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128)
128화
카운트다운이 끝나며 시작된 뮤직비디오. 가장 먼저 화면에 담긴 것은 새소리가 깔린 평화로운 숲속이었다.
느릿한 카메라 무빙이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푸른 숲을 담는다. 햇빛 아래에서 풀에 맺힌 이슬이 반짝이고, 초록빛 융단 위 누군가의 잠든 모습이 보인다.
카메라가 그의 얼굴을 담은 순간, 고요히 잠들어 있던 원유하의 눈꺼풀이 천천히 들리며 그가 눈을 뜬다.
그와 동시에 울려 퍼지는 청량한 신스 사운드.
선명한 빛 아래 눈을 뜬 순간
손끝에 닿은 새로운 감각
뭄바톤의 베이스가 밑으로 깔리며 이어진 건 숲속을 거니는 도지혁의 모습이었다.
누군가를 찾듯 주변을 둘러보는 듯하던 도지혁이 어딘가로 뛰기 시작하며, 장면은 천세림의 개인 샷으로 이어진다.
의문과 질문 사이 그곳에 도달하면
(I’m looking for you)
하얀 풀꽃이 핀 들판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천세림이 누군가의 부름을 듣기라도 한 듯 뒤돌며, 문득 시선이 땅으로 향한다.
하얀 풀꽃들 사이 유독 이질적인 푸른 꽃 한 송이. 멍한 표정의 천세림이 꽃으로 손을 뻗은 순간, 장면은 에이든 리에게로 이어진다.
the time is now
흐릿한 그림자를 쫓아
Run, 날 것의 숨을 들이켜
온몸을 감싼 심장의 고동
호숫가에 비친 상을 확인하는 듯한 에이든 리의 뒤로 강현진이 스쳐 지나간다. 홀린 듯 숲속으로 다가서는 강현진. 짙푸른 녹음 사이 그림자를 바라보고 있던 주단우가 나무 사이를 헤매고 있던 유찬희를 발견하며, 일곱 명이 한 장소에 모인다.
서로를 바라보던 일곱 명. 다음 순간 그들은 어딘가를 향해 달리고 있다.
이상향을 따라 걸어온 길
갈림길 사이 선택지(choose one)
녹음이 우거진 숲속을 건넌 일곱 명이 마주한 것은 탁 트인 한 공간이다. 탁 트인 초원 위, 홀연히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홀린 듯 다가선 멤버들 가운데 가장 먼저 나무에 열린 과실로 손을 뻗은 것은 강현진이었다.
끝없는 고뇌와 의심들 사이
입안을 감도는 붉은 빛 Mmm
펼쳐진 평행선 그 위에 비친 나
손 안에 들린 과실을 내려다보던 강현진. 곧 그 안에서 과실이 으깨지면서.
(눈앞에 펼쳐져)
세계가 뒤집어지듯 장면은 변화한다.
펼쳐지는 듯 더욱 강렬해진 사운드, 탁 트인 공간을 배경으로 각기 하얀색과 파란색의 포인트를 준 의상을 갖추어 입은 채 군무를 선보이는 일곱 명의 모습이 이어진다.
Take me the utopia utopia
Lead me the utopia utopia
다채로워 여긴 new world
새로워져 여긴 new world
나를 이끌어 꿈꾸던 그곳에 난 ah ah
목소리 합이 잘 맞는 하모니로 시작된 후렴구. 원유하와 에이든 리의 목소리가 뒤를 잇는다. 대놓고 여름을 겨냥한 청량한 사운드는 중독적인 후렴구와 함께 귀를 사로잡았다.
눈앞의 새로운 경계
고갤 든 그 순간 느낀
Dive into utopia
Go to the utopia
그리고, 장면은 여기서 변화를 멈추지 않았다.
새로운 눈을 떠 난
이어진 2절에서 뮤직비디오를 보던 시청자들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와 마주할 수 있었으니까.
* * *
원디어의 쇼케이스가 시작되기까지 한 시간가량이 남은,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직후.
-얘네 빡세다
오랜 기다림 끝에 뮤직비디오를 확인한 유어원은 감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서바이벌에서나 먹히지 시장에서는 안될거라고 했던 애들 어디감?
-데뷔곡 그냥 안정적인 작곡가한테 맡겨라 하던 애들아 이제 알겠지 안정적인 건 딴 게 아니고 에이든 리 실력이었다
-진짜 실망시키는 법이 없네; 천재는 천재다
정확히 여름을 겨냥하고 나온 듯한 트렌디하고 청량한 사운드. 귀를 사로잡는 후크는 이미 티저 영상이 공개되었을 때부터 화제였으나, 전곡을 들은 순간 유어원은 생각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이건 됐다.’라고.
그뿐만이 아니었다.
