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137)
137화
「불완전한 수혜자(칭호)」
현 상황을 파악하여 ‘사용자’에게 가장 최적화된 ‘룰렛’ 보상을 도출합니다.
‘사용자: 원유하’의 포인트를 이용해 타인의 ‘행운’ 룰렛을 돌릴 수 있게 됩니다.
‘보상’의 양도가 가능해집니다.
시스템이 완전히 바뀌지는 않았다는 것을 칭호를 통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건 확실히 날 돕기 위해 주어진 칭호겠군.’
불운이니 과거의 재현이니 하는 것들이 주어져 시스템이 완전히 변질되었을까 걱정했으나, 다행히도 시스템은 나름의 방비책을 마련해 둔 듯했다.
내게 최적화된 ‘행운’을 내려 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던 [불운을 회피한>이 효과를 이어 주는 식으로.
‘양도 효과는 어째서 추가된 건지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행운 룰렛을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돌릴 수 있게 된다는 뜻이었으니, 이는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다만, 이를 통해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이 하나 있었다.
‘…시스템은 확실히 예전과는 달라.’
파이널 경연 당시, 시스템은 오류를 겪고 나름의 업데이트를 이뤄 냈다. 그리고 그 업데이트의 결과는 현재 완전히 다른 두 가지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하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
“…….”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나를 없애기 위해.
마치 나를 어떻게든 미래로 회귀시키려 하던 그때의 ‘오류’가 의지를 가지고 남아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때 그 오류는 분명 내 죽음을 바랐지.’
5년 후의 미래란 내게 죽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어떤 징조도 없이 일어난 오류는 ‘현재’를 지우고 내게 그 ‘미래’로의 회귀를 추천했다.
직후 일어난 ‘과거의 재현’은 그 오류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미래’에 일어났던 일들을 ‘현재’에 다시 일으킴으로써, 마치 미래를 지금에 덧씌우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시스템, 즉 관리자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이건 파이널 경연 때 미리 예고되었던 보상이었고…….’
파이널 경연 당시 죽음 직전에서 날 구해 냈던 것처럼, 일종의 방비책을 마련하여 내게 미리 숨구멍을 만들어 준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될 걸 예상이라도 했다는 것처럼.
“…미치겠네.”
그렇다면 현 상황은 이렇게 파악할 수 있을 터였다.
‘시스템은 이제 내게 완벽하게 호의적이지 않다.’
그 오류가 그저 한순간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내게 위협을 가할 것임을 지금 확인한 것과 다름없으니까.
하지만 완벽하게 적대적이지도 않을 터였다.
‘지금 이 순간, 시스템엔 두 가지 의지가 개입하고 있을 테니까.’
나를 미래로 회귀시키려던 ‘오류’와, 지금에 나를 머무르게 하려는 ‘관리자’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형식으로.
* * *
“인사드리겠습니다. 둘, 셋.”
“BE YOUR WORLD! 안녕하세요, 원디어입니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여기, 이건 저희 앨범입니다, 선배님!”
“아, 정말요? 너무 예쁘다, 잘 간직할게요. 이번 활동 힘내시고요.”
“넵, 감사합니다!”
죽 좋게 선배 아티스트인 유니에게 앨범을 내민 천세림이 지금까지 줄곧 팬이었다며 유려한 사회성 멘트를 건네던 때였다.
“유하야, 괜찮아?”
“아.”
문득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던 주단우가 내게 그렇게 물어 와, 나는 순간적으로 정신을 차렸다.
멤버들이 천세림이 물꼬를 튼 대화에 한마디씩을 얹어 가며 유니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제야 내가 까마득한 대선배를 앞에 두고 한눈을 팔고 있었단 사실을 깨달았다.
‘미쳤나.’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작게 숨을 고르고 잡념을 떨쳐 버리려 애썼다. 어젯밤부터 이어진 복잡한 생각들이 직전까지도 이어져, 순간적으로 상황에 집중하지 못한 것이다.
나는 유니의 시야에서 살짝 벗어난 채로 주단우에게 조용히 답했다.
“네, 그냥 잠을 좀 설쳐서요.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래도 너무 피곤하면 먼저 대기실에 돌아가 있어도…….”
나는 주단우의 걱정에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뭐가 됐든 리더 타이틀을 달고 있는 놈이 초반부터 선배들에게 정신 빠진 모습을 보여 줄 순 없었다. 그룹 내에서 한 놈이라도 처신을 허투루 한다면 바로 소문이 퍼질 테니까.
