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8
8화 이 차는 이제 제껍니다
“어떤 차를 보러오셨다고요?”
“모, 모닝이나 레이요.”
갓 대학을 졸업했을 법한 20대 중반의 남성이, 중고차 딜러의 앞에서 말을 더듬었다.
방금 사무실에 들어오기 전에 보았던 화려한 외제 차들을 보았기에, 주눅이 든 탓이었다.
이에 중고차 딜러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모닝 좋죠! 기름 적게 먹지, 주차하기 편하지, 톨비 반값에, 주차비도 반값이라 유지하기 너무 좋잖아요!”
“그, 그렇죠?!”
딜러의 예상과 다른 친절한 말투에 남자의 경계심이 풀리었다.
또한, 딜러가 경차의 장점을 나열한 덕에 왠지 모를 공감대가 형성되어 신뢰도가 올라갔다.
“마침 괜찮은 물건이 들어와 있네요. 바로 보러 가실까요?”
“예? 예!”
남자는 중고차 딜러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벅저벅.
앞장서는 딜러를 따라가던 중, 갑자기 딜러가 걸음을 멈춰 세우며 물었다.
“그런데, 고객님. 혹시 옵션이 들어간 모델을 원하시는 건가요?”
당연히 풀옵션 모델을 원했다. 알바로 얼마간 모은 돈과 취업 기념으로 부모님께 약간의 돈을 지원받아 예산은 충분했으니까.
“아… 풀옵션이요… 흐음….”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것일까?
사람 좋아 보이는 딜러의 얼굴이 어두워지자, 남자는 괜히 마음이 불안해졌다.
“무, 무슨 문제가 있나요?”
“네? 아뇨, 문제는 없습니다만. 한 가지가 걸려서요. 그런데… 에이. 아닙니다. 사장님께서도 충분히 알아보고 결정하신 걸 텐데, 제가 왈가왈부해선 안 되겠죠.”
딜러의 불안한 반응에 남자는 겁이 났다.
‘내가 충분히 알아보고 왔던가?’
인터넷도 찾아보고,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충분히 알아봤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아무리 자세하게 조사해봤다고 해도, 눈앞의 딜러보다 잘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야.’
그럴 리 없었다. 아무래도 일반인인 자신이, 눈앞의 전문가보다 뛰어날 리 없었으니까.
그래서 남자는 물었다. 어떤 문제가 있다면, 경청하겠다고.
“아, 별건 아닌데요. 모닝 풀옵션을 살 돈이면, 괜찮은 K3 깡통도 살 수 있거든요. 아시다시피 경차가 다 좋은데 차가 가볍다 보니, 안전성이 떨어지잖아요. 목숨은 소중한데.”
목숨이라는 말에 남자는 덜컥 겁이 났다.
‘그래, 사고 크게 나면 경차는 완전히 박살 날 위험이 있다고 들은 것 같아.’
남자는 머릿속에 찌그러진 깡통처럼 변한 모닝과, 그 안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그럼 K3로 할게요.”
“그렇게 하시겠어요?”
“ㄴ,네!”
“네, 알겠습니다. 그럼 K3로 보여드릴게요. 참! 그럼 깡통 모델로 보시는 거죠?”
깡통이라는 말에 남자는 자신의 좋지 않은 주차 실력을 떠올렸다.
‘그래도 후방 카메라는 있어야지. 블랙박스도 있어야 하고, 또….’
아무래도 몇 가지 옵션은 필수인 것 같다는 결론이 났다. 생각해보니 지금 가지고 있는 예산을 다 털어내면, 간당간당하게 옵션이 들어간 K3를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아하, 옵션이 있는 모델을 찾으시는 구나….”
“…”
딜러의 또다시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을 본 남자는 다시 물었다.
“별건 아닌데요. K3 옵션 들어간 모델은 그냥 K5 가격이라서요. 아시다시피 중형이랑 준중형은 체감차이가 크잖아요.”
