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9
9화 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나
“소, 손님. 생각해보니, 요즘 BMW도 괜찮아서요. 한창 돈 쓰실 때도 많으실 나이인데, 아끼셔야죠.”
괜찮다. 내 통장에 지금 돈이 꽤 많거든.
“아니면 K3는 어떠세요? 직급이 대리신데, 너무 비싼 차를 타고 다니시면. 상사분들 눈 밖에 날지도 모릅니다.”
그것도 괜찮다. 조만간 직장 때려치울 거거든.
어떻게든 나를 설득하려는 사장의 눈물겨운 노력이 이어졌지만. 나는 마음을 바꿀 생각이 전혀 없었다.
‘우길 걸 우겨야지.’
내가 할인권을 보여준 순간, 사장은 험악한 얼굴을 하며 차를 팔지 못하겠다고 주장했다.
미리 할인권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사장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그럼 지금까지 나누었던 대화 모두 인터넷에 올립니다?
나는 사무실 문을 여는 순간부터, 만약을 대비해 계속 녹음 중이었으니까.
‘대화 내용을 들려주고 나서야 태도를 바꾸다니.’
먼저 신뢰를 저버린 것은 사장님이니, 모두 자업자득이었다.
“됐고, 그냥 이걸로 할래요.”
나는 잘 빠진 흰색 벤츠 C클래스 W206 C200 4MATIC 아방가르드를 가리켰다.
‘23년식에 주행거리 3,200KM. 게다가 웬만한 옵션은 거의 다 들어있는 모델.’
가격은 5,900만 원.
‘여기에 50% 할인권을 적용하면.’
2,950만 원.
여기에 취·등록세랑 보험비 등을 생각하면, 원래 생각했던 예산을 살짝 오버하게 되지만.
‘…시승감이 장난 아니었어.’
외제 차였기에 기분상 그랬던 것이 아니다. 실제로 운전하는 느낌이 여느 자동차와는 달랐다.
‘부드러웠지.’
그리고 그러한 느낌은 본격적으로 도로를 주행했을 때, 더욱 느껴졌었다.
‘살짝 밟았는데도 쭉쭉 나아갔지.’
핸들도 손에 착 감겨서 전혀 피로하지 않았다.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쾌적함.
차량 내부도 쾌적했지만. 무엇보다 운전이 편해졌다.
‘알아서 피해준다 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벤츠라 기본은 지켜주었지.’
경차였다면 거리낌 없이 막 끼어들었을 차들이, 벤츠에는 그래도 운전 매너를 지키려 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덕분에 끼어들기도 편하게 할 수 있었고. 좌회전, 우회전, 유턴할 때도 너무나 수월했다.
‘이래서 비싼 차 비싼 차 하는 거구나.’
그렇게 시승을 마치고 차에서 내렸을 때, 나는 이 차를 꼭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또한, 벤츠 C클래스를 반값에 구매할 기회를 날릴 수 없기도 했고.
‘자투리 당첨금을 조금 더 사용하면 되니까.’
내 당첨금은 정확히 1,720,532,550원이다. 내가 절대 날려 먹지 않기로 정한 금액이 17억이었으니, 약 2천만 원 정도는 비상금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그건 그렇고, 50% 할인권이라니. 이게 말이 돼?’
50% 할인권을 뽑은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이곳 매장에 도착하기 직전에, 매물을 다시 확인하려다가 의도치 않게 배너를 눌렀고. 화려한 효과와 함께 50% 할인권이 뽑혔다.
‘50% 할인권이라니. 진짜 대박이었어.’
덕분에 이렇게 벤츠를 반값에 구매할 수 있었다.
‘물론, 더 좋은 차를 살 수도 있었지만.’
그랬다간 한 번에 지출이 너무 늘어난다. 앞으로도 필요한 물건이 있을 테고, 혹시 모를 지출을 대비해 비상금은 아껴두는 편이 좋았다.
‘이 정도로 만족하자.’
나는 마지막으로 계약서에 사인을 마치고, 사장님에게 물었다.
“결제 완료했으니, 바로 타고 가도 되는 거죠?”
“…예.”
“그럼, 수고하세요.”
나는 안색이 어두운 사장을 뒤로한 채,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
부릉-!
액셀을 밟는 느낌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나는 한적한 도로를 누비며 생각했다.
‘차도 뽑았으니, 다음으로 갈 곳은….’
벌써, 이틀 뒤면 출근이었다. 그런데 당장 입고 갈 옷이 없었다.
