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91
91화 내가 거짓말쟁이?
기나긴 대화 끝에, 우리는 최종적으로 각각 24%의 지분을 가져가는 것으로 합의했다.
‘내가 24%, 루카스 씨가 24%. 합쳐서 48%.’
따라서 이동환과 이찬우, 두 대표는 자동으로 52%의 지분을 가져가게 되었다.
이것은 언젠가 IPO가 진행되게 되었을 때. 이들의 지분 중 일부가 시장에 내놓게 될 것이므로, 꽤 적절한 분배였다고 말할 수 있었다.
두 대표도 이 결론에 매우 만족하였는데, 만약 경영권을 빼앗기 위해 작정하고 우리가 힘을 합치더라도. 두 대표의 지분이 더 높기에, 당장 미라클 에코를 위협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로 보였다.
“그럼, 우리 미라클 에코는 미국과 필리핀, 그리고 스위스에서 동시에 사업을 진행하게 되는 거죠? 저와 찬우는 그 세 나라를 왔다 갔다 하며, 일해야 하는 거고요?”
이동환 대표의 물음에 루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쓸 수 있는 카드가 세 장이나 있는데,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까요.”
윤현민과 구상민이 그린 큰 그림대로, 우리는 세 나라에서 동시에 사업을 진행할 계획을 세웠다. 다만.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요.”
지금의 합의는 어디까지나 확률이 높은 계획일 뿐이었다.
미국의 사정을 아주 잘 아는 루카스도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낼 수 있다고 예측만 했지, 확답은 주지 않았다.
구상민과 윤현민도 마찬가지다. 필리핀 정부와 스위스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는, 직접 부딪혀 보아야 알 수 있었다.
‘아무리 취리히 시장님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해도, 이를 반대하는 의원들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렇기에 방금 합의를 본 지분율에 대한 계약서에는 아주 자그마한 조건이 달려있었다.
[단, 각 나라의 지원을 받아낼 수 있어야만 지금의 합의 대로 지분을 분배할 수 있다.] [이를 지키지 못했을 시, 지분 분배는 다시 토의를 거쳐 결정한다.]이는 루카스는 미국을, 구상민과 윤현민은 각각 필리핀과 스위스를 설득할 수 있어야만 각자 24%의 지분율을 가져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자신 있어.’
윤현민은 스위스 정부를 설득할 자신이 있었다. 세계 최초의 플라스틱 청정국가라는 것은, 누구라도 탐이 나는 타이틀이었으니 말이다.
또한, 윤현민은 필리핀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그동안 보여주었던 구상민의 능력을 믿고 있었기에,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루카스 씨도 믿는 구석이 없는 말을 내뱉지는 않았을 거야.’
한국에 오기 전, 분명 그는 미국 정부에 미리 문의해보았을 것이고. 긍정적인 답변을 들이었기에, 정부 지원이라는 카드를 꺼냈던 것이리라.
‘그러니 사실상 이 지분율 계약은 확정된 거나 다름없어.’
첫 투자가 순조롭게 시작된 것에, 윤현민은 기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
루카스는 윤현민의 기뻐하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생각했다.
‘미스터 윤, 보통 수완가가 아니군요.’
엄청난 우연으로 하필 그 구상민을 데려온 것?
세상을 살아오며 별의별 일을 다 겪었던 루카스에게는 그리 신기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미국 사업을 논하고 있는데, 스위스의 사업으로 사고를 확장한다는 것은. 도저히 초보 투자자가 보여줄 수 있는 퍼포먼스가 아니었다.
‘이 테이블 위에서 오고 갔던 대화의 핵심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에서 사업을 시작하자는 것이었어. 그런데….’
그 와중에 윤현민은 반대로 가장 폐플라스틱이 나오지 않는 스위스를 들먹였고, 이렇게 자신과 동등하게 투자하는 입장을 만들어내고야 말았다.
‘이번 한국행으로 전도유망한 회사의 지분을 적어도 35%는 가져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구상민이라는 변수와 윤현민의 발상의 전환으로, 루카스는 본래 목표로 했던 최소 기준보다도 못한 24%라는 지분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그러나 루카스는 자신의 계획을 망친 윤현민을 원망하지 않았다.
‘미스터 윤 때문에 지분을 많이 획득하진 못했지만, 그것은 내 욕심일 뿐이고. 어쨌거나 미스터 윤이 아니었다면 이런 좋은 투자 기회를 잡지도 못했을 테니까.’
생각해보면 지금 루카스가 손해를 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24%의 지분이라도 큰 이득을 볼 수 있을 거야. 그러니 나름 괜찮게 협상한 거야.’
이번 협상에서 손해를 본 이는 아무도 없었다.
두 초보 대표는 도움을 받아 사업의 기반을 다질 기회를 얻었고, 루카스와 윤현민은 무조건 성공할 수밖에 없는 기술을 가진 두 대표를 도우며 막대한 이득을 볼 수 있었다.
‘윈윈(Win-Win)이지.’
