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140)
140화
-네?
-내부 평가가 그렇게 됐어.
유찬희의 눈앞에 자리해 있는 것은 3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한 여자였다. 아마도 회사 내부에서 연습생을 관리하는 직원으로 보이는.
그리고 지금보다도 훨씬 어린 얼굴의 유찬희는 땀에 전 연습복을 입은 채였다. 직전까지도 연습을 하다 나오기라도 한 것처럼 뺨은 상기돼 있었으나, 그 핏기는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듯했다.
-…제, 제가 뭐가 문제였어요?
유찬희는 직원의 말에 잠시 당황한 듯 말을 잇지 못했으나, 곧 저도 모르게 매달리듯 물었다.
여전히 유찬희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던 직원이 그 질문에 푹 한숨을 내쉬곤 답했다.
-…그룹 색깔에는 진우가 더 잘 맞는다는 평이야. 너도 알다시피 진우는 성장세도 뛰어나고…….
-전, 저는요? 저도… 저도 재능 있다고 하셨었잖아요.
나는 그 말에 지금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이거였군.’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건 유찬희가 데뷔조에서 떨어졌다는 통보를 받은 과거였던 것이다.
다급한 유찬희의 말에 직원은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잠시 머뭇거렸다. 그리고는 겨우 유찬희를 마주 보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당연히 너도 재능이 있지, 하지만 내부 평가에서는…….
-내부, 평가 기준이 뭐였는데요? 전, 전 제가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테스트 때 반응도 좋았고…….
-잘했지, 잘했는데… 우진이도 잘했어.
-…제가 우진이보다 못했다고요?
-못했다는 게 아니라, 회사가 구상한 그룹 색깔과 달랐던 거고…….
그렇게 말하던 직원은 자신의 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기색의 유찬희를 보며 결국 말을 멈추고 말았다. 무엇을 말해도 유찬희가 설득되지 않을 것임을 깨달은 듯했다.
‘그럴 만하지.’
본인의 실력을 본인이 모를 리가 없다. 당시 유찬희의 연습생 기간은 2년. 볼 만큼 보고 할 만큼 해 온 것이다. 새로 들어온 3개월 차 연습생의 실력 또한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겠지.
-명확한 이유를 알고 싶어요. 김 실장님, 저 그 정도는 알아도 되잖아요. 분명 얼마 전까지는, 제가 유력하다고 말씀하셨으면서……. 저 그거만 보고 연습한 거 아시잖아요. 밤잠 줄이고 집도 못 가면서 연습한 거, 진짜 최선을 다한 거 아시잖아요…….
-하…….
잠시 동안 침묵하던 직원은 곧 머리를 짚고는 조금은 질렸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찬희야, 내가 정말 여기까진 말 안 하려고 했는데…….
-네?
-네가 좋지 않은 점수를 받은 건 태도 관련해서였어.
유찬희가 무엇도 반박할 수 없는 말을 꺼내 놈의 입을 틀어막았다.
-…제가요?
유찬희는 반은 놀란 얼굴로, 반은 두려워하기라도 하는 것 같은 얼굴로 변해 직원에게 물었다. 그 얼굴에 직원의 얼굴에 잠시 죄책감을 닮은 감정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으나, 그녀는 곧 마음을 굳게 먹은 듯 정색하고 말을 이었다.
-포지션과 관련해서 말이 많았어. 너랑 진우는 동갑이고 똑같이 재능이 있으니까. 지금이야 네가 연습생 기간이 더 기니까 진우보다야 잘할 수 있지. 하지만 그룹은 오래 가잖니, 몇 년이 지난 후에는 실력도 비슷해질 거야. 그렇다면 다른 쪽을 본 거지, 우린.
-다른… 쪽이요?
-누가 그룹을 더 단단하게 만들까에 대해서 말이야.
그 말에 유찬희가 무언가를 짐작이라도 했다는 것처럼 입을 다물었다. 그 모습에 이번에는 자신의 말이 먹혀들어 가고 있음을 확인한 듯, 직원이 말을 이었다.
-찬희는 착해, 그건 알겠어. 그런데 솔직히… 처음에는 다른 사람이랑 쉽게 친해지지 못하잖니. 표현 방식도 서투르고, 평소에 예민하고 격도 없고. 우리를 편하게 생각해 주는 건 좋아, 하지만 그게 팀원으로서 득인지는 잘 모르겠다.
-……….
-우리가 찾고 있는 건 막내 포지션을 해 줄 사람이야, 찬희야. 가뜩이나 지금 새 그룹 멤버로 확정된 애들은 비교적 낯을 가리는 애들이 많잖아. 그런 애들 사이에서 친화력을 발휘해 주면서 팀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 주고 어른들한테도 싹싹하게 굴어 줄 애가 필요한데, 네가 그걸 할 수 있어?
-그건….
-진우는, 너도 알겠지만 3개월 만에 연습생들 사이에 잘 녹아들었잖아. 같은 나이대 애들이나 직원들한테 평도 좋고, 형들한테도 넉살 좋게 굴고. 만약 네가 새 그룹 멤버로 확정이 된다고 치자, 네가 진우가 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을 할 수 있겠니?
