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87
87화 솔로몬의 선택
이메일을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구상민 씨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한 가지 조건만 갖출 수 있다면, 투자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구상민 씨는 그 조건이, 미라클 에코의 사업을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시작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취지도 좋고, 기술도 좋지만. 국내에서 사업이 본격화되었을 때, 이전에 일어났던 사고가 재조명될 확률이 높습니다.
나도 그 점은 조금 우려가 되었었다.
“당시에 일어났던 안전사고를 언급하여 걸고넘어질 사람들이 많을 거란 말씀이시죠?”
-예, 맞습니다.
한 번 머릿속에 박혀버린 나쁜 인식은 쉽사리 바꾸기 힘들다.
‘아무리 그 사고가 일어난 지 7년이 지났다고 하더라도, 당시에는 워낙 큰 사건이었으니. 아직도 그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야.’
만약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이렇게 기사화하기 좋은 소재를 언론에서 가만히 놔둘 리 없었다.
‘그들이 좋은 방향으로 기사를 써준다면 좋겠지만….’
언론이 자극적으로 기사를 원한다면, 아마도 부정적인 방향으로 써 내려갈 확률이 높았다.
‘투자자로선 그러한 리스크는 피하는 것이 옳긴 해.’
그렇기에 구상민 씨는 국내의 영향력이 떨어지는 해외에서 시작하는 것을 추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해외에서 시작하기엔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많지 않겠습니까?”
비즈니스 등록이라던가, 세금 신고, 라이선스 획득 등의 문제가 있을 것이며. 현지에서 인력을 구하는 일, 의사소통, 시설을 설치할 땅을 매입하는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긴 하죠. 하지만 그럼에도 현시점에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것 보단 나을 겁니다.
“…구상민 씨 생각에 국내에서 사업을 하는 방법은 전혀 없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과거의 사건을 희석할 수 있는 TV 프로그램이 제작되면 모를까요.
“TV 프로그램이요?”
-예를 들면, 다큐멘터리 같은 프로그램이 제작되어 과거의 사고를 조명하기보다, 앞으로 이 사업을 통해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지를 강조하는 겁니다.
구상민 씨의 말은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라는 점을 강조하자는 것이 아니었다.
-현재 환경오염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체감하지는 못하고 있죠.
“당장 나에게 피해가 없으니까요?”
-맞습니다. 아무리 위험이 경각에 달려 있다고 해도,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 전까진 강 건너 불구경하는 것이 사람 마음이니까요.
“그럼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점을 강조해야 할까요?”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사람들은 환경오염이 심각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으므로,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어봤자 흥미를 불러올 수 없을 겁니다. 그러니 강조해야 할 부분은 환경오염의 심각성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 얼마나 편해질까입니다.
“아…!”
그 말에 나는 단번에 이해가 되었다.
“분리수거의 귀찮음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자는 것이군요!”
-역시, 바로 알아들으시네요.
분리수거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MO 플랜트의 기술로 그 귀찮음을 조금이나마 줄여줄 수 있다면, 사람들은 환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MO 플랜트는 다른 쓰레기가 섞여도 플라스틱과 비닐만 골라 분해할 수 있다고 했으니, 충분히 분리수거의 귀찮음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할 수 있겠어.’
특히, 페트병에 붙어있는 비닐들을 제거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사람들에게 큰 체감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좋은데요? 잘만 하면, 홍보도 저절로 될 것 같구요.”
-그렇긴 하죠. 하지만 불가능 할 겁니다.
“어째서요?”
-미라클 에코가 국내에서 쉽게 사업을 못 하듯이. 방송국에서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기엔 너무 리스크가 크기 때문입니다.
“아….”
하긴.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런 TV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면, 방송국은 과거의 사건 사고를 미화시키려 한다는 비판을 받을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그래, 국내 방송국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그런 리스크를 짊어지려 하진 않겠지.’
역시, 처음 구상민 씨가 말한 대로. 미라클 에코를 지원해주기 위해선, 그 두 사람이 해외에서 사업을 시작해주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그때, 내 머릿속에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든다면?’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될 것이며, 오히려 전세계에 기업의 위상을 알릴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될 것이다.
‘라이언이라면, 이 소재를 다큐멘터리로 만들고 싶어 할지도 몰라.’
