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115)
“뭐… 무슨…….”
“박수, 박수~!”
나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잠시 놈이 흔드는 대로 팔을 흔들었다. 다만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모르는 건 나만은 아닌 듯했다. 회의실에 둘러앉아 있는 멤버들 또한 어리둥절한 얼굴이었으니까.
“으하하하!”
“대박이다!”
다만 몇 놈은 상황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것처럼 벌써 배를 부여잡고 웃고 있었지만.
“아니, 무슨… 뭐, 뭐예요?”
내가 나도 모르게 말을 더듬자, 도지혁은 내 손을 내려 주고는 내 어깨를 토닥였다.
“아, 역시 운명은 유하 편인가 봐. 이렇게 리더는 유하가 되네.”
“아니… 분명 진 건 형…….”
“그렇지, 유하가 이겼지?”
“근데 제가 왜…….”
“유하야.”
도지혁은 짐짓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당연히 앞으로의 원디어를 이끌 리더는 승리자여야 하지 않겠어?”
“……!”
머리 위로 벼락을 내리치는 것 같은 소리를 꺼냈다.
내가 말문이 막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입만 벌리고 있자, 도지혁은 경악한 듯한 눈빛을 내게 보내며 충격에 빠진 목소리로 물었다.
“설마… 진 사람이 원디어의 리더가 되길 바랐던 거야? 아니지……? 우린 앞으로 승승장구해야 하잖아.”
‘아니, 이 자식…….’
나는 차마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놈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도지혁의 말은 궤변이었으나, 막상 거기에 대꾸할 말도 없었던 것이다.
보통 가위바위보란 게 진 사람이 페널티를 가져가는 게 아니냐고 하면 도지혁은 리더 자리가 페널티냐고 소란을 피울 테고.
진 사람이 리더 자리를 하는 게 아니었냐고 말하면, 그룹 시작을 이렇게 찜찜하게 가게 할 거냐는 말을 할 테고.
‘…졌다.’
뭘 해도 리더 자리는 어찌 됐든 내 차지가 될 터였다. 도지혁은 절대 물러서려 하지 않을 테고, 내가 무슨 말을 꺼내든 더한 소리를 들고 와 어떻게든 날 리더로 몰려 할 테니까.
“잘 부탁해, 유하야~!”
“와~! 우리 리더!”
“형, 파이팅!”
“힘내요, 형…….”
“유하야… 파이팅……!”
“…속 안 썩일게.”
일을 주도한 도지혁 덕에 배를 잡고 웃던 에이든 리와 천세림, 그 뒤를 이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어리둥절해하다 도지혁의 설명에 안쓰러운 표정이 된 유찬희와 주단우, 강현진까지.
그렇게 각기 다른 여섯 명의 축하 인사 속에서 나는 한 가지, 인생의 진리를 깨달을 수 있었다.
‘운이 다가 아니었군…….’
결국 중요한 건 순발력이라는 것을.
그리고.
“단합도 좋은데, 뭔가 그냥 마니또는 재미없지 않을까?”
“…네?”
도지혁의 급발진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지리라는 것을.
* * *
리더를 선출한 후, 우리는 각자 전날에 챙겨 둔 캐리어를 끌고 앞으로 우리가 살게 될 숙소로 향했다.
숙소가 위치한 동네는 다수의 아이돌 그룹이 살고 있다는 한 동네였다. 그중 우리가 살게 될 숙소는 1층에 꽤 괜찮은 경비 시스템을 가진, 나름대로 소속사가 신경을 쓴 티가 나는 아파트였다.
앞으로 우리를 담당하게 될 매니저 형과 만나 그로부터 숙소의 비밀번호를 전해 듣고, 우리는 집으로 들어섰다.
“오~.”
“좋다.”
깔끔하게 정리된 채 소파와 TV를 비롯한 기본 가구들이 채워져 있는 숙소는 적당히 깔끔했다. 7명이 살기에 약간은 좁은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신인치고는 괜찮은 집이라 할 수 있었다.
‘…라이트닝 시절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겠군.’
당시에는 방 한 칸이 딸려 있는 오피스텔에서 2층 침대 두 개를 두고 복닥거리며 살았었다. 사생활이라고는 전혀 보장되지 않는, 서로의 존재에 짜증을 낼 수밖에 없는 거리감을 두고.
‘보안이 전혀 되어 있지 않아 자주 숙소가 털렸었지.’
연습을 하고 돌아온 후 집 안에 찍혀 있는 신발 자국들을 몇 번이나 발견했었는지 모른다.
나는 캐리어를 거실에 두고 방 크기를 살펴보았다. 큰 방 하나와 작은 방 두 개. 인원은 일곱이니 세 명이 큰 방을, 작은 방을 두 명이 쓰면 딱 좋을 듯했다.
리얼리티 촬영을 위해 이미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카메라에 가볍게 손을 흔드는 멤버들과 함께 집을 둘러본 후, 우리는 다시 거실에 모였다.
