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99
99화 미스터 윤이 누굴 구했다고요? (3)
‘내가 수혈해준 아이의 이름이 분명… ‘노아’라고 했었지?’
나는 시장님에게 루이 오스왈드 연방 위원의 슬하에 노아라는 이름의 아이가 있는지를 물었다.
“그걸 어떻게 아셨죠…”
“아내분의 이름은 안나 오스왈드구요?”
“…!!!”
“…아무래도 제가 루이 오스왈드 위원님의 자제분 목숨을 구한 것 같군요.”
“미스터 윤이 누굴 구했다고요?”
그때, 깜짝 놀란 비서가 시장님에게 그에 대한 것을 설명해 주었다.
“…! 그게 정말이야?”
“예. 조금 전에 도착한 소식이니 확실합니다.”
시장님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나를 향해 물었다.
“미스터 윤, 다친 노아 군에게 기적처럼 수혈해주었던 의인이 당신이었습니까?!”
“아까 오전에 일어난 일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네. 제가 맞는 것 같네요.”
“허…! 당신은 스위스를 방문할 때마다 아이의 생명을 살리시는군요.”
그러게나 말이다.
“어쨌거나 잘 되었네요. 루이 연방 위원은 은원을 확실히 하는 분으로 유명합니다. MO 플랜트의 지원을 엄청 심하게 반대하시던 것도 아니니, 아마 미스터 윤이 아들을 살린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미스터 윤의 힘이 되어주실 겁니다.”
이것 참. 스위스에 도착하자마자 일이 이렇게 술술 풀리다니.
‘역시 나는 운이 좋아.’
나는 나 자신의 운에 새삼 감탄했다.
“그런데 이미 정부 지원을 해주지 않기로 결정 나지 않았나요?”
“그 건에 대해서는 워낙 의견이 분분하여, 재투표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결정 난 사항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요?”
시장님은 찬성표를 던졌던 한 의원이, 이 건에 대해 나중에 다시 논의해보자는 의견을 내었고. 그것에 대한 투표에 과반수가 동의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설명해 주었다.
“그럼 재투표 일정은 언제인가요?”
“내일모레입니다.”
“네? 내일모레요?”
내가 스위스로 향하는 일정을 잡은 것은. 그저 한국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일을 모두 마친데다, 케빈의 문제를 서둘러 해결하고 싶었기 때문이지. 결코 재투표 일정을 노리고 온 것이 아니었다.
‘하마터면 일이 복잡해질 뻔했어.’
며칠만 늦게 스위스로 왔더라면, 정부 지원을 받아내기 위해 설득할 기회조차 얻지 못할뻔했다.
“시장님 부탁이 있습니다. 혹시, 오스왈드 연방 위원님과 자리를 마련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런 나의 요청에 시장님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대신, 저도 미스터 윤에게 부탁 하나만 하겠습니다.”
“네, 말씀하세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들어 드리겠습니다.”
그런 나의 말에 시장님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미스터 윤은 수혈을 통해 노아 군을 구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저번처럼 감사장을 한 번 더 받아주시죠.”
“네에?”
“또 한 번 기적처럼 아이를 구한 메시아! 그럴듯하지 않습니까? 아마 그런 미스터 윤과 함께 있는 제 이미지도 덩달아 좋아질… 아니, 시민들도 좋아할 겁니다. 그리고 미스터 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거야 분명 그럴 것이다. 그때 그 일 덕분에 루나리스 패션의 홍보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 또 같은 방법을 쓰게 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
아무리 순수한 마음으로 했다지만, 하필 그 대상자가 스위스 권력자의 아들이었다.
‘그저 우연일 뿐이었다고 해도, 연방 위원의 호감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삐딱한 말들이 튀어나올지도 몰라.’
물론, 조금만 생각할 줄 아는 사람들은 이것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것을 알 테지만, 그런 것이 언급만 되어도 내가 하는 사업 이미지에 타격이 생길 수 있다.
‘…상관없나?’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내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난 운이 좋으니까.’
내가 하고픈 일을 하는 데 방해되는 요소 따위가 생길 리 없으므로, 나는 시장님의 제안을 곧바로 받아들였다.
