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93
93화 이번 투자로 한 사람의 꿈을 지킬 겁니다 (2)
“파킨슨병이면… 완치가 불가능 한 병이잖아요?”
그런 병을 완벽하게 치료할 수 있는 약을 연구하고 있다는 말에 나는 약간의 흥미가 생겼다.
‘구상민 씨가 확신하는 거라면, 믿을 수 있다는 뜻이야.’
그가 뜬구름 잡는 소리나 듣고 이렇게 반응할 리 없으니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저도 흥미가 생겨서, 연구 자료를 조금 요청해 보았는데요. 꽤 그럴싸하더군요.
“혹시, 연구 자료를 검토해보셨나요?”
-물론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제가 필리핀에서 개인적으로 알아본 바에 의하면, 교수의 말대로 지금 개발하고 있는 신약이 이론적으로 파킨슨병에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호….”
나는 궁금해졌다.
필리핀은 기술력이 엄청나게 뛰어난 나라는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나라에서 저런 굉장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니.
‘무슨 사정이 있는 걸까?’
필리핀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저런 연구는 미국의 존앤존슨과 같은 대형 제약회사에서 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었다.
그런데도 굳이 열악한 필리핀에서 연구를 하고 있었다니. 어떤 사연이 있음이 분명했다.
하지만 나는 굳이 그 교수의 사정을 묻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조금 생각해보겠습니다. 혹시, 가능하시다면. 연구 자료를 팩스로 보내주시겠어요?”
-투자하기 전에 직접 검토해보실 생각이십니까?
“음… 직접 검토하려는 것은 맞고요. 투자는 아직 모르겠네요. 아시다시피, 제가 얼마 전에 큰 금액을 투자했었잖아요. 아무래도 연속으로 또 투자하는 것은 좀 부담이 되는 것 같네요.”
미라클 에코에 약 500억 원을 투자하고도 아직 내 통장에는 1,500억 원이라는 돈이 남아있었지만, 한 번에 이곳저곳에 투자하는 것은 주의하고 싶었다.
‘언제 어디에서 돈 쓸 일이 생길지도 모르고, 당장 돈 쓸 곳도 있기도 하니까.’
조만간 나는 스위스로 가서 화재로 피해를 보았던 캐빈을 도울 생각이었다.
그러므로 꼭 필요한 곳이 아니라면, 나는 이 돈을 웬만해선 사용할 생각이 없었다.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면 모를까.’
그런 것이 아니라면, 나는 당장 다른 곳에 투자할 생각이 없었다.
-아,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너무 좋은 투자처인 것 같아, 사장님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했네요.
“아닙니다. 그래도 이런 좋은 투자처를 추천해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도 종종 부탁드릴게요.”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다시 업무를 하러 가보겠습니다.
“네, 수고해주세요.”
전화가 끊긴 후, 나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일이 잘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니, 내 운이 나빠진 것은 아닌 것 같아. 그렇다면 대체 왜 성윤복 장인의 일이 잘 안 풀렸던 거지?’
그러한 의문을 밤새도록 고민해보았지만, 해답을 알 수 없었다.
***
다음날.
늦은 점심을 먹고 있었을 때, 이지현 씨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네? 두 분이 이미 화해를 했다고요?”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에, 나는 놀라 반문했다.
-무슨 심경에 변화가 있으셨는지 모르겠는데요, 성윤복 장인이 먼저 박 감독님께 연락하셨다는 것 같아요.
“…혹시 그게 언제 쯤인 지 알 수 있을까요?”
-그게 약 한 달 전쯤이라고….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이미 화해했다면, 성윤복 장인이 내게 화를 낼 이유가 없을 텐데?’
분명 성윤복 장인은 나를 보자마자 박근화 감독과 한패냐며 불같이 화를 냈었다.
‘…그렇다면 그게 연기였다는 소린데?’
