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81
81화 일확천금
“왜냐면 이 그림의 가격은 최소 2천억은 넘을 겁니다.”
2천억?
천억이라는 말에도 매우 놀랐었는데, 그보다 더한 금액이라고?
금액이 너무 커져 버리니, 오히려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사기꾼 아니야?’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등장한 것도 그렇고, 이유도 없이 이런 정보를 알려주는 것도 이상했다.
그런 점을 강진수 사장도 느꼈는지, 노인에게 따지듯 묻기 시작했다.
“이 증서가 가짜라는 근거가 뭐죠?”
“제가 이쪽 계열에서만 30년을 넘게 일했습니다. 그런 제가 이런 걸 못 알아볼 리 없지 않겠습니까?”
“…”
“아…! 제 소개를 깜빡했군요.”
그러자 노인은 품속에서 고급스럽게 인쇄된 명함 세 장을 꺼내 우리에게 나누어 주었다.
“저는 국제 미술가 연맹의 협회장. 애덤 코바치입니다.”
국제 미술가 연맹의 협회장이라는 말에 모두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저분 윤현민 씨가 부르셨습니까?”
강진수 사장의 속삭임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요.”
대체 저런 사람이 왜 여기에 있는지, 나도 의문이었다.
‘…이것도 거짓말 아니야?’
내가 모르는 일종의 사기 수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나는, 즉시 핸드폰으로 애덤 코바치를 검색해 보았다. 그런데.
‘…정말이네?’
인터넷에 검색하자마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미술관 앞에서 활짝 웃고 있는 눈앞 노인의 사진과 국제 미술가 연맹의 홈페이지였다.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협회장의 소개란을 클릭한 나는 곧바로 두 눈을 의심했다.
‘…뭔 놈의 경력이 이렇게 많아?’
국제 미술가 연맹의 홈페이지에 등재된, 애덤 코바치의 설명은 3페이지를 넘어갈 정도로 길게 서술되어 있었다.
‘이 정도면 사기꾼은 아닌 것 같긴 한데….’
그렇다면 이렇게 대단한 분이, 왜 하필 이 시간, 이 장소에 와있던 걸까. 이것도 그저 우연인 걸까?
우리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하다는 것을 알아챈 코바치 협회장이 알아서 설명을 시작했다.
“며칠 전, 연맹 일정 때문에 한국에 들른 저는. 제 오랜 친구의 추천으로 이곳 카페에 들리게 되었습니다.”
코바치 협회장은 카페를 둘러보던 중, 벽면에 걸린 그림을 무심코 보게 되었고. 단번에 그림의 가치를 알아보았다고 설명했다.
“저는 협회장으로서, 이 그림을 꼭 우리 국제 미술가 연맹의 소유로 만들고 싶었고. 이곳 직원에게 물어보니, 저 그림이 이 카페 사장님의 소유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지난 일주일 동안 이 그림의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매일 이곳에 찾아오게 되었지요.”
나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왜 굳이 번거롭게 그러셨죠? 그냥 직원에게 제 전화번호를 물어보면 되는 일이었을 텐데요.”
“전에 한국에 왔을 때도 이런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때는 주인분에게 전화를 걸었었으나, 그분은 저를 보이스피싱 사기꾼으로 오해하시고는 그대로 차단해버리시더군요.”
“아….”
하긴. 나도 조금 전까지 코바치 협회장을 사기꾼이라 의심했었다.
“한국에선 이런 일이 있을 때, 전화 대신 직접 만나 뵙고 이야기를 해야 오해가 생기지 않더군요.”
“아니, 그건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한데….”
그때, 강진수 사장이 우리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잠깐. 그렇다면 이 구매 증서가 가짜라는 거죠?”
굳은 표정의 강진수 사장이 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정말 확실하신 건가요?”
“제 협회장의 지위를 걸고 단정할 수 있습니다.”
코바치 협회장의 단호한 말에 강진수 회장은 아까부터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이기형을 돌아보았다.
“어떻게 된 거지?”
“그, 그게….”
“됐고. 비자ㄱ… 아니, 1,000억 원은 어디에 있지?”
“…나는 분명 저 그림을 샀….”
“지금이라도 바른대로 대답하는 게 좋을 거야. 네가 그 돈을 꿍쳐두려 했다는 것을 회장님이 아시는 순간, 재미없는 일이 생길 테니까.”
“…….”
“잘 생각해봐. 1,000억 원을 가지고 평생 도망자 신세로 살 수 있을지 없을지를.”
“윽….”
결국 고개를 푹 숙인 이기형이, 강진수 사장에게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강진수 사장 은 이제 이 그림에 관심이 사라진 듯 보였다.
“코바치 협회장님. 정말로 이 그림을 구매하고 싶으신 건가요?”
