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109)
‘…뭐야?’
오류가 발생했다고? 이제 와서?
회귀 후 단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던 현상이었으나 시스템은 내가 당황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불운을 회피한> 원유하 / 동기화 완료』
특기(노래): S- (해금 완료)
특기(춤): A- (해금 완료)
매력(외모): A+ (해금 완료)
매력(분위기): S- (해금 완료)
끼(표현력): S- (해금 완료)
끼(집중력): A+ (해금 완료)
체력(신체): B- (해금 완료)
체력(정신): D- (잠금)
버프: 초심자의 행운
운: 10point
기본 특성: 회귀
눈앞에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의 스텟이 적힌 상태창이 떠올랐으니까.
『[불_을 회피_> 원유_ / _기_ 완_』
_기(노_): S- (해금 __)
특기(춤): A- __금 _료)
매_(외모): __ (해_ 완료)
매력(분__): S- (해금 완료)
끼(_현력): S- (__ 완_)
_(집중__: _+ (해금 완료)
체력(신__: B- (해금 _료)
체_(정신): _- (_금)
_프: _심자의 __
운: 1_p__nt
기_ 특성: __
스텟창에 적힌 문구들이 불규칙하게 깜빡거리기 시작한 건 그 직후였다.
누군가 게임 속 캐릭터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스텟창을 열고 능력치를 확인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스텟들이 마구 요동쳤고.
“……!”
『알 수 없는 오류로 인해 ‘버프: 초심자의 행운’의 효과가 중지됩니다.』
『알 수 없는 오류로 인해 ‘통찰안’의 효과가 중지됩니다.』
『알 수 없는 오류로 인해 ‘칭호: 불운을 회피한’의 효과가 중지됩니다.』
『알 수 없는 오류로 인해 행운 룰렛 보상의 재고가 회수됩니다.』
『알 수 없는 오류로 인해 행운 룰렛이 강제로 폐쇄됩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공격적인 기세로 빠르게 다수의 시스템 창이 떠오르기 시작한 순간, 나는 상황을 그저 바라만 볼 수가 없게 되었다.
“상태창!”
나는 다급하게 상태창을 불렀다. 평소 같았으면 내 부름에 따라 고정되거나 내 의지를 따랐을 창은 통제를 잃고 여전히 미친 것처럼 깜빡거리고 있었다.
“……!”
상태창에 떠 있던 아이콘이 사라져 가기 시작한 건 그 직후였다.
재고가 남아 있던 붕붕드링크의 아이콘과 통찰안을 뜻하던 표식이 사라진다.
이름 옆에 붙어 있던 칭호가 누군가가 지우기 버튼을 누르기라도 한 것처럼 한 글자씩 사라져 가며, 행운 룰렛을 돌릴 수 있었던 황금색 버튼은 그 빛을 잃는다.
내가 회귀 이후 시스템으로부터 부여받았던 칭호와 버프, 퀘스트 보상과 아이템이 모두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다.
머릿속에서 사이렌이 울리고 있는 것 같았다. 몸이 본능적으로 상황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려 주고 있는 듯했다.
명백하게 이건 정상이 아니었다.
‘시스템은 단 한 번도 내게 이런 식으로 무언가를 ‘회수’해 간 적이 없어.‘
모든 퀘스트가 종료됨과 함께 시스템이 내게서 떠나가면서 줬던 것을 가져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가능성이 잠시 머릿속을 스치기도 했으나, 나는 그 가능성을 떠올리자마자 빠르게 폐기해 버렸다.
지금까지 시스템이 어떤 식으로 나를 굴려 왔는지를 생각해 봤을 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지금까지의 패턴과는 전혀 달랐던 것이다.
즉 현 상황은 간단했다.
시스템은 지금 ‘알 수 없는 오류’에 의해 강제로 권한을 탈취당하고 있으며.
“상태창! 젠장!”
나는 그 아래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을 뿐이었다.
마구 깜빡이는 창은 평소와는 달리 내 부름에도 전혀 응답하지 않았다. 내가 어떻게든 떠오르는 시스템 창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와중에도 노이즈는 계속해서 심해져만 갔다.
그때였다.
지직-
『알 수 없는 오류로 인해 ‘SYSTEM’의 보호 방벽이 붕괴됩니다.』
『알 수 없는 오류로 인해 ‘사용자: 원유하’에 대한 모든 지원을 중단합니다.』
『알 수 없는 오류로 인해 ‘사용자: 원유하’의 모든 퀘스트 이력이 삭제됩니다.』
『알 수 없는 오류로 인해 ‘사용자: 원유하’에게 새로운 퀘스트가 부여됩니다.』
“뭐?”
