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97
97화 미스터 윤이 누굴 구했다고요? (1)
ICU의 현재 주가는 원화로 약 125,000원 정도였다.
‘아미트 교수에게 투자할 350억과 케빈의 할아버지에게 드릴 금액을 제외하면….’
내가 당장 가용할 수 있는 돈은 약 1,050억 원.
‘이 돈을 전부 ICU에 투자한다면…!’
그 결과는 분명 좋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1,050억 전부를 ICU에 투자할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1,050억으로 주식을 전부 사는 것은 무리야.’
일일 매수 한도를 가볍게 초과하는 것은 물론이고, 며칠에 걸쳐 매수에 성공한다고 해도 너무 많은 매매량에 매도가 힘들어질 수 있다.
‘게다가 분할 매수를 한다 해도, 대량 매수를 하긴 해야 할 테니.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피할 수가 없어. 그렇게 되면 나는 시장 조작 혐의를 받을지도 몰라.’
그러므로 내가 ICU의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은 50억 ~ 100억 원 정도일 것이다.
‘얼마를 투자할지는, 나중에 개장했을 때 일일 주식 거래량을 보고 틈틈이 판단하자.’
그렇게 결론 내린 나는, 주식 어플을 종료하고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였다.
‘할 일이 많겠어.’
나중에 구상민 씨가 보내줄 ICU에 대한 자료도 검토해야하고, 루나리스 패션에도 가지 않은 지 일주일이 다 되어 가는 터라 내일은 꼭 들려야만 했다.
‘결재서류가 어마어마하겠는데?’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잠깐. 나 내일 루나리스 패션에 갈 수가 없잖아?’
1층 피아노를 맡아줄 연주자를 아직 구하지 못했으니, 당분간은 내가 가게에서 종일 연주를 해야만 했다.
‘…어쩔 수 없나.’
시계를 확인해 보니 저녁 7시였다.
‘…야근해야겠지?’
나는 오늘, 밤늦게까지라도 결재서류 검토를 끝내야만 했다.
‘…할 수 있어.’
퇴사한 이래, 오랜만에 하는 야근이지만. 이래 보여도 야근이라면, 거암물산을 다녔을 때 충분히 단련된 몸이었다.
‘그까짓 거. 후다닥 끝내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텅 비어있을 루나리스 패션으로 향했다.
.
.
.
다음 날 오전 9시.
“괜찮으세요?”
방금 막 출근한 이지현 씨가 초췌한 나를 보며, 걱정스레 물어왔다.
“…아니요.”
잠시 잊고 있었다.
야근이란 것이 얼마나 무서운 놈이었는지를 말이다.
‘설마 검토할 서류가 그렇게나 많을 줄은 몰랐지….’
아무리 요즘 바빠서 서류를 잘 살피지 못했다지만, 설마 내 책상에 서류가 그렇게나 쌓여있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하아아암.
‘덕분에 한숨도 못 잤네.’
나는 고개를 마구 저으며 정신을 차리려 했다. 하지만 자꾸만 눈꺼풀이 자꾸만 내려왔다.
‘…오늘 하루를 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네.’
그런 내 상태가 무척이나 안 좋아 보였던지, 이지혜 씨가 잠시라도 눈을 붙이고 오는 게 어떠냐고 권유해 주었다.
“10시 전에는 깨워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그럼 부탁 좀 드릴게요.”
나는 사무실로 돌아와 책상 위에 놔둔 손거울을 들어 올렸다.
‘…다크서클이 입꼬리까지 내려왔네.’
내 상태가 매우 안 좋은 것을 확인한 나는, 의자를 최대한 젖히고 누웠다. 그리곤 눈을 감고 생각했다.
‘…연주자를 최대한 빨리 구해야겠어.’
당장 이번 주 안으로 사람을 구하지 않으면, 나는 일주일에 하루는 밤을 새워야 할지도 몰랐다.
‘그 이유가 아니더라도, 낮에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으니 너무 곤란해.’
ICU의 주식 동향도 확인해야 했고, 영화 촬영도 신경을 써야 했다.
