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120)
“내기?”
어제 우리들이 한 내기의 내용을 모르는 멤버들이 의아함을 표하자, 천세림은 씩 웃고는 반으로 접힌 종이 한 장을 흔들었다.
“여기에는 제가 정체 공개 이전에 추리한 멤버들의 마니또 결과가 적혀 있어요. 지금부터 이걸 공개하고, 만약 제가 네 명 이상의 마니또 정체를 맞췄다면 유하 형은 제 노예가 되기로 했어요.”
“오~.”
“네 명 이상? 그게 가능해……?”
“아니, 한 명도 못 맞춰서 지금 노예가 되게 생겼는데…….”
재미있어하는 기색의 에이든 리와 절대 불가능할 거라 생각하는 강현진과 유찬희의 떨떠름한 반응에도 아랑곳 않고 천세림은 화이트보드 앞으로 다가갔다.
화이트보드에 적혀 있던 우리의 이름은 마니또의 정체가 공개될 때마다 하나씩 추가된 붉은 줄들로 연결이 되어 있었다. 각자의 마니또를 나타내 정리한 표식이었다.
“지금부터 마술을 보여 드릴게요.”
“……?”
그것을 한 번 훑은 천세림은 곧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그리곤 손에 들고 있는 종이를 펼쳤고.
“……!”
나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뭐, 뭐야?”
“야, 뭐야? 어떻게 알았어?!”
그 안에는 칠판에 적힌 것과 토씨 하나, 표식 하나 전혀 다를 바 없는 (신)마니또의 결과가 그대로 옮겨 적혀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대로 얼어붙은 것처럼 멍하니 천세림만 바라보았다. 그런 나와는 반대로 천세림은 신이 난 듯, 장난기 어린 얼굴로 능청스럽게 이렇게 말했다.
“그럼 이제 유하 형은… 제 노예죠?”
…그리고 나는 알지 못했다.
그로부터 시간이 지나, 내가 천세림과 내기한 대로 그의 노예 짓을 모두 끝냈을 때.
「정말 유하 씨에게 양심 고백하지 않아도 괜찮겠어요?」
[네? 양심 고백이라뇨. 저의 양심은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데……. 아, 그런 표정 짓지 마세요. 촬영한 카메라의 방영분을 확인하면 안 된단 소린 없었잖아요!]방영된 단독 리얼리티 마지막 화에서 내가 천세림이 ‘역대급’ 꼼수를 써서 내기에 승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거라는 것을.
[어어?] [아니, 이게…….] [잠깐 볼게요~!]마니또 게임이 시작한 지 며칠 되지 않은 어느 날.
몇몇 스태프들이 쉬고 있던 로드 엔터의 문을 열고 들어선 천세림은 당황한 스태프들을 성큼성큼 지나쳐 뻔뻔하게 카메라를 만진다.
[이건 어떻게 보는 거예요?] [네, 네?] [아이, 알려 주세요.]능청스러운 태도로 이래도 되나, 하는 기색으로 쭈뼛거리는 스태프들에게서 방법을 알아낸 천세림은 찍혀 있는 촬영 분량을 확인했고.
[아하~!]홀로 고개를 끄덕거리며 씩 웃더니.
[제가 이거 확인한 건 멤버들한테는 비밀이에요? 특히 유하 형이요!]…꼼꼼하게 입막음까지 시켰다.
그렇게 천세림은 모든 멤버들의 마니또를 알게 된 것이다. 반칙이라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꼼수를 써서.
그리고 이를 비난한 멤버들에게 천세림은 단 한마디만을 남겼을 뿐이었다.
“이제 꼼꼼한 룰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시겠죠?”