“그, 그런가요? 하지만 저는 옵션이 꼭 필요해서요. K5 사면 옵션 못 넣을 것 같은데….”
“대출 조금만 하시면 될 것 같은데요? 취업은 하셨죠?”
“…했죠.”
“어쩐지. 취업 기념으로 첫차 뽑으시려고 오신 것 같더라니. 그럼 그거 들어 보셨죠? 첫 직장을 잘 선택해야 인생이 잘 풀린다는 말요.”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차도 마찬가지예요. 첫차를 잘 선택 해야 남들에게 무시를 받지 않습니다. 딜러 생활 10년 차인 제가 보증해요.”
‘그, 그런가?’
그럴듯한 말에 남자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래. 맞는 말 같아.’
머릿속으로 대충 대출 이자를 계산해보던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K5로….”
“아, 그런데요. 그 돈이면….”
청산유수 같은 딜러의 말에 남자는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로도 딜러는 쏘나타, 그랜저, G70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결국.
“여기 사인하시면 됩니다.”
“…네.”
뭐에 홀린 것 같은 얼굴로, 남자는 계약서에 사인했다. 차종은 제네시스 풀 옵션이었다.
“고객님, 그 가격이면 땡잡으신 거예요. 그리고 고객님 나이에 제네시스 타고 다니면 아무도 무시 안 해요.”
“그…렇죠?”
“그럼요! 운전할 때 제일 서러운 게, 남들이 내 차 무시할 때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아까 모닝으로 계약하셨으면, 굉장히 힘드셨을 거예요.”
딜러의 말에 남자는 비로소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혹시 어플 배너에 떠 있던 뽑기 이벤트요. 저 그거하고 왔는데, 지금 보여드리면 되나요?”
남자가 말한 뽑기는 이곳 중고차 판매장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한 이벤트였다.
이용 방법은 어플 상단의 배너를 클릭하면, 랜덤으로 할인권이 나오는데. 이것을 중고차 구매 시 사용할 수 있었다.
할인권의 종류는 다음과 같았다.
[0.1% 할인권.] [0.5% 할인권.] [1% 할인권.] [5% 할인권.] [10% 할인권.] [50% 할인권.]자동차 딜러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원래는 사인하시기 전에 보여주셔야 하는데, 고객님이 취업도 하셨으니까 이번만 특별히 해드릴게요. 혹시 몇 퍼센트 할인권을 뽑으셨을까요?”
“…0.5%요.”
남자의 스마트폰을 확인한 딜러가 계산기를 두드렸다.
“…넵! 적용되셨습니다! 그럼 이 가격으로 결제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잠시 후, 할인된 가격으로 중고차를 구매한 남자가 기분 좋게 돌아갔다.
“…풉.”
조용해진 사무실에서 중고차 딜러가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고맙다, 호구 새끼야!’
모닝을 사러 온 새끼가 이빨을 약간 털어주자, 제네시스를 구매하고 돌아갔다. 호구도 이런 호구가 없었다.
아, 사회초년생한테 너무한 것 아니냐고?
‘알 게 뭐야. 낚인 놈이 잘못이지.’
애초에 사기를 친 것도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서로가 만족한 거래였으니까. 이후에 호구가 자동차 할부금으로 고생을 하든 말든 알 바 없었다.
‘그래놓고 그거 조금 할인받았다고 좋아하는 꼴이라니.’
아마 저 호구가 굳이 다른 중고차 판매장보다 멀리 떨어진 이곳까지 방문한 이유도, 이벤트로 얻은 할인권을 사용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진짜 웃기네. 겨우 그거에 낚이는 호구가 이렇게 많을 줄이야.’
할인권 이벤트는 호구 손님을 끌어모으기 위한 수단이었다.
‘50% 할인권에 혹한 호구들이 1차로 어플을 다운로드하게 되지. 그러다 얼마 안 되는 할인권을 뽑았더라도, 아예 할인 안 되는 다른 매장보다는 여기가 나을 테니 어쩔 수 없이 이곳으로 오게 되어있어.’
게다가 여기엔 함정이 있었다.