이유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성윤복 장인은 적당한 이유를 들먹이며 일부러 나를 내쫓았던 것이다.
‘…대체 왜?’
박근화 감독의 영화에 성윤복 장인의 피아노를 제공한 것 말고는, 내가 그에게 저지른 잘못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한번 알아볼 필요가 있겠어.’
나는 이지현 씨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뒤, 곧바로 성윤복 장인이 있는 낙원상가로 향했다.
.
.
.
나는 예전에 처음 이곳을 찾아왔을 때 성윤복 장인과 함께 바둑을 두었던, 옆 가게 김 씨 아저씨를 찾아갔다.
성윤복 장인과 자주 대화를 나누는 김 씨 아저씨라면, 그동안 성윤복 장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알고 있을 거라고 나는 생각했고.
그 생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네? 성윤복 장인이 파킨슨병에 걸렸다고요?”
“그렇다니까. 쯧쯧, 그 친구가 얼마나 괴로워하던지…. 지켜보는 나도 가슴이 미어지더라고.”
김 씨 아저씨는 파킨슨병 때문에 성윤복 장인의 오른손이 떨려, 더는 피아노를 제작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내게 설명해주었다.
“병 때문에 약을 먹으면 집중력과 인지가 저하되고, 그렇다고 약을 안 먹으면 손이 떨려오니. 앞으로 저 친구는 피아노 제작에서 손을 떼어야 할 거야.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
그래, 분명 안타까운 일이었다. 성윤복 장인처럼 프라이드가 높고 피아노 제작에 진심이었던 사람이, 병 때문에 강제로 그것을 포기해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운명이었을까.
‘하필 파킨슨병이라고?’
분명 어제 구상민 씨가 어제 말했던 교수가 파킨슨병의 완전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고 했었다.
‘…당장 구상민 씨에게 연락해봐야겠어.’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서둘러 김 씨 아저씨의 가게를 나서서, 건물 뒤편의 인적이 드문 어느 창고의 앞에서 핸드폰을 꺼내었다.
뚜루루-
-네, 사장님.
“구상민 씨, 어제 그 교수님의 이야기. 자세히 좀 들려주시겠어요?”
-…잠시만요.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좀 옮기겠습니다.
내 목소리에 담긴 다급함을 느꼈던 걸까. 자리를 옮긴 구상민 씨는 진지한 목소리로 그 교수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기 시작했다.
교수의 이름은 아미트 쇼. 인도에서 태어났으며, 그쪽 계열에선 천재라 불리던 사람이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어릴 때부터 천재성을 드러낸 덕분에. 아미트는 인도의 유명 대학교의 지원을 받아 학업에 열중할 수 있었다.
-대학원을 졸업한 후, 그는 자신을 거둬준 대학교에 곧바로 교수로 부임하였습니다. 그리고 대학이 요구하는 여러 연구를 하기 시작했죠.
“그럼 그 연구 중에 파킨슨병 치료제에 관한 연구도 있었겠네요?”
-아, 그건 아닙니다. 그 연구는 아미트 쇼 교수가 독자적으로 진행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무언가 사정이 있었나 보군요?”
-네, 교수의 늙은 아버지가 파킨슨병이었습니다.
교수는 대학에서 나오는 연구비를 조금씩 빼돌려, 개인적인 연구를 진행해 왔다.
“이해가 안 되네요. 파킨슨병 치료에 관한 연구라면, 당연히 대학에서 지원금이 나올 것 같은데요.”
-그것이… 파킨슨병의 치료제는 이미 다른 유명 제약회사에서도 오랜 세월 연구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완전한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으니, 대학에서는 아미트 교수의 연구가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그랬군요.”
-하지만 아미트 교수는 그 열악한 환경에서, 자신만의 이론을 거의 완성해버렸죠.
“…그렇다면 대학에서도 교수의 연구를 다시 보았겠군요?”