“그럼, 원디어의 첫 룸메이트 정하기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아이돌 리얼리티의 클리셰라고 할 수 있는 룸메이트 정하기를 시작했다.
다만, 하나만 하지는 않았다.
“먼저 이쪽에 있는 제비를 뽑아 주시고, 이쪽 통에 있는 종이쪽지를 뽑아 주세요!”
룸메이트 정하기뿐만이 아닌 마니또 게임까지 같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니까.
-근데, 우리 마니또도 하면 안 돼요?
먼저 의견을 낸 건 유찬희였다.
로드 엔터에서 숙소로 차를 타고 오면서 유찬희가 한 말에 가장 먼저 천세림이 좋은 아이디어라는 듯 긍정을 표했다.
-아이구, 우리 막내. 형들이랑 친목 다지고 싶었구나?
-야, 무슨 막내는 막내야! 너도 나랑 동갑이면서!
-찬희야, 여기서 누가 유일하게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을까?
-…….
물론 거기에 놀림도 빠지진 않았다.
천세림과 유찬희는 동갑이었지만, 1월생인 천세림은 일찍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상태였다. 덕분에 7월생인 유찬희만 아직 유일하게 교복을 입고 학교를 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 만났을 때 반말을 하라는 에이든 리의 말에 족보 브레이커가 될 생각은 없다면서 능청을 떨더니만, 천세림은 유찬희에게는 족보 브레이커 짓을 아주 톡톡히 하는 중이었다.
‘재밌게 놀고 있는 듯하니 뭐, 됐나…….’
한 놈은 놀리고 한 놈은 놀림당하는 건 [디어돌>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중이었지만, 나름대로 죽이 잘 맞는 것 같으니 됐다.
어찌 됐든 유찬희의 의견은 받아들여져, 천세림은 숙소로 오는 동안 종이를 찢어 각 멤버들의 이름을 적어 상자에 넣어 둔 상태였다.
“그럼 먼저 리더부터…….”
그렇게 리얼리티 제작진 측에서 준비해 준 룸메이트 결정 제비뽑기와 우리가 준비한 마니또 쪽지를 거실 테이블 위에 두고 막 뽑으려 하던 중이었다.
“잠깐만, 얘들아.”
“……?”
천세림의 진행에 따라 테이블 쪽으로 손을 뻗던 나는 도지혁의 제지에 멈추어 섰다. 도지혁은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 조금은 길게 침음하다가.
“있잖아, 역시 그냥 마니또는 별로 재미없지 않을까?”
또 하나의 ‘룰’을 마니또에 추가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마니또라는 게 역시 단합을 위한 게임이잖아.”
“…그렇죠?”
“근데 그것만 하기엔 영 재미가 없단 말이지… 하는 우리들도 보는 시청자분들께도.”
“…….”
뭔가 불안한데.
어쩐지 찜찜한 마음에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하던 도지혁이 손가락을 맞부딪쳐 소리를 내곤 말했다.
“마피아를 추가하자.”
“……?”
“네?”
마니또에… 마피아를 추가하자고?
잠깐 동안 멤버들의 얼굴 위로 의문이 떠올랐다.
뒤에 숨어 정체를 숨긴 채 서로를 위해 주다가 마지막에 정체를 밝히고 하하호호 웃으며 끝나는 마니또.
정체를 숨긴 채 게임을 이어 가면서 한 명씩 서로를 죽이는 마피아.
‘이 두 개를… 엮자고?’
영 합쳐지지 않는 두 게임에 모두가 어리둥절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자니, 도지혁이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마니또를 이대로 진행하되 마피아의 룰을 조금 섞자는 거야.”
도지혁이 설명한 룰은 이랬다.
먼저 멤버들은 한 명씩 기존의 마니또처럼 종이쪽지를 뽑아 자신이 뽑은 멤버에게 최소 세 개의 선행을 한다. 다만 그게 눈에 보이는 선행이어야만 한다.
그리고 멤버들은 각자 일상 속에서 멤버들을 눈여겨보며 자신의 마니또가 누구일지에 대해 추리한 후, 마니또 게임이 끝나는 날 그 추리를 발표하며 자신의 마니또를 밝혀 내는 것이다.
“추리의 이유도 세 개씩은 있어야 해. 예를 들어 내가 유하가 내 마니또라고 생각한다면, 나는 내가 알아낸 유하의 알리바이를 세 개 발표하는 거지.”
“오… 그럼 만약 마니또를 밝혀내지 못하면요?”
“일주일 동안 열과 성을 다해 상대방을 위해 줬는데 생판 다른 사람을 지목한다? 마니또에겐 너무 상처가 되는 일이지. 그렇다면 준 만큼 되돌려 받아야 하지 않겠어?”
도지혁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마니또를 제대로 밝혀 내지 못한 멤버는 자신의 마니또였던 멤버의 노예가 되는 것은 어떠냐고 말했다.
