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88
88화 그 협상, 저에게 맡겨 주세요
“자, 잠깐만요.”
나는 통화를 끝내려는 루카스 씨를 다급히 불렀다.
-미스터 윤, 왜 그러시죠?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루카스 씨는 아까 사업을 대규모로 하기 위해선 적어도 8천만 달러가 필요할 것이라 말했었다.
“그런데 왜 4천만 달러만 투자하신다고 하신 겁니까? 당신이라면, 8천만 달러까지 투자할 수 있을 텐데요?”
그가 정말 이 사업에 확신이 있다면, 8천만 달러를 딱 맞출 게 아니라. 그 이상의 돈을 투자했을 것이다.
‘그러지 않았다는 것은, 루카스 씨도 일말의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나도 이 투자를 다시 생각해봐야 할 터.
하지만 이런 내 생각은 그저 기우일 뿐이었다.
-저도 마음 같아선 8천만 달러 전부를 투자하고 싶었지만, 하필 얼마 전에 몇몇 기업에 크게 투자한 상태라서요. 또, 제 개인적인 투자 방침상 남은 자금을 미라클 에코에 올인할 수도 없고요.
내가 8천만 달러의 투자가 부담스러워 그 절반만 투자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마치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루카스 씨가 절반의 금액을 투자하겠다고 나선 것은. 그저 우연이었을 뿐이란 이야기이다.
‘역시 나는 운이 좋아.’
내가 스스로의 운에 감탄하고 있을 때, 루카스 씨가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그런데 아까 들어보니, 미라클 에코의 두 대표가 사업 경험이 전무한 것으로 보이던데요.
“그렇죠. 그 두 사람은 오로지 연구만 해오던 친구들이라, 사업을 해본 적이 없는 걸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투자와는 별개로, 제가 도움을 좀 줘야겠군요.
“도움이요?”
나의 물음에 루카스 씨는 말했다.
-각종 법률적인 문제와, 세금, 그리고 땅을 매입하는 일과 시설을 짓는 일 등을 전담해서 맡아줄 친구를 그분들에게 보내드리죠.
“네에?!”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4천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해주는 것만으로도, 두 사람에게는 엄청난 지원이다. 근데 거기에다 각종 복잡한 절차를 대신 처리해줄 사람을 붙여주겠다니.
‘왜?’
루카스 씨가 이런 귀찮은 일을 떠맡는다고, 나중에 더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괜히 나서서 귀찮은 일을 하나 더 떠맡는 것뿐이지.’
그의 입장에선 굳이 나설 필요가 없는 번거로운 일이었다.
-아뇨, 이것 또한 제 이득을 위해서 이러는 겁니다.
“귀찮은 일을 떠맡는 것이 이득이 된다고요?”
-네, 당연합니다.
루카스 씨는 미라클 에코에 위에서 언급한 것들을 전담해줄 전문가를 붙여준다면, 미라클 에코가 하루라도 빨리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이 빠르게 시작하게 되어야, 조금이라도 빨리 제가 이득을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투자한 보람도 느낄 수 있고요.
“…….”
틀린 말은 아니었으나, 나는 그에게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지금 루카스 씨가 매우 큰 도움을 주려 한다는 거야.’
루카스 씨와 통화를 종료한 나는 곧장 미라클 에코의 사무실로 달려가, 두 사람에게 이 믿기 힘든 소식을 전했다.
“…거짓말하지 마시죠.”
“지금 우리를 놀리시는 겁니까?!”
멍하니 중얼거리는 이동환 씨와 다소 화가 난 듯 보이는 이찬우 씨의 모습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그래, 이게 일반적인 반응이겠지.’
이론과 기술만이 있을 뿐인 스타트업 기업에 갑자기 리치만골드의 CEO가 투자 하겠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나라도 믿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쩌겠어? 사실인걸.’
두 사람은 내가 루카스 씨와 주고받은 이메일과 문자 내용을 보여주며 긴 설명을 하고 나서야, 간신히 믿기 시작했다.
“이, 이게 진짜라니…!”
“사장님은 대체 뭐 하시는 분이길래, 몇 시간도 안 지나서 이런 굉장한 투자자를 데려오시는 겁니까?!”
경악에 가까운 이찬우 씨의 질문에 나는 씨익 웃으며 답했다.
“운이 좀 좋았네요.”
이후, 나는 두 사람에게 루카스 씨가 도착하기 전까지 브리핑 준비를 확실히 끝내두라는 말을 전하였다.
“무려 4천만 달러짜리 투자를 받을 기회니까, 잘 준비하셔야 합니다.”
“예!”
사실은 내가 투자할 4천만 달러까지 총 8천만 달러짜리 투자가 될 예정이었지만, 굳이 두 사람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는 않았다.
‘어차피 나중에 알게 될 테니까.’
가까운 사람들도 모르는 내 재산 규모를, 아직 알게 된 지 하루도 안 되는 두 사람에게 벌써 알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럼 루카스 님은 언제쯤 한국에 오신다고 하셨나요?”
