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95
95화 AI 시뮬레이션 (1)
며칠 전, 나는 이지현 씨에게 두 가지를 부탁했다.
하나는 원래의 목적이었던 의상을 구해달라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SNS에 홍보 좀 해주시죠.”
피아노의 꿈에 출연했던 이지현 씨가 SNS에 우리 가게에 대한 글만 올려도 그 홍보 효과가 달라진다.
“설마, 맨입으로 해달라는 것은 아니겠죠?”
나는 이지현 씨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대가로 지급할 생각이 있었다. 그녀의 SNS에 그 정도의 가치는 충분히 있었으니까.
“푸핫! 농담이에요! 제가 설마, 은인인 윤현민 씨에게 대가를 받겠어요?”
전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이지현 씨는 대가 없이 내 부탁을 들어주었다.
“이지현 씨, SNS에 글을 올릴 때. 피아노의 숲 1에 나온 피아노가 비치되어 있다는 점을 꼭 강조해주세요.”
“알겠어요. 맡겨만 둬요.”
그 효과는 굉장했다.
“사장님! 어, 언니 때문에 방송이…!”
방송을 켜고 피아노를 연주하던 이지혜 씨가 놀란 얼굴로 내게 방송 화면을 보여주었다.
[접속자 수 24만 명.]나는 눈을 비볐다.
그러나 다시 보아도 접속자 수는 24만 명이 맞았다.
“…우리 평소에 시청자 수가 몇 명 정도였죠?”
“5만 명 정도였죠.”
이지현 씨의 SNS 홍보 글 하나로, 무려 5배의 시청자가 늘어난 것이었다.
‘모두 1층 카페 드리머에 관해 묻고 있어.’
채팅창은 불타오르고 있었다.
빠르게 올라오는 채팅은 오픈일이 언제인지와, 정말로 피아노의 꿈 1에 등장했던 피아노를 가지고 있느냐는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이지현 씨가 글을 제대로 올려줬나 본데?’
나는 SNS를 하지 않으므로, 이지현 씨가 어떻게 글을 올렸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하지만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이런 과열된 채팅 반응을 보면, 그녀가 내 부탁을 잘 들어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까.
“사장님, 채팅창이 너무 과열되고 있는데. 빨리 답변을 해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다.
“먼저 오픈일은….”
나는 오픈 날짜와 시간, 그리고 비치된 피아노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설명하였다.
그리고.
“결론만 먼저 말씀드리자면, 이 피아노는 피아노의 꿈 1에 나온 모델, 그러니까 원본이 아닙니다.”
그러한 나의 답변에 실망하는 채팅이 우후죽순 올라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나의 말에, 그 실망이 곧 커다란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이 피아노는 그 원본 피아노의 프로토타입입니다.”
나는 성윤복 장인에게 들은 그대로를 시청자들에게 설명하였다.
-?!?!?!
-프로토타입? 그 소문이 사실이었다고??
-그걸 대체 어떻게 구하셨어요?!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채팅창은 아까보다도 더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피아노의 꿈을 재밌게 본 팬 중에는 영화에 나온 그랜드 피아노에도 상당히 진심인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들은 영화에 나온 피아노의 미니어처와 피규어를 죄다 구매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는데, 그런 팬들 사이에는 알음알음 한 가지 소문이 돌고 있었다.
-그 피아노, 원형 모델이 따로 있다는데?
팬들은 이 사실을 두고 갑론을박하였고, 오랜 논쟁 끝에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결론이 났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내가 그 소문이 사실이라고 선언해버렸으니, 채팅창이 불타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못 믿겠는데요?
그러한 시청자에게 나는 성윤복 장인이 피아노와 함께 동봉해준 증서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쉬이 믿지를 못했다.
-내 눈으로 확인해봐야겠어요!
결국, 몇몇 시청자들이 오픈일에 직접 눈으로 확인하러 오겠다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그냥 가게를 약간 홍보하려던 내 의도와는 조금 달라졌지만, 이것도 나쁘진 않네.’