‘아니지. 영화 촬영은 이제 괜찮지 않을까?’
최지훈 감독의 말에 따르면, 영화는 이제 마지막 촬영을 앞두고 있었다.
‘그게 끝나면, 루비스피어 영화제에 바로 제출한다고 했었지.’
참고로 우리 영화는 얼마 전에 영화제 1차 서류에 통과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영화제가 7월 29일이라고 했었지? 앞으로 한 달 정도 남았군.’
본래 루피스피어 영화제는 5~6월에 개최되지만, 특이하게 올해는 7월에 개최한다고 얼마 전 발표가 났다.
‘2차도 당연히 통과하겠지?’
비록 어제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그동안 보아왔던 최지훈 감독의 역량이라면 충분히 가능했다.
‘7월 29일 전까지 할 일들을 다 끝내놓아야 할 텐데.’
만약 2차 심사까지 통과하게 된다면, 최지훈 감독은 루비스피어 영화제에 초대받게 된다. 그렇게 되면 나도 그와 함께 독일로 출발할 생각이었다.
‘그러니 그전까지 해외에서 할 일들을 모두 끝내놓아야 해.’
스위스에서 취리히 시장님을 만나 MO 플랜트에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해줄 것인지 물어야 하고, 케빈의 집도 구해줘야 했다.
그리고도 여유가 된다면 뉴욕으로 향해서 루카스 씨도 만나야 했다.
‘스타더스트의 사인을 받아주기로 했었으니까.’
이 모든 것을 한 달 안에 끝내려면, 하루라도 빨리 나를 대체할 연주자를 고용해야만 했다.
‘그런데 연주자를 어디에서 구하면 좋지?’
전에 이지현 씨에게 알고 있는 피아노 연주자가 있는지 물었으나, 그녀의 지인들은 대부분 이미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었다.
‘뭔가 좋은 수가 없을까…’
그렇게 머릿속으로 고민을 이어 나가던 나는, 어느 순간 의식이 흐려지며 깊은 잠에 빠지고 말았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따라라-
사무실 밖에서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에 나는 눈을 번쩍 떴다.
‘지금 몇 시지?!’
시계를 확인해 보니, 큰 바늘이 2를 가리키고 있었다.
‘뭐? 2시?’
대형 사고였다.
나는 무려 5시간을 잠에 빠져있었던 것이었다.
‘이지혜 씨는?’
대체 왜 그녀가 나를 깨워주지 않았는지, 의문이었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지금이라도 연주를 해야…!’
1층 가게가 오픈한 것이 바로 어제였으므로, 지금은 무척이나 중요한 시기였다.
‘열심히 해서 홍보할 생각은 못 할망정…!’
나는 부리나케 연주용 의상으로 옷을 갈아입으며, 서둘러 나갈 준비를 하였다.
따라라라-
‘그런데 아까부터 들려오는 저 수준급의 피아노 연주는 뭐지?’
처음에는 연주할 직원이 없으니, 아마도 가게 손님이 피아노를 연주해 보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것이라면, 여러 사람이 차례대로 돌아가며 피아노를 연주했을 터. 그런데 아까부터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에는 같은 리듬과 습관이 묻어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한 사람이 계속 연주했다는 소린데….’
나는 가게 규정에 한 사람당 피아노를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정해놓았었다.(이 규정은 지하층은 물론, 이곳 1층 벽면에도 붙여져 있다.)
‘내가 의상을 찾고, 갈아입으며 나갈 준비를 한 시간이 약 15분. 그동안 들려온 곡이 3곡이었지?’
내가 잠에서 깼을 때 연주의 막바지였던 곡까지 포함하면 총 4곡이었다.
‘우리 가게에선 한 사람당 3개 이상의 곡을 연주할 수 없어.’
이런 규정을 모를 직원들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지금의 이런 상황을 그냥 내버려 두다니. 나는 이해가 되질 않았다.
‘확인해 보자.’
나는 사무실의 문을 열고 나갔다. 그리고.
‘저 사람은…’
이제 갓 성인이 되었을 법한 어느 남성이 무표정하게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었다.
