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89
89화 저 사람이 제 직원입니다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했을 때, 이득을 보는 법은 M&A(Merger and Acquisition), 엑시트(Exit), IPO(Initial Public Offering) 등의 세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M&A는 기업의 인수와 합병을 말한다. 인수는 기업이 다른 기업의 주식과 자산을 취득하며 경영권을 획득하는 것이고, 합병은 두 기업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을 뜻했다.
“스타트업 기업이 다른 회사에 인수합병되며 팔리는 경우, 투자자는 투자금을 회수하며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엑시트.
투자 후 출구전략을 의미하며, 투자자가 자금을 회수하는 방안인 매각, 상장, 인수합병, 기업청산 등을 말한다.
“보통 스타트업 투자는 일정 기간이 지났을 때, 투자자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약정합니다. 이때, 투자자는 보유 중인 주식을 회사에 판매하여 이익을 얻을 수 있죠.”
마지막으로 IPO는 기업이 대규모 자금 조달을 위해, 주식 시장에 공개적으로 주식과 경영 내역을 공개하는 것을 말했다.
“이 경우에도 투자자는 미리 확보해두었던 주식을 매도하여 이익을 얻을 수 있겠죠. 또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투자 이익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설명을 마친 구상민 씨가 사무실 의자에 기대며, 내가 준비한 밀크티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니까 구상민 씨는 미라클 에코에 투자하는 것이 결국에는 지분 확보 싸움으로 번질 것이라는 거죠?”
“정확히 이해하셨습니다.”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저 좋은 스타트 업 기업을 발견하여 투자하려고 했던 것뿐인데, 갑자기 이런 수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니.
‘…내가 또 안일했던 거야.’
루카스 씨는 이전부터 나를 알게 모르게 도와주던 사람이었기에, 나는 무의식중에 그가 내게 손해를 끼칠 리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루카스 씨도 리치만골드 그룹의 기업인이야. 그러니 본인이 투자하는 사업에서 유리한 포지션을 취하려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그렇다고 그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그저 기업인답게 행동했을 뿐이니까.
‘이런 기본적인 것을 생각하지 못한 내가 바보 같았던 거지.’
나는 바른 자세로 밀크티를 홀짝이는 구상민 씨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고마워요. 구상민 씨가 아니었다면, 대비하지 못해서 지분을 제대로 챙기지 못 할뻔했네요.”
구상민 씨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오히려 사장님이 제게 연락하셨을 때, 미리 이런 것들을 말씀드릴 걸 그랬습니다. 설마, 리치만골드까지 끌어들이실 역량이 되실 줄은 몰랐거든요.”
나는 구상민 씨가 내 편이라는 것이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다.
‘구상민 씨가 미라클 에코의 두 사람에게 연락을 취했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눈뜨고 코를 베일 뻔했어.’
업무 시간에 구상민 씨가 나를 찾아와 이런 천금 같은 조언을 줄 수 있었던 것은.
투자에 초보로 보이는 나를 걱정한 구상민 씨가 나 몰래 이번 일의 진행 과정을 알아본 덕분이었다.
‘진짜 천만다행이야.’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루카스 씨와의 협상을 어떻게 이끌어 나가면 좋겠습니까?”
“루카스 솔로몬은 사장님이 투자의 초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라클 에코의 대표들도 애송이로 보겠죠.”
“그렇죠. 그 두 사람은 사업의 초보가 맞으니까요.”
“그래서 루카스 솔로몬은 여태껏 투자했던 다른 기업보다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한국에 올 겁니다. 그러니….”
탁.
구상민 씨가 마시던 밀크티를 내려놓으며 자신감 있게 말했다.
“제게 맡겨주시죠. 투자의 거인이건, 투자의 신이건. 사업 협상에서 방심하고 있는 자를 상대로 저는 져본 일이 없습니다.”
그렇게 순식간에 5일이 흘렀다.
***
‘오랜만이군.’
인천 공항에 도착한 루카스 솔로몬은 한국의 화창한 날씨에 기분이 좋아졌다.
‘예전에 스타더스트 밴드의 공연 동영상을 구하러 왔을 때 이후로는 처음인가.’
루카스 솔로몬은 그 당시 동영상을 구하고 돌아가는 이곳 공항 비행기에서 미스터 윤을 처음 만났었다.
‘그저 인종차별에도 당당한 청년이었을 뿐이었는데, 어느새 나와 투자를 논할 정도가 되었다니.’
미스터 윤은 알면 알수록 신기한 사람이었다.
‘한국에서 자그마한 카페를 운영한다고 했으면서, 갑자기 패션 회사를 설립하고, 명품 브랜드를 만들더니. 이제는 스스로 싹수가 괜찮은 기업을 찾아내어 적극적인 투자까지….’
비록, 자신의 도움이 있었다지만. 그 성장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던가.
