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107)
“최종 데뷔 멤버는 총 일곱. 6위부터 시작해 1위까지의 연습생을 호명한 후, 가장 마지막으로 7위의 이름을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빨간 불이 들어와 있는 카메라가 또 한 번 긴장하고 있는 연습생들과 함께 파랗게 빛나고 있는 데뷔 멤버들의 의자를 훑었다.
“이름을 호명하는 연습생은 무대를 건너 제가 있는 곳으로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MC는 그렇게 말하며 큐 카드로 시선을 내렸다. 잠시 동안 이어지는 침묵.
“압도적인 끼를 가지고 있는 연습생입니다.”
MC는 6위 연습생에 대한 힌트로 순위 발표식의 포문을 열었다.
“[디어돌>이 진행되는 내내 뛰어난 실력과 활달한 성격으로 많은 아이돌 메이커님들의 사랑을 받아 온 연습생이죠.”
그 말에 연습생들의 시선이 특정 몇몇 연습생들을 향했다. 스무 명의 연습생들 중 내내 ‘끼가 있다.’는 말을 들어 온 연습생은 대충 손에 꼽을 수 있었으니까.
“…….”
나는 옆에 자리한 천세림을 바라보았다. 천세림의 직전 등수는 6위. 데뷔권이었으나 방심할 수는 없는 등수였다.
놈도 그것을 아는지 답지 않게 얼굴이 굳어 있었지만, 나는 천세림이 긴장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늘 천세림은 레전드 무대를 만들어 내지 않았나.
그러니…….
“6위 연습생은… 가람기획 천세림 연습생!”
“아!”
무난히 데뷔를 이뤄 낼 수 있을 터였다.
‘당연한 결과야.’
천세림은 지금까지 잘해 왔다. 단 한 번도 기대 이하의 실력을 보여 준 적이 없었고 오늘 무대에서도 존재감을 발산했다. 그러니 순위는 떨어지지 않았을 터였다.
“와아아!!!!”
“세림아!!”
“천세림!!”
이름이 불리자마자 방청객들 사이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옆에 있던 에이든 리와 주단우를 비롯해 스무 명의 연습생들이 천세림을 안아 주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축하한다.”
“형…….”
나 또한 조용히 인사를 건네자 천세림은 입술을 깨물면서 기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완전히 붉어진 얼굴로, 입꼬리를 당겨 웃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울컥한 듯 눈시울이 붉어진 천세림은 곧 길다란 무대를 걸어 MC가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그러는 동안 MC의 말이 이어졌다.
“천세림 연습생은 [디자인 유어 아이돌>이 진행되는 내내 보컬, 랩, 댄스 할 것 없이 넘치는 재능과 끼로 ‘올라운더’의 모습을 보여 주며 결국 6위라는 등수를 이뤄 냈습니다. 축하합니다!”
스태프로부터 마이크를 받아 든 천세림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감정에 압도당한 듯 보이기도 했는데, 그러면서도 천세림은 진정한 듯 입을 열었다.
“뭐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기회가 찾아와 주기만을 바라고 있었는데, 실은 그 기회가 진짜 찾아올 줄은 몰랐던 것 같습니다…….”
천세림은 조용히 서바이벌을 견디며 느꼈던 감정에 대해 털어놓았다. 완전히 끝이 났다고 생각했던 순간 느꼈던 공포와 그걸 견뎌 낸 것에 대한 안도, 결국 이뤄 낸 데뷔에 대한 기쁨.
“마지막으로 함께 데뷔의 꿈을 꾸었던… 다시 만나고 싶은 형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꼭 무대 위에서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그리고 김영신에 대한 말까지. 천세림은 마지막엔 결국 눈물을 주룩 흘리면서 하하 웃고는 소매로 얼굴을 닦으며 세트장 위로 올라갔다.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가 장내를 가득 채우고, 6등 자리에 천세림이 착석하자 호명은 오랜 기다림에 대한 보상을 주듯 멈추지 않고 진행되었다.
“5위 연습생입니다. 끊이지 않는 노력의 대명사죠.”
직후 이어진 5등 발표. 이름이 불린 건.
“5위는 DIO 엔터테인먼트 유찬희 연습생!”
“헉……!”
바로 유찬희였다.
유찬희는 이름이 불리자마자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에 유찬희와 함께 마지막 경연을 했던 연습생들이 유찬희를 다독이며 그를 일으켜 세웠다.
직전의 2등과 비교해 보았을 때는 등수가 꽤 많이 떨어진 상태였지만, 데뷔를 이뤄 낸 것으로도 충분히 행복한지 유찬희의 얼굴에서는 어떤 서운함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미 일어날 때부터 울고 있던 유찬희는 너무 울어서인지 비틀대며 MC에게로 향했다. 그러고는 마이크를 받아 들고 소감을 줄줄 쏟아 냈다.