“그럼 오늘 제 일정이 끝난 뒤에 루이 연방 위원에게 연락을 드려보겠습니다.”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시장님과 약속한 1시간이 모두 지났으므로, 나는 작별 인사를 나눈 뒤. 곧장 숙소로 돌아왔다.
***
“우리 노아를 구해주신 분이 누구라고요?”
“미스터 윤입니다. 아시죠? 이전에 화재 속에 뛰어들어 한 아이를 구해낸 관광객으로 떠들썩했던 사람 말입니다.”
안나 오스왈드는 그런 의사의 말에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이런 우연이….”
남편이 말해준 적이 있었다. 이번에 한국의 신생 기업에서 괜찮은 제안이 들어왔었다고.
‘그 기업의 투자자 중 한 명이 미스터 윤이라고 했었어.’
남편은 그 사업 자체는 괜찮았으나, 아무래도 그 미스터 윤이라는 사람이 이전에 화재에서 아이를 구해낸 명성을 이용하여, 스위스의 지원을 받아내려고 하는 것 같다며 지원을 반대했다고 말했었다.
‘그이가 그랬었지. 아마 조만간 미스터 윤이 스위스를 방문할 것이라고. 그런데 그게 하필이면 오늘이었다고?’
안나는 이러한 우연들이 겹쳤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만약 남편이 그 사업을 반대하지 않았더라면, 미스터 윤이 스위스에 방문할 일이 없었을 거야.’
게다가 미스터 윤의 혈액형이 그녀의 아들 노아와 같았다는 것과 그가 자신의 혈액형 정보가 적힌 종이를 지니고 다녔다는 것도 너무나 다행한 일이었다.
‘만약 그 모든 우연 중, 하나라도 삐끗했다면. 지금쯤 노아는….’
안나는 고개를 마구 저으며, 방금 떠올린 좋지 못한 상상을 털어내었다.
‘이 사실을 그이에게 알려야 해.’
그녀는 아들을 살려준 미스터 윤에게 은혜를 갚고 싶었다. 그리고 안나가 알고 있는 남편의 성격이라면, 아마 그 사람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 분명했다.
“잠시 전화 좀 하고 올게요.”
안나는 주치의 선생님에게 양해를 구한 뒤, 곧장 사람이 드문 곳으로 이동해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안나! 노아는 어떻게 되었어!
남편의 다급한 목소리에, 안나는 그가 진정할 수 있도록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괜찮아요. 수술도 무사히 끝났고, 지금은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이에요. 의사 선생님이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하셨어요.”
-하아…. 정말… 정말 다행이야….
전화 너머에서 들려오는 남편의 목소리에는 물기가 가득 묻어 있었다.
-미안해. 상황이 이런데도 병원에 갈 수 없는 나를 이해해줘.
“어쩔 수 없죠. 당신은 지금 뉴질랜드에 있잖아요.”
스위스와 뉴질랜드 사이의 거리는 약 18,000KM로, 비행기로 24시간이나 걸리는 거리였다.
-곧 출발할 거야.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에요?”
-괜찮아. 어차피 여기 일은 대충 마무리했으니까. 나머지는 내 비서인 알프레드가 알아서 처리해 줄 거야.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그런데 루이,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이 하나 있어요.”
안나는 미스터 윤이 노아를 구해주었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그게 정말이야?
“네, 만약 그가 없었다면. 정말 큰일 났을 거예요.”
-…….
그녀의 남편, 루이는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무슨 생각 해요?”
-아, 별것 아니야. 그 미스터 윤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이득을 위해, 이 상황을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봤어.
“네에?!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나도 알아. 이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상상일지. 하지만 이 자리에 앉아 있다 보니, 온갖 이상한 일들을 겪게 되더군.
“아무리 그래도 그렇죠! 그가 사고를 일부러 내었으며 의도적으로 우리에게 접근했다고 쳐도, 자신의 혈액형까지 조작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 그렇겠지.
‘혈액형이 같다는 점을 이용해서 이런 일을 벌였을지도 모르지만.’
루이는 연방 평의회의 한자리를 꿰차고 앉았을 때부터, 별 해괴한 일을 당해왔었다. 그렇기에 그는 늘 최악의 경우를 먼저 생각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래, 말도 안 되는 일이야. 하지만 그래도 한 번 알아볼 필요는 있겠지.’
