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103)
“종착지, 그리고 또 하나의 시작. 100명의 간절한 꿈으로 시작된 [디자인 유어 아이돌>의 마지막 관문까지 함께 달려와 주신 아이돌 메이커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평소 연습생들을 대할 때 장난기 어리면서도 편안한 표정으로 인사를 하던 것과 달리, MC는 진지한 얼굴로 큐 카드에 적힌 멘트를 읽어 냈다.
“특별 생방송으로 펼쳐지는 연습생들의 4차 데뷔 평가! 아이돌 메이커님들이 디자인해 주신 꿈의 그룹이 되기 위한 연습생들의 마지막 여정, 지금 시작합니다!”
MC의 모습이 어둠에 가려진 후 천천히 켜지는 조명. 그리고 화면을 가득 채운 채 송출된 ‘봐’의 무대.
[와아아!!]센터를 강현진으로 둔 채 양옆에는 3차까지 이어진 순위 발표식에서 한 번씩 1위를 차지했던 도지혁과 원유하를, 그 뒤로 남은 생존 연습생들을 배치해 둔 무대는 아이돌 메이커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현장에서 무대를 본 방청객들처럼 화면을 통해 연습생들을 바라보는 아이돌 메이커들 또한 지난 시간을 떠올리며 뭉클함을 참지 못했다.
이와 함께 각 연습생들의 달라진 위치나 실력, 비주얼을 이야기하는 말들 가운데 역시나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한 건.
-원유하 저거 미친새끼 아니야??????
-(심한말) (심한말) (심한말)
역대급 비주얼과 실력을 보여 주는 원유하였다.
-원유하라는 남자에게 입덕한 지 어언 3개월.. 오늘로 저는 그에게 인생을 바칩니다
-원유하오늘얼굴무슨일이냐 쟤위치선정은또무슨일이냐
-첫등장이 날개대형 맨끝줄이었던 남자.. 막방에서는 맨앞?… 감동심해
-죄송한데 소년만화도 이렇게까지 성장 서사 확연하면 욕먹어요
원유하의 실력은 첫 방송 이후부터 단 한 번도 기준점 아래였던 적이 없었다.
언제 실력적인 논란이 있었냐는 듯 매 경연마다 끝없는 성장을 보여 주며 향상을 이뤄 온 만큼, 이제 아이돌 메이커들은 원유하의 성장에 익숙했다.
하지만 그런 팬들조차 오늘의 원유하를 보고서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스무 명의 연습생들이 함께 선 무대이기에 아주 잠깐씩 스쳐 지나갈 뿐이었지만, 그럴 때마다 화면에 담기는 원유하의 모습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 보였기 때문이었다.
수려한 얼굴, 깔끔함과 더불어 힘이 생긴 춤선, 온몸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존재감. 모든 부분에서 원유하는 독보적이었다.
물론 실력적인 성장을 이뤄 낸 게 원유하뿐만은 아니었다. 수개월 동안 [디자인 유어 아이돌>이라는 방송을 이어 오며 빡센 연습생 생활 중에도 손에 꼽힐 만큼 최선을 다해 온 몇몇만이 파이널에 남았지 않나.
실력적인 향상과 더불어 이른바 ‘카메라 마사지’를 받은 연습생들은 방송 초기보다도 더욱 물오른 미모와 실력을 보여 주고 있었고, 그에 따라 최종 무대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져 갔다.
-그냥 애들 다 성장한 게 한눈에 보여…. 진짜 지금 남아 있는 게 다 에이스구나 하는 생각 들어 어떤 무대든 얼른 보고 싶다ㅠ
-‘봐’도 이런데 오늘 본무대는 어떨까 진짜 기대된다
-스무명 다 데뷔하면 안 될까 여기서 한 명도 놓치기 싫은데
마치 자식 한 명이라도 키운 듯한 뭉클한 감정 속에서 점점 고조되던 기대감은 연습생들이 어떻게 마지막 무대를 만들어 냈는지에 대한 과정을 담은 VCR 영상이 공개된 직후 한차례 전환점을 맞았다.
[유찬희 연습생의 팀에 속한 강현진 연습생을 데려오도록 하겠습니다.]영상의 첫 시작부터 연습생들까지도 당황과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던 도지혁의 ‘어벤져스 팀 만들기’ 과정이 공개되며 아이돌 메이커들이 혼란에 빠져든 것이다.
-저거 밸붕 아냐?
-도지혁…. 쟤 데뷔할 생각 있긴 함…? 강현진을 왜.. 지 팀에 넣어..?
-아니 쟤 지금 유찬희랑 에이든 리랑 이가람까지 데리고 오려고 했던 거 실화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거 미친놈 아냐??? 아니 저걸 그냥 두고 봤어 제작진들이???