넷플리스 CEO의 아들이자, 다큐멘터리에 진심이었던 그라면. 이런 이야기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컸다.
나는 이러한 내 생각을 구상민 씨에게 말해주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듯 보였다.
-넷플리스를 끌어들여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는 것은 좋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넷플리스는 해외 기업이므로, 우리나라와는 정서가 맞질 않습니다.
구상민 씨는 땅덩어리가 넓은 해외에선 애초에 분리수거가 아니라 매립의 방법으로 쓰레기를 처리하므로, 우리가 방송으로 강조하려고 하는 분리수거의 간편함을 어필하기 힘들 것이라는 것이라 말했다.
“그건 라이언에게 한국의 분리수거에 관한 내용을 집어넣어 달라고 부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쎄요. 굳이 넷플리스에서 그런 내용을 넣을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만… 정말 가능하다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넷플리스에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만큼 제작 기간이 꽤 길어질 겁니다.
우리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생각했던 이유는, MO 플랜트 사고에 대한 나쁜 인식을 희석해 미라클 에코에 투자하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미라클 에코는 연구 개발과 사업을 위해 대출을 있는 대로 당겨서 쓴 상황이라, 당장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내가 이 시점에서 먼저, 투자를 하게 되면, 본말이 전도되는 것이겠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된다면 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먼저 투자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어버린다.
그러므로.
‘처음 구상민 씨가 말한대로, 미라클 에코에 리스크를 줄여 투자할 유일한 방법은 해외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것밖에 없어.’
그렇게 결론을 내린 나는, 구상민 씨와 통화를 마무리한 후. 인터넷에 해외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을 검색하려 했다.
‘잠깐, 이런 것은 루카스 씨도 잘 알고 있을 텐데?’
다양한 고객을 상대해 본 그라면, 해외 사업자 고객과도 여러 번 대화를 나누어 보았을 것이다.
‘루카스 씨라면 내가 인터넷에 검색하는 것보다 더 자세하게 알려줄 수 있을 거야.’
어차피 그에게도 이메일을 보내 놨으니,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답장이 올 것이고. 그때, 그의 의견을 듣고 궁금한 점들을 물어보는 것이 훨씬 간편하고 빠를 것이다.
‘…차라리 지금은 이동환, 이찬우 씨와 라이언에게 연락을 해보는 것이 더 효율적이겠어.’
내 생각에는 미라클 에코가 해외에서 사업을 시작해도 될 것 같았지만. 그들이 내가 생각하지 못한 어떤 사정으로 반대할 가능성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니 내 의견을 말했을 때, 그들의 반응을 확인해야 해.’
두 사람이 거절한다면, 지금의 내 고민은 모두 헛짓거리가 될 테니 말이다.
또한, 라이언에게도 미라클 에코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의사가 있는지 물어야 했다.
‘구상민 씨와 지금까지 나눈 대화는 모두 넷플리스가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준다는 가정하에 이뤄진 거야.’
라이언이 만약 제작을 거부한다면, 이 대화 또한 무의미한 것이 된다.
‘해외에서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는 뜻은, 내가 미라클 에코에 투자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뜻이고. 이미 성공적으로 투자하게 되었으니, 다큐멘터리 제작을 서두를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이지.’
그렇게 제작된 다큐멘터리는 세계적인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니. 라이언에게 만드는 것을 제안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나는 우선 이동환 씨에게 연락을 걸어, 내 생각을 전달했다.
-…돌아가신 교수님은 해외보단 국내의 환경오염 문제를 우선 해결하고 싶어 하셨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교수님의 뜻을 이어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저희의 욕심일 뿐이겠죠.
이동환 씨는 해외에서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확답을 내게 주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필요한 사업 자금을 계산하고 투자를 얼마나 진행할지 결정한 후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통화를 종료한 나는 곧장 라이언에게 다큐멘터리 제작을 제안하는 문자를 보내었다.
‘이미 비행기를 탔겠지?’
그가 떠난 지 벌써 다섯 시간이 흘렀으니, 아마도 그럴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문자를 보내고 몇 분 지나지 않아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라이언, 아직도 비행기를 타지 않았어요?”
-갑자기 아버지가 전화하셔서 한국에 간 김에 뭘 사다 달라고 부탁하셔서요. 그걸 사느라 조금 늦게 되었습니다. 어쨌거나 미스터 윤의 아이디어 괜찮은 것 같습니다. 미국에 돌아가서 아버지에게 제안해봐도 되겠습니까?
