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11)
“단우 형은 진짜 열심히네.”
“시즈레이블이잖아요. 급하기는 하겠죠.”
“시즈레이블이 왜?”
에이든의 물음에 느슨하게 침대 쪽에 몸을 기댄 채 한 손에는 컵을 들고 이를 닦던 천세림이 흘긋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할 말이 방송에 나갈지 나가지 않을지 잠깐 고민하는 듯했다.
“…저도 잘은 모르는데, 시즈레이블 이제 한동안 데뷔조 짤 생각 없다고 들었어요~.”
천세림은 대강 그런 식으로만 말을 하고 입을 다물었지만, 나는 그 안에 숨은 말뜻을 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예상대로 주단우는 이게 마지막 기회인가 보네.’
내가 있던 미래에서 주단우라는 아이돌을 본 적은 없다. 대신 시즈레이블 소속 아이돌 그룹은 본 적이 있지만.
시즈레이블은 [디어돌> 방영 직후 보이그룹을 하나 데뷔시켰었다. 굵직하고 센 콘셉트의 래퍼가 다수 소속돼 있는, 기획사의 이미지를 다분히 살린 거친 이미지였지.
다분히 사회 반항적인 가사와 디스랩에 가까운 스타일은 현재 대중이 아이돌 그룹에 기대하는 바는 아니었기 때문에, 데뷔곡은 소리 소문 없이 묻혔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그 그룹에 [디어돌> 출신 연습생도 포함돼 있었던 것 같은데.’
하지만 거기 주단우는 없었다.
게다가 자유분방함을 표방하는 그룹의 성격이 사고로 변질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멤버 중 하나가 클럽 가서 대마초 빨다 걸렸지.’
그놈을 시작으로 그룹에 있는 멤버 전체가 대마초에 이어 더 강한 수위의 마약까지 흡입하고 유통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었다.
당연히 시즈레이블에서 내보낸 아이돌 그룹은 망했고, 한동안 시즈레이블 소속 아티스트들에게는 약쟁이 이미지가 붙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약쟁이 이미지는 내가 죽을 때까지도 쇄신되지 않았었고.
‘주단우는 아마 [디어돌> 이후 시즈레이블에서 쫓겨났든가 스스로 그만뒀겠지.’
분위기나 말투, 모습을 보면 주단우는 시즈레이블에 있을 만한 놈이 아닌 것 같아 보였다. 같이 [디어돌>에 출연한 시즈레이블 소속 연습생들과도 그리 친해 보이지 않았고.
주단우는 아마 이미 짜인 데뷔조 멤버를 부각시킬 연습생, 즉 버리는 패로 나왔을 가능성이 컸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 스스로도 이게 마지막 기회라는 걸 알고 있을 거고.
그 증거로 센 콘셉트와 잘 맞는 랩을 선보였던 시즈레이블 소속 연습생 한 명은 B클래스에, 주단우는 D클래스에 와 있지 않나. 애초에 레벨 평가 무대 자체를 그 연습생이 돋보이도록 구성해 뒀을 게 틀림없었다.
“…….”
열심히 이용당한 후 [디어돌> 탈락 이후에는 소속사에서도 방출되는 건가.
나는 내 품에 안겨진 저주파 마사지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주단우가 가져온 피로 회복제를 까 입에 털어 넣었다.
* * *
“형.”
나는 새벽쯤에 다시 연습실을 찾았다. 주단우는 손전등 하나를 켠 채로 혼자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 유하야, 안 쉬어?”
“쉬고 온 거예요.”
[디어돌>은 이상한 부분에서는 청소년들의 인권을 보장해 주지 않으면서, 또 어떤 부분에서는 기본권을 지켜 주는 행세를 하려고 했다. 수면 말이다.아무래도 청소년들이 많은 아이돌 연습생들 특성상 열 시가 되면 모든 연습실을 비롯해 방 불이 소등되었는데, 매일 연습을 하다 지친 연습생들은 군말 없이 열 시가 좀 넘으면 바로 잠에 드는 편이었다.
그중에서는 뭐, 의욕이 넘치는 놈들이 가끔 불 꺼진 방 안이나 계단참, 연습실에 몰래 들어가 연습을 하는 것 같기도 했지만.
