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80
80화 왜냐면 이 그림의 가격은 최소….
자동차 보험 가입 완료.
자동차 인도받기 완료.
차량 점검 완료.
차량 등록 완료.
신차 구매 후 거쳐야 할 절차들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지만, 단 한 가지가 너무나 느리게 처리되었다.
‘번호판 발급이 2~4주나 걸리다니.’
당장 내 명의의 번호판을 단 람보르기니를 운전하고 싶은 나로서는, 너무나도 긴 기간이었다.
‘그나마 임시 번호판이라도 있어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저 기간을 어떻게 기다려.’
임시 번호판은 출고된 신차를 실제로 운전해보며 테스트할 수 있도록 10일간 유지되는 번호판이었다.
‘지금 몇 시지?’
시계를 보니 오후 5시 30분이었다.
‘그럼 집으로 돌아가 볼까?’
번호판 발급 신청까지 모두 다 끝낸 나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마침내 내 소유가 된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리본에 올라탔다.
‘오?’
시승했을 때와는 승차감이 전혀 달랐다.
‘같은 차량이라고 하더라도, 시승한 차는 결국 남의 것이지.’
그러니 온전한 내 차를 운전하는 것과는 느낌이 전혀 다른 것이 당연했다.
‘중고랑 다르게 새 차 냄새가 많이 나네.’
나는 이런 냄새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것이 내 람보르기니의 냄새라 생각하니,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도 계속 맡고 있으면 머리가 어지러우니까….’
츠즈즈즈-
나는 중앙 재어 페널의 버튼을 조작하여, 차량 지붕을 열었다. 동시에 신선한 공기가 차량 구석구석에 스며들었다.
탁.
그렇게 지붕이 완전히 열렸을 때, 지나가던 행인들이 나와 내 차를 힐끔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이거지.’
시승했을 때도 느꼈지만, 이런 맛에 오픈카를 타는 듯했다.
부릉-
차에 시동을 걸자, 기분 좋은 떨림이 전해져온다.
부앙-
액셀을 살짝만 밟았는데도 어찌나 힘이 좋은지, 람보르기니의 상징인 성난 황소의 등에 올라타고 있는 것 같았다.
‘도로가 조용하네.’
언제나 들려오던 경적도 없었고, 왠지 늘 화가 나 있는 운전자들의 끼어들기도 없었다.
나를 발견한 전방의 차들이, 친절하게 길을 열어준다. 덕분에 뻥 뚫린 도로 위를 시원하게 질주했다.
‘후하! 운전이 재밌구나!’
속도를 더더더! 올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하지만 한국의 좁은 도로에서, 액셀을 끝까지 밟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조만간 버킷리스트 하나를 완성하러 떠나야겠군.’
전에 버킷리스트 보았을 때, 9번에 아우토반에서 질주하기라는 항목을 본 기억이 있다.
‘제한속도가 무제한인 독일의 아우토반에서 액셀을 끝까지 밟는다면, 굉장히 짜릿하겠지?’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고 보니, 이걸로 버킷리스트 2번인 ‘중고차가 아닌 내 자동차 가지기’도 완성한 거구나.’
나는 지금까지 이룬 버킷리스트를 계산해보았다.
‘총 10개의 버킷리스트를 완성했구나. 그럼 이제야 겨우 10% 완성한 거네.’
버킷리스트를 완성하려면 앞으로도 열심히 분발해야 할 것 같았다.
부앙-!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나는 집 근처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벌써 집에 다 왔네.’
전방의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면, 로열 리버파크 아파트였다. 그렇게 내가 좌회전 깜빡이를 켜려던 찰나.
후웅-
한강의 강바람이 불어왔다. 그 기분 좋은 시원함을 느낀 나는 이대로 들어가기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바퀴만 더 돌고 들어가자.’
이후, 나는 동네 근처의 도로를 10번이나 돌고 나서야 만족하며 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고? 지금 장난해?!
전화 너머에서 들려오는 강진수의 호통에 이기형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 그림이 한국에 있다고?’
도저히 말이 되지 않았다. 발견되어도 스위스에서 발견되어야지, 그게 왜 거기에 가 있단 말인가.
‘그것도 자그마한 카페의 벽면에 걸려있다는 게 무슨…’
그림의 가치를 안다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짓이었다.
“그, 그럼 그 카페의 주인이 우리 그림을 주워간 것 아닙니까?”
-…우리 그림?
“…그 그림을 그 카페의 주인이 가져간 것 아닐까요?”
그런 이기형의 물음에 강진수는 곧바로 부정했다.
-그럴 리가 없지.
“예? 어떻게 그렇게 장담하실 수 있으십니까? 그 카페의 사장이 스위스에 여행와서, 우리… 아니, 그 그림을 우연히 주웠을지도 모르잖습니까.”
-하아… 그러니까 그럴 리가 없다니깐.
“어째서요?”