도지혁이 꾸린 팀은 비단 연습생들뿐만이 아닌 아이돌 메이커들에게도 충격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
파이널 경연은 상대 팀을 쓰러뜨려야 하는 배틀이 아니다. 같은 팀의 연습생들과도 경쟁을 해야 하는 만큼 실력적으로 오히려 떨어지는 연습생들이 있어야 유리할 텐데, 도지혁이 하는 행동은 자충수밖에 되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찬희 영혼 털린 거 봐
-유찬희 없는 유찬희 팀 될 뻔했던 게 제일 웃긴다.. 아니 실은 안 웃겨 나 지혁이가 원픽인데 쟤 생각을 모르겠음… 지혁아 대체 왜 그러는 거니…. 너 머리 좋잖아…
-이든이 친한 애들이랑 다 떨어지고 울상인 거 왜 이렇게 웃기냐ㅋㅋㅋ 선택권 있었으면 에이든 팀 버리고 1조로 튀었을 듯
-만약 도지혁이 원했던 대로 에이든이랑 유찬희까지 있었으면 찐으로 어벤져스였겠다 그냥 데뷔그룹 그자체;;
-욕심 오져 저게 상대가 되긴 하냐; 배틀이었으면 애초에 경쟁 자체가 성립 안 됐을 듯;
이렇듯 1조와 2조의 밸런스 붕괴에 대한 아이돌 메이커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진 후, 이어진 연습 과정에 생방송 아래쪽의 채팅 창은 또 한 번 불이 붙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 연습 한 번만 더 할까?] [네!]다들 쉴 틈 없이 연습을 진행하는 1조.
[우리 조금만 쉴까?] [아, 지금 더 해야 할 것 같은데… 음, 네……. 그럼 5분만…….]누가 봐도 제대로 흘러가고 있지 않는 듯한 2조.
[너희 아주 이를 갈았구나?] [너희 하기 싫어?]그리고 이어지는 중간 평가의 상반되는 결과까지.
-이해했다 솎아내기구나
-도지혁 빅픽쳐 인정
-쟤가 뭘 바란 건진 모르겠는데 어떤 팀에서 탈락자 속출할지는 훤히 보인다
-아니 아…. 아 경민아 대체 무슨 일이야… 너 왜 그래 원래 잘하던 애가 아……..
-아 멘탈 개 깨지네 진짜 뭔 일이길래 팀 분위기가 이렇게 갈려
두 팀의 완전히 상반된 분위기는 두 팀의 연습생들이 각자 어떤 파이널 무대를 보여 줄지, 그 끝이 어떠할지에 대해 간접적으로 예고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편집된 영상을 지켜 본 이후, 아이돌 메이커들의 반응 또한 완전히 갈리게 되었다. 각자 ‘원픽’을 1조에 둔 아이돌 메이커들은 이어질 경연에 대한 기대를, 2조에 둔 사람들은 우려와 충격을 감출 수 없었다.
충격과 기대를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상황은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진행되었다.
[센터 누가 할까요?] [전 양보할 생각 없어요.] [센터 아니면 안 하고 싶은데… 하.]센터라는 자리에 욕심을 내면서도 연습에는 게으른, 또한 모든 포지션이 정해진 이후에는 아예 탈주와 불성실을 반복하며 문제 상황이 반복되는 2조.
[이유 물어봐도 돼요? 왜 메인 포지션 그렇게 정했는지.] [저희도 한번 도전을 해 보고 싶은데.]그와는 반대로 다들 너무 의욕이 넘치는 나머지 모든 포지션에서 양보 없이 의욕을 드러내며 박 터지는 싸움과 신경전을 벌인 1조까지.
[유하도 센터 지원해?] [네.]그 와중에 아이돌 메이커들의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건 원유하였다.
지금까지 이어져 온 모든 경연에서 단 한 번도 포지션에 욕심을 내 본 적이 없었던 것과 달리, 원유하는 이번 경연에서 메인 보컬과 센터 모두에 욕심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원유하는 지금까지 메인 보컬과 메인 래퍼 등 주목도가 높은 포지션을 다수 맡아 왔지만, 그건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였다.
1차 경연 때는 에이든 리에 의해, 2차 경연 때는 제작진에 의해 메인 포지션을 맡았던 원유하다. 그러다 누구의 강요도 없던 3차 경연 때는 자진해서 실력을 따져 봤을 때 분량이 너무 부족한 포지션을 맡았던 만큼, 아이돌 메이커들은 원유하의 변화에 놀라움을 드러냈다.