그들의 목적이 음악 감상이든, 피아노를 확인하는 것이든. 어쨌거나 가게를 방문한다는 것이 중요했다.
‘채팅창 반응을 보면, 꽤 많은 분이 방문해 주실 것 같긴 한데….’
나는 오픈일이 기대가 되었다.
그리고 현재.
‘아니, 손님이 많아도 너무 많은데?’
나는 계속해서 밀려 들어오는 손님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
따라라-
신사동 가로수 길을 거닐던 행인들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에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어디에서 길거리 공연이라도 하나?’
홍대도 아니고, 그 복잡한 가로수길에서 길거리 공연이라니. 호기심이 생긴 행인들이 하나둘 가던 길을 멈추고, 피아노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이윽고, 소리의 근원지에 도착한 행인들은. 활짝 개방되어있는 어떤 가게를 발견할 수 있었다.
‘카페 드리머?’
‘이거 지하에 있던 그 카페 아니야?’
카페의 앞에는 이미 굉장히 많은 인파가 몰려있었다.
그 인파는 윤현민의 방송에 있던 시청자들이 프로토타입의 피아노를 구경하기 위해 몰려든 것이었지만. 그저 음악 소리에 이끌려 온 행인들이 그 사실을 알 리 없었다.
‘가게에 사람이 엄청 많네? 뭔가 구경거리라도 있는 건가?’
본래 손님 하나 없는 가게보다, 북적이는 가게에 더 많은 손님이 몰리는 법이었다.
‘안 그래도 목이 탔는데, 커피라도 한잔 마실까?’
의도한 것은 아니나, 피아노를 구경하러 온 시청자들 덕분에. 길을 지나던 손님들이 몰려드는 효과가 생겨났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손님이 많아도 너무 많잖아? 이래서 언제 주문하고, 커피를 마실 수 있겠어?’
너무 긴 줄에, 손님들이 주문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그 때문에 피아노 소리에 이끌려 온 유동 손님이 주문을 포기하고 떠나버리려는 불상사가 벌어지려 했다.
그런데 그때.
“지금부터 야외 주문을 받겠습니다!”
윤현민에게 지시받은 몇몇 직원이 여유분의 진동벨과 주문을 넣는 태블릿 PC를 들고나와, 야외에서 주문받기 시작했다.
‘바깥에서 바로 주문할 수 있다고?’
이것은 윤현민의 아이디어였다.
1층 카페는 개방이 되어 있었고, 그 덕에 카페 손님이 아니더라도 지나가다 피아노 공연을 구경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렇기에 윤현민은 커피 한 잔을 들고 멀찍이 거리에서도 구경할 수 있는, 야외 오더 시스템을 생각해 내었다.
“아아 하나요.”
“저는 아이스티에 샷 추가해 주세요.”
“그리고 저는….”
하지만 그런 윤현민도, 이렇게까지 야외 오더가 잘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행인들은 알아서 찾아오는 주문 시스템에, 편리함을 느낄 수 있었다.
우우웅-
야외 주문을 했던 한 손님의 진동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여기 화살표를 따라가시면 됩니다.”
직원이 안내해준 길은 야외 손님 전용의 픽업 로드였다. 이 또한 야외 손님과 매장 손님이 섞여 혼잡해지는 것을 우려한 윤현민의 아이디어였다.
저벅저벅.
직원이 안내해준 대로, 바닥에 그려져 있는 화살표를 따라서 가게로 들어선 손님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을 벌렸다.
따라라라-
눈부시도록 새하얀 피아노. 그리고 그것을 연주하는 독특한 의상의 남자.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인데…’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춘 손님은, 곧이어 이 모습을 한 영화에서 보았다는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래, 피아노의 꿈!’
의상도, 음악도, 그리고 분위기도. 안 본 사람이 드물다는 그 영화 속의 장면과 너무나 흡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윤현민은 의도적으로 그 영화에 나왔던 곡만을 연주하는 중이었다.
그 덕에 손님은 마치 영화의 명장면 속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되었다.
“주문하신 아이스 아메리카노입니다.”