-시작을 딱 청량 사운드에 낙원 같은 공간에 있는 모습으로 해서 그냥 적당히 낙원에 도착한 우리들~ 불행 끝 행복 시작~ 이런 거일 줄 알았는데 네 제가 원디어를 너무 과소평가했습니다
-그니까 지금 이건가? 1절: 낙원
2절: 개피폐리얼리티 그러나 희망을 곁들인
그 트렌디한 곡은 정확히 ‘팔 맛’ 있는 뮤직비디오와 어우러져 역대급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었던 것이다.
첫 시작은 분명 클리셰대로의 유토피아였다. 낙원 그 자체로 볼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풍경이 이어지며, 유어원은 따뜻하고도 신비로운 공간 속에서 평화를 즐기는 멤버들의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그러나 이어진 2절, 유어원은 정확히 예상을 벗어난 또 다른 ‘낙원’과 마주했다.
낙원처럼 보이는 공간에 자리해 있던 멤버들이 변화를 마주하는 식으로 서사가 이어진 것이다.
강렬히 파고든 새로운 명제
볼 수 없는 허상이란 이상
환상 한계를 넘은 이단아
wow 감탄만이 따라와
주단우와 유찬희의 랩이 배경에 깔리고, 유토피아에서 평화를 즐기는 듯하던 멤버들이 공간에 대한 의문을 느끼기 시작한다.
하얀 꽃들 사이에 피어 있는 이질적인 푸른 꽃, 거울처럼 깨끗한 호숫가, 그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는 숲, 안온함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는 세계.
그 모든 공간에서 결국 멤버들은 자신들이 있는 곳이 ‘낙원’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나 지금 너무 많은 서사를 먹어버린 것 같음
-하 시발… 꾸며진 낙원이요? 감사합니다 제가 이런 거 좋아하는 건 또 어떻게 아시고
깨달은 이후의 변화는 빨랐다. 세상이 이지러지며 그들은 곧 자신들이 어떻게 낙원에 도착하게 되었는지 깨달은 것이다.
멤버들의 개인 샷 또한 변화했다.
1, 2, 3, 4 있는 그대로 only
존재함으로 prove it
이상과 현실을 무너지게 해
너에게 다가온 fantasia
My emotion, think and sense
벗어날 수 없어 messiah’s predict
최면 같은 암시 world utopia
신세계를 맞이할 준비해
초록빛 숲에서 거닐거나 하늘을 바라보던 평화로운 1절과는 달리 2절의 분위기는 기묘했다.
알 수 없는 코드들이 적힌 모니터를 배경으로 둔 채 의자에 앉아 카메라를 바라보는 원유하, 꽃이 피어 있는 연구실 등을 배경으로 둔 주단우의 모습이 비춘다.
서류 사이에서 무언가를 찾아내고 있는 천세림에 이어 좁고 긴 복도를 달리는 도지혁의 모습, VR 기계 같은 헬멧을 손에 쥐고 있는 유찬희, 여러 권의 책이 놓여 있는 공간에 자리한 에이든 리, 수많은 모니터를 지켜보고 있는 강현진의 모습이 이어진다.
똑같은 환상성을 품고 있다 한들 풍기는 분위기는 1절과는 명백하게 달랐다. 사이버틱한 배경은 낙원과 ‘현실’이 결합되어 있는 듯한 분위기로, 현실과 판타지가 기묘하게 섞여 있었던 것이다.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뮤직비디오를 뜯어 보던 유어원은 곧 한 장면 한 장면을 분석하며 해석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우선 ‘UTOPIA’의 서사는 명백해 보였다.
-그니까 애들이 지금 ‘낙원’이라는 공간에 집어넣어졌다는거지? 애들이 눈뜬 공간이 다 거짓된 세상이란 거잖아 얘네는 지금.. 그걸 벗어난거고…
꾸며진 ‘낙원’에 도착한 멤버들이 결국 ‘낙원’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 변화하기 시작한다는 내용이었던 것이다.
-이든이 옆에 있는 책들 지금 보니까 성경이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랑 플라톤의 국가, 장 보드리야르의 실뮬라르크랑 시뮬라시옹, 질 들뢰즈의 의미와 논리예요;;; 이게 낙원 지을 때 모티브 된 것들 같아요
-나만 지금 손안에 쥔 과실 으깬 게 강현진이라는 거에 미쳐버릴 것 같은 거임? 낙원에 머무르라는 유혹을 부셔버린 강현진.. 존나 의미심장해
대놓고 과몰입을 요구하는 듯한 장면들. 그리고 팬들은 역시나 떡밥을 놓치지 않았다.
그렇게 의미심장한 기류를 품고 있는 장면들에 대해 유어원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이에도 서사는 또 한 번 변화했다.
완벽한 이상향 그곳에 난 ah ah
Get into the utopia
Go to a new world
나를 이끌어 새로운 눈을 떠
꾸며진 ‘낙원’과 ‘현실’이 뒤섞여 눈앞에 펼쳐지며, 그들은 마침내 선택을 앞두게 된 것이다.
