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122)
122화
[제가 생각한 이름은 디로딩입니다.]첫 번째 후보명을 적은 종이를 들고 있는 사람은 도지혁이었다. 도지혁은 자신감 있는 미소를 입가에 머금은 채 말했다.
[팬분들은 언제나 저희를 힐링시켜 주시는 소중한 분들이잖아요. 그런 여러분의 존재가 운동을 하다가도 꼭 가져야 하는, 몸을 회복시키고 재충전하는 시간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디로딩’이라는 이름을 지어 봤어요. ‘원디어’의 ‘디’도 들어가 있으니 연결도 되고요.]발음이나 뜻은 좋았다. 오히려 감동적이라 할 만했다.
그러나 아이돌 메이커들은 수군거릴 수밖에 없었다.
-내 헬스 트레이너분이 계속 얘기하는 단언데 저거
-아악 PTSD
왜냐하면, 그 단어는 헬스에 진심인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이른바 ‘전문 용어’였기 때문이었다.
-아 도지혁 프로필에 운동이 취미라고 적혀 있긴 했는데 그게 찐인 걸 이렇게 확인할 줄은
-지혁아.. 니가 몸이 좋은 이유가 있었구나…
-디로딩? 디로링~
아이돌 메이커들은 자칫하다간 자신들이 헬스 전문 용어를 팬덤명으로 사용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찔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에 빠르게 도지혁이 내민 후보명을 마음속 선택지에서 지워 버리고 다른 멤버들에게 희망을 걸어 봤건만.
[저는… 스윗스윗이라는 이름을 지어 봤어요.]…상황은 어째 갈수록 나빠지는 듯했다.
두 번째 후보를 발표한 건 주단우였다. 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입가에 머금은 채로 쑥스러운 듯 말을 이었다.
[팬분들은 언제나 저희를 행복하고 달콤하게 만들어 주시니까. 발음도 너무 귀엽고…….]세 번째는 강현진이었다.
[저는 클라이밍이라는 이름을 지어 봤습니다. 서바이벌을 여러분과 함께 거쳐 온 것처럼 앞으로도 연예계라는 험지를 함께 올라 나가자, 그런 마음을 담았고…….]그다음으로 후보명을 내놓은 건 에이든 리였다.
[저는 프롬이에요! 우리가 원 ‘디어’면 여러분은 ‘프롬’이니까! 우리가 연결돼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어요~!]다섯 번째로 유찬희가 말했다.
[저는 비타예요! 팬분들은 저희에게 힘을 주시고 움직일 수 있게 만들어 주시는 원동력이잖아요. 그래서 비타민에서 따 온 비타라는 이름을 지어 봤습니다!]그리고, 이쯤 되자 아이돌 메이커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얘들아 비상이다
-그….. 다시 공모 열어주면 안될까 우리가 열심히 해볼게
-아니 근데 프롬은 좀 괜찮지 않나? 아니야? 내가 원디어라이팅당한거임?
-지금 나만 당황스럽나? 이 중에서 꼭 하나 꼽아야 하는 거지?
-이건 좀
곡이니 안무, 가사를 창작할 때마다 반짝이던 재능은 어디로 가고, 원디어가 내놓는 팬덤명 후보들은 하나같이 극악의 센스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아이돌 메이커들은 멤버들이 설마 장난을 하고 있는 걸까, 하는 의심을 하기도 했으나.
[진짜 고민 많이 했는데, 마음에 드세요?] [좀… 별론가?]설레는 표정과 불안해하는 표정이 동시에 공존하는 멤버들의 표정을 보고서는 그들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름 정하는 거 쉽지가 않네요.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멋진 말로 이름을 지어 드리고 싶어서 오히려 더 어려운 것 같아요.]여기에 더해 약간은 머쓱한 표정으로 말하는 멤버들의 모습이 이어지자, 아이돌 메이커들은 곧 ‘아니다. 너무 예뻐서 고민된다는 뜻이었다.’는 탈룰라 파와 ‘아무리 사랑한다 해도 말은 바로 해야 한다.’의 내 새끼 엄하게 키우자 파로 나뉘게 되었다.
-진짜 미안한데 얘들아.. 구리다…
-애들이 좋은 마음으로 지어주려고 하는 건데 그냥 받아들이지 뭐 이렇게 말이 많아요; 난 회사가 그냥 대충 붙여주는 이름보다 뭐가 됐든 애들이 직접 지어 주는 이름이 좋아요
-최선의 노력이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진 않는구나^^…
-아니 프롬은 예쁘다니까
멤버들이 지어 주는 이름이니 겸허히 받아들이자는 말과 아무리 그래도 평생 갈 팬덤명 지금 잘 지어 놓아야 한다며 두 파가 번갈아 가며 채팅창에서 논쟁을 이어 갈 때, 남은 두 명이 앞으로 나섰다.
