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111)
-이번에 KC에서 자회사로 엔터 하나 나왔는데 애들 거기서 매니징 맡을 듯?
└헐 ㄹㅇ로????
사람들은 금방 관심을 보였다. KC는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한 번씩은 이야기를 들어 본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자, 현재 에이넷을 소유하고 있는 그룹이었기 때문이다.
KC는 방송사, 영화사, 배급사를 비롯해 한국의 문화 전반에 폭넓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대기업이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수많은 엔터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던 만큼 KC가 엔터사를 하나 새로 설립했다는 건 실은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기가 무척이나 공교로웠다는 것, 무엇보다도 또 한 가지의 사실이 상황을 무척 의미심장하게 보이게 했다.
-ㅇㅇ뭐랬지? 이번에 거기 총수일가 막내아들이 대표로 나왔다고 했던 듯
└아…. 어?;
└ㅅㅂ구린내가나는데
└제대로된 회사 맞니? ….우리애들 지금 가족경영의 희생물 되는 거 아니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거 맞긴 한데 좀 다르대 언니가 KC쪽에서 일해서 말해줬는데 대충 그업계엔 파다한 찌라시랬음
덧글을 작성한 아이돌 메이커는 간단하게 현재 업계에 돌고 있다는 ‘찌라시’에 대해 설명했다.
대표를 맡게 된 KC의 막내아들은 서른 초반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대학을 나와 KC에 직통으로 입사해 본부장을 역임한 인재라고 했다.
굵직한 사업들을 여럿 맡아 주도했으며 손꼽히는 성과를 보인 덕에 KC의 임원들은 모두가 그 막내아들이 KC 본사를 물려받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하고 있었으나, 그는 이번에 후계 쟁탈전에서 빠지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막내아들은 회사를 설립해서 따로 본사에서 빠져나왔고, 유력한 경쟁자의 자진 이탈을 통해 이득을 얻게 된 그의 형제들은 새로 설립된 엔터사를 적극적으로 밀어줄 거란 이야기였다.
진짜인지 아닌지는 까 보기 전에는 모르지만, 그렇다 해도 일단은 믿을 수밖에 없는 ‘업계 관계자 찌라시’에 아이돌 메이커들은 솔깃함을 느꼈다.
댓글로부터 단서를 얻은 아이돌 메이커들은 자발적으로 현재까지 알려진 KC 일가의 가계도와 새로 설립된 엔터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찾아보기에 이르렀으며.
-엥 저 댓글 찐인듯??????
그 결과 그 댓글이 그저 찌라시에 불과한 것은 아니란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아이돌 메이커들은 KC 본사의 소식을 담은 수많은 기사들 가운데 정말로 ‘하승혁’이라는 이름을 가진 본부장에 대한 기록을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와 ㅅㅂ 하ㅅㅎ? 이사람 능력 오지는 것 같은데
(링크)
(링크)
(링크)
‘하승혁’이라는 이름의 본부장은 댓글에서도 이야기가 나온 것처럼 꽤나 능력이 있어 보였다. 그가 주도한 사업들 중에는 이미 아이돌 메이커들도 이름을 알고 있는 것들도 다수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정말로 사업자 등록이 완료된 ‘로드 엔터테인먼트’라는 엔터사 하나를 추가적으로 발견한 후.
-이건 된다
아이돌 메이커들은 원디어가 이른바 ‘되는 주식’을 잡았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KC 자회사에 막내아들이 대표면ㅋㅋㅋㅋ 신생이어도 완전 좋지 않아?; 기사 보니까 콘텐츠 사업 쪽에서 인맥도 넓은 것 같은데 혹시 모를 엔터사나 방송사 압력도 피해갈 수 있을 듯 KC 막내아들한테 누가 다리를 뻗겠어
└와 KC에서 내보내는 그룹이어도 적당히 시늉만 해줄 줄 알았는데 자기 막내아들한테 엔터사 맡겨서 애들 소속시킬 정도면 진짜 잘해줄 생각인가봐 원디어 찐으로 KC 뒷배로 두는거임??? 나 지금 설레는데;
└항상 좆소를 잡아온 나.. 이번에야말로 대감집 노비를 할 수 있는 걸까?
-아.. 근데 걱정되는 거 나밖에 없어?ㅠㅠ 이게 그냥 재벌가 막내아들의 상속재산으로만 남을지 아니면 대표가 진심으로 사업 계획 가지고 나온 건지는 지켜봐야 할 거 같은데ㅠㅠ 괜히 설레발치지는 말자
└나도 윗댓에 동의 괜히 아이돌 사업한다고 나와서 이상한 짓 할까봐 존나 걱정된다 잘하겠지??ㅠㅠ 능력 있다매ㅠㅠ
└능력 있다고 혼자 나와 놓고선 헛발질 뒤지게 하는 새끼 너무 많아서…… 방심은 못할 듯…….