‘누구지?’
남성의 연주는 매우 아름다웠다. 강약의 조절도 훌륭했고, 페달을 밟는 타이밍도 기가 막혔다.
‘잘하는데?’
우연히 지나는 길에 이런 연주를 듣는다면, 가던 길을 멈출 수 있을 정도로. 저 청년의 연주는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대체 왜 아무도 저지하지 않는 거야?’
아까 들었던 4번째 연주는 이미 끝났고, 지금 들려오는 곡은 무려 5번째였다. 그런데도 우리 직원들은 저 남자를 가끔 흘깃 보기만 할 뿐이었다.
나는 그런 직원 중 한 명에게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를 물었다.
“매니저님이 아까 아침에 1층 피아노는 저분이 연주할 거니까 그냥 내버려 두라고 말씀하셨어요.”
“이지혜 씨가요? 아니, 잠깐. 아침부터라고요?”
“네. 저분 오전 9시부터 지금까지 밥도 안 드시고 계속 연주하고 계세요.”
“네에?”
아침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쉬지 않고 연주를 했다는 말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5시간을 쉬지도 않고… 대단한데?’
게다가 저 기세로 보건대, 지금 이후로도 계속 연주를 해나갈 것만 같아 보인다.
‘아마 저 남자는 이지혜 씨가 데려온 사람일 거야. 그런데 아까 이지혜 씨는 왜 아무런 말을 해주지 않았을까?’
그녀에게 아무런 언급도 듣지 못했던 나는 머릿속이 점점 혼란스러워졌다.
‘이지혜 씨에게 가보자.’
나는 곧장 지하층으로 내려갔고, 때마침 쉬는 시간이었던 이지혜 씨와 마주칠 수 있었다.
“아, 사장님 일어나셨어요?”
“이지혜 씨,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요? 왜 저를 깨우지 않으셨고, 1층에서 연주하고 있는 사람은 대체 누구예요?”
나의 물음에 이지혜 씨가 자초지종을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걔 이름은 김현수예요. 올해 대학교 2학년생이고, 나이는 23살이고요. 제 친구의 동생이기도 하죠.”
“…그래서요?”
“현수는 아침에 사장님이 너무 피곤해 보이셔서, 제가 급히 연락해서 불러왔어요. 저래 보여도 한국 예고에서 피아노 전공을 했었거든요. 아, 그리고 쟤 시급은 제가 지급할 거니까 마음대로 가게 예산을 썼다고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그러니까 절 쉬게 하려고, 급하게 연주자를 구해오셨다는 말씀이시네요?”
“네, 맞아요.”
“…….”
“…혹시, 화나셨어요? 역시 제가 주제넘었던 걸까요?”
주제넘었냐고?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나는 이지혜 씨에게 너무 감사했다.
‘아까 거울을 봤을 때, 내 상태가 말이 아니긴 했었으니까.’
솔직히 하룻밤 샌 것 가지고 이 정도로 심하게 컨디션이 나빠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확실히 30대는 20대 때와는 체력이 다르네.’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나는, 곧장 이지혜 씨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감사해요. 그런데 주위에 고용할만한 연주자가 없다면서, 용케 불러오셨네요?”
“아, 현수는 지금 방학이거든요. 마침 현수도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던 도중이라, 제 제안을 바로 수락한 거죠.”
“…그래요?”
대학교의 방학은 두 달이었다.
‘괜찮은데?’
나는 이지혜 씨에게 물었다.
“저 현수라는 친구, 혹시 우리 가게에서 일할 생각이 있을까요?”
“네? 사장님, 현수를 고용하시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요즘 다른 일들이 바빠서요. 두 달이면 정식 연주자를 고용할 때까지 시간을 좀 벌 수 있겠죠.”
“그런 거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요. 현수도 사정이 있어서 방학 동안 돈을 벌어야 하거든요.”
잠시 후, 나는 이지혜 씨를 통해 김현수 학생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좋아요.”
여전히 무표정한 그는 내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고. 내일부터 정식으로 우리 가게에 출근하기로 하였다.