‘가뜩이나 시선이 쏠려 있을 텐데.’
아이돌 판은 선후배 관계도 빡세고, 폐쇄적인 만큼 소문이 빠르게 돈다. 그리고 원디어는 지금 꽤 많은 업계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을 터였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서라 한들 이만한 화제성을 가지고 데뷔부터 신기록을 세우며 활동을 시작하는 그룹은 많지 않다. 즉, 앞으로의 행보를 어떻게 이어 나갈지에 대해 예의 주시하는 시선들이 있을 것은 확실했다.
‘그러니 괜히 꼬투리 잡힐 행동은 하지 않는 게 좋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멤버들과 함께 인사를 한 후 유니의 대기실에 나왔다. 그리고 이후로도 몇 차례 더 선배들의 대기실을 돌았다.
“…후.”
하지만, 그렇게 바쁘게 움직여도 복잡한 머릿속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뭔가 목적이 있을 텐데.’
머릿속으로 어째서 ‘불운 룰렛권’이 내게 주어진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두 가지의 목적을 가지고 나뉜 듯한 시스템도 시스템이지만, 타인의 ‘룰렛’을 돌릴 수도, 보상을 양도할 수 있다는 칭호의 특수 효과 또한 허투루 주어진 것임은 아닐 터였으니까.
‘용도를 알 수 없는 아이템이나 보상이 내려질 경우에는 꼭 그것을 사용해야만 하는 사건이 일어났었지.’
붕붕드링크니 화이트 해킹권과 같은, 시스템과 나의 목적이 맞물리는 돌발 사건들 말이다.
‘그러니 뭔가 이유가 있어 그런 특수 효과가 내게 부여된 것일 텐데…….’
지금으로서는 시스템이 대체 무엇을 위해 내게 그런 능력을 부여한 것인지를 확실하게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시스템이 또다시 어떤 ‘오류’를 일으킬지도 모르는 상황. 긴장을 쉽게 놓을 수만은 없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또 한 번 깊이 허리를 숙이고 대기실 밖으로 빠져나왔다.
“형, 이제 몇 군데 남았어요?”
“한 군데만 더 가면 될 것 같은데.”
지난주에 이미 대부분의 인사를 끝낸 덕에, 오늘 처음으로 인사를 드리는 선배 아티스트들은 많지 않았다. 매니저 형의 인도에 따라 복도를 걷던 중이었다.
“선배님들이 그래도 생각보단 따듯하게 대해 주시는 것 같아요.”
“음… 그렇지.”
유찬희가 건넨 말에 도지혁이 살짝 애매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보였다.
아이돌 연습생으로서 가요계의 군기에 대해 들어 왔던 만큼, 유찬희는 지난주에는 바짝 얼어 있는 모습이었다. 다만 예상보다 선배들의 반응이 호의적이기에 지금은 어느 정도는 긴장이 풀린 듯했다.
그와 반대로 도지혁은 그 이유에 대해 대충은 짐작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도지혁은 데뷔 초에 이런 대우를 받지 못했을 테니까.’
아이돌 그룹은 매년 수십 팀이 데뷔하고 또 수십 팀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그런 만큼, 시장에서 몇 년을 버틴 아이돌들은 애초에 ‘싹’이 보이지 않는 그룹에는 큰 관심을 쏟지 않았다.
소속사의 파워가 있거나 단독 프로그램 등을 통해 이미 인지도를 어느 정도 쌓아 놓지 않은 그룹이 아닌, 어떤 ‘이득’도 없어 보이는 그룹들에는 애초에 상대도 해 주지 않는 인사도 널렸단 뜻이다.
“찬희야, 너무 오랜만이네. 반갑다, 이렇게 볼 줄은 몰랐는데.”
“아, 응……. 오랜만이다.”
“…뭐야? 너 인사하는 법 못 배웠어?”
“어?”
“아니, 너무 당연하게 반말하길래. 주의해야지, 아무리 연습생 동기였어도 그렇지.”
…그러니 이런 식의 견제도 어찌 보면 원디어가 ‘그럴 만한’ 그룹이라는 반증이기는 할 테지만.
‘이 새끼는 뭐지?’
