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90
90화 구상민과 윤현민의 큰 그림
재개된 협상 테이블 위에서, 구상민은 루카스에게 대뜸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리치만골드사에서 47%나 되는 지분을 가져가는 것은 너무 부당합니다.”
“어째서요? 혹시 저희가 가져가는 수치가 경영권을 위협할만한 수준이기 때문이라면, 우리의 지분율을 42%까지 낮출 의향이 있습니다. 그 정도면 납득하시겠습니까?”
루카스가 47%라는 지분율을 부른 것은 그저 욕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혹시라도 투자와 사업의 초보인 미스터 윤과 두 대표가 어떤 변수를 보일 것을 대비해, 목표한 지분율보다 일부러 높은 숫자를 부른 것이었다.
‘그래야 협상으로 지분율을 낮추었을 때, 내가 원하는 수준을 맞추기 쉬워질 테지.’
그리고 이러한 루카스의 대비는 옳은 것이었다.
‘설마, 미스터 윤이 미스터 구와 함께하고 있었을 줄이야.’
루카스는 20년 전, 어느 제약회사의 협상 테이블에서 벌어졌던 일을 떠올렸다.
모종의 사건으로 상록 제약이 크게 휘청거렸던 20년 전. 당시 리치만 골드의 간부였던 루카스는, 협상을 위해 한국의 상록 제약으로 파견되었었다.
‘그때 미스터 구가 아니었다면, 상록 제약의 지분을 엄청나게 획득할 수 있었을 거야.’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당시 상록 제약의 경영진과 회장은 우리 리치만골드에 상당한 지분율을 넘기기 직전이었다.
그런데 유일하게 그것을 반대한 인물이 바로 미스터 구였다.
‘보통은 모두가 찬성하는 자리에서 반대 해봤자, 그 의견은 묵살되기 마련이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상록 제약의 회장은 달랐어.’
회장은 그 불리한 상황에서도 미스터 구를 신뢰하며,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었다.
‘그때의 상록 제약은 필리핀 진출에 실패한 여파로 엄청난 적자를 겪고 있었지.’
과거의 상록 제약은 해외에서의 사업을 너무 쉽게 생각했었다.
‘타국에서의 사업은 무작정 돈만 부으면 되는 것이 아니야.’
그 나라의 문화와 환경을 고려해야 하며, 특히 사람을 잘 다루어야만 했다.
하지만 상록 제약은 현지인들을 고용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너무 가볍게 생각했고.
결국, 그들과 엄청난 갈등을 빚게 되어 현지에서의 사업이 실패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미 틀어진 사이를 회복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
때문에 상록 제약은 필리핀에서의 사업을 접는다는 선택지만 남은 상태였었다.
‘그런데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 미스터 구는 다시 사업을 일으킬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었지.’
루카스는 아직도 젊었던 구상민의 그 패기로웠던 눈빛을 잊을 수 없었다.
‘회장을 설득한 미스터 구는 어떻게든 우리와의 협상 날짜를 미루었고, 그 길로 필리핀으로 떠났었지. 그리고….’
그는 자신이 내뱉었던 말을 지켜내었다. 미스터 구는 필리핀 현지인들의 마음을 돌렸고, 거기에 더 나아가 그 짧은 시간 동안 상록 제약의 상품을 로컬라이징 하기까지 하였다.
‘그 수완 좋은 미스터 구를 이 자리에 데려오다니.’
변수도 이런 변수가 없었다.
루카스는 구상민이라는 변수에 긴장했지만, 머리를 차갑게 유지하며 말을 이었다.
“…저희가 도움을 드리는 부분이 아주 큽니다. 이 정도의 요구는 당연하다고 보는데요.”
“그것은 정말로 그런 큰 도움을 주었을 때의 이야기지요.”
“지금, 우리 리치만골드의 신뢰도를 의심하는 것은 아니겠죠?”
루카스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서늘했지만, 구상민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으며 여상하게 대답했다.
“설마요.”
“그럼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거잖습니까. 나는 지금 미스터 구가 왜 이런 억지를 부리는 것인지 잘 모르겠군요.”
“음… 억지는 아닙니다. 저는 그저 아주 약간의 의문이 들던 것뿐입니다.”
그 말에 루카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의문이라뇨? 미국 땅에서 사업하려는 젊은이를, 미국 현지인이 돕는다. 이 간단한 논리에 무슨 의문이 든단 말입니까?”
구상민이 루카스를 향해 눈을 반개했다.
‘…그 눈빛이다.’