‘하지만 그래봤자 투자자로서는 아직 초보일 뿐.’
미스터 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런 좋은 파이를 사이좋게 나눠 먹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가 리치만골드의 CEO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비즈니스에서 만큼은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며 오로지 이성적으로만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안하지만 이것은 비즈니스입니다. 그래도 당신은 흥미로운 사람이니, 미스터 윤의 지분은 적당히 남겨두긴 하겠습니다.’
큰 이득을 보진 못하더라도, 적당한 이익과 인생의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 생각한 루카스는 짐가방을 챙기고 있는 자신의 비서를 불렀다.
“얀, 차량은 준비되었나?”
“네. 미리 리무진을 불러 놓았습니다.”
“좋군. 그럼 바로 이동해보자고.”
“알겠습니다. 그럼 보스, 이쪽으로.”
루카스는 얀의 안내에 따라 공항 밖을 나섰다. 그런데….
빵!
“루카스 씨!”
어디선가 들려오는 경적과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스터 윤?”
예상치 못한 마중에 루카스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런데 그가 놀란 이유는, 윤현민이 이곳까지 와줬다는 사실 때문만이 아니었다.
‘…람보르기니?’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리본.
기간 한정으로 출시되었던 바로 그 자동차가 아니던가.
‘미스터 윤이 이런 차를 몰고 다니다니?’
하긴, 그의 재력이 이 정도였으니, 기업에 투자를 해보겠다고 그런 상담을 해왔던 것이리라.
“오랜만입니다, 미스터 윤. 그런데 여긴 어쩐 일로?”
“당연히 루카스 씨를 데리러 왔죠. 그런데… 일행이 계실 줄은 몰랐네요.”
윤현민은 조용히 고개를 까딱이며 인사하는 얀을 바라보며 말했다.
“일행이 있는 줄 알았으면, 다른 차를 가져오는 건데….”
“괜찮습니다. 저희도 다른 이동 수단을 불러놓았습니다.”
“그래요? 그럼 다행이네요.”
“…뭐가 다행이라는 거죠?”
윤현민은 대답 대신 조수석 쪽 차 문을 열어주며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제 차가 2인석이라, 일행분까지 태우기는 무리였는데, 마침 다른 이동 수단이 있다고 하시니 다행이네요. 자, 루카스 씨. 어서 타시죠. 미라클 에코까지 안전하고 빠르게 모셔다드리겠습니다.”
루카스는 조금 당황했지만, 이내 이 상황을 유쾌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하하! 경쟁 투자자가 마중을 나온 데다, 에스코트까지 해주려 하다니. 예상했던 상황은 아니지만,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군요.”
“경쟁 투자자라니요? 우리는 그냥 한배를 탄 사이가 아니던가요?”
“아, 이런. 제가 몇 시간 전에도 비즈니스를 하고 온 바람에 말실수했네요. 미안합니다.”
이에 윤현민은 농담이었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하하, 아닙니다. 자, 어서 타시죠. 다들 기다리고 있습니다.”
“네, 잠시만요. 얀, 리무진이 언제 도착한다고 했지?”
“…앞으로 수 분 내로 도착할 것 같습니다.”
“그럼 리무진이 도착하는 대로 바로 따라오도록 해. 아, 그리고 내 서류 가방은 어디 있지?”
“여기 있습니다, 보스.”
서류 가방을 넘겨받은 루카스가 마침내 윤현민의 자동차에 올라탔다.
“그럼, 출발합니다!”
부앙-!
심상치 않은 엔진음과 함께, 윤현민의 슈퍼카가 도로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미스터 윤? 너무 빠른 것 아닌가요?”
“하하, 걱정하지 마세요. 법정속도는 준수하고 있으니까요.”
“아니, 그래도 이건….”
루카스는 윤현민이 서두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착각이 아니었다.
‘미안합니다, 루카스 씨.’
공항에 마중을 나갔던 것과 루카스 씨를 일행과 떨어뜨리며 계약 협상 테이블까지 빠르게 데려가는 것은 모두, 루카스 씨를 당황하게 만들려는 구상민 씨의 아이디어였다.
‘굳이 이런 꼼수를 쓰지 않더라도, 협상엔 자신이 있지만. 쓸 수 있는 카드를 굳이 쓰지 않을 이유도 없다고 구상민 씨가 그랬었지.’
구상민 씨는 루카스 씨가 비서를 한 명만 대동하며, 리무진을 부를 것까지 모두 예상했었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얼마 전 알게 된 사실이지만, 본래 구상민 씨는 상록 제약의 전무 이사 자리에 있을 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능력이 뛰어나, 능히 하나의 기업을 세울 수 있던 구상민 씨지만. 돌아가신 전 상록 제약 회장님과의 우정과 의리로 계속 상록 제약을 다녔다고 했었지.’
그런 대단한 사람이 이젠 내 사람이 되었으니. 나는 너무나 든든했다.
