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101)
‘…내가 뭘 본 거지?’
양옆에서는 연습생들의 등장에 한차례 함성을 쏟아 낸 아이돌 메이커들이 똑같이 넋이 나간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침내 실물로 본 연습생들에 대한 감상과 어쩐지 뭉클하게 느껴지는 ‘봐’ 무대를 직관한 이후의 흥분 어린 대화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개인 팬의 귀에 꽂혀 들어오는 건.
“야… 뭐야? 원유하 미친 거 아니야?”
“쟤 원래 저렇게 잘생겼었나?”
방금 전까지 자신이 지켜봤던 원유하에 대한 이야기들뿐이었다.
“무슨 날아다니는 것 같더라……. 옆에 강현진이랑 도지혁 있는데 하나도 안 꿀렸어…….”
오늘의 ‘봐’ 무대에서 원유하는 강현진, 도지혁에 이어 가장 앞쪽에 자리해 있었다. 개인 팬은 별생각이 없었지만, 그 위치는 원유하의 팬들에게는 뜻깊게 느껴진 모양이었다.
“처음 봤을 땐 날개 대형 맨 끝줄이었는데……. 미친놈… 미친놈…….”
자고로 팬들의 ‘미친놈’은 ‘너무 좋아’를 뜻하는 것이기에, 개인 팬은 같은 K팝 팬으로서 어렵지 않게 그들이 심한 감동을 받았음을 알아챌 수 있었다.
개인 팬의 추측처럼 현재 아이돌 메이커들, 특히 그중에서도 원유하의 팬덤 스밍단은 충격과 감동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었다.
[디어돌> 첫방, 혹은 그 이전부터 지켜봐 왔던 팬들은 원유하가 어떻게 실력을 발전시켜 왔는지를 이번 무대를 통해 한 번에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가장 처음 원유하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던 것은 ‘봐’ 플래시몹이었다.
당시 A클래스의 턱걸이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원유하는 A클래스로 이루어진 날개 대형의 가장 뒤쪽에 자리해 있었고, 실력적으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렇기에 방송이 시작되고 나서부터 원유하는 KRM 엔터테인먼트의 허위 매물이라는 조롱을 들었다. 이후 D클래스에서 A클래스로 수직 상승하며 그런 말은 천천히 사라져 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A클래스가 된 게 소속사의 파워 덕분이라는 비난은 끊이지 않았다.
이후 원유하가 이어지는 경연들마다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주며 이제 원유하의 실력에 훈수를 늘어놓는 아이돌 메이커들은 없어졌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유하’라는 개인이 KRM 엔터테인먼트의 힘으로 순위를 차지했다 믿는 이들은 여전히 존재했다.
“아니, 유하… 원래 저렇게 잘했어? 아니, 아니, 쟤 잘하긴 하는데… 원래 저랬나? 내가 지금 실물로 처음 봐서 눈에 콩깍지 씐 거야?”
하지만 오늘의 무대를 보면 그 누구도 그런 말은 할 수 없을 터였다. 한눈에 보아도 원유하에게는 A등급을 받고도 남을 만한 뛰어난 실력과 스타성이 있었으니까.
그러니 콩깍지가 씐 것은 아닐 터였다. 차마 대답하지 못하는 말을 속으로 삼켜 가며 개인 팬은 방금 전 보았던 원유하의 모습을 다시 떠올려 보았다.
-너만의 나를 봐
새로운 나를 봐
네가 만들 나를 봐!
하얗게 쏟아지는 조명 아래에서 춤을 추는 원유하의 얼굴은 그녀가 사진과 영상으로 확인했던 것과 같으면서도 달랐다.
뭐라 설명할 수는 없었다. 다만 그 얼굴이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미형을 띠고 있었다는 감각만이 잔상처럼 망막에 남아 있는 듯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분위기 미쳤어…….”
누군가는 아우라라고도 하는, 사람에게 존재하는 또 다른 기운. 생김새와는 별개로 연예인에게 있어 빠질 수 없는 매력 요소 중 하나. 그녀가 본 중 가장 눈을 뗄 수 없게끔 하는 압도적인 분위기.