20년 전, 상록 제약의 지분 판매를 막았던 눈이 딱 저러했었다.
“제 의문은. 현지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을, 굳이 리치만골드의 도움을 받아야만 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당연히 그건 아니었다. 하지만,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미라클 에코의 두 대표는 경험이 너무 부족했다.
“초짜들이 큰 사업을 진행하기엔, 미국은 그리 호락호락한 곳이 아닙니다.”
미국의 문화와 배경, 법률, 그리고 미처 생각하지 못할 기타 등등의 요소들까지. 현지인의 도움이 없이는, 초보 사업가들이 미국 땅에서 빠르게 성공할 수 없었다.
“리치만골드에서 사업의 기반을 닦아줄 것이며, 여러 조언을 해주실 예정이라는 것은 잘 알아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저도 할 수 있는 일이거든요.”
“뭐라고요? 미스터 구, 무슨 농담을….”
아무리 미스터 구 라고 해도 미국 현지의 전문가라도 하기 힘든 일을 어떻게 해낼 수 있다는 말인가.
“미스터 구, 혹시 미국에서 몇 년 살아 본 적이 있습니까?”
“아뇨. 비즈니스로 몇 번 다녀오긴 했지만, 저는 한국에서 쭉 살았습니다.”
“그럼, 지난 20년 동안. 미국 땅에서 이런 대규모의 사업을 시작해 본 경험은요?”
구상민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전문가도 아닌 당신이, 미국 땅에서 사업 기반을 닦겠단 말입니까. 미국이 만만해 보입니까?”
“루카스, 20년 전의 일을 잊었습니까? 그때의 나는 필리핀에 맨손으로 건너가서, 우리 상록 제약의 사업을 다시 일으켜 세웠습니다.”
루카스의 눈에는 이러한 미스터 구의 모습이 또 억지를 부리는 것으로 보였다.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지 않습니까. 20년 전의 필리핀과 현재의 미국은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현재의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국가라 칭한다. 필리핀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미국과 비교하기엔 그 수준이 너무 차이가 났다.
“아무래도 미스터 구는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혀 있나 봅니다. 미스터 구, 필리핀과 미국은 사업난이도가 다르므로, 반드시 현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이제 억지는 그만 부리시길 바랍니다.”
다양한 사업가들을 보고 들어왔던 루카스는 확신했다. 현지 전문가의 도움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루카스. 당신은 한 가지 사실을 간과했습니다.”
“제가요?”
고개를 갸웃하는 루카스를 향해, 구상민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하나만 묻죠. 루카스, 어째서 사업을 꼭 미국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예?”
루카스는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 들었다.
미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플라스틱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나라이므로 MO 플랜트의 효율이 가장 극대화되는 곳이 맞았다.
하지만 그것이 꼭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는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플라스틱 쓰레기는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 배출되기 때문이었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골치를 앓는 나라는 전세계에 아주 많습니다. 특히, 미국보다 땅값이 저렴하여 사업을 시작하기에 부담이 없는 곳도 존재하죠. 예를 들면, 필리핀 같은 곳 말입니다.”
필리핀에선 연간 403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배출된다. 이 중 일부는 전세계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 중 1/3을 차지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었다.
“필리핀은 제가 상록 제약에서 20년 동안 공을 들였던 나라였기도 하죠. 그렇기에 저는 현지 인맥, 상황, 문화, 법률까지 모두 속속들이 알고 있습니다.”
“…미국은 매년 4,200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옵니다.”
“네, 무려 10배의 차이가 나니, 필리핀에서 사업을 시작하면 그만큼 이득이 적어지겠죠. 하지만 투자 대비 수익률은 비슷할 겁니다.”
만약 MO 플랜트의 기술이 미완성이었다면, 기술력이 발달한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옳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완성된 기술을 가지고 상용화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면, 굳이 미국을 고집할 이유는 없었다.
“필리핀을 무대로 한 사업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 금액이 필요할 테니까요.”
현지 인력의 인건비도, 땅값도 건축비도 모두 미국에 비해 저렴하다. 스타트 업 기업인 미라클 에코가 사업을 시작하기에 부담 없는 지역이라 할 만했다.
“루카스, 당신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이래도 미라클 에코가 지분율을 40%나 넘게 넘기며 미국에 가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
약간의 침묵이 흘렀다. 그 숨이 막힐듯한 테이블의 분위기 위에서, 선뜻 입을 여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윽고 루카스의 입이 다시 열리었다.
“미스터 구. 당신이야말로 한 가지 사실을 간과했군요.”