-그게… 하필 그즈음에 아미트 씨의 연구실에 불이 나는 바람에, 동물 실험 데이터와 연구 자료가 대부분 날아가 버렸다고 합니다.
“아….”
-하지만 아미트 교수는 낙담하지 않았습니다. 이론은 이미 그의 머릿속에 있었으니까요. 아미트 교수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리겠지만, 이전보다 빠르게 연구를 완성할 자신이 있었습니다.
나는 그 말이 곧바로 납득되었다.
-그런데 그의 불행은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파킨슨병의 치료제를 연구했던 이유이자 목적이었던 교수의 아버지가 눈을 감으셨거든요. 그 충격으로 아미트 교수는 연구고 뭐고 한동안 집에 틀어박혀 있었답니다. 게다가.
“…뭐가 또 있습니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미트 교수의 형이 막대한 도박 빚을 지고 오는 바람에, 집안이 쑥대밭이 되어버렸답니다.
“…….”
구상민 씨는 그동안 모아두었던 교수의 재산이, 그 일로 모두 날아갔으며. 대학에서도 잘리고 말았다고 설명을 이었다.
‘진짜 불행한 사람이네.’
나는 그러한 아미트 교수에게 약간의 측은지심이 느껴졌다.
“그런데 그 아미트 교수가 지금은 필리핀에서 연구를 계속하고 있었다고 하셨잖아요?”
-네, 맞습니다. 자신의 연구가 아까웠던 아미트 교수는 긴 방황 끝에, 물가와 땅값이 저렴한 이곳 필리핀에서 다시 한번 파킨슨 병 치료제를 개발하기 시작했던 겁니다.
“재산이 날아갔어도, 연구를 진행할 약간의 돈은 남아있었던 모양이네요?”
-아뇨, 그것도 지인에게 빌린 돈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연구를 복원하는 일이 오래 걸리는 바람에, 그 돈을 다 써버렸다고 하더군요.
나는 그제야 어떻게 구상민 씨가 아미트 교수와 만나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아미트 교수가 투자자를 구하고 있던 거군요.”
-그렇습니다.
“그럼, 역시 파킨슨병의 치료제가 완성되려면 시일이 꽤 걸리겠지요?”
나의 물음에 무언가를 느낀 것일까. 구상민 씨가 진지한 어조로 물어왔다.
-혹시, 사장님 주변에 파킨슨병에 걸린 분이 계신가요?
“…네. 제가 알고 있는 피아노 제작 장인이, 파킨슨병에 걸렸다고 합니다.”
내가 어제까지만 해도 고려하지 않았던 투자를 진행하려 하겠는가.
‘성윤복 장인때문이지.’
그는 내게 아름다운 피아노를 만들어 주었고, 또 앞으로도 만들어 줄 사람이었다.
‘내가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피아노를, 연주하는 자세와 습관까지 고려하여 제작해 줄만큼의 실력자이니. 그를 구할 가치는 충분해.’
나는 그에 대한 설명을 구상민 씨에게 해주었다. 그러자 구상민 씨는 더욱 진중해진 말투로 내게 충고했다.
-사장님은 지금 비즈니스가 하고 싶으신 겁니까, 아니면 자선 사업이 하고 싶으신 겁니까. 만약 후자라면, 투자하지 마십시오.
“…예?”
나는 그런 구상민 씨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비즈니스든 자선 사업이든. 어쨌거나 이득을 볼 수 있다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비즈니스는 철저하게 손익을 계산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선 사업은 손해를 고려하지 않는 것이죠. 제대로 된 투자자라면 절대 손해가 일어날 만한 사업에는 투자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만 들어보니. 사장님께서는 그 성윤복이라는 장인이 아프지 않았다면, 아미트 교수에게 투자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그거야 당연했다. 성윤복 장인이 아니었다면, 나는 치료제 개발을 그리 급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런 마음가짐은 자선 사업에 가까운 겁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다르지 않습니까. 구상민 씨도 수익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판단하여 투자를 고려하신 거잖습니까.”