루이는 만약 미스터 윤이 노아를 위험에 빠뜨린 파렴치한 놈이라면,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절대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로 우연에 우연이 겹쳐, 우리 노아를 구해준 것이라면….’
그는 자신의 능력이 닿는 만큼 최선을 다해 그를 도와주리라 다짐했다.
“정말… 당신, 의심도 병이에요.”
-어쩌겠어. 의심과 정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을.
“어쨌거나 당신, 내일 저녁에 도착하는 거죠?”
-그렇지. 참, 오늘 노아랑 공항에는 왜 갔던 거야?
“노아가 당신 마중 가고 싶다고 고집을 피워서요.”
-…원래대로라면 나는 내일모레 아침에 돌아오는데? 그걸 노아가 몰랐었어?
“알죠. 그런데 자기가 마중을 나가면 아빠가 빨리 돌아올 거라고 고집을 엄청나게 피워서, 어쩔 수 없이 공항에 나들이를 갔던 거예요.”
-…허허. 녀석도 참.
루이는 아빠 바라기인 5살의 노아를 떠올리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윤현민은 노아를 7살이라 착각했었지만, 노아의 나이는 5살이었다.)
-그러고 보니, 알렉스는? 안 데려갔었어?
알렉스는 안나와 노아를 보호해주는 경호원이었다.
“당연히 같이 갔죠.”
-…그런데도 그들이 노아의 사고를 막지 못했단 말야?
“그게… 제가 노아가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웬만하면 접근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설마, 녀석이 멀리 떨어져 있었던 거야?
“…네.”
아무리 그녀의 부탁이 있었다고 해도, 경호 대상과 멀찍이 떨어지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었다.
‘돌아가면, 경호원부터 바꿔야겠군.’
자신의 본분을 다하지 못한 알렉스는 당장 해고해야 마땅했다.
“노아는 오늘 밤 안에 정신을 차릴 것 같아요. 그러니 당신, 빨리 돌아와요. 아빠를 정말 좋아하는 노아가 당신의 모습을 보면 얼마나 기분이 좋겠어요.”
-알았어. 기장을 닦달해서라도, 최대한 빠르게 돌아가 볼게.
이후, 아내와 조금 더 잡담을 나눈 루이 오스왈드는. 통화를 종료한 후, 곧바로 누군가의 번호를 눌렀다.
“…나다.”
루이는 방금 아내에게 들었던 것들을 전화 너머의 상대에게 설명해 주었다.
“…그러니까, 그 미스터 윤이라는 사람에 대해 자세히 알아봐 주면 좋겠군. 뭐 하는 놈인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인품은 어떤지, 기타 등등의 모든 것에 대해 말야.”
-…아무리 위원님이라고 해도, 이런 식의 부탁은 좀 곤란합니다.
“잘 알지. 그래서 나도 자네에게 이런 부탁을 하고 싶진 않았어. 하지만 내 가족의 일이다 보니, 부득이하게 이리 연락하게 된 거야.”
-하아… 알겠습니다. 이번만입니다.
“그럼, 정보국장. 자네만 믿겠네. 나는 이만 비행기를 타야 해서.”
스위스 연방정보국의 힘은 대단했다. 비행기에 오른 지 약 한 시간 정도가 지났을 때, 루이 오스왈드가 미스터 윤에 대해 빼곡히 적힌 자료가 전송되었으니 말이다.
‘어디 보자….’
윤현민에 대한 정보를 찬찬히 읽어나가던 오스왈드의 눈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경악으로 물들어 갔다.
‘이게 무슨…’
정보국이 조사한 자료라기엔 그 내용이 너무나 소설처럼 느껴졌던 오스왈드는, 계속해서 화면을 넘기며, 미스터 윤이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갔다.
그리고….
***
나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하하! 미스터 윤, 이것도 한 번 마셔보시죠. 제가 무척이나 아껴 마시는 와인입니다.”
시장님이 마련해준 자리.
그곳에서 오늘 처음 만난 루이 오스왈드 위원이, 내게 너무 과한 호감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