수여식은, 비록 그 규모가 크진 않았으나. 수많은 기자가 몰려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찰칵찰칵.
쉴새 없이 울려대는 셔터음과 플래시에 나는 눈을 뜨기 힘들었다.
“…이에 명예 표창장을 수여합니다.”
취리히 시장님이 내게 내민 고급스러운 상장을 받아 든 나는, 이어지는 기념 촬영을 마친 후. 시장님과의 식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미스터 윤은 한국에서 무슨 일을 하고 계십니까.”
“조그만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오. 어떤 사업이요?”
“루미리스라는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 내 말에 시장님은 상당히 놀라워했다.
“저도 루미리스 브랜드의 옷을 구매했었습니다.”
시장님과 나는 루미리스를 주제로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던 중, 시장님의 비서가 다가와 말했다.
“이제 그만 일어나셔야 합니다.”
화기애애했던 식사 시간은 시장님의 바쁜 일정 때문에 급히 마무리되었다.
“호텔까지 기사가 안전히 모셔다드릴 겁니다.”
나는 시장님의 친절한 배려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로써 이번 해외여행은 끝난 건가.’
곧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에 아쉬운 마음이 든 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스위스의 전경을 두 눈에 담으려 했다.
그러던 중, 익숙한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케빈?’
목발을 짚고 있는 저 어린 소년은 분명 케빈이 맞았다.
“기사님 잠시만 세워주실 수 있나요?”
끼익-
차에서 내린 곧장 케빈에게 달려갔다.
“케빈!”
“어?! 형!”
케빈은 나를 매우 반겨주었고, 나 또한 건강해 보이는 녀석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주었다.
“어떻게 된 거야? 언제 퇴원했어?”
“어제요. 원래 조금 더 입원해야 하는데, 의사 선생님이 통원 치료도 가능할 것 같다며 집으로 보내주셨어요.”
“잘 되었네.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다.”
씩씩하게 잘 움직이는 녀석의 모습을 보니, 괜히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다 형 덕분이죠. 그때, 제 목숨을 구해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진심을 담아 감사함을 전하는 녀석의 모습에 나는 괜히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형, 울어요?”
“…안 울어.”
“아닌데? 우는 것 같은데요?”
“하아암…. 하품 때문에 눈물이 나왔나 보네.”
케빈은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대충 넘어가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형, 혹시 지금 바빠요?”
“음… 아니, 지금은 별로. 왜?”
“시간 괜찮으시면, 우리 가게에 놀러 오시지 않을래요? 아마 할아버지도 좋아하실 거예요.”
호텔의 짐은 이미 거의 다 싸놓았기에, 시간적 여유는 충분했다.
“좋아. 그런데 잠시만.”
나는 여기까지 나를 태워준 기사님에게 다가갔다.
“부탁이 있는데요, 제 짐 좀 호텔에 가져다주실 수 있을까요?”
짐이라고 해도 표창장이 전부였기에, 기사님은 흔쾌히 내 부탁을 들어 주었다.
“감사합니다.”
나는 다시 케빈에게 돌아와 말했다.
“이제 가볼까?”
잠시 후, 우리는 낡은 골동품 가게 앞에 도착했다. 가게 앞에는 할아버지가 빗자루질하고 계셨는데, 나를 발견하시자마자 놀란 눈으로 달려오셨다.
“Ich han im Labe d’groschti Gnad erlabt. Merci viu mal!”
할아버지가 뭐라 뭐라 말씀하셨지만, 하필 독일어라 나는 하나도 알아듣질 못하였다.
“할아버지가 인생을 통틀어 가장 큰 은혜를 입었다고, 정말 고맙다고 하시네요.”
케빈은 눈물을 흘리며 말씀하시는 할아버지의 말을 즉석에서 통역해주었다.
나는 할아버지의 손을 꼬옥 붙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Ich mochte ein Geschenk geben.”
“할아버지가 은인에게 선물을 주고 싶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래?”
나는 할아버지에게 괜찮다고 말하였지만, 한사코 따라오라며 나를 향해 손짓하는 할아버지의 행동에. 어쩔 수 없이 가게로 따라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Warte mal”
“잠시만 기다려보라고 하시네요.”
그렇게 잠시 기다리고 있는 동안, 나는 문득 어떤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전 집주인이었던 이희철 씨가 머나먼 서쪽 땅에서 엄청난 행운을맞이할 거라고 했었는데.’
스위스는 한국을 기준으로 서쪽에 있었다.
“Es isch schwar!”
할아버지가 끙끙대며 안쪽에서 무언가를 가지고 나오시는 것을 본 나는, 서둘러 달려가 그 물건을 받았다.
‘이건…’
그것은 어떤 고급 액자에 담겨있는, 한 폭의 멋진 그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