‘…백화점에 가서 옷을 좀 사야겠어.’
나도 괜찮은 양복 한 벌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어느 백화점으로 가야 하지?’
바로 내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백화점에서 옷을 사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늘 시장이나 마트에서 옷을 샀지.’
보세만 입고 다녔으니, 당연히 어떤 브랜드가 유명한지 아는 게 없었다.
출근용 양복조차 친구에게 얻어왔었으니 말해 뭐하겠는가.
‘…근데 괜히 아는 것도 없이 갔다가 바가지 쓰는 것 아니야?’
비싼 브랜드는 나중에 잘 알아보고 사고, 일단은 원래 입던 저렴한 옷을 구매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었으나.
‘버킷리스트에 그게 있었지.’
12. 항상 브랜드 옷 입고 다니기. (이왕이면 명품으로.)
마침, 기회도 생겼으니 이번에 버킷리스트 하나를 이루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무슨 브랜드가 좋을지 정도는 조언을 듣고 가는 게 좋겠지?’
뚜루루-
적당한 곳에 잠시 차를 세우고, 나는 상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녀석은 바쁜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곤란한데. 그 녀석 말고는 딱히 물어볼 사람이….’
그때, 머릿속으로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고급 자동차를 몰고 다니며, 번듯한 명품만 입고 다니는 중년의 남자.
‘구상민 씨라면 잘 알려주시겠지?’
나는 곧장 구상민 씨에게 간단한 안부와 질문을 포함한 문자를 보내었다.
우웅-!
‘벌써?’
예상외로 곧바로 답장이 왔다.
[가지고 있던 옷을 모두 버려서 괜찮은 브랜드 옷이 필요한데, 비싼 옷도 상관없다고요? 양복이랑 일상복도 몇 벌 필요하시겠네요.] [제가 자주 가는 매장이 있는데, 사장님과 아주 친합니다. 미리 말해둘 테니, 거기서 쇼핑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마, 할인도 많이 해주실 겁니다.] [브랜드는, 음… 제가 적당한 것을 추천해드리겠습니다. 가셔서 사이즈만 골라보시죠.] [아, 그리고 그 가게 옆에 괜찮은 수제 양복점이 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거기에서도 한 벌 맞추시는 걸 추천해드리겠습니다. 맞춤 양복과 구두. 그리고 벨트를 입고 다니면, 그 느낌이 확연히 다르거든요.] [혹시, 생각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그 가게 주인이 제 오랜 친구입니다. ^^]‘오오…!’
마침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구상민 씨의 추천이라면 믿을 수 있어.’
나는 당장 그러겠다고 답장을 보낸 뒤, 구상민 씨가 알려준 주소로 향했다.
잠시 후.
나는 한 양복점 앞에 차를 멈춰 세웠다.
[킹스맨]최근에 보았던 어느 영화를 연상하게 만드는 이름의 간판이었다.
딸랑.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영국 신사처럼 우아한 자태로 작업 중인 중년의 사장님이 보였다.
‘인상이 무슨…’
고집스러운 눈매와 손바닥 곳곳에 얼핏 보이는 굳은살. 그리고 옷감의 치수를 재고 있는 절도 있는 동작에서 장인 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흠흠…! 안녕하세요?”
신중히 옷감을 고르던 사장님은 내가 인기척을 내고 나서야 나를 발견하곤, 인사를 건네왔다.
“어이쿠. 손님이 온 줄 몰랐네요. 어서 오세요. 혹시, 예약하신 분인가요?”
“아니요. 저는 지인 소개로 오게 된 거라 따로 예약하지는 않았습니다.”
“아아! 혹시 상민이가 말한 분이신가요?”
“네, 맞습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사장님은 기분이 좋아지신 듯 호쾌하게 웃으시며 나를 가게 안으로 안내해주셨다.
“상민이 지인이라면 내가 무지 잘해드려야겠네요! 자자, 일단 여기 서보세요.”
“네? 아, 네.”
“자, 팔 들어 보시고.”
아무런 주문을 하지도 않았는데, 사장님은 다짜고짜 내 치수를 재어가셨다.
“키가 훤칠하시네. 인상도 매력적이고. 블루 계열 양복이 잘 어울릴 듯싶은데, 그걸로 해드릴까요?”
“네? 아, 네.”
블루 계열이 잘 어울린단 말은 처음 들은 거였지만, 어련히 알아서 해주시리라 생각한 나는. 이후로 계속되는 여러 질문에 가만히 고개만 끄덕였다.
