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116)
“…동맹?”
“응, 우리 서로 누구 마니또인지 알려 주고 도와주자.”
“너랑 나랑?”
“응, 우리 둘만.”
나는 물끄러미 에이든 리를 바라보았다. 싱글대는 얼굴의 에이든 리는 꾸밈 하나 없다는 양 해맑아 보였다.
나는 놈의 뒤를 돌아보았다. 강현진은 캐리어에 있는 짐을 하나씩 꺼내어 서랍장에 옮겨 담고 있는 중이었다.
“형!”
내가 부르자 강현진이 고개를 돌렸다. 나는 에이든 리를 가리키며 물었다.
“형, 얘랑 동맹 맺었죠.”
그러자 강현진이 깜짝 놀라며 짐을 정리하던 손을 멈추었다. 어떻게 알았냐고 묻는 것 같은, 설마 내게 말했냐는 듯 배신감 섞인 얼굴로 에이든 리를 바라보는 강현진의 모습을 확인하고 나는 되물었다.
“…둘만?”
“아, 유하 눈치 너무 빨라.”
혀를 차며 아쉬워하는 에이든 리의 모습에 나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눈치가 빠른 게 아니라.’
그냥 네가 이런 게임에서 동맹을 맺을 것 같진 않다는 굳은 확신이 있어서 그랬던 건데.
에이든 리는 재미를 그 무엇보다도 중시하니까.
놈의 성격상 누구 한 명과 동맹을 맺고 자신의 정체를 발각당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보단 한 명이라도 더 많은 멤버가 혼란에 빠지기를 바랄 터.
지금 모습을 보니 딱히 제가 여기저기 문어발 동맹을 남발하고 다니는 걸 들켜도 별달리 곤란해하는 것 같지도 않고.
‘이 자식, 목표는 그냥 분탕질이군.’
최대한 판을 재밌게 꼬아 놔서 예측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 그걸 위해 에이든 리는 앞으로도 다른 멤버들에게 동맹 제의를 남발하고 다닐 듯했다.
물론 천세림이나 도지혁이 이놈의 분탕질에 걸려들 것 같진 않다만, 강현진에 이어 주단우나 유찬희라면 이놈의 제안에 말려들 가능성도 있어 보였다.
“…적당히만 해라.”
“히히.”
어차피 재미로 하는 게임이니만큼 뭘 어떻게 하든 제지할 마음은 없지만, 나는 적당히 그렇게만 말해 두었다.
‘뭐… 그쪽이 더 방송이 재미있어질 것 같기도 하고.’
마피아를 추가한 마니또 게임. 거기에 에이든 리처럼 애초에 멤버들 사이 혼란을 주는 것만을 목표로 하는 놈이 한 명쯤 있어 주면 상황이 더 재미있게 돌아갈 터였다.
‘내가 노예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짐 정리를 끝냈다.
그런 식으로 안이하게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는 걸 끝내 깨닫지 못하고.
* * *
“자, 그럼 아이디어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마침내 짐 정리를 끝내고 다시 모인 거실. 이번에도 역시 사회자로 나선 천세림이 한손에는 보드마카를 든 채 회의의 시작을 알렸다.
오늘 우리의 회의 안건은 간단했다.
“콘셉트부터 정해 보죠.”
바로 하승혁 대표에게 전달하기 위한 곡을 창작하는 것이었다.
‘시간이 없어.’
곡은 완성되어 있다고 한들 붙여져 있는 가사는 에이든 리가 적당히 발음이 좋은 대로 가져다 붙인 가안이다.
게다가 이전에도 그랬듯 에이든 리는 곡의 서사를 기획해 놓지 않은 상황. 우리는 곡에 서사를 붙이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했다.
남은 시간은 단 일주일뿐이고.
‘빡빡하군.’
아무리 [디어돌> 때 여러 번 촉박한 시간에도 창작을 해 본 경험이 있다 한들, 상황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당장 내일부터 우리에게는 예정돼 있는 스케줄이 있다. 그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창작을 해내야 하는 만큼, 일주일을 온전히 연습과 창작에 쓸 수 있었던 [디어돌> 때와는 달리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러니 최대한 오늘 안에 많은 것을 해결해 두어야 했다.
“먼저 우리 그룹의 지향점을 생각해 두고 가야 할 것 같아.”
“지향점이요?”
멤버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듯, 우리는 둘러앉자마자 지체하지 않고 바로 회의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도지혁이었다. 반쯤 손을 들고 주목을 끈 도지혁은 우리들의 시선이 모이자 말을 이었다.
“아이돌 메이커님들께서 만들어 주신 우리 그룹명의 뜻은 사랑을 받기를 원한다는, 그리고 하나의 사랑이 되기를 기원한다는 뜻이잖아. 나는 그런 걸 살리며 가 보고 싶은데.”
“메시지는 좋지만 아직 너무 포괄적인 것 같아요. 사랑이라는 키워드로 담을 수 있는 게 너무 많아.”