“당연히 되죠!”
라이언에게 긍정적인 답을 들은 나는, 술술 풀리는 일에 조금 들뜨게 되었다.
‘그동안 해왔던 자잘한 투자가 아닌, 진짜 제대로 된 투자를 이번 기회에 해보는 거야.’
안타까운 사정의 두 청년을 돕고, 환경도 살리며, 내 이득도 챙길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
나는 그렇게 기분 좋은 마음으로 루카스 씨의 연락을 기다렸다. 마지막으로 그의 긍정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다면, 마음 놓고 미라클 에코에 투자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우우웅-
그렇게 몇 시간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루카스 씨의 전화가 걸려 왔다.
-좋은 사업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하면 좋을 것 같군요.
루카스 씨도 구상민 씨와 의견이 다르지 않았다. 다만, 그는 한국인이 아닌 미국인의 시점으로 내게 의견을 주었다.
-미국에서 배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연간 배출량은 무려 5천만 톤이 넘습니다. 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폐플라스틱 배출량이며, 이 중 대부분이 땅에 묻히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가 가장 심각한 나라가 바로 미국이란 뜻이죠. 그러니 미라클 에코의 기술은 미국에서 가장 빛날 수 있을 겁니다.
루카스 씨의 의견은 타당했고, 나는 미라클 에코에 투자하는 것에 더욱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럼, 미국에서 사업을 하게 되었을 때. 저희가 알아야 하거나 주의해야 할 사항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
-네, 물론입니다.
나는 핸드폰 통화 녹음 기능을 켜며, 루카스 씨의 설명을 자세히 들었다.
-…이상입니다.
생각보다 길고 복잡한 설명에 나는 고생한 루카스 씨에게 감사를 표했다.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저도 새로운 사업 이야기가 무척이나 흥미로웠습니다.
“그런데 루카스, 미국에 MO 플랜트를 설치할 땅과 건물을 지으려면. 대충 얼마의 자본이 필요할까요?”
-제가 봤을 때, 이 사업은 굳이 비싼 뉴욕이나 캘리포니아에서 시작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장 많이 매립되는 지역 인근의 땅을 사서, 사업을 시작하면 될 듯하군요.
“쓰레기 매립지 인근이니, MO 플랜트를 가동하기에도 적합하고, 무엇보다 땅값도 저렴하겠네요?”
-네, 맞습니다. 다만, 쓰레기 매립지 인근의 땅은 보통 주의 허가를 받아야 매입이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루카스 씨는 다양한 세금과 법률문제를 들어가며, 하나하나 대략적인 투자 비용을 계산해 주었다.
-사업을 작게 시작한다면 몇백만 달러면 될 것입니다.
몇백만 달러면 한화로 약 몇십억 정도였으므로, 내게 그 정도는 부담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저는 이왕 사업을 시작할 거, 크게 하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루카스 씨는 시설을 작게 지으면 그만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이 적어지게 될 텐데, 그 정도로는 미국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하는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어야 사업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지 않겠습니까? 그러려면 아무래도 사업을 크게 하여 MO 플랜트의 강점을 단번에 보여줄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경우에는 투자금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필요하겠죠?”
-아마 못해도 8천만 달러는 필요할 겁니다.
그 돈이면 무려 1,000억이 넘는 돈이었다.
‘솔직히 조금 부담이긴 한데….’
내가 가진 재산의 무려 반이 넘는 돈이었다.
투자를 못 할 정도는 아니지만, 앞으로 들어갈 돈까지 생각하게 되면 확실히 부담되는 돈이 맞았다.
‘적어도 그 절반 수준이면 훨씬 괜찮을 텐데.’
그런 내 생각을 읽었던 걸까.
루카스 씨가 뜻밖의 제안을 걸어왔다.
-미스터 윤, 저도 그 미라클 에코란 회사에 투자하고 싶군요.
“예?”
-규모는 대략 4천만 달러 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투자 전에 확인은 해 봐야 하고, 계약서도 작성하려면… 제가 한국에 방문해봐야겠지요?
그 말에 나는 루카스 씨가 뭐든 직접 확인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럼 미스터 윤, 곧 한국에서 뵙겠습니다.
투자의 거인이 한국을 향해 몸을 일으킨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