루카스는 윤현민과 구상민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미스터 윤, 덕분에 이런 좋은 사업에 투자할 수 있었군요. 감사합니다.”
루카스가 기분이 많이 상한 것은 아닐까 내심 걱정하던 윤현민이 안심하며 그의 손을 맞잡았다.
“앞으로 잘해봐요, 우리.”
윤현민과 루카스가 힘차게 악수한 뒤, 이어서 루카스는 반갑게 웃으며 구상민과도 악수하였다.
“미스터 구, 이번에도 내가 패배했네요.”
“패배라니요. 오늘, 이 자리에서 패배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모두가 승자죠.”
“하하, 제가 또 실언했네요. 안 그래도 저도 그렇게 생각하던 참이었습니다.”
그러한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윤현민은 생각했다.
‘만약, 구상민 씨의 조언이 없었다면. 저 대화가 상당히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네.’
미리 대비하지 않았다면, 윤현민은 루카스가 엄청난 지분을 가져가는 것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적인 호감과 비즈니스는 분리하여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어.’
이번에는 운 좋게 구상민 씨의 조언을 받은 덕에, 윤현민은 자신이 챙겨야 할 지분을 지킬 수 있었다.
‘조심해야지.’
윤현민은 앞으로 비즈니스에서 공과 사는 꼭 분리하여 생각하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하였다.
“루카스 씨, 그리고 구상민 씨.”
윤현민은 한창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에게 말했다.
“이제 두 대표님도 일할 것이 많을 테니, 남은 사담은 제 사무실에서 마저 하시죠.”
“아, 그럴까요?”
“알겠습니다.”
이동환과 이찬우 두 대표에게 인사한 뒤, 곧장 사무실을 나선 세 사람은. 밖에서 서성이고 있던 한 사람과 마주칠 수 있었다.
“얀?”
그녀는 루카스의 비서 얀이었다.
“왜 들어오지 않고 밖에 있었어? 대체 언제부터 거기 서 있었던 거야?”
얀은 아까 우리가 한참 사업에 관해 대화하고 있었을 때 도착했다고 말했다.
“문밖까지 들려오는 대화 내용을 들어보니, 제가 중간에 끼어들면 안 될 것 같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들어가봤자, 어차피 별 도움도 되지 않을 것 같았고요.”
“잘했군.”
“보스, 그럼 이제 돌아가시는 겁니까?”
얀의 물음에 루카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는 여기 두 사람과 조금 더 얘기를 나눌 생각이야.”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밖에 세워 둔 차량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그렇게 얀이 떠난 후, 윤현민은 다시 두 사람을 사무실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
카페 드리머의 사무실에 도착한 우리는 여러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러다 나는 구상민 씨와 루카스 씨의 인연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구상민 씨가 필리핀에 출장을 자주 가 보았다는 이야기는 미리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두 사람의 인연이 그것과 관련이 있었을 줄이야.’
20년 전에 잠깐 마주쳤던 인연이 지금 다시 이어졌다는 사실에, 나는 놀랍기도 했고, 신기하기도 하였다.
“미스터 구, 다시 만나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저도 루카스를 다시 뵙게 되어 매우 즐겁군요.”
“20년 전의 그 회의실에서 당신은 제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의 협상에서도 마찬가지였고요.”
“하하, 과찬이십니다.”
“과찬은요. 20년 전의 저는 당신의 그 당당함에 매료되어….”
두 사람은 마치 오랜만에 마주한 친구라도 되는 듯,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한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방금까지 격한 분위기로 협상했었으니, 어느정도는 어색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두 사람은 아까의 일은 그 사무실에 두고 온 것처럼, 친근하게 행동했다. 이에 나는 공과 사는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미스터 윤.”
한창 즐거이 대화를 나누던 루카스 씨가 돌연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불렀다.
“네, 루카스 씨.”
“아까 제가 했던 말 기억하십니까?”
“아까 했던 말이요?”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스타더스트 밴드 말입니다.”
“아.”
그제야 나는 아까 루카스 씨가 협상이 끝난 후에 스타더스트 밴드와의 관계를 설명해달라고 했던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루카스 씨는 스타더스트 밴드의 열렬한 팬이었지.’
그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직접 DJ를 할 정도로, 음악과 노래에 진심인 사람이었다.
“그게 말이죠….”
나는 루카스 씨에게 스타더스트 밴드와 어떻게 인연을 쌓게 되었는지를 설명해 주었다.
“대, 대단하군요! 스타더스트 밴드와 함께 제주도로 여행을 가서 바비큐를 먹었다니요!”
“함께 간게 아니라 우연히 만난….”
“그리고 그 아일라와 함께 여행을 즐겼다니…!”
“아뇨, 여행을 즐긴 게 아니라. 안내를 부탁한….”
틀렸다.
잔뜩 흥분한 기색의 루카스 씨는 지금 내 말이 전혀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는 한참을 혼잣말이나 다름없는 일방적인 대화를 이어나갔다. 나는 아까 협상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그의 모습이, 마치 순수한 소년과 같다고 생각했다.