-그야 그 카페의 주인이 바로 윤현민 씨니까.
“윤…현민?”
이기형은 그 말에 두 눈을 크게 떴다.
“그게 누군데요?”
-…뭐?
“유명한 사람입니까?”
-…….
전화 너머에서 잠시 아무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이번 루미에와 루나리스의 콜라보를 성공시킨 사람 몰라? 스위스로 떠나기 전날에 회사에서 인사 나눴었잖아.
그랬었나?
이기형은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기억이 나는 것도 같습니다.”
-그러니까 그 사람이 그림을 가져간 건 아니라고. 왜냐면, 네가 스위스에서 사고를 당하던 날에 그는 한국에 있었으니까.
“…아.”
강진수 사장의 말에 이기형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그동안 계속 조사해봤을 것 아냐. 윤현민 씨가 그 그림을 가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뭐라도 감이 오는 게 없어?
전혀 없었다.
이기형은 강진수 사장이 한국으로 돌아간 이후, 이 일에 대해 신경을 아예 꺼버렸다.
-…하긴. 이미 그림이 발견되었는데, 이제 그 과정이 중요한 것은 아니긴 하지.
‘젠장…!’
이기형은 그 윤현민이라는 작자의 멱살을 붙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림을 손에 넣었으면, 차라리 강진수에게 들키지나 말던가! 왜 그걸 벽에다 걸어놔서 일을 이렇게 키우는 건데!’
그때 교통사고를 당해 그림을 잃어버린 것으로 일이 마무리되었다면, 아무도 행방을 모르는 비자금 1,000억 원은 이기형의 차지가 되었을 것이다.
‘만약 금융 감독관이 추적해와도 거암 그룹을 중심으로 조사할 테니, 용의선상에서 벗어나 있는 나는 그냥 공짜로 막대한 돈을 챙기기만 하면 되는 거였는데…!’
거암그룹에선 자신의 명의로 돈을 세탁하려 하였지만, 뭔가 덤터기를 쓸 것 같았던 이기형은 일부러 그러지 않았었다.
원래는 명의를 빌려주지 않으며 수수료만 챙길 심산이었으나, 예상 밖의 교통사고로 아예 거암그룹의 비자금까지 삼킬 기회가 찾아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기회가 이렇게 허무하게 날아가 버리다니…!’
속으로 얼굴도 모르는 윤현민을 향해 갖은 욕을 퍼붓던 이기형은, 문득 좋은 생각을 떠올릴 수 있었다.
‘잠깐만. 어차피 그 그림을 현금화하려면, 나를 거쳐야 하는 거잖아?’
강진수 사장은 그림의 소유주가 이기형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강진수는 그림을 팔기 위해선 무조건 이기형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 분명했다.
‘…이미 초대박은 물 건너갔지만, 대박은 아직 노려볼 만하겠는데?’
줄리아는 말했었다. 그 그림의 가치는 적어도 1,800억이 넘는다고.
‘강진수와 함께 윤현민이라는 놈에게 그림을 받아낸 다음, 내가 스위스에서 다른 갤러리에 판매할 수만 있다면…’
그렇다면 그림의 원래 소유주인 줄리아에게 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되고, 또 거암그룹에게 비자금 천 억을 넘겨주고도, 남은 차액인 약 800억을 자신이 가질 수 있었다.
-당장 구매 증서 가지고 한국으로 와. 윤현민 씨에게 그림을 양도받으려면 증거가 필요하니까.
“…예, 알겠습니다.”
강진수 사장과의 통화가 끝난 후, 이기형은 아무렇게나 처박아 두었던 구매증서를 찾아 꺼내 들었다.
‘다시 봐도 정교하게 잘 만들었어.’
그 구매 증서는 가짜였다. 그러므로 줄리아에게 부탁하여 정말로 그림을 산 것처럼 꾸며야 완벽한 위조가 가능했다.
하지만 이기형은 그럴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
‘줄리아 몰래 일을 처리해야 해. 그래야 내가 800억을 챙길 수 있어.’
이기형은 부푼 마음을 가지고 한국으로 떠날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
내가 람보르기니를 뽑은 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동안 나는 매우 바쁜 나날을 보냈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최지훈 감독이 영화 촬영 준비를 하는 과정을 지켜보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원래라면 내가 이렇게 직접 움직일 필요는 없었지만….’
촬영 스텝을 뽑는 일이라던가, 배우의 섭외 문제 정도라면 내가 직접 눈으로 보고 판단하여야 했겠지만, 그 밖의 촬영 장소를 결정하는 문제라던가, 필요한 소품을 구매하거나 제작하는 것 등은 최지훈 감독이 알아서 해도 될 문제였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영화가 완성되길 두 손 놓고 기다리기만 하고 싶지 않았다.
‘영화 제작 과정 전부를 내 눈으로 보고 싶어.’
내가 투자하는 첫 영화였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싶기도 했고.