강현진이 우려된다는 투로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사랑’이라는 키워드는 담을 수 있는 것이 너무 많아 오히려 명확한 이미지를 떠올려 내기가 어려웠다.
‘애초에 대중가요라는 게 대부분 사랑을 노래하고 있기도 하고.’
연인에 대한 사랑, 부모님에 대한 사랑, 친구에 대한 사랑, 마지막으로 팬분들에 대한 사랑까지.
사랑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서사와 이미지, 분위기는 곡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결국 대중가요에서 가장 주된 이야깃거리는 ‘사랑’이었다.
우리는 그 수많은 이야깃거리 중 ‘원디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서사와 콘셉트를 잡아내야 하는 것이었다.
“으으음, 그럼 역시 첫 곡이니까… 팬분들에 대한 사랑?”
“팬분들에 대한 사랑을 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그런데 거기에 뭔가… 뭔가가 더 있어야 할 텐데. 그냥 고맙단 감정만 담으면 되는 게 아니니까.”
“응……. 그리고 거기에 최종적으로 우리만의 색깔을 덧입혀야 할 것 같아. 앞으로 우리가 뭘 보여 줘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하고…….”
“어렵다…….”
“이든이는? 곡 만들 때 무슨 느낌으로 했어?”
“멋진 곡 만들자?”
“…으응, 멋진 곡이긴 하죠…….”
에이든 리에게 물었다가 별다른 말을 들어 내지 못한 멤버들이 다시금 어떤 ‘사랑’의 주제를 곡에 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 토론하고 있을 때였다.
나는 물끄러미 태블릿 PC 위에 떠 있는 원디어의 로고를 바라보았다.
7개로 이어진 별자리, 주변에 흩어져 있는 별. 둥근 원과 거기에 얽혀 있는 문 형태의 D자.
그 형태를 덧그리듯 머릿속에 새기던 내 머릿속에 섬광 같은 깨달음이 스쳐 지나간 건 바로 그 순간이었다.
‘…이거.’
잘만 만지면…….
“…….”
나는 고개를 들어 아이디어를 하나씩 제시하고 있는 멤버들을 바라보았다. 이미 화이트보드 위에는 멤버들이 쏟아 낸 다양한 ‘사랑’의 키워드들이 적혀 있었다.
그 아이디어들을 본 순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생각은 곧 확신이 됐다.
그에 나는 지체하지 않고 바로 손을 들었고, 멤버들의 시선이 내게 꽂혔을 때.
“그냥 다 하죠?”
멤버들에게 제안했다.
“어?”
“응?”
내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멤버들의 얼굴이 어리둥절해졌다. 하지만 나는 화이트보드에 빼곡히 적힌 ‘사랑’의 키워드들과 우리 그룹의 로고를 보며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굳이 한 가지만 고를 필요가 있나?’
멤버들이 너무 포괄적이라고 여긴 우리 그룹의 지향점은 생각해 보면 그렇기에 더욱 매력적인 결과물을 낳을지도 몰랐다.
왜냐하면.
“그냥 그 서사들을 다 담으면 되잖아요, 우리.”
수많은 가능성이 담겨 있는 만큼, 콘셉트에는 제약이 없단 뜻이었으니까.
나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서 천세림이 있는 화이트보드 쪽으로 다가갔다.
“어렵진 않을 것 같은데. 데뷔곡으로 방향만 보여 준다면. 그리고 앨범명은… 이걸로 하는 건 어때요?”
나는 멤버들이 쏟아 낸 키워드가 적힌 화이트보드 위쪽으로 글자를 적어 넣고 보드 마커의 뚜껑을 닫았다. 그리고 진지해진 멤버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우리가 할 말은 간단하잖아요.”
너무 거창할 필요도, 복잡할 필요도 없다.
즉 우리가 데뷔곡으로 대중들에게 말해야 하는 건 어쩌면 간단했다.
“보여 드려야죠, 우리 가능성.”
앞으로의 원디어에게는 한계가 없고, 지금 우리는 그 시작점에 서 있다고.
* * *
이후의 일은 일사천리로 흘러갔다.
나는 먼저 이후의 앨범 방향성과 데뷔곡에 대한 아이디어를 조금 더 상세히 정리해 멤버들에게 들려주었다.
처음에는 내 말뜻을 알아듣지 못하던 멤버들은 이후 이어진 설명에 곧 고개를 끄덕였고, 다행히 긍정을 표했다.
-진짜 별것 없는데… 되게 뭐가 있어 보이네.
그리곤 한마디로 내 콘셉트에 대해 평가했다.
나는 그 말에 수긍했다.
‘실은 내가 떠올린 콘셉트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수준의 아이디어니까.’
내가 떠올린 아이디어는 특별하지 않았다. 원디어라는 그룹이 뭐가 될 수 있는지, 무엇을 할 건지를 보여 주자는 거였으니까.
