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113)
“의견은 잘 들었습니다.”
하승혁 대표는 내 말에 그렇게 답하곤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던 태블릿 PC를 집어 들었다. 그가 든 태블릿의 화면에는 두 개의 음악 파일이 떠 있었다.
“하나는 기존에 KC ENM이 수급해 두었던 곡이고, 하나는 에이든 씨의 곡입니다. 수급된 곡들 중 로드 엔터 A&R 팀의 직원 투표로 두 곡을 남겨 두었죠.”
“그 말씀은…….”
KC가 수급해 뒀던 곡의 수는 꽤 됐을 거다. 그런데 그중에 단 두 곡만이 살아남았고, 거기에 에이든 리의 곡이 있다는 건…….
‘…이미 가능성은 인정한 상태였군.’
나는 떨떠름한 얼굴로 하승혁 대표를 바라보았다. 이미 최종까지 에이든 리의 곡을 살려 뒀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괜히 투자 가치를 논하며 우리들의 반응을 떠봤단 걸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하승혁 대표는 별다른 말 없이 태블릿 PC에 담겨 있던 노래 중 한 곡을 재생했다. 그러자 멤버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자신들의 데뷔곡이 될지도 모르는 노래를 여섯 명이 신중하게 듣는 동안.
‘이건…….’
나는 곡의 인트로를 듣자마자 그것이 굉장히 귀에 익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이딘의 데뷔곡이다.’
하승혁 대표가 재생한 곡이 내 회귀 이전, [디어돌>의 프로젝트 그룹이었던 아이딘의 데뷔곡이었기 때문이었다.
아이딘은 과거 중독적인 기타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조금은 분위기가 가라앉은 팝 댄스 곡으로 활동의 시작을 끊었다.
아이딘의 방향성은 그룹의 이름에 포함되어 있는 ‘IDEAL’이라는 단어에 걸맞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런 콘셉트를 살리기 위해 아이딘은 데뷔곡에 약간은 어두운 방황을 겪고 있는 소년들의 모습을 담았다.
[디어돌>을 통해 이미 형성되어 있는 팬층을 굳히기 위한 적당히 멋스러운 콘셉트와 여름을 겨냥해 나온 트렌디한 사운드. 이지 리스닝과 콘셉트 사이에서 나름대로 균형을 잘 탄 곡.적당히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발매 직후 아이딘의 데뷔곡 ‘Beyond the wall’은 무난한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작곡가가 성범죄 사건을 일으켰었지.’
곡을 작곡했던 작곡가가 아이딘의 첫 활동이 마무리될 즈음 성범죄를 일으켜 입건이 되었던 것이다.
시작은 화려했으나 끝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결국 ‘Beyond the wall’은 아이딘의 팬들에게는 어딘가 찝찝한 곡으로 남고야 말았다.
안 들을 수도 없지만 듣기에도 뭔가 애매한, 그런 곡이 되어 버린 것이다.
“…좋은데.”
“저도 좋아요.”
다만 노래만 두고 봤을 때 ‘Beyond the wall’은 완성도가 높은 곡이었다. 에이든 리 또한 가늘어진 눈으로 제 경쟁 곡이 될 노래를 듣곤 고개를 끄덕일 만큼.
그다음으로 하승혁 대표는 에이든 리의 노래를 재생했다. 대충 편한 영어 가사를 덧붙여 가이드 녹음을 진행한 듯 에이든 리의 음성이 흘러나왔고.
“…난 이게 좋아.”
“저도요.”
곡이 끝난 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또 한 번 놈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딘과는 달라야 하는 원디어의 방향성, ‘Beyond the wall’의 작곡가가 일으킬 사건에 대한 우려를 다 빼놓고 그저 노래만 두고 보았을 때도, 에이든 리의 곡은 결코 아이딘의 데뷔곡에 꿀리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더 좋지.’
그 때문에 곡을 듣자마자 확신할 수 있었다. 달라진 인지도, 달라진 멤버, 이 모든 것을 살리기 위해서는 이 곡이 제격이라는 걸.
