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119)
“원디어의 데뷔 타이틀곡은 에이든 형의 곡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와!!”
순식간에 회의실 안이 멤버들의 박수 소리와 환호로 가득 찼다. 화면에 틀어진 동영상에서 전날 밤의 우리가 촬영한 안무와 녹음된 곡이 흘러나왔다.
“하…….”
스크린에 재생되는 동영상을 확인한 에이든 리가 책상 위로 엎어졌다. 그 모습을 보며 다른 멤버들이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게 보였다.
‘아닌 척하더니.’
긴장하긴 했었나 보다.
아침부터 어딘가 평소와는 달리 웃고 있으면서도 내내 어딘가 정신이 딴 데 팔려 있는 것 같더니만, 제 곡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한들 그게 대중에게 먹힐지는 자신조차 확신하지 못한 듯했다.
“우냐?”
“안 울어!”
내가 골리듯 말한 것에 에이든 리가 욱한 듯 엎어져 있던 책상에서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는 그제야 기쁨이 온전히 느껴지는지 시원한 얼굴로 씩 미소 지었다.
“축하해요, 형!”
“우리 대박 나자!”
그제야 마음이 놓인 듯 멤버들 또한 쏟아지듯 축하 인사를 건넸다.
제 곡으로 첫 타이틀 곡을 따냈다는 성취감에 기뻐하는 에이든 리에 이어 다른 멤버들 역시 스스로 의견을 내 완성한 곡으로 데뷔를 할 수 있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기색이 만연했다.
“자, 그럼 이제 한 가지 더! 남아 있는 게 있죠.”
그렇게 모두가 기쁨 속에서 타이틀 곡에 대한 기대감 섞인 말들을 주고받은 후, 어느 정도 분위기가 가라앉자 천세림은 또 한 번 모두가 기다리고 있던 화제를 꺼냈다.
“바로 마니또 정체 공개입니다!”
천세림은 동영상이 틀어져 있던 스크린을 치우고 가려져 있던 화이트보드를 공개했다. 이미 보드 위에는 원디어 멤버 일곱의 이름이 동그랗게 쓰여 있었다.
그에 멤버들이 직전의 훈훈한 모습과는 달리 의심에 가득 찬 눈길로 서로를 훑어보았다. 순식간에 침묵에 잠긴 회의실에서 천세림만이 웃고 있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다들 자신의 ‘마니또’가 누군지 추리는 잘하셨을까요?”
“자신 있다!”
“…솔직히 자신 없다…….”
호기롭게 외치는 에이든 리 같은 놈이 있는가 하면 벌써부터 불안한 얼굴로 제 머리를 짚는 강현진까지. 그런 멤버들 사이에서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천세림이 흘깃 나를 바라보았다.
“자, 그럼 지난 7일간의 (신)마니또를 다들 어떻게 즐기셨는지 확인해 볼까요?”
천세림의 말에 멤버들이 벌써부터 불안한 얼굴로 제 바지주머니에 있던 종이쪽지를 주섬주섬 꺼내기 시작했다.
나 또한 그런 멤버들과 함께 아침에 숙소에서 작성한 종이, 즉 내 마니또가 누구일지에 대해 적어 놓은 ‘선행 알리바이’를 꺼내놓았다.
‘이게 맞나.’
당장 직전까지도 몇 번이나 고려를 하며 알리바이를 수정했지만, 역시나 확신이 들지는 않았다.
뭔가 거대한 함정에 말려든 것만 같은,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것 같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던 것이다.
‘…뭐, 상관없지. 겨우 게임인데.’
그에 종이를 펼치는 것을 망설이고 있던 나는 곧 가볍게 한숨을 쉬며 알리바이를 적은 종이를 완전히 펼쳐 두었다.
어차피 단독 리얼리티의 재미를 위해 급조된 게임일 뿐이다. 상대 멤버가 정도 이상의 것을 시킬 일도 없고 괜히 그런 것으로 마음 상해할 일도 없었다. 재미로 하는 일일 뿐이지 않나.
‘좀 불안한 건 천세림이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큰 긴장감을 느끼고 있지는 않았다. 어젯밤 천세림의 호기로움이 좀 걸리기는 했지만, 어차피 내가 놈의 노예가 될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눈치가 빠르다고 한들 네 명의 마니또를 맞추진 못했겠지.’