똑같이 포괄적이지만, 나는 거기에 적당한 콘셉트를 추가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의 기획이 잡히고 로드 엔터의 A&R 팀과의 회의를 거쳐 가사를 작성해 녹음까지 끝마치기까지 걸린 기간은 단 나흘.
‘체력을 갈았다.’
밤을 새워 가며 나흘을 보낸 후 남은 시간은 이제 사흘. 그동안 한 건의 광고 촬영과 한 건의 잡지 촬영, 단체와 개인 프로필 사진의 촬영을 마치고.
“이 구성은 이쪽으로…….”
“대형은 이렇게?”
“그럼 포인트 안무는 이렇게 가죠?”
우리는 로드 엔터의 연습실에 틀어박혀 있는 중이었다.
“이상하다.”
“뭐가?”
창작과 동시에 연습을 진행하고 있는 탓에 또 한 번 안무가 강현진과 도지혁, 천세림에 의해 수정되고 있던 때였다. 거울에 붙어 앉아 상기된 얼굴로 물을 마시던 유찬희가 조용히 입을 열곤 말했다.
“저희 [디어돌> 끝난 거 같은데 왜 달라진 게 없죠?”
“…….”
“실은 모든 게 꿈이었을까…….”
“…잠깐 자라.”
이 며칠 동안 밤을 새워 가며 기획을 다듬고 가사를 창작한 후 녹음을 진행하느라 멤버들은 거의 잠을 못 잔 상태였다. 그러면서 동시에 연습까지 진행하고 있으니, 멘탈이 털릴 만도 하지.
‘솔직히 빡세다.’
스케줄 때문에 이동하는 중간중간 잠을 자 가며 보충하고 있기는 했지만, 솔직히 나도 거의 한계에 달해 있었다.
‘이러다 진짜 죽겠는데.’
하승혁 대표에게 컨펌을 받기 전에 응급실에 실려 가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내일 오전에는 스케줄이 없으니 새벽 연습이 끝나면 멤버들과 일단 숙소로 돌아가 잠을 좀 자야 이후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 듯했다.
그런 마음으로 나 또한 물을 마시고 있을 때였다.
“……?”
문득 정수기 옆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에이든 리와 주단우의 모습이 보여,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에이든 리가 은밀한 태도로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고, 주단우는 가만히 그것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중이었다.
곧 에이든 리가 할 말을 다 하기라도 한 듯 손을 휘저으며 주단우에게서 멀어졌기에, 나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형.”
“……! 아, 응!”
“방금 뭐예요?”
텀블러에 물을 담고 있던 주단우에게 묻자, 주단우가 어색한 얼굴로 에이든 리를 흘긋거렸다. 에이든 리는 어느새 혼자 있는 유찬희에게 다가가 또 뭔가를 말하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차마 무언가를 말하지 못하고 있는 주단우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이거 지금 넘어간 것 같지.’
에이든 리의 분탕질에 넘어가 동맹 약속이라도 했나.
안 봐도 뻔했다.
나는 가볍게 한숨을 쉬곤 물었다.
“형, 누구 마니또예요?”
“어?”
그에 주단우가 당혹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거 에이든한테 알려 줬어요?”
“…아직…….”
“쟤랑 동맹 맺긴 했고요?”
처음에는 우물쭈물했지만, 주단우는 계속된 내 물음에 결국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떻게 알았어……?”
역시.
에이든 리는 아마 주단우와 동맹을 맺고 어떻게든 주단우가 누구의 마니또인지 알아내 그걸 상대방에게 알림으로써 주단우를 노예화 시키는 게 목표일 터였다.
‘그렇게 둘 순 없지.’
결국 재미를 위한 게임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에이든 리의 분탕질로만 판이 돌아가도 재미가 없을 거다.
몇 명은 노예가 되고 몇 명은 노예가 되지 않는 게 제일 안정적이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에이든 놈의 분탕질에 멤버 전체가 노예화될지도 몰랐다.
‘눈치가 없지 않으니까, 에이든은.’
저렇게 박쥐처럼 돌아다니며 무턱대고 동맹 제의를 하면서 거절당해도 그러는 동안 면밀히 주변을 살피고 있는 중일 터였다.
‘어쩌면 이미 몇 놈 알아 뒀을 수도 있고.’
그렇다면 일단 한 명이라도 에이든 놈의 마수에서 지켜 내야 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눈치를 보고 있는 주단우에게 말했다.
“그 동맹 신청 지금 저랑 현진이 형, 저기 유찬희까지 받고 있으니까요. 지혁이 형이랑 천세림까지 받았을지도 모르고.”
“어?”
“그니까 형, 지금 정해요.”
나는 어느새 에이든 리의 곁에서 놈의 말을 들으며 열성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유찬희에게서 고개를 돌리곤 주단우에게 제안했다.
“저놈이랑 한 동맹 깨고 저랑 동맹 맺을래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