“정확히 언제 온다고 말을 남기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브리핑 준비를 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그래도 대충 예상해보자면… 아마 빨라도 일주일은 걸릴 것 같습니다.”
“루카스 님이 한국으로 출발하실 때, 연락을 주시기로 하셨나요?”
“예. 아마 구체적인 계획이 정해지면 제게 바로 연락해주실 겁니다.”
나는 두 사람에게 다시 한번 브리핑을 잘 준비하라고 신신당부를 한 뒤,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럼 루카스 씨가 한국에 도착할 때까지, 내가 할 일은 그저 기다리는 것밖에 없는 건가?’
우우웅-
그때, 핸드폰 진동 울리며 누군가에게서 문자가 도착했다.
[사장님, 각층의 상가 주인분들과 연락을 시도해 보았는데요. 2층과 4층 그리고 5층 주인분과는 통화해 보았으나, 3층과 6층 주인분과는 아직 연락되지 않네요.] [2, 4, 5층 주인분들은 매입 희망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에 당장이라도 상가를 내놓을 생각이었습니다.] [3층과 6층은 주인분과 연락이 닿는 대로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큰 투자 건에 잠시 잊고 있었는데, 아까까지만 해도 나는 이 건물을 매입하려던 것뿐이었다.
‘앞으로 내가 소유하게 될 상가를 미리 둘러보다가, 이런 대규모 투자 기회를 만들게 된 것이었지?’
이것 참.
길 가다가 보석을 주운 기분이었다.
‘루카스 씨가 한국에 오기 전까지, 벌여놓은 여러 가지 일들이 마무리되면 좋겠는데.’
내가 지금 진행 중인 일들이 미라클 에코에 대한 투자를 제외하고도, 무려 세 가지나 되었다.
‘영화 의 영화제 참가 신청, 카페 드리머의 확장, 그리고 건물 매입까지.’
루비스피어 영화제는 참가 신청서를 두 번 받는다고 최지훈 감독은 말했었다.
‘1차 참가서는 일종의 서류 전형이라고 했었지? 그래서 아직 완성된 영상은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었고.’
1차 참가서 제출 기한은 다음 주까지며, 영화 내용에 관한 전반적인 시놉시스를 적어 제출해야 했다.
‘최지훈 감독이 알아서 잘해주겠지만, 그래도 명색이 내가 각본을 맡았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영화 제작에는 초보나 다름없지만, 최지훈 감독을 도울 일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리고 카페 드리머의 확장 계획은 벌써 1층 상가를 매입하기 위해 가계약을 걸었으니, 당장 구체적인 계획을 짜야만 했다.
‘인테리어 업자를 구해서 구체적으로 1층 가게를 어떻게 개조할 것인지도 정해야 하고, 앞으로 지하 카페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도 정해야 해.’
나는 카페 드리머와 아우라를 분리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아까 미라클 에코를 나서며, 잠시 생각해보았는데. 굳이 두 카페를 분리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그냥 피아노를 한 대 더 놓지 뭐.’
1층과 지하의 카페에 피아노를 각각 운영하게 된다면, 손님들은 원하는 분위기를 선택하여 피아노 연주를 감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기존 카페는 지금처럼 운영하고, 1층은 밤늦게까지 피아노 카페로 운영하는 거야. 그렇게 되면 종업원도 더 고용해야 하고 피아노 연주자도 한 명 더 구해야 하겠지만. 그만큼 벌어들이는 수입도 늘어날 테니 상관없어.’
그러기 위해선, 가장 중요한 피아노가 한 대 더 필요했다.
‘조만간 성윤복 장인을 찾아가야겠네.’
새로운 피아노를 구매할 생각에 나는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고급스러운 검은색 피아노를 제작해달라고 하자.’
마지막으로 건물 매입. 이건 아직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정해진 바가 없었다.
‘각층의 주인들이 상가를 어떻게 운영했는지 모르니까.’
각층의 상가 주인은 직접 가게를 운영했을 수도 있었고, 그저 세입자를 들여 월세를 받았을 수도 있었다.
‘후자라면 괜찮지만, 전자라면 골치가 아파질 것 같은데….’
나는 아직 라이브 카페 외에 다른 가게를 운영할 생각이 없었다.
그렇기에 만약 주인이 직접 운영하던 상가를 매입하게 된다면, 그 가게를 새로이 맡아줄 바지사장이나 세입자를 구해야만 했다.
‘…일단 부동산 사장님의 연락을 기다려보자.’
그렇게 열흘의 시간이 지났다.
***
지난 열흘 간, 많은 일이 있었다.
-미스터 윤, 제가 맡고 있던 업무가 길어져서. 앞으로 보름은 지나야 한국에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루카스 씨의 한국 방문 일정은 다소 밀리게 되었다. 덕분에 밤을 새워가며 브리핑을 준비 중이었던 두 사람에게,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사장님, 3층과 6층 주인분들과도 통화가 되었습니다. 두 분 모두 상가를 매매하고 싶다고 합니다.
