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92
92화 이번 투자로 한 사람의 꿈을 지킬 겁니다 (1)
성윤복 장인은 나를 원수라도 되는 것처럼 노려보았다.
“…무언가 오해가 있으신….”
“오해는 얼어죽을…!”
그는 피아노를 조율할 때 쓰는 고무망치를 당장이라도 휘두를 기세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네놈이 박근화 그놈과 한패라는 것을, 내가 이미 알고 있는데!”
‘박근화? 박근화 감독?’
박근화 감독은 예전 우리 가게에서 영화 피아노의 꿈을 찍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그러고 보니, 성윤복 장인이 박 감독과 사이가 안 좋다고 했었지?’
나는 예전에 이지현 씨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촬영장에서 벌어진 어떤 사건 때문에, 사이가 나빠졌다고 했었어. 그 때문에 박근화 감독은 성윤복 장인에게 피아노를 의뢰할 수 없게 되었다고….’
아무래도 성윤복 장인은 전에 내가 피아노를 주문했던 것이, 박근화 감독의 사주를 받았던 것이라고 여기는 듯했다.
‘그 원인은 당연히….’
피아노의 꿈 2.
그 영화에 나오는 우리 가게의 피아노를 성윤복 장인이 발견했던 것이리라.
‘예상했어야 했는데….’
당시에 나는 우리 가게를 배경으로 영화를 찍는다는 사실에 흥분하여, 성윤복 장인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고려하지 못했었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미 피아노가 완성되었으니 더는 성윤복 장인에게 잘 보일 필요가 없다고 무의식중에 생각했던 것 같아.’
결론적으로, 내 잘못이 맞았다.
‘필요가 없을 때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찾아왔으니. 나쁜 놈이 맞지.’
다만, 그를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은 그렇다 쳐도. 내가 박근화 감독의 사주를 받았다는 것은 확실한 오해였다.
“성윤복 님, 그때 저는 정말로 순수한 마음으로 당신에게 피아노 제작을 맡겼던 겁….”
“시끄러워! 당장 내 가게에서 나가라는 말 안 들려?!”
나는 어떻게든 오해를 풀고 싶었지만, 당장이라도 망치를 휘두를 것 같은 성윤복 장인의 기세에. 어쩔 수 없이 등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선물로 사 온 술은 맛있게 드십시오.”
여기 오기 전에 백화점을 들러 구매한 고급 양주를 내려놓으며, 나는 가게를 나섰다.
부앙-
집으로 돌아오는 도로 위에서, 나는 생각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렇게 화를 내시는 걸까.’
분명, 박근화 감독은 성윤복 장인의 피아노를 좋아했었다. 그런데 대체 어떤 잘못을 저질렀길래, 이렇게 큰 미움을 샀을지 나는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았다.
‘…방법이 없을까?’
성윤복 장인이 내 이야기를 전혀 들어주질 않으니, 오해를 풀 방법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러니 내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오해를 어떻게 풀 수 있을지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성윤복 장인의 분노를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였다.
‘박근화 감독과 성윤복 장인이 화해 할 수 있다면, 나도 오해를 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거야.’
이를 위해선, 두 사람의 사이에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부터 알아내어야 했다.
‘오랜만에 이지현 씨에게 연락을 해봐야겠어.’
박근화 감독의 번호가 없는 것은 아니나, 그리 친하지는 않았기에. 나는 이지현 씨에게 부탁해서 그 사건에 알아봐 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었다.
끼익-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집에 도착한 나는. 엘리베이터에 오르며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렇게 이지현 씨의 번호를 누르던 순간,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피아노 하나를 얻기 위해, 들여야 하는 노력이 너무 많았다.
안 그래도 벌여 놓은 일이 많았던 나였기에, 시간을 허투루 낭비할 수는 없었다.
‘그냥 다른 장인을 찾아서 피아노 제작을 의뢰하는 게 낫지 않을까?’
효율로 따지면 그게 옳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아니야… 처음 피아노 카페를 만드려고 했을 때, 내가 반했던 피아노는 성윤복 장인이 만든 것뿐이었어.’
아무리 효율적이라고 해도. 내 카페에 아무 피아노나 둘 수 없다고 생각한 나는, 곧장 이지현 씨의 번호를 눌렀다.
뚜루루-
뚜루루루-
-여보세요?
몇 번의 신호 끝에 전화를 받은 이지현 씨에게, 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하였다.
-알겠어요. 제가 한 번 알아볼게요. 그런데 지금 드라마 촬영 중이라,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그래요? 이런, 바쁘신 와중에 이런 부탁드려서 죄송하네요.”