“저, 저를 믿, 믿어 준 엄마, 아빠, 동생들 너무 고맙고요……. 응원해 주신 팬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절, 절 믿기 너무 어려웠는데… 너무 고마운 말들을, 많이 들었고… 너무 좋은 형들, 많이 만나서… 많은 분들이 용기를 주셔서 버틸 수 있었어요.”
울음 탓에 발음이 뭉개져 소감이 잘 들리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찬희의 소감은 충분히 감동을 준 듯했다. 유찬희의 이름이 적힌 슬로건을 들고 있는 방청석의 팬분들이 눈물을 흘리는 게 보였다.
유찬희는 엉엉 울다가 먼저 자리에 앉아 있던 천세림의 토닥임을 받고 ‘5’라고 적혀 있는 의자에 앉았다.
“4위는… 나인히트 에이든 리 연습생!”
“음.”
에이든 리는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마자 씩 미소 지었다. 약간은 아쉬워 보이는 듯도 했지만, 어쨌든 목표를 이뤄 냈으니 산뜻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먼저 가 있을게요~.”
에이든 리는 나와 주단우가 자기의 뒤를 따라붙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것처럼, 나와 주단우의 어깨를 한 번씩 툭 치고 먼저 의자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에이든 리는 가볍게 소감을 말했다. 응원해 준 팬들에 대한 고마움, 서바이벌을 거쳐 오며 자신이 얼마나 무대를 즐겼는지에 대한 소감.
그리고 마지막은.
“누나! (한마디만 할게. 내가 나 꼭 꿈 이룰 거라고 했잖아!)”
나 데뷔할 수 있댔지! 에이든 리는 그렇게 영어로 덧붙여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혈육에 대한 어그로로 소감을 끝낸 후 에이든 리는 기분 좋게 제 자리에 앉았다.
‘…에이든답군.’
영국에 있다는 성악가 누나와 몇 살 차이가 난다고 들었는데, 아무래도 저쪽 남매 관계는 서로 딜을 주고받는 관계인 듯했다.
‘그럼 그 누나도 에이든 같은 성격이려나…….’
그건 좀 무서운데. 만만치 않겠군, 그쪽도. 엄습하는 불길한 예감에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MC는 큐 카드를 들고 이어서 3등을 호명했다.
“3위는 드림엑터스 강현진 연습생!”
강현진은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마자 당황한 얼굴로 눈을 깜빡였다. 그 모습에 옆에 있던 도지혁이 부드럽게 웃으며 어깨를 툭 쳐 주자, 놈은 얼떨떨한 얼굴로 천천히 걸어 MC에게로 향했다.
나를 스쳐 지나가며 눈이 마주쳤기에, 나는 가만히 그를 향해 박수를 쳐 주었다. 그제야 강현진은 울컥한 표정을 지었다.
“먼저… 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강현진은 마이크를 들고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불린 게 제 이름이 맞는지…… 몇 초 동안 머릿속으로 수십 번의 생각이 지나간 것 같아요. 근데 제 이름이… 맞더라고요.”
강현진은 그렇게 말하며 [디어돌>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제 인생에 있어 오늘이 어떤 날로 기억될 것인지에 대해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러고는.
“고마운 분들은 정말 많지만 한 명의 이름을 꼭 꺼내야 할 것 같습니다. 고맙다. 유하야. 네가 아니었으면 나는 여기에 있지 못했을 거야……. 널 만나 다행이야. 같이 데뷔하자.”
그에 내게로 돌려지는 카메라에 나는 잠시 당황했지만, 곧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강현진이 희미한 미소를 짓고는 그대로 ‘3’이라고 적힌 의자에 앉았다.
‘이 또한 나비 효과인가.’
지난 생에서 1위였던 강현진은 소감에 누구의 이름도 말하지 않았다. 부모님에 대한 감사 인사도 없었다. 묵묵하고도 사무적이게, 팬분들에 대한 감사 인사만을 남기곤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어째서 고마움을 느낀 사람들 중 내 이름을 이야기해야겠다 생각한 건진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나쁠 건 없었다. 놈은 지금 진심으로 기뻐 보였으니까.
“그럼 이제 최종 1등과 2등 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이제 세 자리만을 남기고 채워진 데뷔 의자를 바라보던 나는 MC의 말에 다시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MC의 말에 방청석 쪽에서도 함성이 잦아들었다.
“…….”
나는 새 큐 카드를 뽑아 드는 MC를 바라보며 조용히 숨을 골랐다. 최대한 생각을 버리려고 하는 중이었으나,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심장이 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여기서 이름이 불리지 않으면.’