건물 매입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각층의 주인들은 내가 예상한 매매가 보다 조금 비싼 금액을 제시했지만, 그래봤자 5개 층 전부 합쳐 2억 차이밖에 안 났기에.
이런저런 실랑이를 벌이기 싫었던 나는, 그들의 조건대로 상가를 매입했다.
‘총 150억에 건물을 사들였지.’
이렇게 나는 신사동 가로수길의 건물주가 되었다.
‘게다가 2층 코인노래방을 제외하곤 모두 세를 놓고 있던 상태였다니.’
덕분에 걱정했던 복잡한 일은 순조롭게 피할 수 있었다.
‘코인노래방이야 무인으로 운영되니까, 그렇게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 정 급하면 알바를 고용해도 되고.’
이제 취·등록세만 내고 나면, 나도 남부럽지 않은 건물주가 되는 것이었다.
‘…별로 체감은 안 되지만 말이지.’
사업을 통해 매달 30억에 가까운 수입이 발생하는 나였다.
건물에서 나오는 월세라고 해봤자, 고작 2천만 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으니. 건물주 수입이 그렇게 커 보일 리 없었다.
‘그래도 기분은 좋네.’
그렇게 내가 버킷리스트 54번이었던 건물주의 꿈을 이루었을 때.
우우웅-!
최지훈 감독에게서 문자가 도착했다.
[루비스피어 영화제에 참가 신청을 완료했습니다.]지난밤, 나는 그와 함께 참가 신청서를 작성했었다.
‘말이 함께 작성한 거지, 거의 최지훈 감독 혼자 썼었지.’
내가 도운 것이라고는 기획 의도 항목을 적을 때뿐. 나머진 그저 최지훈 감독이 열심히 쓰는 모습을 지켜본 것이나 다름없었다.
‘어쨌거나 영화제 신청도 완료했고, 남은 것은….’
나는 미리 알아보았던 인테리어 업자를 찾아가, 내가 원하는 가게 구조를 설명했다.
“가게 안은 아늑하면서도 밝은 구조로 개조해 주시고요, 지금 설치되어 있는 통유리 벽면을 언제든지 개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세요.”
“혹시, 테이블이나 의자는 직접 구매하시나요? 아니면 저희가 컨셉에 맞게 준비해드릴까요?”
“알아서 해주세요.”
“…그렇게 하면 견적이 꽤 나오는데, 괜찮으신가요?”
말은 걱정을 해주고 있었지만, 간만의 큰 건수에 인테리어 업자의 얼굴엔 만연한 미소가 피어올라 있었다.
“상관없어요. 나중에 어떤 가구인지만 확인하게 사진 찍어서 보내주세요.”
인테리어 공사비가 아무리 비싸더라도, 지금의 내겐 그저 푼돈일 뿐이었다.
그렇게 인테리어 업체와 계약을 완료한 나는, 곧장 성윤복 장인에게 연락을 걸었다.
뚜루루-
뚜루루-
그런데 몇 번을 걸어보아도 성윤복 장인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왜 전화를 안 받으시지?’
이왕이면 먼저 연락을 드리고 찾아뵈려 했던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바쁘신 건가?’
인테리어 공사가 마무리되려면 시일이 꽤 걸릴 테니, 피아노 제작이 그리 급하지는 않았으므로. 나는 다음에 다시 전화를 걸어보자고 생각했다.
‘무작정 찾아갔다가 괜히 헛걸음할 수도 있으니까, 전화는 해보고 가야지.’
이렇게 루카스 씨가 한국에 오기 5일 전인 오늘까지, 나는 급한 일을 대충 모두 처리할 수 있었다.
‘간만에 여유가 좀 생겼네.’
나는 사무실 밖에 보이는 영롱한 그랜드 피아노를 보며 생각했다.
‘오랜만에 연주나 해볼까.’
지난 열흘간 굉장히 바쁘게 돌아다닌 탓에 피아노 근처도 갈 수 없었던 나는, 피아노를 연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좋아, 오늘은 이지혜 씨 대신. 내가 온종일 연주해보는 거야.’
그렇게 내가 사무실을 나섰을 때.
딸랑.
“어…”
나는 방금 막 들어온 낯익은 얼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구상민 씨?’
지금 회사에 있어야 할 사람이 연락도 없이 가게로 찾아오다니.
무언가 큰일이 터졌다고 생각한 나는 서둘러 그에게 다가갔다.
“구상민 씨가 여긴 어떻게… 혹시, 회사에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요?”
“사장님, 루카스 솔로몬과 공동 투자를 진행하실 생각이시죠?”
구상민 씨는 무척이나 진지한 어조로 내게 물어왔다.
“그걸 어떻게…”
“5일 후에 루카스 솔로몬과 만나실 계획이라고 들었습니다. 그 자리에 저도 동석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네에?”
당황한 나는 그 이유를 물었고, 자신감이 넘치는 단 한마디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제가 루카스 솔로몬과의 지분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