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76
76화 독립 영화는 어떠세요?
한국에 돌아온 나는 매우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밀린 결제 서류입니다.”
구상민 씨가 가져다 준 엄청난 양의 결제 서류에 사인을 해야 했고.
“새로 만든 메뉴인데 어떠신가요?”
나영준 씨의 신메뉴를 맛보아야 했으며.
“선물 고맙구나.”
오랜만에 보육원에서 원장님과 수다도 떨어야 했다.
“형! 이거 보세요!”
“오? 잘 그렸는데?! 그런데 여기 이 부분만 이런 식으로 고치면 더 좋겠다.”
그리고 날로 실력이 오르는 근형이의 그림도 평가하고 지도해 주기도 했다.
그렇게 며칠간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고 나니, 이제야 겨우 여유로운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호로록-
오랜만에 직접 내린 커피를 마시며 여유로운 아침을 즐길 수 있게 된 나는, 창밖의 뻥 뚫린 한강 전경을 기분 좋게 바라보았다.
‘이거지.’
이 여유. 이 속 시원함.
내가 원했던 한강뷰 라이프가 바로 이거였다.
나는 서늘한 통유리 창에 몸을 기대며, 오늘 뭘 하면 좋을지를 고민했다.
‘회사로 찾아가 루나리스 패션의 앞으로의 방향성을 잡아볼까? 아니면 간만에 피아노 공연? 그것도 아니면 아예 저녁에 나가서 신나게 라이브 공연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그런데 한강의 잔잔한 물결을 너무 뚫어져라 바라봤던 탓일까.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집에서 쉴까.’
그동안 나는 사업을 하며 앞만 보며 달려가느라, 집에서 느긋하게 쉬어 본 적이 없었다.
얼마 전 여행을 다녀오며 리프레쉬를 해주긴 했지만, 그것은 편안하고 잉여롭게 쉬는 것과는 분명 달랐다.
‘그래, 오늘 하루를 내 인생에서 완전히 삭제해보자.’
그렇게 최선을 다해 쉬기로 마음먹은 나는 쇼파에 드러누워 곧장 TV를 켰다.
[오늘의 이슈 토픽입니다.]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뉴스 채널이었다.
나는 머리 아픈 뉴스보다, 하하호호 웃을 수 있는 예능이 보고 싶었기에 곧장 채널을 돌리려 하였다.
그런데 뉴스에서 무언가 익숙한 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몇 주 전, 화재가 난 스위스의 한 가정집에 거센 불길을 뚫고 아이를 구해낸 남성에 대한 영상이 화제입니다.]‘…어?’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에 나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럼 먼저, 이슈가 된 영상을 시청해보시죠.]TV에선 쓸데없이 선명한 화질의 어떤 동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저거 나잖아?!’
그것은 내가 케빈을 구하는 장면을 찍은 핸드폰 영상이었다.
[이 남성은 한국인 관광객 윤 모 씨로 밝혀졌으며….] [윤 모 씨는 젊은 사업가로….] [이 영상의 ‘좋아요’가 벌써 20만이 넘었….]‘아침 뉴스에 내 이름이 언급되다니….’
TV 화면에 나타난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니, 나는 무척이나 신기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다른 뉴스엔 관심이 없었던 나는, 이번에야말로 예능 채널로 돌리려 하였다.
우우웅-
그런데 그때, 한유경 씨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아침부터 무슨 일이지?’
그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아침 10시 이전에 전화를 건 적이 없었다.
무슨 큰일이라도 난 건 아닌가 하는 마음에, 나는 서둘러 수신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그동안 우리가 야근해야만 했던 이유가 모두 사장님 때문이었군요!
한유경 씨는 다짜고짜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사장님이 나오는 너튜브 영상 못 보셨어요?
봤다. 방금, 뉴스로.
-며칠 전부터 해외 주문량이 폭발하기 시작했어요. 스텔라는 물론이고 루미에와 콜라보한 루나리스의 의류까지요. 갑자기 주문량이 늘어난 이유를 몰랐었는데, 사장님이 나온 영상을 보니 이제야 이해가 가네요.