“…그게 무엇이죠?”
루카스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의자에 등을 기대며 말을 이었다.
“국가의 지원을 받는 것 말입니다.”
“…….”
“미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 문제를 고민하는 나라입니다. 만약, 미국 정부가 이런 획기적인 기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국가 단위의 지원이 이루어질 것은 당연한 흐름이죠.”
지금까지의 대화 중에 처음으로 구상민 씨의 얼굴이 굳어졌다.
“미스터 구, 말해보세요. 과연 필리핀 정부가 미라클 에코의 사업에 많은 지원을 해주리라 보십니까? 나는 아니라고 보는데요.”
“…….”
긴 침묵은 곧 긍정이었다.
그러한 구상민의 반응에 루카스는 승리를 확신했다.
‘미스터 구. 20년 전과는 달리, 이번엔 나의 승리 군요.’
아까 미스터 윤이 미스터 구를 데려왔을 때는, 매우 당황스러웠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결과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과정은 약간 틀어졌지만, 그래도 내 계획한 대로 이루어지겠군요.’
루카스가 승리를 장담하며, 마지막 쐐기를 박기 위해 미라클 에코의 두 대표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두 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회의 땅 미국에서, 국가적인 지원을 받으며 사업을 하고 싶습니까? 아니면, 상대적으로 낙후된 필리핀에서 사업을 시작하고 싶으십니까. 결정은 두 분이 하시길 바랍니다.”
“아….”
“음….”
갑자기 큰 결정을 하게 된 두 사람은 심각한 얼굴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
그때, 지금까지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윤현민의 시선이 구상민에게로 향했다.
‘이제 어쩌실 겁니까.’
윤현민은 그러한 의문을 담아 구상민 씨와 눈을 맞추었다. 하지만 구상민 씨는 더는 방법이 없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지금입니다, 사장님.’
모든 것이 끝났다는 얼굴에서 서서히 악동처럼 변해가는 구상민 씨의 눈빛에는, 분명 그러한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마침내 미리 약속했던 신호를 받은 윤현민이 활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루카스 씨.”
“아, 네. 미스터 윤. 하시고 싶으신 말이 있으십니까?”
윤현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부 지원이라면, 제가 받아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예?”
루카스의 눈에 의문이 떠올랐다.
“지금, 미스터 윤이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내실 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윤현민이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아닙니다.”
“그럼 필리핀 정부의 지원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다시 한번 고개를 젓는 윤현민에 루카스의 의문은 더욱 커져만 갔다.
“제가 말하는 나라는 필리핀도, 미국도 아닌, 스위스입니다.”
“…예?”
뜬금없이 등장한 스위스에 루카스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미스터 윤. 갑자기 스위스를 왜 언급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스위스는 전세계에서 가장 분리수거를 잘하는 나라로 유명합니다. 그런 스위스에서 뭐 하러 큰돈을 들여, MO 플랜트 사업에 지원을 해주겠습니까?”
“루카스 씨. 일단, 제 이야기를 들어보시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윤현민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구상민과 미리 상의했던 내용을 떠올렸다.
‘스위스가 아무리 재활용 시스템이 잘 되어있는 나라라고 해도, 쓰레기 전부를 재활용할 수는 없어.’
통계적으로 스위스의 재활용 비율은 50% 정도였다. 이는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었지만, 반대로 말하면 나머지 50%의 쓰레기는 처치가 곤란하다는 뜻이었다.
‘만약, MO 플랜트가 나머지 절반의 쓰레기를 처리해줄 수 있다면?’
스위스는 세계 최초의 폐플라스틱 청정 국가의 타이틀을 거머쥘 기회를 얻게 된다.
그러므로 스위스 정부가 MO 플랜트 사업에 지원해 줄 확률은 아주 높았다.
게다가.
‘나는 스위스 정부와 연줄이 있지.’
윤현민은 이전에 케빈을 구했던 일로, 스위스 취리히의 시장님과 약간의 인연이 생겼었다.
‘이미 5일 전에, 시장님께 연락하여 이에 관한 내용을 상담했었지.’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취리히의 시장님은 MO 플랜트에 굉장한 관심을 보였다.
‘그러므로.’
현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구상민 씨를 앞세워 저렴하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나라, 필리핀.
인맥을 통해 쉽게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나라, 스위스.
이 두 나라에서 동시에 MO 플랜트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바로 구상민과 윤현민이 그렸던 큰 그림이었다.
“자, 루카스 씨. 이래도 42%의 지분율을 주장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