“네, 맞습니다. 당신이 그림을 판매할 생각만 있다면 말이죠.”
당연히 판매할 생각이 있었다.
“아까 이 그림의 가치가 최소 2,000억이라고 하셨었죠.”
“네, 맞습니다.”
“혹시, 어떻게 산정된 금액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코바치 협회장은 이 그림이 폴 고갱의 것이 분명하다고 내게 설명해 주었다.
“폴 고갱의 ‘언제 결혼하니’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이 그림이 얼마에 판매되었는 줄 아십니까?”
“얼마에 판매되었는데요?”
“무려 3,200억에 판매되었습니다.”
“헉…!”
내가 굉장히 놀라워하자, 코바치 협회장은 내 반응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이 그림 또한 ‘언제 결혼하니’의 버금가는 작품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니 1,000억 원은 절대 말이 되지 않는 금액이라 한 것이지요.”
“그래서 2,000억 원이라고 측정하신 거군요.”
“네, 맞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저기 제 사무실에서 본격적으로 거래 얘기를 해 보실까요?”
“물론 좋습니다.”
강진수 사장은 지금 무척이나 바빠 보이는 관계로. 나는 그를 내버려 둔 채, 코바치 협회장을 사무실로 안내하였다.
사무실에 도착한 나는 코바치 협회장에게 물었다.
“그럼 얼마에 구매하실 생각이신가요?”
이에 협회장은 무슨 소리를 하느냐는 듯 대답했다.
“…음? 당연히 2,000억입니다만.”
“아니죠. 최소 2,000억이라고 하셨으니 그 이상도 받을 수 있다는 뜻 아닙니까.”
그런 내 말에 코바치 협회장이 배신이라도 당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그림을 그대로 빼앗길 뻔한 상황이었던 것 아닙니까.”
“아, 그 점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욕심을 부리시는 건가요? 게다가 당신은 이 그림에 대한 가치를 몰랐잖습니까.”
그 말이 맞았다. 그렇기에 나도 무리한 욕심을 부릴 생각은 없었다.
“세금 문제만 알아서 처리해주시면, 2,000억 원에 거래하겠습니다.”
“아, 그 정도는 가능합니다. 저는 또 터무니없는 금액을 부르시는 줄 알았네요.”
문득, 나는 미술품 거래에 대한 세금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져 사무실 PC로 검색을 해보았다.
‘6천만 원 까지는 비과세, 그 이상은 양도가액에서 필요경비를 제한 금액에 22%의 세율이 적용된다고?’
여기서 필요경비는 받은 금액의 80~90%까지 인정을 해준다. (이때, 1억 원까지는 90%를 그 이상은 80%를 인정해 준다.)
‘진짜 저렴하네…’
2,000억의 수익을 내었는데, 양도소득세가 고작 80억 정도라니.
‘부가세 10%를 합쳐도 280억이 전부네.’
루나리스 패션을 운영하면서 45%의 세금을 내는 것과는 엄청나게 대조되어 보였다.
‘이래서 부자들이 미술품으로 투자를 하는구나.’
“그럼 일단 계약서를 작성해 보실까요?”
코바치 협회장은 미리 준비해온 계약서를 꺼내었고, 나는 그것을 찬찬히 읽어보기 시작했다.
“계약금이 1억밖에 안 되네요? 보통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걸지 않나요?”
“예.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워낙 금액이 크기도 하고, 아직 그림이 진품인지 검증이 되질 않았기에. 일단 낮은 계약금을 걸었던 겁니다.”
“검증이 되지 않았다고요?”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확신에 찬 어조로 폴 고갱의 그림이 맞다고 장담하지 않았던가.
“아, 지금도 확신은 있습니다. 다만, 이런 거래는 신중해야 하니까요. 며칠 뒤에 제가 아는 전문가들과 그림을 제대로 검증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아….”
나는 코바치 협회장의 그런 신중한 모습에 조금 반성을 하게 되었다.
‘너무 성급했어.’
강진수 사장이 구매 증서를 들이밀길래, 나는 어련히 맞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내어주려 했었다.
‘하마터면 2,000억 원을 날릴 뻔한 거야.’
그동안 많은 행운이 찾아온 터라, 마음속 긴장감이 매우 느슨해졌던 모양이다.
‘앞으론 조심해야겠어.’
그렇게 마음먹으며, 나는 계약서에 사인을 마쳤다.
며칠 후, 코바치 협회장은 전문가 몇을 데리고 다시 카페를 방문하였다.
총 5명의 전문가들은 고급 기기와 장비를 사용하여, 화학적 분석과 기술적 분석 및 문헌 자료 비교 등을 수행하였고.
“진품이 확실합니다.”