새로운 퀘스트?
나는 떠오른 시스템 창을 바라보았다. 글자를 완전히 이해하기도 전에, 퀘스트 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그리고 나는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지직-
그것은 지금까지 내게 부여되었던 퀘스트들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었다.
『파이널 퀘스트: 기본 특성 ‘회귀’의 발동』
‘SYSTEM’에 의해 뜻하지 않게 미래에서 과거로의 회귀를 당하고 만 당신.
원하지 않았던 불확실한 미래를 앞둔 당신에게 마지막 기회가 부여됩니다.
지금 바로 당신이 알고 있는 ‘미래’로 회귀하세요.
성공 보상: 미래로의 회귀
실패 페널티: 죽음
운: 10point
※운이 0이 될 경우 ‘원유하’는 죽음을 맞이합니다.
『모든 퀘스트 이력이 삭제됨에 따라 ‘사용자: 원유하’에게 페널티가 부여됩니다.』
『‘사용자: 원유하’가 ‘현재’에 머무를 경우 지속적으로 운이 소모됩니다.』
『운: 9point(-1)』
‘미래로… 회귀하라고?’
나는 멍하니 눈앞에 뜬 시스템 창을 바라보았다.
‘미래.’
내가 온 미래.
그 단어를 떠올린 순간, 머릿속으로 어떤 이미지가 스쳐 지나갔다.
건물의 불빛을 받아 반짝이던 검은 강물. 환하게 빛나던 김민기의 생일 전광판. 떨어지던 맥주 캔.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다리와 더 이상 활로를 찾아볼 수 없던 현실…….
끝내 포기해 버릴 수밖에 없었던 삶까지.
“…….”
노이즈가 껴 알아볼 수 없는 상태창에는 이제 운 수치만이 유일하게 또렷했다. 붉게 반짝이던 숫자는 내가 상황을 파악하는 와중에도 변화하는 걸 멈추지 않았다.
『운: 8point(-1)』
천천히 줄어드는 숫자를 바라보던 나는 문득 내 몸이 이상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허억.”
나는 어느새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그 사실을 자각한 순간, 온몸이 떨려 왔다. 미처 깨닫지 못했던 공포로 인해 심장이 절제를 모르고 뛰어 대며, 긴장감으로 가슴이 조여들었다.
누가 머릿속을 휘젓기라도 하는 것처럼 생각이 유기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의문만은 뚜렷했다.
‘그 미래는 사라진 게 아니었나?’
나의 회귀와 함께 없던 일이 되어 버린 게 아니었다고?
나는 주먹을 꽉 쥐고 고개를 저었다. 말이 안 됐다. 내가 과거로 되돌아오며 그 미래는 사라졌을 텐데.
‘그 미래가 아직 남아 있다고?’
아마도 내가 과거로 되돌아올 수 있는 원인이 되었을 기본 특성, 회귀.
그 특성이 내가 바란다고 발동할 수 있는 거였단 말인가? 게다가 그건 이미 사라져 버린 미래로도 나를 회귀시킬 수 있다고?
하지만, 그렇다면.
‘왜?’
결국 그 미래로 나를 돌려보낼 생각이라면 어째서 나를 6년 전의 과거로 보냈지?
머릿속이 빙글 돌았다. 지금까지 퀘스트를 이어 오며 나름대로 쌓아 놓았던 ‘시스템’의 목적에 대한 가설과 그 정체에 대한 어렴풋한 추측들이 천천히 무너져 갔다.
그리고 그 자리를 대신 채운 것은 익숙한 ‘최악’의 상상이었다.
‘돌아간다고 치자.’
내가 거기서 생존할 수 있을까?
나는 시스템에서 한 발자국 물러서 눈앞에 보이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환호하는 사람들, 데뷔의 기쁨을 나누는 연습생들과 화면 위에서 반짝이는 새 그룹의 로고, 머리 위에서 터져 오른 색색의 컨페티…
그리고 무대.
“…하.”
그걸 본 순간 나는 헛웃음을 짓고야 말았다.
다신 오르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그래서 미련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던 무대를 본 순간.
그 무대 위에서 보낸 지난 [디자인 유어 아이돌>의 경연들을 떠올려 낸 순간…….
‘돌려보낼 거라면 차라리 [디어돌>의 초창기에나 돌려보낼 것이지.’