직원이 건네준 음료를 받고, 다시 픽업 로드를 따라 출구로 향하는 길에서도. 손님은 피아노 연주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최대한 천천히 걸었던 손님은 결국, 아쉬움을 뒤로한 채 바깥으로 나오게 되었다.
‘…왜 이렇게까지 사람이 많은지 알겠어.’
음료를 픽업해 나오는 그 짧은 순간이었지만, 윤현민의 연주는 손님의 머릿속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음료, 한 잔 더 마실까?’
원래라면 바깥에서도 안쪽의 연주를 구경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몰려든 인파로 인해 그것이 불가능했다.
그러므로 지금 저 연주를 보기 위해선. 저 길고 긴 줄을 기다려 매장으로 들어가거나, 야외 오더로 음료를 픽업하는 그 짧은 시간에 감상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꿀꺽꿀꺽-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단번에 들이켠 손님이, 머리를 문지르며 직원을 불렀다.
“…여기 주문할게요!”
한편, 매장에 자리를 잡는 데 성공한 어느 시청자는. 지금 윤현민이 연주하고 있는 피아노의 자태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이거… 진짜잖아?!’
피아노의 꿈을 수십 번이나 돌려보았으며, 피아노 공장장의 아들인 그는. 피아노의 광택과 마감 처리, 그리고 별처럼 빛나는 건반을 보고 같은 제작자가 만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설마 그 증서가 진짜였을 줄이야…!’
자신도 그랬지만, 그의 지인들도 방송에서 윤현민이 보여준 증서를 믿지 않았다.
윤현민은 몰랐겠지만, 영화 피아노의 꿈 커뮤니티에서 가짜 증서를 올리며 거짓으로 인증하는 사례가 꽤 많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건 진짜야…!”
그러니 얼른 알려야만 했다.
그는 가장 가까운 지인들에게 먼저 까톡을 보내었고, 곧이어 커뮤니티에도 사진을 찍어 올리며 당장 카페 드리머로 달려오라는 글을 남기었다.
그런 그의 글에 올라온 사진을 확인한 사람들은 큰 충격에 빠지게 되었다.
‘이게 진짜였다고?!’
끝까지 믿지 않아. 가게로 찾아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이들이 부리나케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내 눈으로 직접 봐야겠어…!”
그날, 카페 드리머에는 손님들이 끊임없이 몰려왔다.
***
“수고하셨어요.”
오후 다섯 시.
지하층의 카페가 드리머에서 아우라로 바뀌는 시간에 맞춰, 이지혜 씨가 1층으로 올라왔다.
“힘들지는 않으셨어요? 오픈 시간부터 마감 시간까지 연주하신 적은 처음이시잖아요?”
그녀의 말이 맞았다. 평소에 내가 연주를 시작하는 시간은 보통 점심 시간대부터였으니 말이다.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풀로 연주를 한 것은 처음이긴 하지.’
하지만 힘들다고 불평할 수는 없었다.
‘이지혜 씨는 이게 일상이었으니까.’
평소에 그녀는 이런 스케줄로 일주일에 5일 이상을 연주했다. 물론, 중간중간 점심시간과 휴게시간이 있었다지만. 매우 살인적인 일정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대체 이지혜 씨는 어떻게 매일 이렇게 연주를 할 수 있는 거예요?”
“피아노를 좋아하니까요.”
그런 그녀의 즉답에 나는 생각했다.
‘나도 피아노를 좋아하지만, 이지혜 씨만큼은 아니야.’
이지혜 씨가 피아노를 얼마나 좋아하느냐면, 한 번은 내가 그녀에게 교대 근무자를 뽑을 것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오픈부터 마감까지라는 근무 시간은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었으니 당연했다. 그런데 이지현 씨는 나의 제안을 곧바로 거절했었다.
-그러면 피아노 연주할 시간이 줄어들잖아요.
이것이 그때 이지혜 씨가 들려준 대답이었다.
“…새삼스럽지만 이지혜 씨, 존경합니다.”
“네에? 갑자기요?”
“그럴 수밖에요. 1층 카페 드리머의 교대 근무 연주자를 구할 때까지, 연장 근무를 해주시기로 하셨잖아요.”