비난과도 같은 직원의 말에 유찬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대답을 하지 못했다는 게 맞았다.
‘태도니 성격이니 하는 건 결국 사람의 시각이나 관점에 따라 보는 눈이 다르지.’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처럼, 같은 사람을 봐도 인간성에 대해 판단하는 건 다 다를 수밖에 없다.
랩이니 춤이니 하는 것은 반박할 거리가 있지만, 누군가가 태도에 대해 걸고넘어지면 그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건 별달리 없다.
‘그래서 결국 태도니 성격이니 하는 걸 트집거리로 삼을 수밖에 없었던 거겠지.’
실력으로 잡을 수 없다면 뭐라도 잡아 유찬희를 납득시켜야 했을 테니까.
유찬희가 실제로 예민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건 맞다. 자주 툴툴대는 성격인 것도 맞다.
하지만 그게 유찬희의 태도가 나쁘다는 말과 동일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런 성격이기에 놈을 더 귀엽게 보는 사람들도 충분히 있고.
하지만 ‘잘 보여야’ 하는, 나를 데뷔시켜 줄 직원이 그렇게 보고 있다는데 일개 연습생이 어떻게 반박할 수 있을까.
-…죄송합니다.
그저 그렇구나, 넘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의혹이 남아도, 납득할 수 없어도.
-아, 우린 너라고 생각했는데…….
-같이 데뷔하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진우가 성격이 좋긴 하죠……. 솔직히 뭐, 저 잘 봐주는 거 형들밖에 없고…. 그냥 제가 유치하고 엄청 잘 욱하는 성격이긴 하잖아요, 형들도 그만 화내라고 저한테 자주 그러시고…. 그냥 그룹에 성격이 안 맞는 거니까 어쩔 수 없죠.
-그래도 뭔가 이상하잖아, 아무리 봐도 진우가 되는 게…….
-진우, 연습생 되고 나서 처음으로 랩 배운 것도 아니라던데. 3개월 만에 애 실력이 확 늘어서 신기했었는데 만약 그게 꾸민 거면…….
-이사님이랑 연줄 있다는 소문도 파다해, 벌써. 찬희 너도 들어 봤잖아.
-…이미 결정된 걸 어떡해요. 제가 만약에…… 그냥, 정말 안 뽑으면 이상한 거다 싶을 정도의 실력이라도 있었으면 모르겠어요. 그냥 제가 오만했던 거죠, 직원분들이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거기에 기고만장해서….
-찬희야, 넌 뭘 말을 그렇게 하냐… 너 잘해. 너도 알잖아.
-……모르겠어요, 지금은. 진우가 더 잘할 수도 있죠. 그리고….
그리고 시간이 지나 유찬희는 김진우가 자신을 제치고 데뷔를 하게 된 것에 또 다른 이유가 있음을 알게 되지만, 그럼에도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저 김진우에 대한 분노를 곱씹으면서 자신이 이상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며 안도했겠지만.
-…근데요, 제 성격… 역시 조금은 고치는 게 좋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의 말은 유찬희에게 강하게 남는다.
사람에게 한번 큰 충격이 가해지면 그건 어떻게든 흔적을 남기게 되니까.
“…후.”
순식간에 눈앞에서 펼쳐졌다가 사라진 풍경. 눈을 떴을 때, 여전히 유찬희는 고집스럽게 입을 다물고 있는 채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지금의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유찬희에게는 들리지 않을 거란 사실을 깨달았다.
‘어떤 건 직접 깨달아야 하니까.’
강현진이나 천세림 때와는 다르다. 강현진 때는 놈의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식으로, 천세림 때는 놈에게 닥친 부당한 소문에 도움을 주는 식으로 떠오른 트라우마를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유찬희는 지금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도, 외부적인 위협을 받고 있는 것도 아니다. 유찬희의 문제는 스스로 자기 자신을 갉아먹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거니까.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그 트라우마와 직접적으로 연계된 사람이어야 할 터였다. 애초에 그 상황에 함께 있지 않았던 나는 무엇도 해 줄 수 없는 것이다.
“…한 가지만 생각해, 유찬희. 네가 모르고 있을 뿐 너는 스스로 이 팀에서 너의 역할을 잘해 내고 있다는 거. 다른 멤버들도 모두 인정하고 있을 거고.”
“…….”
“이제 가자, 스케줄 남았잖아.”
그렇다 한들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상황.
다만 말로 해결이 안 된다면, 다른 방법을 써 봐야 할 터였다.
* * *
“둘, 셋.”
“BE YOUR WORLD, 원디어!”
“안녕하세요, 원디어입니다!”
“와! 반가워요, 여러분~!”
다음 날, 우리는 서울 근교에 있는 캠핑장에 도착해 있었다.
다들 간편한 복장을 하고 우리가 뜬금없이 바쁜 활동기에 캠핑장에 있는 이유는 단 하나.
“[K밥 아이돌>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웹 예능의 출연을 위해서였다.
벌써부터 눈앞에 자리한 모니터에 채팅이 수없이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던 멤버들은 곧 신기한 눈빛으로 눈앞을 바라보았다.