“아, 그리고 오늘 시급은 이지혜 씨가 아니라 저에게 받으세요. 한 달 뒤 월급에 합산해 드리겠습니다.”
“예? 그건 좀 곤란한데요… 저는 당장 그 돈이 필요해서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여전히 무표정한 그를 보며 나는 생각했다.
‘뭔가 급한 사정이 있나 본데?’
그리 짐작한 나는, 김현수 학생이 원하는 대로 현금을 지급해 주었다.
“아까 점심도 먹지 못했다고 들어서, 조금 더 챙겨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 뵙죠.”
고개를 꾸벅 숙이고 돌아가는 그에게, 나는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겼다.
“잠시만! 혹시, 대학교 전공이 뭐예요? 여전히 피아노? 아니면 다른 악기로 바꾸셨을까요?”
피아노 전공으로 예고를 졸업했으니 당연히 예술 대학에 진학했을 거라고 생각한 나는, 이어지는 대답에 입을 벌렸다.
“저 공대 다닙니다. 과는 에너지자원공학과요.”
“네? 예고를 나왔다면서 대체 왜…”
“공학을 공부해야 돈을 많이 버니까요. 그럼.”
고개를 까딱이며 다시 인사한 김현수 학생이 그대로 등을 돌려 가게를 빠져나갔다.
‘…특이하네.’
너무나도 특이한 학생이었다.
***
늦은 저녁, 구상민 씨에게서 다급한 연락이 왔다.
-스위스에서 약속했던 정부 지원이 취소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그게 무슨 소리인지 물었으나, 구상민 씨도 자세한 사정은 모르는 모양이었다.
-대충 듣기로는 스위스 연방 위원회에서 반대표가 나왔다고 하더군요.
“알겠습니다. 제가 한번 가볼게요. 아, 그리고 제가 부탁드린 ICU의 자료는 준비가 되었나요?”
-거의 마무리가 다 되어 갑니다.
“그럼 완성되는 대로 제 메일로 전송해 주세요.”
그렇게 나는 가장 빨리 스위스로 갈 수 있는 항공권을 예매하고, 곧장 스위스 시장님께 시간을 내어주실 수 있으신지 여쭙는 문자를 보내두었다.
답변은 곧장 돌아왔다.
[사흘 후, 오후 세 시에 한 시간 정도의 여유는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마침 내가 예매한 비행기 표도 사흘 후였다.
‘잘됐네. 시장님과 미팅 약속이 곧바로 안 되었으면, 케빈의 일부터 처리하려고 했는데. 정부 지원에 대한 건을 먼저 마무리할 수 있겠어.’
임시라고 해도 피아노 연주자를 구했으니, 나는 마음 편히 스위스로 향할 준비를 하였다.
그렇게 사흘 후. 스위스 취리히 공항에 도착한 나는 곧장 시간을 확인했다.
‘시장님과 약속 시간이 오후 세 시였으니까… 앞으로 5시간 남았네.’
무척이나 여유로웠다.
근처의 식당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커피와 함께 여유를 즐기다 약속 장소로 향하면 좋을 듯싶었다.
핸드폰으로 적당한 맛집을 검색한 나는, 곧장 공항 밖으로 나서려 했다.
[안내 말씀드립니다.]그런데 그때, 공항에 한 방송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공항에 계신 분 중 RH- AB형의 혈액형을 가지신 분은 지금 즉시, 매표소 앞으로 와주시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공항에 계신 분 중 RH- AB형의 혈액형을 가지신 분은 지금 즉시….]‘…점심은 나중에 대충 때워야겠네.’
병원이 아닌데도 저렇게 방송할 정도라면, 매우 급하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저 혈액형은 세상에서 가장 희귀한 혈액형 중 하나이다. 그러므로.
‘도와줘야 해.’
나는 즉시 공항 밖으로 향하려던 걸음을 되돌렸다.
‘매표소라고 했지?’
내 혈액형은 RH- AB형.
전 세계 인구의 단 1%만이 가지고 있다는 희귀 혈액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