주단우도 후자에 속하는지, 그는 영 숙소 안에 있으려 들지를 않았다. 바닥난 체력 때문에 곯아떨어져서 잘은 모르겠지만 천세림이나 에이든 리가 하는 말을 들어 보니 거의 새벽이 밝아 올 때쯤에야 들어오는 모양이었고.
“형, 후렴구 부분 포인트 안무 한 번만 더 춰 보실래요. 팔로 눈 부분 포인트 잡는 동작.”
“이… 렇게?”
“발 위치 잘못 잡으셨어요. 허리도 너무 뻣뻣하고요. 그리고 스텝 밟을 때마다 중심축이 자꾸 움직여서… 그러면 전체적으로 춤이 불안정해 보이게 돼요. 다시 한번… 네, 이렇게 해 보세요.”
나는 주단우의 옆에 내가 가져온 손전등을 놓고 포인트 동작을 다시 한번 하나씩 해 보였다. 주단우는 어색하다는 듯한 얼굴이었지만, 주의 깊게 동작을 바라보며 곧잘 따라왔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주단우가 생각보다도 더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물어볼 것이지.’
주단우는 내가 D클래스에서 다른 연습생들에게 하나씩 안무를 알려 주는 모습을 보고서도 내게 붙어 뭔가를 묻지 않았다.
열심히 연습하는 걸 보면 다른 놈들처럼 포기한 건 아닌 듯해 보였지만, 나는 그걸 주단우가 숫기가 없기 때문이라거나 혹은 혼자 해 보겠다는 다짐 때문인 걸로 어림짐작했었다.
그러나 오늘 주단우가 내게 피로 회복제와 저주파 마사지기를 가져다주었을 때,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저놈, 나한테 무리 안 주려고 자긴 일부러 빠진 거라고.
‘…바보 아닌가.’
당황한 듯하면서도 곧잘 내가 짚어 주는 동작을 따라하는 주단우를 보며 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자기도 보컬로 D클래스 연습생들을 가르쳐 주면서 뽑아 먹히고 있으면서, 왜 멀쩡히 있는 춤 리더를 써먹지 않고 버티고 있단 말인가.
결국 경쟁인데 남의 몸 상태가 어떻든 그냥 이용해 먹으면 될걸. 여긴 다 그런 놈들만 모인 곳인데.
‘이런 놈들은 데뷔해도 연예계에서 딱 호구 잡히기 쉽겠지.’
데뷔해도 가시밭길, 데뷔하지 못해도 가시밭길 인생일 거다.
내가 이 새벽에 잠을 줄여 가면서 연습실로 나오게 된 건, 이놈이 불쌍해서라든가 뭔가 내가 개심해서 열심히 하는 놈을 도와 보겠다는 뜻 때문은 아니었다.
어차피 이놈 인생이 베풀 건 다 베풀면서 보답 받는 일 없이 흘러갈 거라면, 나라도 정당한 보답을 좀 주자는 마음 때문이었다.
‘…나도 보컬로 도움받기도 했고.’
스텟이 올라 이전보다 수월하긴 하지만, 아직 곡의 디테일한 부분에 대한 표현이 부족한 나 또한 주단우에게 도움을 받았었다.
게다가 자기 연습 시간 빼 가면서 모든 클래스를 돌아 마사지기를 빌려다 주고 자기 먹을 음식까지 양보해 주지 않았나. 이런 호구 같은 놈한테 뭘 빼앗아 먹고 입 싹 닦을 정도로 나는 뻔뻔하지 않았다.
“네, 그렇게요. 그리고 다음은…….”
“뭐야? 스터디해?”
“……? 뭐야?”
나는 다음 동작을 알려 주려다 말고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들이 든 손전등 빛에 눈이 부셔 얼굴을 찡그렸다.
“유하 형이 단우 형 알려 주고 있는 거예요?”
“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들은 에이든 리와 천세림이었다. 주단우는 어리둥절해하는 얼굴로 갑자기 D클래스 연습실로 난입한 두 놈을 바라보며 물었다.
“여긴 어떻게…….”
“유하가 나가길래 저도 깼거든요. 저 밤 귀 밝아서. 근데 뭐 해요? 야자?”
영국에서 온 놈이 야자라는 단어는 어떻게 아는 거야?
내가 어이없어하든 말든, 천세림은 손에 든 손전등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씩 웃었다.