“미스터 윤.”
마침내 이성을 되찾은 루카스 씨가 다시 한번 진지한 어조로 내게 말했다.
“부탁이 있습니다. 혹시, 스타더스트 밴드의 친필 사인을 받아주실 수 있으십니까?”
“사인이요?”
루카스 씨는 바쁜 업무에도 자주 스타더스트 밴드의 공연을 보러 간다고 내게 설명했다.
“공연은 어떻게든 챙겨보고 있지만, 불행히도 사인회만큼은 가기가 힘들더군요.”
루카스 씨는 스타더스트 밴드가 사인회를 할 때마다 업무 일정이 겹쳤으며, 그게 아니더라도 그래도 얼굴이 알려진 그가 사인회장을 찾아갔다가 밴드에 민폐를 끼칠 것을 염려했다고 설명하였다.
“비서를 시켜 사인을 받아달라고 부탁하면 되는 일 아닌가요?”
“안 그래도 유능한 얀에게 부탁해 보았지만, 사인회를 찾아갈 때마다 매번 여러 가지 방해가 일어나는 바람에 지금까지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한 마디로 운이 나쁘셨군요.”
“그런 셈이죠.”
나는 루카스 씨의 간절한 눈빛을 보며,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조만간 아일라를 만나게 되면, 사인을 받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루카스 씨에게 받은 도움이 적지 않았으니, 이 정도의 부탁은 마음껏 들어줄 수 있었다.
“정말인가요?! 미스터 윤. 감사합니다! 나중에 사인을 가져다주신다면, 제가 미스터 윤에게 선물 하나를 드리겠습니다.”
“선물이요?”
“어떤 선물인지는 그때 가서 알려드리죠.”
루카스 씨는 고개를 갸웃하는 나를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미스터 윤의 수완은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설마, 그 화재에서 아이를 구출한 일을 계기로 취리히 시장님과 인연을 텄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 일도 대단했었죠. 확실히 우리 사장님의 수완이 대단하긴 합니다.”
“오? 미스터 구, 미스터 윤의 또 다른 일화가 있다는 것으로 들리는데요?”
“정확하게 들으셨습니다.”
“흥미롭군요, 어서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좋습니다. 먼저, 우리 사장님이….”
대화 주제를 나로 바꾼 두 사람이 신나게 떠들기 시작했다.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지 그게 내 실력은 아니라고 생각한 나는, 민망함에 볼을 긁적였다.
이후 우리의 즐거운 사담이 끝난 것은, 몇 시간이나 지난 후였다.
***
며칠 뒤.
두두두두.
1층 상가의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앞으로 2주 뒤면, 공사가 마무리된다고 했었지? 순조롭네.’
공사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며칠간, 내가 진행하던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영화도 최지훈 감독이 잘 찍고 있고, 미라클 에코의 일도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미국으로 돌아간 루카스 씨는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확답을 전해주었다.
‘필리핀으로 향한 구상민 씨도 긍정적인 소식을 전해왔었지.’
그리고 나 또한 스위스 정부로부터의 지원을 확정 지어 놓은 상태였다.
‘이제 각 나라에 MO 플랜트를 설치할 장소를 결정하는 일만 남은 건가.’
그것은 구상민 씨가 도맡아 처리해주기로 하였다. 그는 필리핀의 일이 마무리되는 대로, 스위스와 미국으로 넘어갈 예정이었다.
‘구상민 씨는 유능하니, 걱정이 없어.’
다만, 그의 부재로 루나리스 패션의 운영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 걱정이었다. 하지만 구상민 씨는 그에 대한 대비도 다 해두었었다.
-한유경 씨가 상당히 일을 잘하시더군요.
‘한유경 씨가 유능한 줄은 알았지만, 설마 구상민 씨를 대신해서 어느 정도 회사를 운영할 수준이었을 줄이야.’
물론, 구상민 씨가 있을 때와는 달리. 여러 가지 결정을 위해, 내가 3일에 한 번은 회사로 출근을 해야만 했다.
‘그래도 한유경 씨 덕분에 매일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다행이지.’
이렇게 내가 진행하고 있는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있었다.
…단, 하나만 빼고 말이다.
뚜루루루-
[…전화를 받지 않아 소리샘으로 연결되오며….]‘…오늘도 안 받으시네.’
나는 벌써 며칠간, 성윤복 장인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단 한 번도 연락이 닿질 않았다.
‘어쩌지? 그냥 찾아봬야 하나?’
공사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이기에, 나는 슬슬 새로운 피아노가 필요했다.
‘…그래, 어쩔 수 없어.’
웬만하면 미리 연락을 드리고 방문하고 싶었으나. 다른 방법이 없었다.
부릉-
주차장으로 향해, 자동차에 시동을 건 나는. 곧장 성윤복 장인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썩 꺼져라! 너 같은 거짓말쟁이에게 줄 피아노는 없어!”
무언가 단단히 오해한 듯한 성윤복 장인의 외침이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