이미 너무 늦어 버렸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인정했다.
‘싫다.’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쉽게 돌아가기에는 걸었던 게 너무 많았다.
지나치게 열심히 해서 되돌아갈 수가 없었다.
만약 회귀 초반부에 미래로 되돌아가라는 말을 들었다면 어땠을까. 활로를 찾을 수 없는 미래, 결국 강물로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는 미래로 되돌아가라는 말을 들었더라면.
‘갔겠지, 아마.’
그땐 그 무엇도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사람을 여기까지 끌어내 놓고 이제 와서 다시 모든 것을 빼앗아 가겠다고?’
이제 와서 그 말을 순순히 따라 줄 사람이 대체 어디 있겠나.
나는 고개를 들고 눈앞에서 반짝거리는 붉은 운 수치의 표식을 바라보았다.
『운: 7point(-1)』
또 한 번 숫자가 줄어들었다. 시스템은 내가 정말로 ‘회귀’할 때까지 내 목숨을 줄여 나가는 걸 멈추지 않을 셈인 듯했다.
“…….”
시스템의 목적이 뭔지는 모른다. 이 시스템의 뒤에 있는 놈이 뭘 바라는 건지는 모른다. 앞으로도 알 수 없겠지.
하지만 눈앞에는 선택지가 들이밀어져 있었고,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시스템의 지배 아래서 나는 행동해야만 했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달랐다.
“…됐다, 이제.”
나는 회귀 후 처음으로 나의 죽음을 선택했으니까.
나는 허무하게 웃으며 털썩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줄어들고 있는 운 수치를 멀거니 지켜보았다.
『운: 6point(-1)』
『운: 5point(-1)』
“…….”
물끄러미 눈앞에서 줄어들고 있는 나의 생명을 바라보면서도, 심장은 아까 전과는 달리 천천히 가라앉아 갔다. 마치 남의 죽음을 관망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이젠 어떤 동요도 들지 않았다.
‘…내가 죽으면 시스템이 상황을 조율하려나.’
하릴없이 그런 생각이나 하며 나는 또 한 번 변화한 눈앞의 운 수치를 바라보았다.
『운: 4point(-1)』
나를 미래로 돌려보내는 것, 아니면 나를 이대로 죽게 만드는 것. 시스템이 뭘 원하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으나 확실한 건 단 하나뿐이었다.
난 ‘미래’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이미 그 미래는 내겐 없는 것이니까.
돌아간 순간 나는 또 한 번 강물로 곤두박질치겠지. 그렇다면.
‘뭐가 다르지?’
여기서 죽는 거나 거기서 죽는 거나.
어차피 죽을 수밖에 없다면 적어도 죽어야 하는 장소와 시간대만은 내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었다.
“…….”
지금 여기, 내가 이루어 놓은 성과가 있는 곳.
모든 것이 박제되어 있다 한들 더없이 염원하던 곳에서.
『운: 3point(-1)』
『운: 2point(-1)』
『!경고!』
‘사용자: 원유하’의 운 수치가 1로 떨어집니다. 운 수치가 0이 된 순간 ‘원유하’는 죽음을 맞이합니다.
※미래로의 회귀를 추천합니다.
※미래로의 회귀를 통해 퀘스트를 달성하세요.
※미래로의 회귀를 통해 원래의 운명으로 되돌아가세요.
눈을 감았음에도 망막에 새겨지듯 시스템 창이 떠올랐으나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운: 1point(-1)』
마침내 운 수치가 1로 떨어졌을 때였다.
띠링!
“……!”
익숙한 알림음이 울린 것은.
노이즈로 시끄럽던 귓가에 틀어박힌 청명한 알림음에 나는 눈을 번쩍 떴다. 어느새 시야를 온통 가로막은 노이즈 낀 시스템 창들 사이에서 익숙한 창 하나가 홀연히 떠 있었다.
은은한 푸른빛으로 반짝이는, 반투명한 창.
하지만, 그것마저도 이전과는 달랐다.
『Admin: 오류의 존재를 확인하였습니다.』
『Admin: 시스템을 검사하기 위해 확인 단계에 들어갑니다.』
『Admin: 시스템의 복구를 위한 재검색을 시작합니다.
→사용자: 원유하』
『NOW ROADING……』
『Admin: 검색 완료.』
『Admin: 시스템의 복구를 시작합니다.』
시스템 너머에 있던 ‘누군가’가 마침내 그 존재를 드러내고 있었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