-그런 말씀 마세요. 윤현민 씨가 제 동생을 위해 하신 일이 얼마인데, 이 정도 부탁도 못 들어드리겠어요? 그러니 미안해하실 필요 전혀 없으세요.
“…감사합니다.”
-그럼, 제가 알아보고 다시 연락드릴게요.
뚝.
전화가 끊긴 뒤, 나는 생각했다.
‘드라마 촬영이 있다면, 오늘은 이지현 씨가 다시 연락주시긴 어렵겠지?’
드라마 촬영이 금방 끝난다고 해도, 박근화 감독과 성윤복 장인 사이의 일을 알아내는 것이 쉬울 리 없었다.
‘조금 쉴까?’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침대에 털썩 쓰러진 나는. 눈을 감은 채 생각했다.
‘로또에 당첨된 이후, 이렇게 일이 안 풀린 적이 없었는데….’
나는 운이 좋다.
그래서 그동안 나는 원하는 바를 수월하게 이룰 수 있었다.
‘그런데 단순히 피아노를 제작을 의뢰하고자 했던 일이 곧바로 막혀버리다니. 운이 좋았다면, 이런 일은 없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동안 운이 너무 좋았기에, 오늘 성윤복 장인의 일은 내게 일말의 불안감을 심어주었다.
‘설마, 내 운이 나빠진 것은 아니겠지?’
죽다 살아나며, 그동안 좋지 못했던 운이 좋아졌던 것이니.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는 게 있으니, 나는 자꾸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잠깐.’
그러던 중,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이 상황 자체가 내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었을까?’
내가 운이 나빠진 것이 아니라, 성윤복 장인에게 피아노 제작 의뢰를 맡기는 것이 내게 해가 되는 것이기에. 그 상황을 피하게 된 것이라면?
그렇다면 오늘의 일을 납득할 수 있었다.
‘…그럴 리가 없지. 단순히 피아노를 제작하는 것뿐인데, 내게 나쁠 게 뭐가 있겠어.’
그렇게 생각한 나는, 가슴이 더욱 답답해졌다.
‘…구상민 씨에게 연락이나 해볼까.’
그는 지금 필리핀에서 정부 지원을 받아내는 것과, MO 플랜트를 설치할 장소를 찾는 중이었다.
‘구상민 씨에게 전화해서 현재 업무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물어야겠어.’
만약, 그가 하는 일이 잘 풀리고 있다면. 나의 이 답답한 가슴이 조금은 풀릴 것 같았다.
뚜루루-
-여보세요.
전화 너머에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 나는 다짜고짜 일의 진행 상황을 물었다.
-지금 여기 상황은….
***
아무도 없는 작업실.
쾅-!
“망할!”
실톱을 바닥에 내팽개친 성윤복이, 덜덜 떨리는 손을 움켜잡으며 노호성을 터뜨렸다.
“이 간단한 것조차 못 자른다고?!”
성윤복은 화를 주체하지 못하며, 주변의 도구들을 마구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쾅! 쾅! 우지끈!
판금 가위, 망치, 줄자, 미완성의 피아노 프레임 등이 허공을 날며, 작업실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데에엥-!
그가 집어던진 목공용 망치가 이미 완성되어 있었던 그랜드 피아노의 건반에 부딪히며, 웅장한 소음을 만들어내었다.
“…빌어먹을.”
그 소리에 정신을 차린 성윤복은 허탈한 표정으로 비틀거리며, 그랜드 피아노에 다가갔다.
날아온 망치에 의해 일부가 깨어지고 망가져 버린 건반을 쓰다듬으며, 그는 주름진 얼굴로 울상을 지었다.
“…왜, 왜 내가 이런 꼴을 당해야 해…!”
울분이 섞인 목소리가 작업실에 울려 퍼지며, 성윤복은 그랜드 피아노에 기대듯이 털썩 주저앉았다.
“나는 아직 더 많은 피아노를 만들고 싶단 말이다….”
성윤복은 덜덜 떨리는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두 달 전에 의사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환자분은 파킨슨병에 걸리셨습니다.
파킨슨병은 뇌의 도파민이 부족해져 생기는 병으로, 뇌와 신경, 그리고 근육의 연결이 원활하지 않아 발생하는 병이었다.
주요 증상으로는 근육 경직, 떨림, 움직임 둔화 등이 있으며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약물치료 효과가 뛰어난 병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손의 떨림은, 피아노 제작에 아주 치명적이었다.