“직원 투표로는 동점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의 의견을 들어 보려 합니다. 기존에 수급된 곡 ‘Beyond the wall’의 경우 이미 회사의 A&R 팀에서 콘셉트를 비롯해 뮤직비디오의 방향까지 결정해 둔 상태입니다. 다만 에이든 씨의 곡은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죠.”
“…….”
“회사에서는 여름 데뷔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3분기를 넘길 생각이 없단 뜻입니다. 그러니 만약 자체 제작으로의 길을 택하시겠다면 시간은 많이 드리지 못합니다. 일주일 드리죠.”
지금은 7월 초. 이미 곡이 나와 있다지만, 여기에 가사를 붙이고 안무를 만들고 기획을 거쳐 앨범을 제작하는 데까지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할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3분기 안쪽으로 데뷔를 이뤄 내려면 일주일이 한계였다.
“어느 쪽이든 여러분의 의견을 존중하겠습니다. 다만.”
하승혁은 그렇게 말하며 태블릿 PC를 테이블 위에 올려 두고 내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리고 천천히 말을 덧붙였다.
“…어떤 결과를 맞든 그에 따른 책임은 여러분이 지셔야 할 겁니다. 선택하십시오.”
이미 예견된 안정성을 택할 것이냐, 불안정성을 택해 쪽박이라는 리스크를 짊어지고서라도 더 큰 대박을 노릴 것이냐.
그렇게 묻는 하승혁에게 멤버들의 시선이 쏟아졌고.
“이든이 곡으로 가는 게 어떨까요.”
“저도 그쪽이 좋아요.”
“음, 저도 이든이 곡에 한 표 던지고 싶습니다.”
“뭐, 촉박한 시간에 몰리는 건 이미 해 본 거고… 별다를 것도 없는데요?”
“좀 갈려 봐요, 우리~ 그쪽이 팬분들도 더 좋아하실 것 같고!”
더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듯, 나와 에이든 리를 제외한 다섯 명의 멤버들은 바로 에이든 리의 곡에 표를 던지곤 놀란 얼굴로 서로를 응시했다.
“아니, 형, 그 이전 곡 좋다더니…….”
“아, 물론 저것도 좋긴 하지. 근데 이든이 곡도 좋으면 좀 더 도전하는 길이 낫지 않아? 좀 빡세긴 하겠지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게 되네, 단합이라는 게.”
그래 놓고 조금의 의견 충돌 없이 모두의 마음이 한 번에 맞아떨어졌단 것이 신기한 듯 대표를 앞에 두고 쑥덕댔지만.
‘…뭐, 이럴 줄 알았지.’
솔직히 에이든 리의 곡이 완성도가 떨어졌다면 멤버들은 한 치의 이견 없이 바로 ‘Beyond the wall’을 선택했을 것이다.
우리가 결정하는 것은 앞으로의 활동 방향성을 대중에게 처음으로 선보일 데뷔곡이었다. 멤버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더 좋은 곡이 있음에도 굳이 떨어지는 곡을 선택하려 할 만큼 이놈들은 말랑하지 않았다.
‘그 정도의 정신머리를 가지고 있다면 애초에 이 자리까지 살아남지도 못했을 테고.’
다들 욕심 하나만큼은 엄청나니까.
에이든 리의 곡이 ‘Beyond the wall’에 전혀 꿀리지 않고 도전할 만한 가치가, 그리고 더 큰 대박을 노릴 여지가 남아 있다면 다섯 명이 굳이 안정성을 택할 것 같진 않았다.
무엇보다도 에이든 리 또한 자신감이 없었다면 애초부터 곡을 보내지 않았을 거다. 그렇기에 나는 너무나도 쉽게 이 여섯이 후자를 고를 거라 예상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가라앉자 하승혁 대표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내일부터 일주일간 여러분께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오늘 A&R 팀에는 여러분의 결정을 전달해 두도록 할 테니 언제든 협업을 요청하십시오. 일주일 후 완성본을 확인하도록 하죠.”
하승혁 대표의 말을 마지막으로 곧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며 회사의 안내와 각 팀의 소개를 진행해 줄 직원 한 명이 나타났다.
그에 멤버들은 하승혁 대표에게 인사한 후 방을 나서기 시작했고, 나 또한 발걸음을 옮겼다.
“…….”