끼익-
인천공항에서 쉬지 않고 달려온 덕분에, 나는 순식간에 미라클 에코의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어찌나 밟았던지, 그 얀이라는 비서는 보이지도 않을 만큼 거리가 상당히 벌어져 있었다.
“여기는…”
“조금 허름하긴 해도, 이곳 5층에 미라클 에코의 사무실이 있습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여기는 전에 스타 더스트 밴드가 공연했던 카페가 아닙니까?”
“아….”
윤현민은 아직도 루카스 씨가 자신과 스타더스트 밴드의 관계를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사실은 제가 여기 사장입니다.”
루카스는 이 사실에 굉장히 놀라워했지만, 비즈니스를 앞두고 있던 터라. 자세한 얘기는 나중으로 미루었다.
“미스터 윤, 미라클 에코의 투자 건이 끝나면. 이것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윤현민은 두 눈이 활활 타오르는 루카스를 데리고 미라클 에코의 사무실로 향했다.
“환영합니다, 미라클 에코의 대표 이동환이라고 합니다.”
“이찬우입니다.”
루카스가 사무실로 들어서자, 두 사람은 미리 연습한 대로 당당하게 인사를 건네었다. (비록 손끝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지만, 그 정도는 귀엽게 보일만한 수준이었다.)
“리치만골드의 루카스 솔로몬입니다.”
세 사람이 반갑게 악수를 한 뒤. 루카스는 사무실을 둘러보며 감탄했다.
“규모는 작지만, 깔끔하고 갖출 것은 다 갖춘 사무실이군요.”
“…감사합니다.”
며칠 전만 해도 텅텅 비었던 사무실은, 윤현민의 지원 덕분에 그럴싸한 회의실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그럼, 어디 시작해 볼까요?”
루카스가 자리에 앉자, 두 대표가 스크린에 PPT를 띄우며 브리핑을 시작했다.
.
.
.
“…이상입니다.”
며칠간 준비한 브리핑이 끝나자, 그제야 두 사람의 얼굴에 지친 기색이 드러났다.
“…회사 이름대로 아주 미라클한 기술이군요. 브리핑 잘 보았습니다. 그럼, 이제 투자금액과 계약 조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마침, 제 비서도 거의 다 도착했다고 문자를 보내오는군요.”
이제부터가 진짜였다.
윤현민과 두 대표는 저마다의 이유로 침을 꿀꺽 삼키며, 자리에 앉았다.
“예고한 대로, 저희 리치만골드의 투자 금액은 4천만 달러입니다. 거기에다 미라클 에코가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기반을 닦는데, 저희가 도움을 드릴 것이며. 여러 조언도 해드리죠. 대신….”
루카스 씨는 미리 준비해 온 계약서의 문구를 우리에게 보여주며 말을 이었다.
“추후, 미라클 에코의 지분 47%를 저희 리치만골드에게 주시죠.”
구상민 씨의 예상대로, 루카스 씨는 상당한 지분을 요구했다.
“그, 그건…!”
당연히 이동환과 이찬우, 두 사람은 반대했다. 47%라는 지분은 자칫하다간 경영권을 빼앗길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을, 사업의 초짜인 그들도 알고 있는 것이다.
“무슨 문제가 있나요?”
“…요, 요구하시는 지분율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동환 씨가 용기를 내어 말을 꺼내었지만, 루카스는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거액의 투자금에 미국 법률 전문가와 사업 운영팀에 대한 지원까지 해드리는 겁니다. 이 정도 요구는 당연하다고 보는데요?”
“그, 그렇긴 하지만….”
이동환 씨가 윤현민을 향해 간절한 눈빛을 보낸 순간이었다.
“그럼, 리치만골드에서 해주는 지원을 대신해준다면. 우리도 그만한 지분율을 주장할 수 있겠군요?”
모두의 시선이 목소리가 들려온 사무실의 입구로 향했다. 그곳엔 약속했던 대로 절묘한 타이밍에 등장한 구상민 씨가 서 있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미, 미스터 구?!”
루카스 씨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런 그의 눈은 경악으로 물들어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루카스.”
“다, 당신이 왜 여기에?”
‘루카스 씨와 구상민 씨가 서로 구면이었다고?!’
당황하고 있는 윤현민을 향해, 구상민 씨가 안심하라는 듯이 고개를 한번 끄덕여 주었다.
그런 구상민 씨의 행동에, 윤현민은 마음을 진정시키며 루카스 씨에게 말했다.
“구상민 씨는 저희 직원으로, 저를 도와 오늘의 협상을 진행할 겁니다.”
“…그 미스터 구가, 미스터 윤의 직원이라고요?!”
드르륵-
구상민 씨가 테이블로 다가와 바른 자세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경악하는 루카스 씨를 보며 자신감이 넘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협상 계속하시죠.”
한쪽으로 기우는듯했던 테이블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