그렇게 잠시 후.
“자, 그럼 디자인도 결정하셨으니, 잠시만 둘러보고 계시겠어요? 저는 잠시 옷감 재고 좀 살펴보고 오겠습니다.”
사장님이 창고로 떠난 사이, 나는 당장 입을 기성 양복을 둘러보았다.
‘이 양복들도 굉장히 고급스러워 보여…!’
이미 만들어진 제품이었지만, 디자인도 예술이었으며 마감도 잘 되어있어.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양복이었다.
‘…어, 이거?’
여러 양복을 구경하던 중. 나는 하나의 양복에 시선을 빼앗겨 버렸다.
‘어디서 많이 본 양복인데? 아!’
매너를 중시하는 신사들이 나오는 영화의 주인공이 입었던 양복과 상당히 유사한 디자인의 양복이었다.
“마음에 드세요?”
어느새 돌아온 사장님께서 푸근한 미소로 물어왔다.
“네, 옷이 참 멋지네요.”
“보는 눈이 있으시네요. 워낙 인기 있는 디자인이라 지금 가게에 딱 한 벌만 남아있는데.”
“아… 그래요?”
나는 조금 실망했다. 가게에 한 벌만 남았다는 이야기는 다시 말해, 사이즈가 맞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어지는 사장님의 말씀에 나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운이 좋으시네요. 마침 손님에게 딱 맞는 사이즈입니다.”
“정말요?!”
“네, 구매하시겠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양복과 잘 어울리는 벨트와 구두도 추천해드릴게요.”
사장님의 추천은 탁월했고, 꽤 비싼 금액이었지만. 나는 기분 좋게 카드를 긁을 수 있었다.
“전부 다 해서 256만 원 결제해드렸습니다. 맞춤 양복은 2주 뒤에 완성될 예정입니다. 직접 찾으러 오시겠어요? 아니면 댁으로 보내드릴까요?”
“집으로 보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또 오세요.”
새 양복을 들고 기분이 좋아진 나는, 곧장 일상복을 구매하기 위해 구상민 씨가 추천한 옆 가게로 향했다.
[HERMAS]‘헐마스?’
맞춤 양복점도 그렇고 특히 일상복 매장은 처음 들어 본 브랜드였는데, 꽤나 비싼 곳이었다.
‘일상복 주제에 뭔 놈의 옷이 이렇게 비싸?!’
다행히 단골인 구상민 씨 덕에 할인을 많이 받아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돈 낭비를 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가게를 나오며, 나는 쇼핑백에 쓰여 있는 로고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헐마스라는 브랜드도 있나?’
생전 처음 보는 브랜드 로고에 나는 조금 실망했다.
구상민 씨라면 누구나 알 법한 매장을 알려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듣도 보도 못한 곳을 추천해 줄 줄 몰랐다.(나는 한참 뒤에야 이 브랜드가 명품 에르마스라는 사실을 깨닫고 이불을 걷어찼다.)
이후, 집으로 돌아온 나는 이틀 뒤에 입고갈 양복을 입어보았다.
‘음… 괜찮은데?’
옷이 날개라고 했던가.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에 나는 절로 미소가 피어올랐다.
‘평소에 입고 다녔던 양복과는 느낌이 전혀 달라.’
부티가 난다고 할까.
거울에 비친 나는 속된 말로 좀 있어 보였다.
‘이렇게 하고 있으니까 나 좀 꽤 쓸만한 것 같은데?’
그렇게 거울 앞에서 각종 포즈를 취하며 감탄을 연발하고 있던 때였다.
띡띡띡띡.
띠리리!
일을 마치고 돌아온 상필이가 지친 얼굴로 들어왔다.
“왔냐? 밥은 먹었어?”
“아직. 휴… 배고프다! 얼른 뭐라도 시켜 먹자! 중국집 어떠냐… 아?”
“…”
막 배달 어플을 실행하던 상필이가 양복을 쫙 빼어 입은 나를 발견하곤 입을 쩍 벌렸다.
“…누구세요?”
“훗, 어떠냐? 죽이지?”
“미친?”
상필이가 호들갑과 함께 내 주위를 돌며 옷을 구경했다.
“와…! 이 옷 뭐냐? 개사기잖아!”
그런 상필이의 반응이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상필이가 이 정도면, 내일모레 회사에 출근해서도 잘 먹히겠어.’
평소 나를 무시했던 직원들의 반응이 어떨지 기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