-이번에는 그렇죠. 하지만 한번 비즈니스에 감정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두 번 세 번도 들어가기 마련입니다.
“…….”
-그렇게 인정이 하나둘 쌓이다 보면, 언젠가 손해를 볼 것을 알면서도 투자를 하게 되겠죠.
구상민 씨는 나의 이런 마음가짐이 언젠가 큰 손해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그러니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가 아니라면, 하지 마시라는 겁니다.
그런 그의 충고를 들은 나는,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틀린 말은 아니야.’
비즈니스에 사적인 감정은 배제해야 한다는 것쯤은, 회사에서 영업을 뛰던 시절부터 깨닫고 있던 것이었다.
‘비즈니스에 인정이 들어가는 순간, 손해를 볼 확률이 급격히 올라가지.’
하지만 그것은 일반적인 경우일 때였다.
‘내가 손해를 볼 리 없잖아.’
나는 운이 좋았다. 그것도 아마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자선 사업을 한다고 해도, 절대 손해를 보는 일은 없을 거야.’
내가 하고픈 대로, 마음껏 살아도. 나는 실패하지 않는다.
‘내가 어제 아미트 교수에게 투자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는, 그저 다른 곳에 예상치 못하게 돈 쓸 일이 생길 것을 대비한 것뿐이야.’
손해를 볼 것이 두려워서 투자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애초에 캐빈의 일이 마무리된다면, 곧바로 투자할 마음도 있었고.’
구상민 씨의 충고는 고마우나, 내 경우에는 맞지 않는 것이었다.
생각을 정리한 내가, 구상민 씨에게 그래도 투자할 생각이라는 것을 말하려던 순간.
-만약, 제가 괜찮은 세계적인 실력의 피아노 장인을 소개해 드린다고 해도. 지금 당장 아미트 교수에게 투자하실 수 있겠습니까?
구상민 씨가 내게 화두를 던졌다.
‘…그렇다면 굳이 투자를 급히 할 필요는 없겠지.’
내가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이유는, 하루라도 빨리 성윤복 장인을 회복시켜서 피아노 제작을 의뢰하기 위함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정말 그 이유뿐일까.
나는 생각에 잠기었고, 곧 결론을 낼 수 있었다.
“네, 투자할 생각입니다. 내가 투자하면 파킨슨병 치료제의 개발이 빨라질 테니까요.”
-…어째서요? 혹시, 그 성윤복이라는 분이 사장님과 가까운 사이입니까?
아니었다.
성윤복 장인과 나는 그리 친한 사이라 할 수 없었다.
-그런데 대체 왜 도우시려는 겁니까? 그것도 막대한 돈을 투자하면서까지요.
“…여유가 되니까요.”
예전과 달리, 나는 돈이 많았다. 또한, 이번 투자로 손해를 볼 일도 없었다.
‘그러니 돕지 않을 이유도 없어.’
몰랐으면 모를까, 내 주변 사람이 곤란하다는 것을 알아버렸으니. 도울 수 있다면, 돕는 것이 옳으리라.
‘내가 모든 곤란한 사람을 구할 수는 없겠지. 하지만 적어도, 나와 인연이 있던 사람들만큼은 돕고 싶어.’
나는 운이 좋으므로, 그 과정에서 손해를 볼 일도 없었다. 그러니 마음껏 도움을 주고 싶었다.
“저는 어릴 적 주변 환경에 의해, 꿈을 포기했었습니다. 그렇기에 강제로 꿈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잘 압니다. 아마 성윤복 장인 또한 나와 비슷할 겁니다. 지금쯤 어느 창고에 틀어박혀 울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
“나는 적어도 나와 관계된 사람이 그런 슬픈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선언했다.
“나는 이번 투자로 한 사람의 꿈을 지킬 겁니다.”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