그에 센터 후보자로 나선 2조 팀원들의 모습과 1조 팀원들의 모습이 반씩 편집되어 들어가며 VCR이 끝난 이후, 궁금증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누가 봐도 망하기 직전인 2조와 너무 열기가 과한 1조. 이 두 팀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
“연습생들의 마지막 연습 과정, 그리고 평가까지 모두 잘 보았습니다. 이제 최종 데뷔 그룹 선발의 중대한 기준이 될 마지막 평가 무대를 만나볼 시간이죠.”
그렇기에 VCR이 끝난 후, 아이돌 메이커들은 소망했다.
“생존한 스무 명의 연습생들은 각각 열 명으로 나뉘어 사전에 아이돌 메이커님들께서 선택해 주신 두 곡, ‘SPARK’와 ‘SHINE’으로 무대를 펼치게 됩니다. 과연 파이널 경연인 만큼 모두의 의욕이 높은 상황에서 누가 센터의 자리를 차지했을지.”
뭐가 됐든 놀라움 가득한 무대가 펼쳐지기를.
“바로 만나 보시죠. 첫 번째 평가곡 ‘SPARK’, 지금 공개합니다!”
그리고 그 기대는 배신당하지 않았다.
* * *
MC의 말과 함께 무대의 조명이 완전히 꺼진 후, 연습생들의 가족들이 위치한 가족석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던 백이현은 무대로 걸어 나오는 인영을 보며 가볍게 미소 지었다.
“유하야!!!!”
“원유하!!”
둥그런 무대 뒤의 벽이 열리고 인트로가 깔리며, 그곳에서 원유하를 중심에 둔 열 명의 연습생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현장에 자리한 아이돌 메이커들이 연호하는 이름을 들으며 백이현은 느긋하게 시선을 내리고 무대 중앙에 자리를 잡는 원유하를 바라보았다.
원유하의 표정은 진지했다. 그리고 그 얼굴에는 이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돌고 있어, 백이현은 원유하의 변화를 알 수 있었다.
‘봐’의 무대를 봤을 때부터 생각했던 것이지만, 원유하는 지난번과는 경연에 임하는 자세나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진 듯했다. 모두의 의욕이 극에 달했을 파이널 경연에서 센터를 차지했다는 건 답지도 않은 욕심을 부렸다는 뜻이지 않나.
그가 알고 있는 원유하를 생각해 보면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단 한 번도 중심에 섰던 적이 없었으면서.’
타의에 의해 떠밀려 중심에 서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던 아이다. 습관적으로 누군가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양보하던 아이.
자신이 가족을 빼앗아 갔을 때도 아무 말 없이 골방에 처박혀 있던 것처럼, 평생 제 것을 힘없이 빼앗기던 아이였다.
마치 그런 운명이라도 타고난 것 같았던, 평생 중심에 서지 못했을 아이.
하지만 지금의 원유하를 보면 누가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It’s getting late…….
we need to go fast
누구보다도 뚜렷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는 연습생들 가운데에서 누구에게도 지지 않고 숨 막힐 듯한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는 무리의 ‘센터’를.
둥그런 무대 위, 원유하의 몽환적인 나레이션이 깔리고 그 위를 감각적인 신스 사운드가 장식한다. 무대의 중앙에서 뒤를 돌며 뭉쳐져 앉은 연습생들을 바라보던 아이돌 메이커들의 함성이 잦아진다.
뒤를 돈 연습생들의 배경을 장식하고 있는 화면에 아지랑이가 일렁이며, 그 일렁임이 퍼져 나가듯 연습생들을 감싼 후.
“아……!”
다채로운 소용돌이로 뻗어 나간 아지랑이가 파동이 되어 속도감 있게 화면 위로 퍼져 나간 후, 뭉쳐져 있던 열 명의 연습생들 사이에서 원유하가 고개를 틀었다.
-Open up a new world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내뱉어진 선언. 그와 함께 퍼져 나간 파동이 빛이 되어 작렬하고, 원유하가 양팔을 뻗으며 팀원들이 날개처럼 옆으로 펼쳐진다.
기분 좋은 얼굴들. 그간의 연습량을 증명하듯 비트에 맞추어 조금의 뒤처짐도 없이 빠르게 이동하는 연습생들 사이에서 홀연히 일어난 원유하가 퍼포먼스의 포문을 연 순간.
‘지기 싫었구나, 정말로.’
백이현은 직감할 수 있었다.
원유하가 생애 처음으로 경쟁에서 누군가를 이길 생각으로 이 무대를 준비했다는 것, 그렇기에 이번에는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것을 빼앗길 생각이 없으며.
‘…재밌네.’
생각보다도 더, 진심이 된 원유하는 위협적이라는 것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