‘애초에 50% 할인권은 뽑힐 확률이 없다는 거.’
호구들의 대부분은 저 50% 할인권을 노리고 어플을 다운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 50% 할인권이 뽑힐 확률은 무려.
‘700만 분의 1.’
로또 당첨 확률이 814만 분의 1이라고 했던가.
그마저도 마음 같아선 0%로 설정하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걸릴 수 있으니 말도 안 되는 확률로 설정해두었다.
‘어쨌거나 절대 뽑힐 리가 없지.’
또, 10%. 5% 할인권도 마찬가지로 극악의 확률을 자랑했다.
‘10%는 200만 분의 1, 5%는 100만 분의 1.’
이게 양산형 뽑기 게임이었다면, 확률을 공개했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그저 중고차 어플의 이벤트일 뿐이기에 이러한 꼼수가 가능했다.
‘그러니 호구들은 겨우 1% 이하의 할인을 받고자, 이곳까지 찾아오는 셈인 거지.’
등신 새끼들.
중고차 사장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돈 벌기 정말 쉽구만!’
돈을 갖다 바치는 호구가 이렇게나 많으니 말이다. 그는 탁상용 달력에 표시된 빽빽한 스케줄들을 확인했다.
‘후후…! 오늘 오후에 한 건이 더 있었지?’
사장은 오전에 걸려왔던 전화를 떠올렸다.
‘방금 다녀간 호구처럼 경차를 구매하고 싶다고 했었나?’
문의자는 반드시 경차만을 고집하겠다는 의지가 가득했지만, 자동차에 대해 잘 모르는 기색이 가득한 남자였었다.
‘그게 가능할까?’
사장은 이제 곧 방문할 호구에게 반드시 준중형차 이상의 차량을 판매할 자신이 있었다.
‘오늘 저녁에는 한우를 먹을 수 있겠어.’
사장은 설레는 마음으로 오후의 호구를 기다렸다.
***
“모닝 좋죠! 기름 적게 먹지, 주차하기 편하지, 톨비 반값에, 주차비도 반값이라 유지하기 너무 좋잖아요!”
“그런데, 사장님. 혹시 옵션이 들어간 모델을 원하시나요?”
“아… 풀옵션이요… 흐음….”
“사장님, 충분히 알아보고 결정하신 거지요? 혹시 제가 조언을 드린다면, 큰 실례가 되겠습니까?”
모닝에서 시작해서 제네시스까지 이어지는 레퍼토리가 거의 바뀌지 않고 튀어나왔다.
‘순조로운데?’
오히려 아까의 사회초년생보다도 더 쉬웠다. 눈앞의 남자는 설명하는 족족 고개를 끄덕이며 ‘아, 그래요? 그럼 그걸로 할게요.’라고 말했다.
‘이 기세라면, 어쩌면…’
사장은 아까 남자에게서 받은 명함을 떠올렸다.
‘윤현민 대리라고 했었지?’
비록 복장은 허름했지만, 번듯한 직장을 다니고 있으니 대출이 잘 나올 듯싶었다.
‘잘하면 외제 차도 팔 수 있겠는데?’
사장의 예상은 적중했다.
“그런데 제네시스 살 돈이면 사실 BMW 3시리즈도 가능하거든요.”
그 말에 호구가 반색했다.
“진짜요?! BMW면 외제 차잖아요?”
“그쵸? 안 믿기시죠? 그런데 그게 가능해요. 제가 고객님 인상이 좋으셔서, 제가 특별히 알려드리는 겁니다.”
“오오!”
‘됐다.’
호구가 눈에 띄게 좋아하는 모습에 사장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살살 구슬리면 한 단계 더 올릴 수 있겠는데?’
중고차 딜러 10년 차의 감이 말해준다. 눈앞의 남자는 호구 중의 호구가 분명하다고.
“그런데 고객님? 요즘 대세는 사실 벤츠 C클래스입니다.”
“벤츠요? BMW도 비싼데 그걸 어떻게 사요.”