원유하에게는 그것이 있었다.
매력적인 미소를 입가에 머금고 자신감 있게 빡세다고 소문난 ‘봐’의 안무를 춰 내는 원유하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주변의 시선을 끌어모았다.
그렇기에 ‘최애’를 다른 연습생으로 둔 아이돌 메이커들도, 단지 백이현을 보기 위해 [디어돌>의 방청을 온 아스터들도 원유하에게는 한 번씩 시선을 줄 수밖에 없었다.
개인 팬은… 거기서 시선을 아예 돌리지 못했고.
“…하.”
그중에서도 개인 팬을 더 무섭게 한 것은, 이것이 오늘 무대에서 원유하가 보여 줄 자신의 최대치가 아닐 거라는 예감이었다.
아직 본무대는 시작조차 하지 않았으니까.
개인 팬은 허탈한 웃음을 뱉으며 손에 들린 슬로건 속에 프린팅되어 있는 원유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너무 쥐고 흔든 탓에 어느새 구겨져 버린 모서리를 펴며, 그녀는 생각했다.
‘끼리끼리 논다는 말이 진짜 맞다…….’
백이현 또한 연예인 중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손꼽히는 미형의 얼굴과 어딘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듯한 기묘한 분위기,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수많은 팬을 끌어모았지 않나. 얼굴, 분위기, 재능 삼박자가 모두 맞아떨어지는 것까지 같을 줄은.
무대 위의 백이현과 원유하의 모습을 겹쳐 생각해 보던 개인 팬은, 그러다 문득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데, 좀 다르긴 했지.’
그 두 명은 생각보다 비슷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무대 위에서 미소 짓던 원유하의 얼굴은 백이현과 같되 달랐다. 백이현이 매사에 여유로워 보였다면 원유하는 간절해 보였고, 매순간 갈증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필사적으로 보였으니까.
다만, 그 필사적임은 가엾음과는 달랐다.
보는 사람마저 그 간절함에 빠져들게 하는 것 같은, 안타까워서 눈을 떼고 싶은 가엾음이 아닌, 오히려 조금이라도 더 무대를 보고 싶게끔 하는 그런 필사적임.
‘쟨 무대에서 죽을 것 같아.’
삶도 죽음도 무대 위에서 끝낼 것 같은 느낌을 가진 연습생. 개인 팬의 안쪽에 있는 원유하의 이미지는 곧 그렇게 변화했다.
‘어쨌든 잘한다. 쟨 뭐가 되도 되겠다……. 근데 지금 몇 시지?’
영혼이 털린 것 같은 감각을 느끼던 개인 팬은 어수선해지는 분위기에 곧 정신을 바로잡았다.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해 보자 어느새 생방송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개인 팬은 다시 한번 서둘러 주변을 둘러보았다. 목표는 단 하나였다.
“……!”
있다!
그리고 그녀는 마침내 찾던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연습생들의 가족들을 위한 공간으로 따로 비어 있는 듯했던 관객석 쪽에 언제나 그렇듯 완벽하게 세팅된 모습의 백이현이 있었던 것이다.
* * *
“형, 진짜 솔직하게 말해 봐요. KRM에 특별 트레이닝 있죠.”
“…이번엔 뭐 잘못 먹었냐?”
“아니면 드디어 먹은 거예요? 제가 저번에 보내 준 산삼!”
“그거 아직 집에 있는데 말 나온 김에 나중에 가져가. 고마운데 과해.”
생방송에 송출될 ‘봐’ 오프닝 사전 무대의 모니터링이 끝난 후 천세림이 그렇게 묻는 것에 대답하며 나는 서둘러 재킷을 벗었다. PD로부터 OK 사인이 떨어진 터라 이제 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 했다.
본 무대를 대비한 연습이니 땀으로 지워진 수정 화장을 고칠 시간이 모자라 마음이 급한 건 매한가지일 텐데, 그 와중에도 천세림은 질문을 쏟아 내기 바빴다.