그에 아이돌 메이커들은 남은 두 명의 멤버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었다. 항상 반짝이는 기획력을 보여 주던 원유하와 센스가 남다른 천세림이라면 조금 더 멀쩡한 팬덤명을 제시해 주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행히 이번 기대는 배신당하지 않았다.
[제가 지은 이름은, 짜잔. ‘원트유’입니다!] [저는 ‘유어원’이라는 이름을 생각해 봤습니다.]적당히 멀쩡한, 그리고 뜻조차 대견한 이름 후보가 나와 준 것이다.
드디어 등장한 제대로 된 후보군에 채팅창은 곧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로 채워졌다. 그에 채팅창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천세림이 씩 웃으며 물었다.
[여러분, 어떤 이름이 마음에 드세요?]드디어 고를 이름이 생긴 아이돌 메이커들은 이때다 싶어 앞다투어 표를 던졌다.
-유어원으로 가자 원디어유어원 수미상관이 딱 맞고 좋다
-원트유가 발음 예쁜 것 같아!! 뜻도 좋고 너무 잘 지었다
-나만……. 프롬 좋냐
-단우,, 스윗 마이 에인졀,,, 스윗이라는 단어는 너에게 양보할게… 유어원 가자
-찬희야 비타민은 우리가 아닌 너야.. 그러니까 우리는 원트유
후보는 총 일곱이었으나, 사실상 선택지는 단 둘이라고 볼 수 있었다.
[흠, 원트유랑 유어원이 제일 많네요?] [아쉽다.] [확실히 세림이랑 유하가 낸 후보명이 그룹명이랑 연결점도 있고, 뜻도 예뻐서 좋은 것 같긴 해. 그럼 이 두 개 중 하나로 결정할까요? 다들 괜찮으세요?]채팅창을 확인하던 도지혁이 그렇게 물으며, 아이돌 메이커들의 의견은 이렇게 두 개로 좁혀지는 듯했다.
그러나 ‘원트유’와 ‘유어원’의 언급 수가 거의 동일해, 멤버들이 어떤 이름으로 선택할지 망설이고 있을 때였다.
[이번에도 운에 맡겨 볼까요, 우리?] [아, 또 가위바위보?]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원유하를 흘긋 바라보고 말한 천세림에 이어 도지혁이 말을 받아 씩 웃었다. 그에 원유하의 표정이 어딘가 영혼이 털린 듯한 표정으로 바뀌는 것에 아이돌 메이커들은 의문을 표했다.
-운에 맡겨??
-가위바위보? ‘또’?
[가위바위보 한 판으로 정하는 거죠, 그때처럼.]천세림이 화면을 의식하며 주어 없이 말한 것에 궁금증을 느끼는 아이돌 메이커들을 뒤로하고, 원유하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딱 정해, 지금. 나중 가서 꼼수 쓸 생각하지 말고.] [형도 참, 전 언제나 공명정대하게 해요.] […….]그 말에 원유하가 양심이 있냐는 듯 환멸 어린 표정으로 천세림을 바라보았다. 그에 키득대던 천세림이 주먹을 쥐어 앞으로 내밀곤 말했다.
[자, 그럼 ‘이번에도’ 이긴 사람의 후보명으로 정하는 걸로 해요.] [좋아.]그에 원유하 또한 주먹을 내밀고, 두 사람 사이에 잠시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았을 때.
[하나, 둘, …셋!] [오.] [와~!]이어진 가위바위보에서 원유하가 보자기를, 천세림이 주먹을 내밈으로써 팬덤명은 원유하가 만든 ‘유어원(YOURONE)’으로 결정 나게 되었다.
-축하해 유하야 예쁜 이름 너무 고마워!!
-유어원 좋다 이제 우리도 이름 생겼다ㅠㅠㅠ 디어돌은 잊고 원디어의 유어원으로 새로 거듭나자
-너희가 우리의 단 하나가 되듯 우리도 너희의 단 하나가 되기를 🙂
마침내 정해진 팬덤명. 도약을 앞둔 원디어와 함께 이제는 유어원으로 불릴 팬들이 새로운 소속감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유하는 근데 진짜 운 좋나 봐, 리더 선출 때도 이기더니.]순간 들려온 천진한 말에 각자 박수를 치고 웃던 원디어는 얼어붙어 버리고 말았다.
-..?
-리더?
-응?
-리더 선출? 유하?
-리더 유하가 됐어?
에이든 리의 말을 들은 건 원디어뿐만이 아니었다. 실시간으로 U라이브를 보고 있던 유어원들은 당연히 의문을 표했고.