바로 어제 한 내기다. 좀 더 추리를 해 보려고 해도 시간이 모자랐을 터.
천세림이 각 멤버들의 마니또를 전부 꿰고 있을 리가 없으니, 결국 내가 천세림의 노예가 될 일은 없다고 봐도 좋았다.
“사회자의 권한으로 순서는 임의로 정했습니다. 가장 먼저, 찬희!”
“아, 왜 나야!”
“원래 이런 건 막내가 먼저 하는 거야~.”
천세림은 씩 웃으며 엉거주춤 일어서는 유찬희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불안함 반, 짜증 반이 섞인 얼굴로 그런 천세림의 팔을 털어 낸 유찬희가 쭈뼛거리며 회의실의 정 가운데에 섰다.
“저는, 제 추리는…….”
그리고 한 명씩 멤버들의 추리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마니또 시작 이틀째 되는 날 오전 7시 31분! 그날 현진이 형이 절 깨우시고는 편의점에서 죽을 사다 주셨었어요. 그리고 당일 오후 4시 54분에는 광고 촬영하다가 형이 저한테 제가 좋아하는 음료수를 사다 주셨었고…….”
“아, 내 마니또…… 나는 지혁이 형이라고 생각했어. 음, 지혁이 형이야 매번 다정하긴 한데…… 다리 아프다니까 파스도 챙겨 주셨고 또 지혁이 형이 쓰는 목 베개도 하나 새로 구해다 주셨고…….”
“나는 유하! 아무리 봐도 유하가 맞는 것 같아. 마니또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나한테 비타민제도 줬었고, 그다음에도 여러 번 나한테 선물 줬었어! 유하가 먼저 방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언제나 선물이 있었어.”
유찬희, 강현진, 에이든 리는 각자 자신이 생각한 ‘선행 알리바이’를 말하며 자신이 꼽은 용의자를 노려보았다. 그럴 때마다 용의자들은 알 수 없는 미소나 당황한 것 같은 얼굴로 가만히 침묵할 뿐이었다.
“그럼, 다음은 유하 형!”
“으음.”
에이든 리에 이어 차례가 돌아온 것은 나였다. 나는 종이쪽지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서 천천히 내가 생각한 용의자를 밝혔다.
“제가 뽑은 제 마니또는… 세림입니다.”
그리고 나는 천세림이 지난 7일간 내게 보였던 선행들을 하나하나 털어놓았다.
말하지도 않았는데 식사 때마다 날 챙겨 주려 한 것하며 살뜰하다는 말로밖에 표현이 안 될 정도로 나를 챙기려 든 것, 놈이 내게 준 옷 선물이며 마지막으로 전날의 내기까지.
“너무 대놓고 선물이니 선행을 해서 직전까지도 의심했지만 고도의 블러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래서 제 마니또로 세림이를 뽑았습니다.”
나는 그 말을 끝으로 종이를 접고 천세림을 바라보았다. 내 말이 끝나자 천세림은 별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고 박수를 쳤다.
그다음으로 입을 연 것은 도지혁이었다.
“내 마니또는 유하야.”
“…….”
그리고 도지혁은 첫마디로 바로 나를 짚어 내, 나는 최대한 태연한 표정을 유지하기 위해 애를 써야 했다.
도지혁은 그런 내 모습에도 다 알고 있다는 양 씩 웃고는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실은 나는 좀 수를 썼거든.”
“……?”
내가 그에 의아한 얼굴을 하자, 도지혁은 말했다.
“저번에 준 선물 있잖아, 발에 쓰는 쿨링 시트. 그건 유하만 나한테 줄 수 있는 거였거든.”
“네?”
“유하한테만 말했으니까.”
“……!”
“멤버들한테는 모두 다 다른 부위로 얘기했어, 아프다는 곳.”
나는 그 말에 멍하니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장난스러운 미소를 입가에 매단 도지혁은 곧 제가 쓴 수에 대해 더 자세히 털어놓았다.
“먼저 단우한테는 머리가 좀 아프다고 했고, 이든이한테는 목이 아프다고 했지. 현진이한테는 팔, 세림이한테는 눈이, 찬희한테는 어깨가 아프다고 했어. 그러면서 너희가 보는 앞에서 아픈 티도 냈었고.”
그랬다.