그리고 반칙과 꼼수, 고난과 시련으로만 남은 이 마니또 게임이 앞으로의 원디어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주게 될지 그때까지는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 * *
-오늘 뭐 뜬 거 있냐
└놉 없음
└사리 나오겠다 애들 살아 있는 건 맞지
-아니 진짜 애들 뭐 하는 거냐?? 계약했다며ㅠㅠ 왜 이렇게 감감무소식이야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이 있잖아 얘들아ㅎㅎ 그래서 그 희소식이 뭐냐고 너네만 알지말고 나도 알려달라고
-니들 데뷔할 거지? 데뷔하는 건 맞지..?
원디어가 벌써 무슨 광고를 찍는다느니, 어떤 예능의 출연자 물망에 올라 있다느니 하는 이야기는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으나 막상 결과물이 눈앞에 들이밀어지지 않는 상황.
아이돌 메이커들은 조금이라도 빨리 멤버들의 활동 방향성이 제대로 공개되기를 바라며 하루하루 눈물을 삼키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게 지나간 보름.
-헉 미친 애들 플필 떴어
마침내 멤버들의 프로필 사진이 뜨며, 아이돌 메이커들은 환호할 수밖에 없었다.
공개된 프로필 사진은 개인 샷과 단체 샷으로, 멤버들은 모두 하얀 셔츠와 청바지를 맞추어 입은 채 싱그러운 미소를 얼굴 가득 짓고 있었다.
깔끔함을 최대한 살린 프로필 사진에 아이돌 메이커들은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모두가 ‘역대급’이라고 입을 모아 말하는 비주얼들이 모인 단체 샷은 그룹의 인선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팬들조차 얼굴만은 인정한다 말할 정도로 파급력이 컸던 것이다.
마른 땅에 뿌려진 한 줄기 빗방울 같은 떡밥에 아이돌 메이커들이 열심히 사진을 퍼 나르고 있을 때였다.
-단독 리얼리티 채널이랑 공식 계정도 생겨났는데????
기사로 예고만 되었던 원디어의 첫 단독 리얼리티, 「DESIGN YOUR ONEDEAR!」의 채널이 개설된 것에 이어 원디어의 이름을 단 공식 계정이 소셜 미디어마다 생겨나며 아이돌 메이커들은 점점 흥분에 빠져들었다.
-미친 미친 진짜 이제 데뷔하나봐
-아아아악 디자인 유어 원디어??? 이거뭐냐진짜 존나PTSD오는 이름인데 또 개기대됨;;; 뭔데 뭔데 얘네 뭐하는데
-하 시발 이제 우리도 애들이랑 소통 가능해???? 칩거 그만두고 애들 나오는 거야??
-데뷔곡은 어떻게 되는 건지 조금이라도 힌트 주면 안될까 얘들아..ㅠㅠㅠㅠㅠㅠ 나 진짜 너무 궁금해 저 일곱 명 뭘 들고나오든 대박칠거같아서ㅠㅠㅠㅠㅠ
그리고 그 모든 기대감들에 답변을 해 주기라도 하듯, 침묵을 깨고 원디어는 그 이후로도 줄줄이 무언가의 ‘결과물’들을 내놓았다.
가장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모든 아이돌 메이커들이 궁금해하던 단독 리얼리티, [디자인 유어 원디어>의 티저 영상이었다.
그리고 티저 영상은 뭔가 심상치 않았다.
-???뭐야?
-왜 저래?
분명 데뷔를 확정받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으리라 생각한 원디어가 [디어돌> 때와 다름없는 행색으로 연습실에 널브러져 있는 모습으로 영상은 시작되었다.
기존 아이돌 리얼리티가 화사하고 밝은 모습으로 등장하던 것에 비해 완전히 다른 초반 구성.
잘 다듬어진 느낌이 아닌 [디어돌>이 그러하였듯 다분히 날것의 감성이 담긴 티저에 아이돌 메이커들이 당황을 느끼고 있는데.
[이상하다.] [뭐가?] [저희 [디어돌> 끝난 거 같은데 왜 달라진 게 없죠?] […….] [실은 모든 게 꿈이었을까…….]반쯤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이루어졌던 원유하와 유찬희의 대화 직후, 원유하가 고뇌에 찬 얼굴로 깊은 한숨을 내쉬는 것에 이어 시간이 되감기듯 화면이 되돌아갔다.