다만 정체를 발각당한 마니또에게 별도로 가해지는 페널티는 없다고 했다. 선행을 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그 또한 노예가 되어야 하지만, 선행을 충분히 했고 그에 대한 추리를 상대방이 완벽하게 해냈을 경우에는 벌칙에선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즉 이 (신)마니또는 이런 게임이었다.
‘최대한 내가 마니또임을 숨겨서 상대방 엿 먹이기.’
…머리를 굴리고 심보를 못되게 쓸수록 더더욱 재미있어지는, 그런 게임 말이다.
“시기는 딱, 우리 쇼케이스까지.”
8월 말로 예정돼 있는 데뷔 쇼케이스까지는 아직 두 달 정도가 남아 있었다. 그 기간 동안 노예를 하라니.
“…안 할 수는 없죠?”
“형, 겁나요?”
“아니, 난 겁난다고는 하지 않았…….”
“그럼 해요, 우리~! 재밌겠다!”
불길한 미래를 예감한 듯 떨떠름한 얼굴로 발을 빼려 하던 강현진의 시도가 에이든 리의 능숙한 도발로 저지당한 후, 우리는 결국 (신)마니또를 진행하기로 했다.
‘…뭐가 됐든 도지혁이랑만 안 얽히면 좋을 것 같은데.’
나는 가장 먼저 테이블 앞에 서며 찜찜한 마음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도지혁, 천세림. 이 두 명은 애초에 [디어돌>에서도 단 한 번도 분위기에 말려들어 가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는 멤버였다. 이런 심리나 눈치 싸움에 강할 게 분명했다.
‘최대한 속 보이는 놈이 날 담당했으면 좋겠군.’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제비와 함께 종이쪽지를 뽑았고.
“…….”
「당신의 친구는 ‘도지혁’입니다.」
…이게 좋은 일일지 나쁜 일일지에 대해 한참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도지혁을 물 먹이는 건…… 물 건너간 듯 보였기 때문이다.
* * *
어느새 룸메이트 정하기보다 더욱 열을 올리게 된 마니또 뽑기가 끝난 후, 우리는 뽑은 제비에 따라 각자의 방으로 이동했다.
내가 뽑은 제비의 끝은 파랗게 물들여져 있었고, 파란 제비를 뽑은 사람은 총 두 명이 더 있었다.
바로…….
“오, 유하랑 같은 방~! 형도 잘 부탁해요!”
“아, 응. 6개월 간 잘 부탁해.”
에이든 리와 강현진이었다.
‘…무슨 조합이냐, 이게.’
익숙한 듯 낯선 조합이었다. 물론 나와 에이든 리, 강현진은 [디어돌> 3차 경연 때 같은 팀을 해 본 적이 있기는 했지만, 강현진과 에이든 리는 그때도 그다지 친하진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한 놈은 시끄럽고 한 놈은 조용하다. 그렇게 두고 보면 나름대로 밸런스가 맞춰졌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보인다, 미래가.’
에이든 리의 하이 텐션에 말려들고 말… 강현진이.
“형, 짐은 뭐 싸 왔어요? 형도 셀프 캠 찍었죠?”
“어? 아, 나는 그냥… 연습복이랑 책, DVD 정도.”
“오, 해X포터? 형도 해X포터 좋아해요? 나 완전 좋아해요.”
“…너도 좋아해?”
“나 영국에서 왔잖아요. 나 킹스크로스에서 찍은 사진도 있는데, 볼래요?”
“……! 응.”
지금도 벌써 약간은 어색해하는 듯하던 강현진이 에이든 리의 친화력에 말려들어 가는 모습이 보였다. 저쪽은 죽이 잘 맞을 듯했다.
‘…에이든 리의 대화가 끊길 것 같지 않다는 점이 좀 불안하지만.’
강현진은 아닌 척하면서 굉장히 물렁한 놈이었기에, 에이든 리가 말을 거는 족족 대답을 해 줄 확률이 높았다. 왠지 새벽마다 릴레이 대화가 이어질 것 같았다.
‘귀마개를 하나 사자.’
친해지면 좋지……. 그렇게라도 그룹에 마음을 더 붙일 수만 있다면…….
생각해 보면 강현진과 에이든 리는 두 명 다 ‘기존 멤버 모두 유지’라는 시나리오의 조건 유지를 위해 면밀히 살펴봐야 할 요주의 인물들이었다.
활동 초기, 무엇보다도 불안정한 시기인 만큼 앞으로 육개월간 같은 방을 쓰며 두 명의 분위기를 살피는 것도 나쁘진 않아 보였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캐리어를 풀고 그 안쪽에서 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있잖아, 유하.”
“……?”
강현진과 이야기를 나누던 에이든 리가 슬그머니 내게로 다가와 무언가를 속삭여 와, 나는 놈에게로 고개를 돌렸고.
“우리 동맹 맺을래?”
뜻밖의 제안과 마주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