도지혁은 내 앞에서 다리가 아프다는 것처럼 종아리를 마사지하거나 발을 돌리고, 지나가는 듯한 혼잣말로 다리의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는 등의 말들을 몇 번 했었다.
‘그래서 정말 많이 아픈가 싶어서 준비했지.’
직전의 파이널 경연에서 도지혁은 몸을 갈다시피 하며 무대를 준비했었다. 어쩌면 그 여파가 지금까지 남아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 와중에 안무 창작까지 진행하고 있었으니, 거짓말일 거라고는 설마 생각하지 못했다.
“아, 여기서 다들 고마워. 모두 나한테 약도 주고 마사지기도 빌려줬었잖아.”
“…….”
“그러다 내 마니또가 내게 발에 쓰는 쿨링 시트를 줬을 때 느낀 거지. 내 마니또는 유하구나, 하고. 딱 유하만 조용했거든, 표면적으로는. 선물들은 정말 세심했지만.”
…치밀한 놈.
나는 뭐 더 물러날 곳이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도지혁은 퇴로 없는 함정을 만들어 나를 그 안으로 이끈 것이다.
‘…됐다, 애초에 저놈을 노예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진 않았어.’
그나마 정체가 발각되었을 때 상대방의 노예가 된다는 룰이 없어 다행이었다. 애초에 내가 도지혁의 마니또가 되었단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반쯤은 게임을 포기하고 있었으니, 이런 상황은 실은 놀라울 게 아니었다.
정말 놀라운 일은 그다음에 일어났다.
이어지는 마니또 추리에서 주단우는 자신의 마니또로 강현진을, 천세림은 에이든 리를 지목하고 난 이후.
“마니또들은 정체를 공개해 주세요!”
천세림의 외침에 이어, 각자 자신이 누구의 마니또였는지를 지목하게 되었을 때.
“…형?”
주단우가 나를 지목한 것이다.
‘…뭐야?’
나는 어리벙벙한 얼굴로 주단우를 바라보았다. 주단우는 못내 미안한 듯한 얼굴로, 눈을 둥글게 굴려 내 시선을 피하고는 조용히 옆을 바라보았다.
옆에 있는, 도지혁을.
나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설마?”
그리고는 떨리는 목소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두 명의 시선 교환에서 순간적으로 이 일주일의 상황이 다시 짜 맞춰졌기 때문이었다.
“설마가 사람 잡지, 유하야. 맞아.”
내 말에 이어 도지혁이 선선히 수긍했을 때, 나의 혼란은 더욱 커졌다.
“아니, 어떻게… 언제?”
“처음부터.”
처음부터 우린 동맹이었어.
도지혁이 그렇게 말하며 부드럽게 미소 짓는 것에 나는 얼이 빠져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니까.
‘실은 주단우는 에이든 리의 마니또가 아니라 내 마니또였고… 도지혁은 에이든 리의 마니또였다는 거지?’
그래서 주단우와 도지혁이 합심해 동맹을 맺고 일부러 나와 에이든 리의 시야를 흐려 놓은 거고?
나는 주단우와 동맹을 맺고 그가 준비한 선물을 내가 준비한 것처럼 에이든 리에게 전달해 주었다.
그리고 주단우 또한 내 선물을 그런 식으로 도지혁에게 주었을 거라 생각했다. 주단우와 나는 그런 방식으로 서로에게 도움을 주며 정체를 숨기려 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보니, 상황은 그보다 더 복잡했다.
“지혁이 형이 단우 형한테 맡긴 선물을… 지금 제가 에이든한테 준 거죠?”
“맞아.”
즉, 내가 자진해 하청의 하청을 맡았단 소리였다.
도지혁은 두 다리를 건너뛰며 제 정체를 더욱 꼼꼼하게 숨겼고, 주단우는 내 시선을 돌려 놓으면서 대놓고 내게 선행을 했다.
내게 준 영양제니 파스니 하는 선물이며 그 이후로도 꼼꼼하게 나를 챙기던 주단우의 모습, 그걸 전혀 의심하지 않았던 내 모습이 떠오른 순간.
“형이 어떻게 나한테…….”
나는 나도 모르게 배신감 섞인 말투로 그렇게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부루투스, 어떻게 네가 나한테.