이 그림이 폴 고갱의 그림이 맞다는 증명서를 써 주었다.
“그럼 이제 거래를 마무리하도록 해 보죠.”
코바치 협회장은 그 자리에서 즉시, 남은 잔금을 내 계좌에 입금해 주었다.
“거래 감사드립니다.”
“저야말로 감사하죠.”
가만히 앉아있다가 2,000억 원의 거금이 생겼으니 말이다.
‘꿈만 같네.’
통장 잔고의 단위가 이렇게나 갑자기 확 늘어나 보이다니.
이래도 되는 건가 싶었지만, 이런 행운은 언제나 환영이었다.
‘내 선행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하자.’
그때 목숨을 걸고 케빈을 구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기회가 내게 찾아올 리 없었으니까.
‘그렇다고 입 싹 닦고 다 가지면 안 되겠지.’
이 그림을 케빈의 할아버지가 내게 선물해 준거라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돈의 액수가 너무 컸다.
‘일부는 할아버지께 드려야겠지.’
안 그래도 케빈은 화재 때문에 집이 없는 상태였다. 취리히 시장님의 지원 덕분에 지낼 곳이 있다고는 하나, 분명 본인의 집에서 사는 것보단 못할 것이다.
‘그림을 판 돈을 좀 드리면, 더 좋은 집으로 이사하실 수 있으시겠지.’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 돈이면 밀알 보육원에 더욱 많은 지원을 할 수 있었고, 내가 하고픈 일들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었다.
‘이런 거금을 얻는 것은 아주 먼 미래의 일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빠르게 큰 행운이 찾아올 줄이야.’
나는 이런 엄청난 기회를 제공해준 코바치 협회장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런데 협회장님, 하나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오랜 친구의 추천으로 우리 카페를 들렸다가 우연히 그림을 발견하신 거잖아요.”
“네, 그렇죠.”
“우리 카페를 추천하신 그 친구분이 누구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대체 누가 그에게 우리 카페를 추천하여, 이런 행운이 찾아오게 했는지. 나는 무척이나 궁금했다.
“안 그래도 그 친구가 안부를 전해달라 했었는데, 제가 그림을 얻었다는 기쁨에 들떠서 깜빡하고 말았네요.”
잠시 목을 가다듬은 코바치 회장의 입에서 낯익은 이름이 흘러나왔다.
“리치만삭스의 CEO, 루카스 솔로몬입니다.”
“…예?”
잊을만 하면 튀어나오는 이름에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전에 패션 회사를 설립했을 때도 큰 도움을 받았었는데, 이번에도 이런 행운을 내게 안겨주시다니….’
아무래도 조만간 뉴욕에 찾아가 그를 만나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 할 것 같았다.
‘케빈을 만나러 스위스에도 들려야 하고 말이지.’
그러기 위해선, 한국의 일을 먼저 마무리해야 했다.
‘독립 영화가 완성되는 대로, 두 사람을 만나러 가보자.’
이후, 코바치 협회장과 작별 인사를 나눈 나는 곧장 최지훈 감독이 있는 촬영 현장으로 떠났다.
***
“컷!”
흥겹게 커트를 외친 최지훈 감독의 얼굴엔 만족감으로 가득했다.
“다들 컨디션이 좋은데? 한 번도 NG를 내지 않으니 말이야.”
“하하! 예전이랑 다르게 지원이 너무 좋아서 그렇죠!”
경비병 복장을 한 배우의 말대로, 예전의 열악했던 환경과는 달랐기에. 촬영 현장의 분위기는 너무나도 좋았다.
“시나리오도 좋고, 우리 컨디션도 좋은데. 이러다 대작하나 찍는 거 아닙니까?”
“맞아요! 좋은 투자자를 만난 덕에 우리 촬영이 늘 순조롭잖아요. 이러다 영화제에서 독립 영화 부문으로 대상을 탈 수 있을지도 몰라요!”
영화제라.
최지훈 감독은 영화제라는 단어의 울림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지금 시기엔 딱히 우리 작품을 출품할 수 있는 영화제가 없지만….’
아니, 사실은 딱 하나 있긴 했다.
“5~6월에 열리는 독일 루비스피어 국제 독립 영화제(Rubysphere Film Festival)라면 작품을 낼 수 있긴 해…. 다만, 거기는 상을 탈 가능성이 전혀 없어서 문제지.”
최지훈 감독은 자기도 모르게 마음속 말을 입 밖으로 중얼거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 중얼거림을 누군가 들어버렸다.
“루비스피어 국제 독립 영화제요?”
익숙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와, 최지훈 감독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것참 괜찮은 생각인데요?”
그곳엔 재미난 것을 발견한 아이와 같은 미소를 짓고 있는, 윤현민이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