우리들의 눈앞에 있는 것은 가마솥부터 버너, 오븐을 비롯한 냄비니 후라이팬이니 하는 온갖 요리 기구들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얼른 맛있는 거 먹고 싶다~!”
온갖 고기니 채소, 향신료를 비롯한 양념들 또한 갖춰져 있었다.
에이든 리가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눈앞의 요리 재료들을 바라보았다. 오늘을 기대하며 아침밥까지 굶은 만큼, 어떻게든 오늘을 만끽하겠다는 포부가 보였다.
“무조건 단우 형이랑 같은 팀 해야지.”
그러면서 중얼거리는 말에 나는 흘긋 주단우를 바라보았다. 주단우는 에이든 리의 말에 쑥스러운 듯 미소 짓고 있었다.
에이든 리가 주단우와 같은 팀을 해야 한다고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자, [K밥 아이돌>에 출연하신 여러분. 오늘 여러분이 해 주실 일은 별것 없습니다.”
“저희가 준비한 이 수많은 요리 재료들로 먹고 싶으신 음식을 해 드시면 됩니다!”
“하지만!”
활기찬 목소리로 한마디씩을 뱉어 내던 MC 중 한 명이 엄숙한 목소리로 조건을 달았다.
“여러분은 두 팀으로 나뉘어 요리를 해 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요리 시간은 총 1시간 30분!”
“또한 여러분은 모두가 힘을 합쳐 요리하실 수 없습니다. 30분당 한 분씩 릴레이식으로 요리를 해 주셔야 해요. 도움을 주는 것도 불가능! 각자 개인의 힘으로 해결해 주셔야 합니다!”
“다만 채팅을 통해 실시간으로 요리를 지켜보시는 시청자분들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허용!”
“저희 그렇게까지 나쁜 사람은 아니니까요~.”
“이 모든 것은 여러분들이 바쁜 스케줄 속 휴식을 취하시며 맛있는 밥을 해 드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준비된 거니까요~.”
“하지만 그냥 요리만 하는 것도 재미는 없겠죠? 멤버들은 요리 후 서로의 음식을 먹어 보며 어떤 요리가 제일 맛있었는지 투표하고, 이 결과에 따라 승리한 팀에는 상이, 패배한 팀에는 벌이 부여됩니다!”
죽이 잘 맞는 두 MC는 그렇게 말한 후, 우리에게 통을 하나 내밀었다. 안쪽이 보이지 않는 통 안에는 총 7개의 제비가 있었다.
“총 일곱 분이시기에 짝수를 맞추기 위해 한 분은 저희와 함께 MC를 맡게 되실 겁니다. 팀은 노란 팀과 초록 팀으로 나뉘며, 파란색 제비를 뽑으신 분은 나와 주시면 됩니다!”
멤버들은 그 말을 듣고 눈을 빛냈다. 요리를 하는 것도 하는 거지만, 기왕이면 편히 놀다가 멤버들이 차린 밥이나 받아먹는 게 제일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했다.
“그럼 원디어 막내, 유찬희 씨부터~.”
“…네.”
그렇게 MC의 안내에 따라 제비뽑기가 시작되었고.
“아, 팀이 이렇게 나뉘나요?”
“저는 생각보다 기대되는 조합인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세림 씨?”
“여기서는 각 팀의 블랙홀이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대결의 승패가 가릴 것 같습니다.”
파란색 제비를 뽑아 사회자 역을 맡게 된 천세림의 안내에 따라 남은 여섯 명의 멤버들은 각각 세 명씩 나누어 갈라졌다.
“잘 부탁해, 찬희, 유하~!”
“음… 네……. 열심히 해 볼게요.”
“그래.”
먼저 노란 제비를 뽑은 것은 나와 에이든 리, 유찬희.
“단우야, 나는 너만 믿어. 현진아, 우리 잘해 보자.”
“아,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이어서 초록색 제비를 뽑은 도지혁, 강현진, 주단우.
“그럼 두 팀은 각자의 요리 공간으로 이동해 주세요~!”
이렇게 나뉜 팀과 함께 MC의 말에 따라 천천히 요리 공간으로 이동하려던 참이었다.
“어?”
카메라와 함께 스태프들이 모여 있는 공간에 시선을 준 유찬희의 고개가 잠시 기울어지는 것이 보였다.
“……?”
잠시 긴가민가한 듯 눈을 가늘게 뜨고 유찬희가 한곳을 조용히 바라보던 때였다.
“찬희~! 얼른 와!”
“……아! 네.”
에이든 리가 부르는 것에 유찬희는 카메라가 모여 있는 쪽에서 시선을 떼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경이 쓰이는 듯 두어 번 뒤를 돌아봤지만.
‘잘되고 있나 보네.’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일이 잘 돌아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행운 룰렛권의 대상을 ‘유찬희’로 특정하시겠습니까?」
YES◀ / NO
바로 오늘 아침, 내가 돌린 행운 룰렛의 ‘보상’이 제대로 주어진 것이다.
지금의 유찬희에게 가장 필요한 형태로.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