그러다 문득 떠오른 것이 있어 멈추어 섰지만.
“대표님, 한 가지만 여쭤도 되겠습니까?”
나는 잠시 동안 고민하다가 몸을 돌려 하승혁을 바라보았다. 소파에서 일어서 제 책상 쪽으로 다가선 하승혁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어보십시오.”
떨어진 허락에 나는 어느새 은테 안경을 다시 얼굴에 쓴 하승혁에게 질문했다. 아까 전부터 묻고 싶었지만, 에이든 리가 자리에 있어 묻지 못했던 물음을.
“‘Beyond the wall’과 에이든의 곡 중 대표님은 뭘 선택하셨습니까?”
“…….”
대표 또한 이 회사의 직원이다. 그리고 직원 투표 결과는 반반.
대표라는 입장이기에 투표를 던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지만, 나는 그가 의견을 냈을 거라 짐작했다. 하승혁이라는 대표는 그저 상황을 두고 보기만 하는 관리자는 아닌 듯하니까.
내 물음에 하승혁은 물끄러미 날 바라보았다. 내 의중을 꿰뚫는 듯한, 날카로운 눈으로.
“……!”
그리고 나는 잠시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으로 하승혁 대표의 얼굴 위로 옅은 웃음이 걸렸기 때문이었다.
하승혁 대표는 책상에 몸을 기대고 나른하게 앞쪽으로 손을 올려 깍지 껴 잡았다. 그러고는 순순히 대답했다.
“…에이든 씨의 곡입니다.”
“…그렇군요.”
나는 원하던 대답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뒤돌아보지 않고 방을 나섰다.
“뭐야? 무슨 이야기했어?”
“별것 아냐.”
앞에서 멀뚱멀뚱 기다리고 있던 에이든 리가 나를 툭 치곤 물었지만 나는 정확히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홀로 생각했다.
‘성공하겠네.’
그건 일종의 직감과도 같았다.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강렬한 확신 말이다.
* * *
하승혁 대표의 방에서 나온 우리들은 회사를 안내받고 이후의 활동에 대한 대략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디어돌>이 워낙 큰 성공을 거둔 탓에 아직 데뷔 이전임에도 수없이 많은 광고와 방송 출연 요청이 들어와 있다고 했다. 그렇기에 앞으로 우리는 앨범 제작을 하면서 쏟아지는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다.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처음으로 시작된 스케줄은…….
“자, ‘원디어’ 첫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리얼리티 촬영이었다.
‘빠지면 섭하지.’
리얼리티 촬영은 기존에 이미 잡혀 있던 일정이었다. [디어돌> 방송을 통해 형성된 팬층을 코어로 굳히기 위해, 그리고 인지도를 더욱 높이기 위해 에이넷은 원디어의 단독 리얼리티가 무조건 제작되어야 한다고 여겼던 것이다.
어제 하승혁 대표의 방에서 나온 후 우리는 에이넷의 스태프들을 만나 앞으로의 촬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앞으로 일주일 동안 진행될 촬영. 그리고 단독 리얼리티의 콘셉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우리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리얼리티의 제목은 「DESIGN YOUR ONEDEAR!」입니다.
하승혁 대표가 애초부터 우리가 자체 제작의 길을 갈 거라 예상했음을 리얼리티 기획 단계에서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에이든의 곡에 표를 던졌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역시 머릿속으로 이미 방향성을 다 정해 두고 그에 따른 계획을 짜 두었으면서도 일단 우리들을 떠봤던 거다.
‘말마따나 우리가 자체 제작의 길을 선택하지 않고 ‘Beyond the wall’을 선택했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을 텐데.’
이걸 치밀하다고 해야 할지 대책 없다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리얼리티 촬영의 방향성은 나쁘지 않아 보였다.
‘디자인 유어 원디어라…….’
콘셉트는 간단했다. [디자인 유어 아이돌>이라는 서바이벌을 헤쳐 나와 마침내 하나가 된 7명의 연습생들이 ‘원디어’라는 그룹으로 다시 태어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우리는 일주일간 숙소에 입성해 생활하는 모습과 함께 데뷔곡을 직접 만드는 과정을 보여 줄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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