거울처럼 깨끗한 호숫가에는 코드가 섞여 흐르고 그린 듯 아름답던 낙원의 풍경 위로 글리치가 덧씌워진다. 시끄러운 노이즈가 뒤덮은 세계 속에서 그들은 마침내 그들이 과실을 손에 넣었던 초원에 다다라 있다.
그러나 그곳에 있는 것은 더 이상 과실나무가 아니었다.
홀연히 자리한 흰색의 문. 그 문을 마주한 순간 낙원은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물에 갠 듯 사라지는 풍경. 그 자리를 대신 채운 것은 언뜻 밤하늘처럼 보이는 우주였다.
어디로든 향할 수 있는, 그렇기에 더욱 앞을 알 수 없는 위험성과 희망을 가지고 있는 선택지. 그것을 앞에 둔 채 나란히 선 일곱 명의 멤버들 사이 원유하가 뒤를 돌며 노래는 끝을 맺었다.
난 live in a utopia
원유하의 청량한 목소리로 마무리되는 곡, 마지막 소절이 뱉어짐과 동시에 어두워지는 화면.
그 위로 원디어의 로고가 홀연히 떠오르며 마침내 원디어의 데뷔곡 ‘UTOPIA’의 뮤직비디오는 끝이 났다.
노도처럼 몰아친 서사.
유어원들이 미친 듯이 해석을 쏟아 낸 건 당연했다.
-나 개인트레일러랑 뮤비에서 왜 유하만 뒤돌았는지 알것같음;; 지금 보니까 원유하가 이 낙원을 설계한 사람같은데
└헐 미친 더풀어주세요
└아니 지금 보니까; 지금 원유하 뒤에 있는 모니터에 코드들 개복잡하긴 한데 거기 초반에 보면 “HELLO, WORLD!” 쓰여 있거든요 이거 앨범명이긴 한데 코딩 처음 시작할 때 쓰는 말인 거기도 해서요… 낙원의 스타트를 끊은 게 원유하란 소리 같아요
└헐 그럼 유하는.. 낙원의 창조자이기도 하면서 애들을 만나 변화하고 성장하고 그러다 애들이랑 같이 자기가 만든 세계에서 떠나는.. 그런 컨셉인 거네요?….
└이게 맞는 해석인지는 모르겠는데 걍.. 제 뇌피셜로는 그런 것 같아요..
-하얀 문 뒤에 있는 게 우주라는 점도 미칠 것 같음.. 원디어 로고도 우주 모티브로 만든 것 같아 보이던데 우주라는 게 가능성이니 새로운 세계니 하는 걸 뜻하잖아 지금 얘네 어디로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될 거라는 얘기 하는 거 아냐??
-낙원과 현실과 청량과 피폐와 반역과 희망을 동시에 서사에 넣는 신인아이돌이 있다? 근데 사운드는 청량이고?
-미치겠다 별(아이돌)들아…….
-이 미친놈들아 누가 이런 기획 짜래 개좋아 유어원들아 해석 더 줘 개맛있다 지금
까면 깔수록 더욱 재밌는 것이 함축된 상징과 서사가 들어가 있는 뮤직비디오다. 그리고 수많은 이야기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콘셉트만큼 팬덤을 흥분케 하는 건 없었다.
너무 과한 콘셉트가 독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유어원은 이번 원디어의 데뷔 콘셉트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는 지난주부터 방송을 시작한 원디어의 단독 리얼리티 [디자인 유어 원디어>의 덕이 컸다.
[최대한 많은 것을 보여 드리고 싶어요. 보여 드려야 하고요.] [이제 정말로 시작인 거잖아요. 그 시작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 그런 생각을 했죠.] [함께해 주실 팬분들께서 즐거워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할지에 대해서도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고요.]데뷔 앨범의 콘셉트와 관련해 나누던 회의 장면 이후 이어진 인터뷰. 곡의 전체적인 서사를 기획한 멤버들의 말을 기억하고 있던 유어원은 오늘의 뮤직비디오를 본 순간 알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원디어는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고, 오늘 공개된 데뷔곡은 어쩌면 그들에게 건네는 약속과도 다름이 없다는 것을.
가능성 그 자체를 보여 주며 앞으로 원디어가 할 활동의 프롤로그를 보여 준 듯한 콘셉트.
그에 앞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될 원디어의 첫 활동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 가던 가운데.
“시작한다……!”
어느새 7시, 쇼케이스가 열리는 야외 콘서트장.
[……♩]“……!”
바로 오늘 발매된 원디어의 데뷔 앨범, 「HELLO, WORLD!」의 인트로 곡, ‘Above’의 전주가 들려오며 마침내 원디어의 쇼케이스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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