“…한유경 씨 말은 제가 나온 영상이 이슈가 되어, 우리 루나리스가 덩달아 조명받았다는 건가요?”
그건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화재 구출 영상에 내가 나온 것은 맞지만, 그것만으로는 내가 루나리스의 대표였다는 것을 유추할 순 없기 때문이었다.
-아, 그 화재 구출 영상과 링크된 영상은 못 보셨나 보네요.
“링크된 영상이요?”
-네. 사장님이 루나리스 패션의 정장을 입고, 취리히 시장님에게 표창장을 받는 영상이요.
“아.”
나는 그제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수여식 때 입은 루나리스의 옷이, 화재 구출 영상이 이슈화가 되며 홍보 효과를 누리게 된 거구나.’
이것을 노리고 루나리스 패션의 옷을 보내달라 요청했었지만, 이렇게까지 홍보가 잘 될 줄이야.
‘운이 참 좋았네.’
나는 흡족하게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덕분에 밀린 주문량을 해결하려고 우리 팀원들이 얼마나 고군분투했는지 아세요?!
얼핏 들으면 나를 원망하는 듯한 말투였지만, 이어지는 그녀의 목소리엔 즐거움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그런데 매출액이 장난이 아니에요. 평소의 2배는 가뿐히 뛰어넘는다니까요?
2배라니.
전에 루나리스 명품 브랜드를 런칭했을 때의 순이익 17억 정도 되었으니.
‘설마, 월 순이익이 34억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
당연히 그건 아닐 것이다. 그 당시에 계산한 순이익은 순수 명품만을 팔았을 때의 순이익이다.
‘콜라보한 의류와 저렴한 스텔라 패션에서 판매된 금액을 포함해서 계산하게 되면, 순이익은 30억이 안 될 거야.’
그래도 한 20억 후반대쯤은 될 듯싶었다.
-아무튼 그렇다고요. 그럼, 저는 다시 일하러 가야 해서 이만 끊을게요.
“…그거 알려주시려고 전화하신 거예요?”
-네. 왠지 오늘 사장님이 출근 안 하실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
귀신인가.
‘어떻게 알았지.’
나는 이게 바로 여자들이 말하는 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다.
-그럼 쉬세요~!
한유경 씨와의 통화가 종료되고, 나는 방금의 대화를 곱씹어보며 생각했다.
‘직원들이 열심히 일해준 덕분에 앉아서 돈을 벌고 있는데, 이렇게 놀고 있을 수만은 없지.’
직원들 간식이라도 사 가는 것이 좋을 듯싶었다. 겸사겸사 성과급도 나눠 주고 말이다.
그렇게 나갈 채비를 하려던 그때.
우우웅-
이번엔 카페 드리머의 이지혜 씨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그동안 외국인 손님들이 늘어났던 이유가 사장님 때문이었군요!?
어쩐지 데자뷰가 느껴지는 대화에 나는 웃음이 나왔다.
“네, 아무래도 제가 원인인 듯 하네요.”
-어쩐지, 외국인들이 계속 사장님을 찾더라고요.
“그래요? 그런데 신기하네요. 그분들이 저를 어떻게 알고 찾아왔을까요?”
우리나라 뉴스뿐만 아니라 스위스 신문에도 언급이 된 나였지만. 신문에 내 이름이 대놓고 실리지는 않았었다.
설사, 내 이름을 어떻게든 알아냈다고 쳐도. 외국인 분들이 내가 카페 드리머의 사장인 것을 무슨 수로 알아낸단 말인가.
-음… 혹시….
이지혜 씨는 이러한 나의 물음에 명쾌한 답을 내려주었다.
-라이브 방송하셨었잖아요. 너튜브에도 올라가 있는 그 영상들을 보고 사장님이 바로 그 신문에 실린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챈 것 아닐까요?
“아.”
그러고 보니 아까 뉴스에서 틀어준 영상에 내 얼굴이 선명하게 나오긴 했었다.