“아니, 둘 다 아니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형은 어째 쉬고 올 때마다 사람이 달라지는 것 같아.”
“기분 탓이겠지.”
“형 볼 때만 제 기분이 하늘을 뚫을 것처럼 좋아지는 게 아니라면 이 변화는 말이 안 되는데. 게다가 형, ‘봐’는 또 언제 연습한 거예요? 형 지금 첫 촬영 때랑 완전 다른데?”
그건… 그때보다 춤 스텟이 한참은 더 올랐으니까.
나는 차마 그렇게 대답하지 못하고 말없이 준비된 무대 의상을 걸쳐 입었다. 그러는 동안 옷을 모두 갈아입은 쯔쉬안이 불쑥 끼어들어 내뱉었다.
“형, 오늘 완전 멋져요! 잘생겼어요!”
“맞아, 오늘 유하 잘생겼다.”
옆에서 천세림이 내게 던지는 질문 폭탄을 바라만 보고 있던 도지혁이 실실거리는 웃음을 입에 매달고는 첨언하듯 덧붙였다. 그리곤 짐짓 진지한 얼굴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장난스럽게 덧붙였다.
“메이크업이 잘 먹은 건가, 하기엔 그냥 분위기부터가 좀 다른데. 유하… 너 미모를 숨기고 있었구나.”
얼굴이 언제부터 수납 가능한 거였냐.
이런 식의 대화가 벌써 아침부터 이어지고 있던 만큼, 이미 질릴 대로 질린 탓에 나는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러자 천세림이 은근한 눈빛으로 내 어깨를 툭 치고는 또 한 번 재미있다는 듯 낄낄거렸다.
“뭐야, 뭐야. 딱히 부정을 안 하네요? 실은 비법이 있는 거죠? 그동안 [디어돌> 하면서 올려놓았던 경험치를 다 능력과 미모에 찍었거나?”
“하하, 게임 캐릭터처럼? 재밌는 발상이네. 하긴, [디어돌> 하면서 우리 모두 나름대로 경험치는 쌓였을 테니까. 그걸 수치화해서 능력치에 찍으면 꽤 성장했겠다.”
…아주 날카로운 말을 나누면서.
‘귀신같은 놈들…….’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겠지만 실은 정곡을 찌른 것이었기에, 나는 능청을 떨어 대는 도지혁과 천세림을 피해 화제를 돌렸다.
“준비된 사람부터 먼저 가죠, 시간 남으면 합 한번 맞춰 보기로 했잖아요.”
“아, 그랬지. 좋아. 그럼 다 갈아입은 애들부터 먼저 이동하자.”
나는 마지막으로 허리띠를 매고 드디어 내 상태가 아닌 마지막 연습을 주제로 떠들기 시작한 팀원들과 함께 대기실로 향했다.
막 하나의 무대를 끝내고 내려온 후라 들뜬 얼굴의 팀원들과 함께 복도를 걸으며, 나는 그들의 기색을 확인했다.
‘크게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군.’
정확히는, 달라진 내 현 상태에 대한 팀원들의 반응을.
-유하, 오늘 뭔가…… 흠, 잠 잘 잔 건가? 얼굴이 빛나. 좋아 보인다!
-아잇, 형. 지금 경쟁 팀 칭찬할 때예요? 저희 지금 연습 남았으니까 얼른 와요! 아니, 어, 그렇다고 이든이 형 말이 잘못되었단 건 아니고요……. 근데 진짜 오늘 컨디션 좋아 보이네요? 형, 진짜 잠 잘 잤나 봐요.
오늘 새벽, 파이널을 위해 모였을 때부터 나는 연습생들에게 오늘의 컨디션에 대한 말들을 한두 마디씩 들을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얼굴을 마주한 팀원들에 이어 ‘봐’의 리허설을 위해 오른 무대에서 마주친 에이든 리와 유찬희에게서도 그런 말을 들을 수 있었으니, 변화는 모두에게 동일하게 느껴지고 있는 듯했다.