-뭐가됐든 원디어 이상하게 굴리면 절대 가만 안 둔다 지금 모니터링하고 있으면 소비자 반응 제대로 파악해 알아들었냐 관계자들아
그렇게 열띤 토론과 수많은 추측들이 이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헐 기사뜸
며칠 후 그 모든 추측에 못을 박는 기사 하나가 올라오며 아이돌 메이커들은 흥분에 빠져들었다.
「[단독]‘디자인 유어 아이돌’ 데뷔그룹 원디어, 신생 로드 엔터와 “계약 완료”…KC ENM ‘전폭 지원’ 예고」
아이돌 메이커들은 빠르게 기사를 확인하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대감집의 클라스는 달랐기 때문이다.
「에이넷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디자인 유어 아이돌’로 대중의 선택을 받아 데뷔를 이룬 7인조 그룹 원디어가 KC ENM의 자회사 로드 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
3개월간 이어진 방송 기간 동안 대중의 선택을 받아 데뷔한 원디어(원유하, 도지혁, 강현진, 에이든 리, 유찬희, 천세림, 주단우)는 이어지는 5년의 계약 기간 동안 로드 엔터테인먼트의 매니징을 받는다.
로드 엔터테인먼트는 원디어를 전담하는 매니지먼트사로 모든 스태프가 원디어를 위해 움직이며, 활동 기간 동안 KC ENM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예정이다.
로드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이에 대해 “모든 스태프가 원디어의 활동을 위한 기획, 마케팅, 매니지먼트 모두를 담당하며 총력을 다할 예정”이라며 “‘역대급’ 데뷔를 이뤄 낼 원디어를 향한 아낌없는 지지와 응원 부탁드린다”는 말을 전했다.」
회사 전체가 원디어만의 전담 팀과 다름없다는 이야기가 기사에 적혀 있었던 것이다.
아이돌 메이커들은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자 콘텐츠 사업의 선두 주자인 KC의 전폭적인 지원 예고,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흔하지 않은 전담 서포트.
-하 얘들아 판 깔렸다
-돈냄새 나는 비트 기대할게 얘들아…….
-원깅이들아 얼른 데뷔해서 1군으로 직행하자!!!!!!!
원디어의 데뷔 앨범에 대한 기대는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신생이지만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가진 로드 엔터테인먼트의 유일한 소속 그룹이 된 원디어는…….
“…….”
“형… 저희 서바이벌 끝난 거 맞죠.”
“…어.”
“근데 저희… 왜 이러고 있어요?”
연습실에서 머리를 쥐어 잡고 죽어 가는 중이었다.
* * *
“형, 진짜 괜찮은 거 맞아요?”
“괜찮다니까.”
옆자리에 탄 천세림이 또 한 번 물어오는 것에 나는 이미 몇 번이나 내뱉었던 대답을 똑같이 입에 담았다. 그에 옆에 앉아 있던 에이든 리가 불퉁한 얼굴로 툴툴거렸다.
“거짓말.”
“거짓말 아니라고.”
“그때 쓰러졌었으면서.”
“하…….”
나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두통이 이는 듯해 머리 위로 손을 올리니, 앞에서부터 목소리가 들려왔다.
“걱정하는 게 당연하지, 유하야. 이해해 줘.”
앞쪽에 앉아 있던 도지혁이 몸을 돌려 어쩔 수 없다는 듯한 미소를 입가에 띠우고 말을 꺼낸 것이었다.
“백스테이지로 돌아가서도 쓰러졌었잖아, 지난번에도 무대 한 직후 쓰러진 적이 있었고. 정말 더 안 쉬어도 됐던 거야?”
“괜찮아요. 하루 쉬었더니 멀쩡해졌으니까. 그날은 진짜 좀 지쳤던 것뿐이에요.”
나는 우선은 발뺌을 해 보려 했다. 하지만.
“전 안 믿어요. 형 괜찮다고 해 놓고 안 괜찮았던 적이 어디 한두 번이었어야지.”
“맞아, 형은 맨날 괜찮다고만 하니까.”
“그거 나쁜 버릇이다, 유하.”
도지혁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유찬희마저 눈을 부라리며 그렇게 덧붙이고 거기에 천세림과 에이든 리가 한마디씩 말을 더하는 것에, 나는 결국 대꾸하는 걸 포기하고 말았다.
‘하…….’
나는 가만히 차 시트에 몸을 파묻고서는 입을 다물었다. 꼭 죄인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이유가 있었다고 설명할 수도 없고.’
억울함이야 느껴졌지만 어떻게 설명할 길이 없었다. 이놈들은 이미 내가 체력 관리를 단단히 잘못하고 있다고 단정 짓고 사람을 몰고 있었으니까.
‘뭐, 됐다……. 위화감 느낀 놈만 없으면 됐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상황을 견디기로 했다. 이놈들의 반응도 일리는 있었기 때문이다.