그리고 이어진 편집은 아이돌 메이커들을 혼란에 빠뜨리기 충분했다.
[딱 한 판으로 원디어의 리더를 결정하는 거예요.] [우리, 마니또에 마피아를 추가할까?] [형이 제 마니또죠?] [[삐-이] 어떻게 나한테…….]파국을 예고하듯 웅장한 BGM에 이어 상황을 유추하기 어려운, 그러나 다분히 자극적인 멤버들의 모습이 이어진다.
기껏해야 조를 짜 어딘가로 놀러 가는 등 데뷔의 기쁨과 함께 휴식을 누리는 모습이 나타날 거란 예상과는 전혀 다른 티저에 아이돌 메이커들이 혼란을 느끼고 있을 무렵.
두둥-
「특명! 당신의 ‘원디어’를 만들어라!」
※참고: 사기에 주의하시오.
영상의 말미에 딸린 자막과 함께 아이돌 메이커들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알고 보니 우리 애들 웃수저였던 거임?
-디어돌로 인해 묻혀 있던 예능감을 디어원으로 보는 건가
-근데 걍 웃는 걸로만 가면 왜 디자인 유어 원디어지?? 친해지자 이런 게 더 맞는 거 아닌가
‘서바이벌’이라는 포맷에 가려져 있던 멤버들의 성격과 예능감을 볼 수 있으리란 생각에 아이돌 메이커들은 설렘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어째서 리얼리티의 제목에 다시 한번 ‘디자인’이 들어가 있는지, 또한 어째서 티저의 초반부에 멤버들이 연습실에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이어지던 그때였다.
영화 속 쿠키 영상이 재생되듯 어두워진 화면의 끝에 다시 한번 화면 전환이 이루어지며, 장소는 다시 숙소로 바뀌었다.
직전과는 달리 어떤 BGM도 깔리지 않은 숙소의 상황. 진지한 얼굴로 모여 앉은 원디어 멤버들 사이에서 원유하가 말한다.
[“앨범명은… 이걸로 하는 건 어때요?”]순식간에 바뀐 분위기에 아이돌 메이커들이 원유하의 입에서 나올 말에 주목하는 그 순간.
-아악
-뭔데
-끊는 지점 거의 주말드라마;
화면이 어두워지며 짧지만 굵은 티저는 끝이 났다.
-우리 뭘 본 거고 쟤넨 뭐 하는 거야
-내가 생각한 원디어 단독 리얼리티: 와하하~~ >[ 우리 친하게 지내요~~
실제 단독 리얼리티: 또 한 번의 연습실, 사기에 주의하시오.(궁서체)
반응은 가지각색이었다. 새 단독 리얼리티의 티저가 뜨며 원디어가 첫 타이틀 곡의 자체 제작을 진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이에 따른 아이돌 메이커들의 반응이 둘로 나뉜 것이다.
-와 이든이 곡으로 가나?????? 개설레
-ㅁㅊ너무좋다 난 개인적으로 디어돌에서 애들이 보여준 창작 능력 다 탑티어급이었다고 생각해서ㅠㅠㅠㅠㅠㅠㅠ 재능 많은 애들이 모였으니까 얘네들이 원하는 대로 곡 내고 그룹 이끌어가는것도 좋을 것 같아
-납득가는 진행 방향이라고 생각함 에이넷이 완벽한 멤버들로 그룹 만들겠다고 하면서 매 라운드마다 창작 능력 강조했었으니까 솔직히 이게 맞지
이미 [디자인 유어 아이돌>로 인해 멤버들이 스스로의 곡과 무대를 창작하는 상황에 익숙한 아이돌 메이커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 또한 빠지지 않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좀 별로인 것 같아.. 그냥 회사가 해주는 대로 떠먹으면 안정적이잖아 굳이 리스크를 짊어질 필요가 있나 싶어;
-원디어 8월 데뷔라며??? 근데 지금 곡 만들고 스케줄 소화하고 할 수가 있긴 해??? 디어돌도 몇개월이나 했는데 얘네 쉬지도 못하고 바로 스케줄 들어갔잖아;; 그냥 애들 갈아버리겠단 거랑 뭐가 다름?