“이든 형이 유하 형 찾으러 가 보자더라고요. 근데 뭐, 어디 갔는지 뻔하잖아. D클래스 연습실이겠지.”
“연습하고 있는 거야? 노래도 같이 해?”
“아니, 일단 ‘봐’ 안무만…….”
“흠, 춤 연습? 형 춤 약해요? 노래는 잘한다고 하는 것 같던데. 미나 쌤한테 칭찬 들었잖아요.”
“아, 응. 그건 어떻게…….”
“연습생들 사이에 소문이 얼마나 빠른데. 딴 연습생들도 다 알걸요?”
“유하, 노래 연습도 할 거면 나도 같이 할래.”
“아, 형 춤은 약하댔죠? 그럼 제가 춤 도와줄 테니까 형은 저 노래 좀 봐 줄래요?”
에이든 리와 천세림이 난입하자마자 소음으로 꽉 찬 연습실에 나는 나도 모르게 질린 얼굴을 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합숙은 그리 조용하게 흘러가지만은 않을 모양이었다.
* * *
“…….”
“유하, 조심.”
“…어? 고맙다.”
잠에 못 이겨 툭 떨어진 고개를 에이든 리가 잡아 주었다. 나는 몽롱한 시야를 바로잡으려 애쓰며 눈을 바로 뜨고 앞을 바라보았다.
식판 위에 있는 음식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가물거리는 것 같았다.
‘…졸려 죽겠다.’
나는 눈을 비비고는 다시 수저를 들어 올렸다. 이곳에 온 이후로는 언제나 배가 고팠지만, 솔직히 지금은 밥보다는 잠이 더 급했다.
‘그렇게까지 열심히 할 생각은 없었는데.’
어제는 결국 밤을 꼬박 새우고야 말았다.
원래는 주단우가 춤을 잘못 연습하고 있는 부분만 짚어 주고 바로 방으로 돌아올 생각이었는데, 에이든 리와 천세림의 난입으로 연습이 길어져 버린 것이다.
천세림은 보컬적으로 좀 불안한 부분이 있다며 주단우에게 서로 춤과 노래를 알려 주자고 제안했고, 그러는 동안 에이든 리는 나와 같이 노래를 연습하고 싶다고 우겨 댔다.
결국 나는 더 이상 손전등 빛이 필요하지 않을 때까지 그 세 놈과 연습실에 틀어박혀 춤과 노래를 연습해야 했다.
‘…밑지는 장사는 아니었지만.’
나는 눈을 끔뻑거리며 어느새 오른 수치를 바라보았다.
『세부 특성』
특기(노래): B+
특기(춤): B-
매력(외모): B+
매력(분위기): B
끼(표현력): B-
끼(집중력): C
체력(신체): D
체력(정신): D-
‘괜히 A등급이 아니네.’
에이든 리와 천세림과 함께 ‘봐’를 연습하는 동안 나 또한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노래에 있어서는 주단우와 에이든 리가, 춤에서는 천세림이 조언을 해 준 덕에 새벽 동안 혼자 연습하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봐’를 터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에 따라 이번에는 표현력 스텟이 한 단계 올랐다.
게다가 점핑 성장권 덕에 빠르게 오르고 있던 춤 스텟도 새벽 연습 이후 B등급으로 뛰어올랐다. 아직 B등급 문턱에 걸쳐진 수준이라지만, C등급과 B등급의 차이는 컸다. 벌써부터 몸이 움직이는 게 달랐으니까.
‘적당히 이득 봤네.’
이 정도면 수지맞은 장사였기에, 정신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미 바닥이 나 버린 체력 탓에 하품을 쩍쩍 하며 의무적으로 수저를 들고 밥을 먹고 있을 때였다.
“유하야!”
툭, 누군가가 내 어깨를 건드려 나는 반쯤 감긴 눈으로 뒤를 바라보았다. 같은 D클래스의 연습생이었다.
“스태프가 너 찾더라. 다음 순서래.”
“…다음 순서요?”
“응, 전화 통화 말이야.”
나는 잠시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게 무슨 뜻인지 고민하다가 곧 깨달을 수 있었다.
이런 서바이벌 프로그램에는 꼭 들어가는 장면. 가족과의 전화 연결을 찍을 타이밍이라는 거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