‘피아노 연주 영상을 시청했던 외국인들이, 뉴스에 나온 내 얼굴을 알아본 건가?’
그런 내 생각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지혜 씨가 계속해서 말했다.
-맞는 것 같아요. 해외 커뮤니티에 사장님 이름이 굉장히 많이 언급되어 있어요. 링크 보내드릴까요?
“네.”
이지혜 씨가 보내온 링크에 접속한 나는, 곧 나에 대한 수 많은 댓글을 볼 수 있었다.
[그는 히어로야!] [저 용감한 동양인은 대체 누구?] [눈물이 날 것 같군. 구조대원도 아닌데, 한 아이의 생명을 구하는 데 성공하다니 말이야!] [나, 이 사람 알고 있어.] [그는 한국의 라이브 카페 사장이야! (사진)]나는 댓글을 읽으며 낯이 뜨거워졌지만, 그럼에도 읽는 것을 멈추진 않았다. 그러던 중, 커뮤니티에 올라온 어떤 댓글들을 확인한 나는, 얼굴이 더욱 달아오르고 말았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슈퍼맨에 내 얼굴을 합성하는 것은 좀….’
어쨌거나, 이로써 카페 드리머의 방문객이 늘어난 원인이 나였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라이브 카페 직원들도 챙겨줘야겠어.’
나 때문에 늘어난 손님들로 인해, 업무 강도가 상당히 올라갔을 테니 말이다.
“이지혜 씨, 조금 이따가 보죠.”
그녀와 통화를 끝낸 나는, 문득 핸드폰 상단에 떠 있는 무수한 알람 메시지 목록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동안 바빠서 잘 확인하지 않았었는데.’
나는 쌓여있던 메시지들을 하나하나 눌러보았다.
그 메시지들의 내용을 핵심만 추려보면 다음과 같았다.
[현민! 이거 진짜 너야? (링크) -아일라-] [유명인이 되셨네요.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뉴욕에는 언제 오실 겁니까. -루카스-] [지금도 이렇게 불타오르는데, 나중에 우리 영화 예고편이 공개되면 난리가 나겠네요. 아, 예고편에는 당신의 얼굴이 나올 예정이랍니다. 🙂 -톰-] [미스터 윤, 구출 장면을 영상으로 직접 보니 너무나 감동적이더군요. -스티븐-] [야 이 미친놈아! 너 대체 뭔 짓을 하고 돌아다니는 거야?! -상필-]해외의 지인들로부터 도착한 메시지들을 모두 읽어 본 나는, 기분이 조금 이상해졌다.
‘예전에는 이런 일상 꿈도 꾸지 못했었는데.’
내가 TV에 나오게 되고, 해외의 유명인들에게 먼저 메시지를 받는 꿈같은 일상이라니.
‘이 정도면 성공한 인생인가?’
뭐, 이 정도면 성공한 인생인 셈이다. 다만, 아직 부족했다.
‘나는 더 많은 것들을 해보고 싶으니까.’
내가 하고 싶은 모든 분야에서 성공하는 것이, 지금의 내가 가진 원대한 꿈이었다.
‘오늘도 할 일이 많겠어.’
나는 오늘 하루를 삭제한다는 계획을 전면 취소하였다.
***
루나리스 직원들은 성과급을 지급해 준다는 말에 환호성을 질렀다.
“사랑합니다! 사장님!”
그들의 기뻐하는 모습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 나는, 내친김에 오늘 저녁 회식비까지 추가로 지급해 주었다.
이후 나는 카페 드리머로 이동했는데, 약간의 문제가 발생했다.
“어?! 미스터 윤이 저기 있다!”
“와! 내가 저 사람을 실제로 만날 수 있게 되다니!”
“나는 그가 피아노를 치는 모습을 보고 싶어!”
“노래 공연도!”
이 말을 한 사람들은 모두 내 방송을 즐겨보던 외국인 관광객들인 것 같았다.
우르르-
나를 향해 구름떼처럼 모여든 외국인들은, 대뜸 내게 종이와 펜을 들이밀었다.