나는 죽는다.
시스템이 요구한 퀘스트 달성 조건은 3등 이내. 강현진이 3등을 차지한 지금, 1등 혹은 2등이 아니라면 나는 목숨을 잃게 될 터였다.
나는 최대한 상식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했다.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최근 일어난 사건들은 나의 인지도적인 면에서 유리하게 작용했다. 그러니 상황은 충분히 내게 유리했다.
‘진정해라, 원유하.’
그러니 내가 데뷔권에 들지 못할 일은 없다. 즉 지금까지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면 남은 등수는 1등 아니면 2등일 텐데도.
‘…만약이라는 게 있지 않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상황에 익숙한 내 머리는 계속해서 ‘만약’이라는 것을 떠올려 내고 있었다.
한 번도 염원했던 것이 이루어진 적은 없다. 희망이니 꿈이니 하는 것에 대한 보답을 얻은 적도 없었다.
그러니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내게 익숙한 최악을.
‘정말 만약에… 내가 7등이 되었을 수도 있지. 그 아래 등수가 되었을 수도 있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주먹을 꽉 쥐었다. 심장이 점점 더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시야가 좁아 들고 손이 떨려 왔다.
“…….”
하지만 무언가를 떠올려 낸 순간, 나는 긴장감이 서서히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시금 현재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곱씹어 본 순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래, 긴장할 필요는 없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 더 할 순 있는 건 없었다.
남은 건 기다리는 일뿐.
또한 믿는 것뿐이었다, 내가 한 노력과 ‘운’을.
그렇게 생각한 순간, 신기하게도 심장이 날뛰던 것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돌 메이커님들께서 뽑아 주신 영광의 1등. 그 후보를 지금 화면을 통해 만나 보시죠.”
“아……!”
“아!”
MC의 말과 함께 데뷔 의자가 설치돼 있는 세트장 양옆의 화면에 각각 다른 연습생 두 명의 얼굴이 채워졌다.
그 주인공은…….
“지금 화면에 보이는 두 연습생이 1등과 2등의 주인공입니다. 지금 바로 제가 있는 쪽으로 건너와 주십시오.”
“가자, 유하야.”
“…네.”
나와 도지혁이었다.
순간적으로 마음이 놓여 다리가 풀릴 뻔했지만, 나는 가까스로 다리에 힘을 주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꽉 쥐었던 주먹을 풀자마자 손이 덜덜 떨렸다. 그 모습을 본 건지 도지혁이 물었다.
“긴장했었어?”
“…솔직히, 네.”
“하하.”
도지혁은 기분 좋게 웃으며 내 어깨를 토닥였다. 나란히 길을 건너 도착한 우리들에게 마이크가 건네졌다.
“두 명은 이번 파이널 경연에서 압도적인 무대를 보여 준 좋은 동료였었죠. 이렇게 1등과 2등이 되었다는 것이 무척 뿌듯하면서도 긴장이 될 것 같습니다. 각자 소감 들어 보죠. 먼저 도지혁 연습생.”
“네, 우선 유하와 앞으로도 함께할 수 있단 것에 기쁜 마음이 먼저 드는 것 같습니다. 정말 좋은 친구고, 같이 데뷔할 수 있기를 꿈꿨거든요. 1등이 누가 됐든 서로 축하해 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네, 잘 들었습니다. 이어서 원유하 연습생.”
“네.”
나는 MC의 호명에 마이크를 들어 입에 가져다 댔다. 그러자 MC가 내게 물었다.
“원유하 연습생은 매번 최상위권의 등수를 유지하다가 지난 3차 순위식에서는 10등으로 등수가 하락하여 많은 아이돌 메이커님들께서 충격을 받으셨었죠. 하지만 마지막 경연을 통해 마침내 또 한 번의 짜릿한 역전극을 보여 주었습니다. 오늘의 등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음…….”
나는 방청석을 잠시 바라보고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있게 되면 그때 이야기하겠습니다. 온전히 기쁜 마음으로 전하고 싶어서요.”
“하하, 네. 그럼 원유하 연습생을 위해서라도 빨리 결과 발표를 해야겠군요.”
내 말에 너털웃음을 지은 MC는 1위의 이름이 적혀 있을 큐 카드로 시선을 내린 후 다시금 자신을 찍고 있는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나는 도지혁과 함께 나란히 서 두 개의 화면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심호흡했고.
‘제발.’
처음으로 기도했다, 불리는 이름이 내 것이길.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길디 긴 여정 끝에 100명의 연습생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게 된 연습생은 바로…….”
그래서 결국…….
“……KRM 엔터테인먼트 원유하 연습생!”
“……!”
하고 싶었던 말들을 모두 할 수 있게 되기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