[이든아…….] [하…….]완전히 망했다는 표정을 한 원디어의 모습에 유어원들은 하나의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현재 공개된 원디어의 단독 리얼리티 [디자인 유어 원디어>의 예고편에서는 리더 선출에 대한 화제가 나왔고.
-방영도 안 된 리얼리티 1화 스포를 첫 U라이브부터 때리는 아이돌이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치겠다 진짜 이든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비운의 리더.. 디어돌에 이어 결국 리더가 되어 버렸구나 유하야..
방송 전까지 꽁꽁 숨길 생각이었을 리더의 정체가 지금, 에이든 리에 의해 스포되어 버렸단 사실을.
반쯤은 환멸에, 반쯤은 영혼이 털린 표정으로 에이든 리를 바라보는 원유하의 모습에 유어원들은 폭소를 감추지 못했다.
이미 [디어돌> 때부터 에이든 리의 급발진과 그것을 막는 조련사 원유하의 모습은 팬들에게는 익숙한 장면이었다. 그 모습이 [디어돌>에 이어 5년의 활동 기간 동안에도 계속해 이어질 것임을 확인한 셈이었던 것이다.
머리가 지끈거리기라도 하는 듯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던 원유하가 조용히 화면을 바라보곤 지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잊어… 달라고 해도 잊지 않아 주실 거죠?]더없이 간절한 목소리였으나 유어원은 단호했다.
-잘 부탁해 유하야 우리 리더 ^ㅡ^
-최♥강♥리♥더♥원♥유♥하♥♥
-후! 최고의 리더!
[…그럼 원디어의 첫 U라이브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저희는 이만 가 볼게요.] […나 혼나?] [이든, 여기선 조용히 하는 게 덜 혼나는 길일 것 같다…….]뒤에서 불안한 얼굴로 말하는 에이든 리에 이어 옆에 있던 강현진이 진지한 얼굴로 그를 토닥이는 것에 이어, 원유하가 잠깐 그를 흘기고는 다시 다정한 목소리로 라이브를 바라보는 유어원에게 말했다.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빠른 시일 내로 돌아올게요. 에이든은 제가 잘 단속하겠습니다.] [그럼 이미 밝혀진 마당에 인사하자, 유하야.]라이브가 시작할 때는 리더를 밝히지 않기 위해 일부러 최연장자인 도지혁이 인사를 한 것이었던 듯했다.
원유하는 이미 밝혀졌기 때문인지 다시 한번 한숨을 푹 쉬고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멤버들의 중앙에서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둘, 셋. BE YOUR WORLD, 원디어!] [지금까지 원디어였습니다~!] [빠른 시일 내로 다시 만나요!] [어디 가서 소문내지 말기!! 우리들만 알고 있기!]다급하게 마지막 말을 덧붙이는 에이든 리의 말을 끝으로 라이브는 끝이 났지만.
그날 밤, 팬들의 화력이 집중된 소셜 미디어 중 하나인 위스퍼.
나를 위한 트렌드
첫 U라이브 스포
원디어 리더 유하
#미안_이든아_소문냈다
역시나 가만히 있을 생각이 없던 유어원이 배신을 때린 증거가 전방위로 퍼지고.
[선공개/원디어 리더 이렇게 정해도 되는 거야…? 진짜로?(Feat.이거 다 조작인 거 아시죠?)]어쩐지 밤새 급하게 작업해 올라온 듯한 [디자인 유어 원디어> 리얼리티 1화, 리더 선출전 선공개 편집본이 뜨면서 원디어는 소소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웃음은 가장 쉬운 영업 무기다. 그것을 알고 있는 팬들이 발 빠르게 원디어의 첫 U라이브와 리더 선출전을 연결해 익살스러운 편집본을 만들어 미튜브에 퍼뜨린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나 얘네 이런 이미지일 줄은 몰랐다 진짜
-원유하 또다른 고생길 열렸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힘내라
-이거 보니까 오히려 서바이벌 끝난 거 진짜 실감나는 것 같아ㅋㅋㅋㅋㅋ 애들 이런 식으로 노는구나ㅠㅠ
그에 서바이벌 프로그램 속 눈물과 애잔한 서사 아래 감추어져 있던 멤버들의 또 다른 매력이 K팝 팬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호기심을 가졌다.
원디어라는 그룹이 꽤 재미있는 것 같다는, 앞으로의 활동도 기대해 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K팝 팬덤 사이에 퍼진 것이다.
그리고, 대중은 그 기대감을 생각보다도 더 빠른 시일 내에 확신으로 바꾸어 낼 수 있었다.
“그럼 인턴 현진이가 연기 한번 해 봐라!”
“경력자라며?”
빡세기로 유명한 한 케이블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럼 상대역은 제가 할게요.”
그것도 예상치 못했던 조합, 원유하와 도지혁, 강현진에 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