오래전 봤던 영화의 한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안절부절못하던 주단우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미… 안해, 유하야. 지혁이 형과 먼저 동맹을 맺기도 했고 내가 네 마니또라서… 차마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
“하…….”
나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내가 너무 순진하게 주단우를 믿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아니, 근데 그럴 만하지 않았나…….’
주단우는 평소에도 남을 잘 챙기는 성격이었다. 기본 탑재되어 있는 배려와 상냥함이 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주단우를 용의선상에서 배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형, 진짜 실망이에요……. 제 성의와 배려를 이렇게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다니…….”
“아니, 그건…….”
여기에 더해 천세림까지 서운한 기색으로 과장되게 눈가를 옷소매로 찍어 내는 것에 나는 답지 않게 말을 더듬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점은 남아, 나는 천세림에게 물었다.
“그럼 왜 그렇게 필사적으로 날 챙긴 건데?”
“그거야 형 쓰러질까 봐죠.”
“어?”
“형 체력 안 좋잖아요. 거기다 리더도 돼서 부담도 좀 됐을 텐데……. 혹시 쓰러지지는 않을까 해서 챙긴 거예요.”
“…….”
그럴싸한 대답에 내가 어떤 반박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천세림은 더욱더 배신감을 느끼고 있단 얼굴로 억울함을 토로했다.
“진짜 서운하다… 형은 내 배려를 꿍꿍이속이 있는 걸로 받아들였구나……? 대놓고 선물 준 단우 형은 용의선상에도 안 올려 놓고…….”
“하하하, 유하는 진짜 단우 좋아하나 봐. 진짜 하나도 의심 안 했어?”
너 같으면 했겠냐?
나는 그렇게 쏘아붙이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주단우는 [디어돌> 내에서 연습생들이 뽑은 가장 상냥한 연습생이었다. 누가 걸렸든 아마 주단우를 바로 의심하지는 못했을 터였다.
“형들 진짜 무서운 사람들이다…….”
“하하.”
동일하게 나와 같이 주단우와 도지혁이 설치한 이중 함정에 걸려든 꼴이 되어 버린 에이든 리가 드물게 질색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에이든 리도 제 마니또가 도지혁일 것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한 듯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주단우는 여전히 안절부절못했다.
“미안해, 유하야……. 그, 노예는 안 해도 되니까…….”
“어허, 노예제는 신성한 룰이라고요. 뭐가 됐든 단우 형, 꼭 유하 형한테 세 개는 뭐 시켜야 해요! 그게 주인 된 자의 의무야!”
“그런…….”
“자, 그럼 이제 다음으로 넘어가 볼까요~!”
이중 스파이 짓을 하며 마니또 판을 한차례 열심히 흐려 놓고서는 막상 주인이 된 것에는 부담을 느끼는 주단우를 두고, 어느새 다시 말끔한 얼굴이 된 천세림은 이후 빠르게 정체 공개를 이어 갔다.
“아, 역시 유하가 나였지?”
“현진이 맞았구나. 고마워.”
“이든이 형, 솔직히 숨길 생각도 없었죠? 너무 빤하던데?”
그렇게 승리자가 나오고.
“아아악, 뭐야? 천세림, 네가 나였어?”
“……! 찬희, 네가 나였어?”
남은 패자들이 공개된 후, 결과는 이렇게 갈렸다.
※마니또 매칭
「단우→유하, 유하→지혁
지혁→이든, 이든→세림
세림→찬희, 찬희→현진
현진→단우」
※마니또 결과
「주인- 단우, 지혁, 세림, 찬희
노예- 유하, 이든, 찬희, 현진」
주단우와 도지혁, 천세림은 각자 자신들의 마니또가 누군지 알아 낸 후 ‘친구’에게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나와 에이든, 유찬희, 강현진은 각자 마니또를 알아내지 못하고 잘못된 상대방을 찍음으로써 노예 생활을 하게 됐다. 그중 유찬희는 자신은 천세림의 노예를 하면서 한편으로는 강현진을 노예로 부릴 수 있게 됐고.
뜻하지 않은 충격과 배신, 고도의 심리전으로 이어진 마니또 정체 공개는 그렇게 끝이 났다.
하지만.
“자, 그럼 여기서 한 가지 더. 저와 유하 형이 실은 어제 내기를 했거든요~!”
아직 게임은 끝난 게 아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