다만 그 말들은 칭찬 쪽에 가까울 뿐 의혹으로까지 번지진 않는 듯했다. 천세림이나 도지혁의 말도 진짜로 이상하게 생각한다기보다는 놀리려는 쪽에 가까웠고.
모두가 느낄 만큼 변화가 확실하지만 그게 의혹으로 번지지 않는다는 건 이유가 따로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스템의 안배.’
지난번 김민기 사건과 더불어 천세림 때와 비슷하다.
누가 봐도 내게 좋은 방향으로, 그리고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동안 누가 봐도 확연했을 상황적 위화감이 아예 삭제되었었으니까.
그리고 지금까지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그건 조금 이상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내게 너무 유리하지 않나.’
상황이 너무 나 좋은 대로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스템은 언제나 퀘스트를 비롯해 보상을 통해 내게 ‘운’을 내려 주곤 했지만, 그건 그냥 주어지지 않았다.
‘뭔가를 얻을 때는 그에 맞는 ‘업적’이 필요했어.’
그리고 나는 그 이유를 일종의 개연성을 위해서라고 보고 있었다.
내가 시스템을 통해 실력을 상승시키고 더 많은 인지도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내려받는 일들은 지금까지 일종의 ‘개연성’ 속에서 이루어지곤 했다.
눈에 보일 정도로 많은 연습을 통해 실력이 향상되었다거나, 계기와 과정이 있기에 결과가 있게끔 하는 진행들. 즉 ‘위화감’을 느낄 일 없는 사건들로 시스템은 나를 이끌었던 것이다.
하지만 몇 가지 사건들은 달랐다. 때로 시스템은 알 수 없는 이유로 개연성 따위를 고려하지도 않고 내게 전폭적인 서포트를 해 주었으니까.
그럴 땐 단 하나의 상황이 전제되곤 했다.
‘원래 내가 ‘가졌어야 하는’ 것들을 눈앞에 두었을 때, 유독 시스템은 자비로워졌지.’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처럼 단계적인 상승이 아닌 어떠한 계기도 없이 이뤄진 급격한 스텟 상승. 그러나 그것에 위화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의 반응.
그에 나는 시스템이 무엇을 기준으로 나를 돕고 있는지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었다.
‘오늘 오른 능력치는 디버프를 겪기 전 내가 가지고 있던 스텟이다.’
즉, 편법을 써 만들어 낸 것이 아닌 회귀 전 원래 내가 가지고 있던 것이자 ‘내가 원래 가졌어야 했을’ 시스템이 설정한 능력 값이었던 것이다.
김민기와 천세림 때도 마찬가지.
시스템은 당시 내가 원래 ‘나의 것이었던 운명을 쟁취’했다고 말했으니 아마도 내가 [디어돌>에 출연하는 것을 원래의 흐름으로 보았을 것이다.
이유는 몰라도 지난번 천세림이 당했던 과거의 사건 역시 원래는 놈이 당하지 않았어야 할 일이었을 테고.
그렇게 생각해 보면 오늘의 서포트는 어쩌면 당연했다.
나는 시스템이 설정한 퀘스트의 최종 종착점에 와 있었다. ‘빼앗긴’ 것을 되돌려 받아야 하는 만큼 그에 맞는 지원이 주어진 거다.
그리고 시스템이 그런 식으로 나를 지원하는 목적은…….
‘나를 매개로 자신의 관점에서 보기에 ‘뒤틀렸다’고 여기는 것들을 수정하려는 것.’
퀘스트의 형태로 내게 행동적인 지침을 주어 가면서 과거의 내가 ‘빼앗겼다’는, 그렇기에 어딘가 뒤틀렸던 ‘운명’을 시스템이 바라는 원래의 방향대로 끼워 맞추고 있는 것.
[디어돌>의 파이널 경연까지 와서 내가 추측해 낸 시스템의 ‘목적’은 바로 그것이었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