-디어돌이야 연습생 경연 프로니까 그렇다고 치겠는데 찐데뷔까지 얘네 능력이 먹힐까? 괜히 콘셉트 살리겠다고 허튼짓하지 말고 평범하게 가면 좋을 것 같은데
허술한 곡을 첫 타이틀로 잡을 거라면 차라리 검증된 작곡가의 곡을 쓰는 게 낫지 않겠느냐, 에이든 리를 비롯해 [디어돌>을 헤쳐 나온 멤버들의 능력을 믿어 보자.
두 파로 나뉜 아이돌 메이커들은 기대와 우려 섞인 말로 토론을 이어 갔고, 그러는 동안에도 원디어가 내놓는 ‘결과물’들은 계속해서 세상에 공개되었다.
기사를 통해 이미 예고되었던 화보와 광고, 이후의 스케줄 예고들.
-??????? 헐 애들 개인 트레일러 떴어!!!!
그리고 마침내 어떤 징조도 없이 원디어 일곱 멤버의 개인 트레일러가 공개되었을 때, 아이돌 메이커들은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예고도 없이 등장한 트레일러의 첫 번째 주인공은 원디어의 센터, 원유하였다.
재생된 영상 속, 따뜻한 한낮의 햇빛이 내리쬐는 한 숲. 하늘을 가린 초록빛 나무들 사이로 조명처럼 햇살이 가늘게 비추어 들어온다.
부드러운 카메라 무빙에 의해 곧 숲에 누워 눈을 감고 있는 원유하의 모습이 비추어지고, 그의 얼굴이 비친 순간 트레일러를 바라보던 아이돌 메이커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미친 역대급 비주얼
[디어돌> 내내 흑발을 유지하던 원유하의 머리색이 달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회색 빛이 감도는 보라색으로.그뿐만이 아니었다.
-원유하 목에 리본 달자고 한 사람 누구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
품이 넉넉한 하얀 니트를 입고 있는 원유하의 드러난 목에는 푸른 리본이 감겨 있었다. 가는 목선이 강조되는, 그리고 정확히 팬들의 마음을 저격하는 코디에 아이돌 메이커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신비롭게 물든 머리카락이 햇빛을 받아 빛나며 바람에 의해 살랑거린다. 예상하지 못했던 비주얼에 난폭해진 마음을 느끼며 아이돌 메이커들은 더욱 영상에 집중했다.
잠들어 있는 것처럼 눈을 감고 있는 원유하의 주변은 고요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나 곧 그 침묵을 깨듯 짹짹거리는 새소리가 들려오고, 원유하는 그에 맞추어 몽롱한 눈빛으로 가볍게 눈을 떴다.
상황을 파악하듯 잠시 눈을 굴리는 원유하. 곧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는 원유하의 뒷모습이 화면에 비추고, 그 뒤에서 길게 내려온 푸른 리본이 살랑거린다.
[“……….”]이어지는 정적.
그러던 중 어떤 예고도 없이 마침내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기라도 한 것처럼 원유하가 뒤를 돌아보면서 화면 가득 압도적인 비주얼이 담기고.
-아 미친
-와
화면이 어두워지고 그 위로 문과 별을 형상화한 그룹 원디어의 로고가 뜬다.
그리고 타이핑되는 원디어의 첫 데뷔 앨범의 이름.
「HELLO, WORLD!」
개인 트레일러의 공개 직후, 데뷔곡에 대해 걱정을 하든 하지 않았든 아이돌 메이커들이 대동단결하며 커뮤니티가 다시 한번 불타오른 것은 당연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