-…지금 내가 이렇게 손을 떠는 이유가 술 때문이 아니라, 그 파킨슨인지 뭔지 하는 병 때문이라는 말입니까?
-술도 원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것은, 네. 파킨슨병이 확실합니다.
-나는 피아노 제작 장인입니다. 그런데 손이 이렇게 떨리니,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약물 치료를 받으면, 내가 하는 이 일을 계속할 수 있겠습니까?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대개 약물치료로 개선이 되긴 하지만, 약물 부작용으로 집중력 저하와 인지 저하가 드물게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말에 성윤복은 심장이 쿵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피아노 제작을 할 때는 온 신경을 집중해야 했으므로, 집중력이 저하된다는 것은 매우 치명적인 일이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런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거지, 반드시 일어난다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냥 수술하면 안 되는 겁니까?
-환자분은 이미 당뇨를 앓고 가지고 계시기 때문에, 파킨슨병의 수술은 권해드리지 않습니다. 또, 수술의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어요. 그러니 지금으로서는 약물 치료가 최선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약물 치료에 성윤복은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길 빌고 또 빌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성윤복에게 집중력 저하라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말았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평생을 피아노를 제작해왔던 성윤복은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을 느꼈다.
‘…아니야. 아직 포기할 수 없어.’
피아노를 너무나 사랑했던 성윤복은, 부작용을 인지한 날부터 다시 약을 끊으며. 어떻게든 병을 이겨내고 피아노를 제작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약을 먹지 않으면 손이 떨리고, 약을 먹으면 집중을 할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냐고!’
성윤복은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또한, 평생을 해왔던 일의 끝이 다가왔다는 사실에. 그는 극도의 우울감을 느꼈다.
‘하하하하… 이래가지고 뭐가 피아노 장인이냔 말이야….’
허탈했다.
동시에, 겨우 이까짓 병 때문에 강제로 은퇴를 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억울했다.
‘젠장….’
감정이 복받치기 시작한 성윤복은, 떨리는 손등으로 눈가를 훔쳤다.
그러던 중. 물기 가득한 시야 사이로, 바닥에 널브러진 양주 한 병이 눈에 들어왔다.
‘저건…’
아까 윤현민이 두고 갔던 바로 그 양주였다. 그것을 본 성윤복은 문득 아까의 일을 떠올렸다.
‘내가 너무 심했던 걸까?’
사실, 성윤복은 윤현민에게 그 어떤 유감도 없었다.
처음 그 영화를 보았을 때는 윤현민이 자신을 속인 줄 알고 화가 났던 것이 사실이었으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자신의 아름다운 피아노의 자태에 감탄하기도 했고, 박근화 감독과 다툰 것도 벌써 몇 년이나 흘렀던 상황이었기에 그 화가 많이 누그러진 상태였다.
그러므로 아까 성윤복이 윤현민에게 화를 내었던 것은 박근화 감독과 관련되었다고 오해해서가 아니었다.
‘…내가 병에 걸려, 쓸모없는 인간이 되었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아서였지.’
그것을 다시 떠올린 성윤복의 얼굴이 또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뚝. 뚝.
참아왔으나, 결국 뺨을 타고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려 바닥을 적시었다.
‘한 번 더, 아름다운 피아노를 제작하고 싶었는데….’
성윤복 장인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쥔 채, 아이처럼 엉엉 울기 시작했다.
하염없이.
하염없이 말이다.
***
-지금 여기 상황은 매우 좋습니다. 안 그래도 좋은 소식이 있어서 연락드리려고 했었는데, 마침 잘 되었군요.
“좋은 소식이요?”
-네, 제가 드디어 정부 지원을 얻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또한 MO 플랜트를 설립할 적당한 부지도 찾았고요.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그러한 구상민 씨의 말에 나는 안심했다.
“다행이네요.”
일이 잘 풀려서, 그리고 내 운이 나빠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너무나 다행이었다.
-그런데 사장님, 한가지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네, 무엇인가요?”
나는 구상민 씨가 미라클 에코 사업에 관련된 이야기를 할 줄 알았으나, 이어진 그의 이야기는 전혀 뜻밖의 것이었다.
-제가 이곳에서 어떤 교수를 만났는데, 그가 연구하는 것이 너무 괜찮아 보였습니다.
“그런데요?”
-제가 교수가 연구 중인 자료를 보내드릴 테니, 투자를 검토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투자요?”
-네. 참고로, 저도 개인적으로 교수에게 투자해볼 생각입니다.
나는 궁금했다. 대체 무슨 연구를 했길래, 구상민 씨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투자를 권유하는지 말이다.
-교수는 파킨슨병의 완벽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