-원유하!
-유하야, 괜찮은 거 맞아? 병, 병원을…….
-…저 괜찮아요.
방송이 끝나고 카메라가 모두 꺼진 후, 나는 세트장을 내려오다 온몸에 힘이 풀려 땅을 딛자마자 앞으로 거꾸러졌다.
지금 와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정말 죽을 뻔했으니까.’
멈추었던 시간이 돌아가고 MC의 말에 맞추어 카메라를 향해 합동 인사를 하는 순간에도 나는 직전에 겪어야 했던 일들을 계속해서 머릿속으로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카운트다운이 되듯 깎여 가던 운 수치, 죽음밖에 없을 미래로 회귀하라는 ‘알 수 없는 오류’의 시스템 창, 나타난 ‘Admin’의 존재.
누구도 모르는, 나 혼자만 겪었던 그 비현실적인 상황은 계속해서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 듯했다.
인지하지는 못했지만 신체도 충격을 받았는지, 나는 카메라가 꺼지자마자 온몸에 힘이 풀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결국 후들거리는 다리로 겨우 세트장을 내려와 놓고서는 땅을 딛자마자 넘어졌고.
다행히 몸을 추슬러 어찌어찌 일어날 수는 있었으나, 나는 백스테이지로 가자마자 또 한 번 혼절해 버리고 말았다.
‘이번엔 기사화가 안 됐으니 다행이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혼절한 이후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깨어난 덕에 이번엔 병원에 가지 않을 수는 있었다. 병원까지 갔으면 정말 빼도 박도 못하게 논란의 주인공이 됐을 것이다.
다행히 에이넷 또한 [디어돌>이 끝난 당일 그런 기사가 나오는 게 좀 찜찜하다고 생각되었는지 관계자들의 입단속을 빡세게 시킨 듯했다. 그 덕에 일단 지금까지 대중은 그날 내가 잠깐 발을 헛디뎠을 뿐이라 생각하고 있는 듯하고.
“건강 검진 결과는 나온 거야, 유하야?”
원래는 서바이벌 바로 다음 날 새롭게 계약서를 써야 했겠지만, 두 번의 혼절에 따른 나의 건강 검진 때문에 우리는 막방 이틀 후인 오늘에서야 5년의 활동 기간 동안 우리의 매니징을 맡아 줄 소속사로 향하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주단우의 물음에 덤덤하게 대답했다.
“건강하대요.”
“혹시 몰라. 정밀 검사도 받아 봐야 할 것 같은데. 너무 자주 쓰러져.”
“…그냥 체력이 쓰레기라 그런 거예요.”
“무슨 병이든 꼭 초기에 잡아야 해.”
“…….”
여기에 더해 강현진까지도 한마디씩을 덧붙여 오는 바람에 나는 결국 영혼 빠진 얼굴로 시선을 창밖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뭔 이야기를 해도 결국 이놈들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임을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형.”
“……?”
그때 천세림이 옆에서 내 이름을 불러 나는 옆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거 우리 집안사람들이 먹는 비법 환약이에요. 먹어요.”
…그리고 뭔가 더없이 의미심장한 환약을 보고는 인상을 찌푸리고 말았다.
“…재료가 뭐냐?”
뭔가 생김새가… 정확히는 색깔이 이상한데.
그냥 환약이라고는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색깔에 내가 물으니, 천세림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다가 산뜻하게 웃었다.
“알면 다쳐요.”
얼굴과는 정반대되는, 답지 않게 낮게 깔린 목소리였다.
“…….”
그에 내가 차마 환약에 손을 뻗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는데.
“원디어 멤버들, 이제 내리실게요!”
“네!”
앞에서 운전을 하던 에이넷 관계자의 외침에 나는 이때다 싶어 천세림을 외면하고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내렸다.
곧 천세림이 뒤에서 아쉽다는 듯 중얼대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 진짜 좋은 건데……. 재료는 좀 불법이지만.”
“…….”
장난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말에 나는 뒤돌아보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가 한 명씩 새로 단장된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동안 관계자는 말했다.
“우선 회의실로 갈 거예요. 오늘 일정에 대해서는 이야기 들으셨죠?”
“네.”
나는 그렇게 대답하며 관계자가 말해 주었던 일정을 다시 떠올려 냈다.
우리는 오늘, 5년의 활동의 시작점이 될 계약서를 작성한 후 원디어의 첫 곡의 콘셉트와 곡의 시안을 확인하고 대표와 만남을 가질 예정이었다.
‘하승혁이랬지.’
아마… KC 총수 일가 막내아들이랬던가.
지난 생에서는 단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이름이다.
때문에 어떤 정보도 없이 우리는 계약서를 작성한 후 대표실의 문을 열었고.
“반갑습니다, 하승혁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대표 이사와 마주할 수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