남들이 보면 정말 미쳤다고 할 만한 일이었다.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지하층에서 근무했는데, 곧바로 1층에서 오후 5시부터 저녁 9시까지 또 연주하겠다고 먼저 제안하시다니.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어.’
아무리 피아노를 좋아해도, 나는 저렇게까진 하지 못했다.
“어쨌거나 제가 최대한 빨리, 교대 근무자를 구해볼게요.”
“…천천히 구하셔도 돼요.”
“에이, 이지혜 씨가 고생하시는 데 그럴 수는….”
“…….”
‘음?’
나는 잠깐이지만, 이지혜 씨의 표정이 조금 시무룩해진 것 같아 보였다.
‘에이, 아니겠지…’
나는 방금 본 것이 착각이었다고 여기며, 교대 근무자를 빨리 고용하겠다고 속으로 다짐하였다.
“그럼 수고해주세요. 저는 이만 들어가 볼게요.”
“네, 사장님. 들어가세… 아, 참!”
이지혜 씨가 갑자기 뭔가가 생각난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까 쉬는 시간에, 어느 손님분께서 사장님께 할 이야기가 있다고 나중에 시간을 내주실 수 있는지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그래요?”
나는 그 사람이 아마 피아노의 꿈의 팬이거나 어제의 시청자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했다.
“아뇨, 그런 분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왜냐면 그분은 외국인이었는 데다, 사장님과 이야기하고 싶은 이유가 뭔가의 제안 때문이라고 말했었어요.”
“제안이요?”
우리 가게 손님이 뜬금없이 제안을 해왔다는 말에, 나는 왠지 모르게 흥미가 생겼다.
“그분이 연락처를 남기고 가셨겠죠?”
“당연하죠. 잠시만요.”
이지혜 씨가 핸드백에서 지갑에서 고급스럽게 생긴 명함 하나를 꺼내주었다.
[ICU] [CEO Christopher Greenwood]‘ICU의 크리스토퍼 그린우드?’
회사 이름은 처음 들어보는 곳이었으나, 그 이름만큼은 어디에서 들어본 듯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이 이름을 어디서 들어봤더라…’
나는 그 이름을 계속해서 되뇌었지만, 기억이 나질 않았다.
‘…검색을 좀 해볼까?’
일단, ICU가 뭐 하는 회사인지. 제대로 된 회사는 맞는지 대충이라도 확인을 해보고 싶었다.
‘세상에는 별 희한한 사람들이 많으니까, 조심해야지.’
제안이라고 해놓고 이상한 사이비 종교를 권유하기라도 하면, 매우 곤란했다. 그러니 검색이라도 하여 제대로 된 사람이 맞는지는 검증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음? 제대로 된 회사가 맞는데?’
그것도 규모를 보니 굉장히 큰 회사였다.
‘시가총액이 2,700억이라고?’
분야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특히 AI 시뮬레이터를 활용한 의료 계통의 보조 지원을 주력으로 하는 글로벌 회사로. 같이 떠오른 연관 검색어를 살펴보니, 최근에 꽤 핫한 이슈가 있던 곳 같아 보였다.
‘…아! 이 사람이 그 사람이었구나!’
나는 회사 소개란에 떠오른 크리스토퍼 그린우드의 사진을 보고, 그가 누구인지를 바로 알 수 있었다.
‘최근 세계적인 갑부 반열에 오른, 바로 그 크리스토퍼 그린우드!’
뛰어난 사업 감각으로 자수성가한 사업가인 그는, 여러 가지 기행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한 인물이었다.
‘ICU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구나.’
나는 그런 유명인이 우리 가게에 왔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신기했다.
‘그런데 대체 내게 뭘 제안하겠다는 거지?’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계속해서 ICU라는 회사의 소개란을 읽어나갔다. 그런데.
‘…뭐?’
어느 항목을 읽어나가던 나는, 너무나 놀라고 말았다.
‘AI 시뮬레이션으로, 임상 시험을 가상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그것도 정확도 98%로?’
나는 즉시 명함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