“사인해주세요!”
먼 곳에서 온 그들을 매몰차게 거절할 수 없었던 나는, 어쩔 수 없이 계획에도 없던 사인회를 시작하게 되었다.
“저, 사진도 한 장 가능할까요?”
“…그럼요.”
너도나도 사진을 요청하는 바람에 시간은 더욱 많이 걸리게 되었다.
‘후우… 어질어질하네.’
그렇게 몰려든 모든 사람에게 사인을 끝마칠 수 있었던 것은 늦은 오후였다.
“수고하셨어요.”
피아노 공연을 끝마친 이지혜 씨가 시원한 음료를 내게 가져다주었다.
“감사합니다.”
목이 정말 탔던 나는 음료수를 벌컥컬컥 들이켰다.
“…크으!”
몸속에 단물이 들어가니, 이제야 좀 살 것 같았다.
“죄송해요. 이렇게 될 걸 예상하고 미리 경고해드렸어야 했는데.”
“아닙니다. 이걸 어떻게 예상해요.”
조그만 라이브 카페 사장님을 보겠다고 외국 분들이 몰려들 줄 그 누가 예상할 수 있었겠는가.
“…어쨌거나 앞으로 드리머를 찾아올 때는 조금 조심해야겠습니다.”
마스크를 쓰던가, 모자를 써야 할 듯싶었다.
“그런데 지금 몇시죠?”
“지금… 오후 4시 30분이요.”
“이런, 벌써 드리머 직원들이 퇴근할 시간이네요.”
나는 서둘러 카페로 들어가 직원들에게 성과급과 선물들을 나눠 주었다.(드리머 직원들은 어차피 직접 커피를 제조해 마실 수 있었으므로 다른 선물을 준비했었다.)
직원들에게 선물을 모두 나누어 준 나는, 사무실로 향해 지친 몸을 의자에 기대었다.
그런데 이지혜 씨는 아직 내게 볼일이 남았는지, 사무실까지 따라 들어와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어떻게 된 일이에요?”
“뭐가요?”
“못 보신 사이에 많은 일들을 겪고 돌아오셨잖아요.”
“음… 궁금해요?”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에게 나는 이번 스위스 여행에서 겪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이야기해주었다.
“세상에.”
내 이야기를 모두 들은 그녀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스티븐 에필버그라니요! 게다가 톰 크루거와 영화를 찍었다니요!”
“…그렇게 되었네요.”
그 경험은 나 또한 신기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지혜 씨의 반응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그녀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더니, 이내 내게 물었다.
“그럼 사장님은 영화제작에도 관심이 생기신 건가요?”
“네, 이번 경험을 통해 약간 관심이 생겼네요. 하지만 아직은 먼 미래의 일입니다. 지금은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니까요.”
영화제작엔 예산이 많이 든다. 그러니 당분간 돈을 모을 시간이 필요했다.
“혹시 당장 영화를 제작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장 영화를 제작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짧은 분량의 독립 영화는 저예산으로도 충분히 제작할 수 있어요.”
“독립 영화요?”
‘그러고 보니, 저예산으로 제작된 예술성이 있는 독립 영화들이 있긴 하지.’
그래, 독립 영화를 제작한다면 예산은 지금 내 수중에 있는 돈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저는 감독은 할 생각이 없어서요. 각본가라면 모를까.”
예산이 있어도 솜씨 좋은 감독을 빠르게 구할 방법이 없으니, 당장 독립 영화를 제작하려면 내가 직접 감독을 해야만 할 것이다.
“…감독을 제가 소개해 드린다면요?”
“네?”
이지혜 씨는 진지한 어조로 내게 물었다.
“제가 알고 있는 지인 중에 괜찮은 실력을 갖춘 감독이 있어요.”
“…!”
배우인 언니를 보고 자란 그녀가 실력을 인정한 감독이라면, 신뢰가 간다.
‘나쁘지 않은데?’
영화 제작, 어쩌면 당장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