나는 소파에 길게 눕듯이 앉아 느슨한 자세로 뻗대고 있는 놈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본 유찬희는 언제 웃고 있었냐는 듯 바짝 얼어붙은 채였다.
나는 흘긋 시선을 돌려 대기실에 붙은 그룹의 이름표를 바라보았다. 하이어스. 이번 주에 미니 3집 활동을 시작한 2년 차 선배이자…….
‘유찬희의 직속 선배.’
[디어돌>에 출연하기 직전, 유찬희가 데뷔조로 속해 있었던 DIO 소속의 아이돌 그룹이었다.“김진우! 왜 그러냐, 진짜. 찬희야, 진우가 장난하는 거야, 알지.”
김진우라고 불린 하이어스의 멤버가 유찬희를 보자마자 텃세질을 시작하는 것에 또 다른 멤버가 앞으로 나와 상황을 중재하려 들었다.
그 모습에 유찬희가 어색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잘 지내셨죠, 주호 형.”
“응, 우린 잘 지냈지. 너도 잘 지냈지?”
주호는 하이어스의 리더로, 김진우와는 달리 유찬희를 조금도 견제하는 듯한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가리듯 김진우를 가로막고 선 것을 보니 오히려 유찬희에게는 호의적이어 보였다.
김진우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유찬희의 표정이 안도하듯 풀리는 것이 보였다. 유찬희는 잠시 주호와 덕담 비슷한 인사를 나누다가 곧 우리 쪽으로 고개를 돌리곤 멋쩍은 듯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형들, 이쪽은 저랑 같이 연습했던 선배들이에요. 형, 이쪽은 순서대로 저희 리더 형이고…….”
“안녕하세요, 선배보다는 그냥 찬희 친한 형 정도로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찬희랑은 오래 연습생 생활을 같이해서요. 솔직히 후배분들이라고 보기도 애매하고…….”
주호는 그렇게 말하며 도지혁과 강현진 쪽을 눈짓했다. 그 모습에 도지혁이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저는 중간에 경력이 뜨기도 했고, 지금은 원디어로 데뷔한 거니까요. 편하게 대해 주시죠.”
“아, 저도 정식으로 데뷔한 적이 없어서…….”
강현진 또한 머쓱한 얼굴로 그렇게 덧붙였다. 도지혁과 강현진의 말마따나 현재 원디어는 포지션이 약간은 애매했다.
‘신인은 신인인데 벌써 경력이 6년이나 된 선배가 있기도 하고, 강현진도 그냥 신인으로 보기엔 뭣한 위치니까.’
도지혁은 중고 신인, 강현진은 이미 어릴 적부터 방송에 다수 출연한 경험이 있는 반 셀럽이었기에 다른 선배 아이돌들도 우리를 대할 때 둘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헷갈려하는 기색이 강했다.
아이돌은 대부분 데뷔일을 기점으로 일종의 서열을 나눈다. 하지만 이미 기존에 두 명이 데뷔와 함께 방송 출연을 했던 만큼, 원디어 데뷔일을 기준으로 잡아야 할지, 블랙오션으로 데뷔했던 날과 강현진의 첫 방송 출연을 기점으로 잡아야 할지 애매했던 것이다.
그에 두 명은 몸을 낮추어 원디어, 즉 이번에 새로 데뷔한 신인으로 대해 달라고 스스로 서열 정리를 하고 다니는 중이었으나.
“아, 형, 무슨 소리예요. 서열 빡세게 잡을 생각을 하셔야지 우리가 먼저 몸 낮추면 어떡해, 형이 그러니까 찬희도 제대로 인사하는 법 못 배운 거잖아. 데뷔 일자 차이는 무시하면 안 되죠.”
이런 놈 앞에서까지 몸을 낮출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이제야 하고 있는 듯했다.
길게 누워 있던 소파에서 일어난 김진우가 다가와 말하는 것에 유찬희의 어깨에 다시금 바짝 힘이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며 김진우가 짐짓 걱정하듯 말을 이었다.
“너무 서운해하진 말고, 같이 연습생 했던 친구 입장에서 걱정해서 그러는 거니까. 알지.”
그에 유찬희가 불안해하는 눈빛으로 침묵하며 눈을 굴릴 때였다.
“또 태도 관련으로 선배들이나 너희 회사 직원분들한테 욕 들어 먹을 순 없잖아.”
순간 건네진 말에, 유찬희의 얼굴이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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