혹시라도 나중에 영화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된다면, 전반적인 제작 과정을 알고 있는 편이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사장님 나오셨습니까?”
최지훈 감독은 날이 서 있던 첫 미팅 때와는 사뭇 다른 태도로 나를 반겨 주었다.
“자요, 커피 사 왔습니다. 스텝들하고 나눠 드세요.”
“오오! 감사히 잘 마시겠습니다!”
최지훈 감독은 근처에 서 있던 스텝을 불러, 내가 사 온 커피를 떠넘기었다.
“이따가 어제 추려두었던 촬영 장소 후보들을 둘러볼 생각인데, 오늘도 저랑 같이 가실 건가요?”
최지훈 감독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오늘은 일정이 있어서요. 커피만 전해드리고 가려 했습니다.”
“그렇군요… 혹시 무슨 일정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별것 아닙니다. 그냥 누가 가게로 찾아온다고 해서요.”
나는 어젯밤 걸려 왔던 강진수 사장의 통화를 떠올렸다.
-윤현민 씨의 가게에 걸려있는 그림에 대해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내일 가게로 찾아가도 될까요?
그렇게 말하는 강진수 사장의 목소리에는 초조함이 느껴졌었다.
‘대체 그 그림이 뭐길래…’
케빈의 할아버지가 선물해준 그림에 무언가 비밀이라도 있는 걸까?
‘강진수 사장을 만나보면 알겠지.’
손목시계를 확인해 보니 약속 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
“그럼 오늘도 촬영 준비 화이팅입니다.”
“넵!”
최지훈 감독과 인사를 나눈 나는, 곧장 카페 드리머로 향했다.
.
.
.
사람이 북적이는 가게에 도착한 나는 뜻밖의 인물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이기형?’
강진수 사장의 옆에 서 있는 이기형은, 캐빈의 할아버지가 선물해준 그림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윤현민 씨.”
“네,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저야 잘 지내었죠. 그러는 윤현민 씨는요? 보아하니 꽤 유명세를 타시던데….”
“하하… 그게 말이죠….”
나와 강진수 사장은 잠시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잡담을 나누었다.
그러던 중, 나는 손님을 계속 가게에 세워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이쿠. 제가 손님을 계속 세워두었네요. 어서 사무실로 가셔서 편하게 말씀 나누실까요?”
나는 강진수 사장을 사무실로 데려가려 했지만, 그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아뇨, 저 그림을 직접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군요.”
“…그래요? 그러고 보니 그림 때문에 찾아오셨다고 말씀하셨었죠.”
“네, 맞습니다.”
“그럼 이제 그 이유를 설명해주시겠어요?”
강진수 사장이 내게 자초지종을 설명해주었다.
“…그렇게 된 겁니다.”
“…솔직히 믿기 힘든 이야기네요. 그런데 저 그림이 이기형… 씨의 것이라는 증거는 있나요?”
“네, 여기 있습니다.”
강진수 사장이 건네준 것은 다름 아닌 미술품 구매 증서였다.
“스위스의 유명한 갤러리 인장이 찍힌 진품 증서입니다. 여기에 따르면, 약 1,000억 원을 주고 여기 이기형 씨가 그림을 구매했다고 보증되어 있습니다.”
“…1,000억이요?”
나는 매우 놀라고 말았다. 그냥 선물 받은 그림이 1,000억 원의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니 말이다.
“…잠시 확인을 좀 해보겠습니다.”
핸드폰을 꺼내 증서에 찍혀있는 갤러리를 검색한 나는, 곧 강진수 사장의 말이 진짜임을 알 수 있었다.
‘…저 증서가 가짜일 가능성은 없겠지?’
나는 조금 의심스러웠지만, 거암그룹의 후계자씩이나 되어서 그런 치졸한 방법을 쓰진 않았으리라 생각하였다.
‘…어쩔 수 없지.’
원래의 주인이 잃어버린 물건을 찾으러 왔다는데, 돌려주지 않을 명분이 없었다.
“알겠습니다. 가져가세요.”
“감사합니다. 그래도 윤현민 씨 덕분에 그림을 되찾을 수 있었으니, 나중에 제가 크게 사례하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림을 떼어내기 위해 벽면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때.
“That’s strange….”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Excuse me for a moment.”
내 바로 뒤에 서 있던 백발의 노인이, 내 손에 들려 있던 구매 증서를 빼앗아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저기요!”
무례한 사람이라 여긴 나는 다소 화가 난 목소리로 노인을 불렀다. 그런데 노인은 계속해서 고개를 갸웃하더니, 내게 증서를 돌려주며 중얼거렸다.
“이거 가짜 같은데….”
“예?”
“아무리 봐도 저 구매 증서는 가짜 같군요.”
노인의 말은 이상한 사람이라 치부하기엔, 너무나 확신에 차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노인의 말에 이 자리의 모두가 경악했다.
“왜냐면 이 그림의 가격은 최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