“카푸어라는 말 들어보셨죠? 그 카푸어들이 찾는 만만한 외제 차중 하나가 바로 BMW 3시리즈에요. 한 마디로 이미지가 별로 안 좋다는 이야기입니다. C클래스로 가시면 이미지부터가 다르고, 막상 따져보면 가격 차이도 크게 안나요.”
“그래요? 얼마나 차이 나는데요?”
승부수였다.
사장은 침을 꿀떡 삼키며, 별일 아니라는 듯 툭 내뱉었다.
“…1,500정도요.”
“아….”
반응이 시원찮았다. 호구가 입술을 깨무는 것이 아무래도 현실감각이 되돌아오는 신호처럼 보였다.
‘젠장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렸나?’
다 된 밥에 재를 뿌릴 수는 없었기에, 사장은 얼른 뒷말을 덧붙였다.
“대신! 제가 특별히! 같은 가격에 약 오백만 원 상당의 옵션이 들어간 모델로 출고해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되면 오백만 원 정도 손해 보는 것 같겠지만, 그래도 천만 원이 남으니 이득이었다.
그리고 이 전략은 상당히 잘 먹혀드는 듯 보였다.
“와! 정말요?! 대박!”
호구는 분명 좋아했다.
게다가 호구의 얼굴에는 화색까지 돌았기에, 사장은 이어지는 호구의 말이 부정적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요. 그럼 풀 옵션 모델은 아닌 거잖아요?”
“그… 렇죠?”
“에이. 그럼 그냥 안 할래요. 저는 옵션이 들어간 차를 산다면, 풀옵으로 타고 싶거든요.”
‘젠장, 젠장!’
또다시 그물망을 빠져나가려는 호구. 그런 호구를 사장은 어떻게든 붙잡고 싶었다.
“그럼 천만 원! 천만 원 상당의 옵션이 들어간 모델로 드리겠습니다! 그 정도면 거의 풀옵급이에요. 풀옵 3시리즈를 타실 바에야 제가 서비스로 드리는 풀옵급 C클래스를 타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음….”
호구가 제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했다. 그리고 드디어 호구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해주세요.”
‘됐다!’
비록 이득은 약간 줄었지만, 요즘 경기가 나빠 팔기 힘든 벤츠를 이득 보고 팔았다는 것에 사장은 기분이 좋아졌다.
“그럼 바로 계약서부터 작성하러 가보실까요?”
“아, 그 전에 시승부터 하고 오면 안 될까요?”
당연히 시승부터 해야 하는 것이 절차였지만, 마음이 급해 어물쩍 넘기려고 했었다. 그래서 사장은 살짝 언짢아졌지만, 티를 내지는 않았다.
“아, 그렇죠. 시승부터 시켜드려야 했는데 제가 딴생각하느라 깜빡했네요. 그럼 바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부릉-!
사장의 안내에 따라 윤현민은 벤츠 C클래스를 시승하고 돌아왔고, 차에서 내리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좋네요! 딱 제가 찾던 자동차입니다.”
“그런가요? 그럼 바로 사무실로 올라가시죠!”
“그런데 이거 얼마라고 하셨죠?”
“총액 5,900만 원입니다.”
“아, 너무 좋네요. 2,950만 원이라니.”
지금 이 호구가 무슨 말을 하는 걸까? 귓구멍이라도 막힌 건가?
“네? 제가 방금 5,900만 원이라고 했는데요?”
호구는 고개를 끄덕이며 별안간 스마트폰을 꺼내 사장에게 내밀었다.
“이 할인권을 적용하면 2,950만 원이 맞는데요?”
“할인권이요?”
속으로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느냐고 중얼거린 사장이 윤현민의 스마트폰을 보았고.
“어억?!”
충격을 받은 사장이 턱이 빠질 듯 입을 크게 벌렸다.
“2,950만 원, 맞죠?”
씨익 웃는 현민의 스마트폰에는, 이벤트 뽑기로 받은 50% 할인권이 띄워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