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Plan for the Second Life Idol RAW novel - Chapter (142)
142화
-유하야 그거 라구 소스로 살리면 되지 않을까??? 혹시 재료중에 빵 있어??? 저거 소스로 만들어서 빵이나 파스타랑 같이 곁들여 먹으면 돼!!
“라구 소스요?”
올라온 채팅 중 눈길을 끄는 것이 있어, 나는 시청자분들 중 한 분의 의견을 입에 담았다. 그러자.
-라구 소스 괜찮다
-헉 진짜 그거면 살릴 수 있겠다 이든이 마침 제육볶음에 소고기랑 돼지고기 같이 넣었지 않나?? 그럼 괜찮을 듯
-유하야 일단 양념장 코너에 토마토소스 있는지 봐봐
-라구 소스=파스타 소스라고 생각하면 돼~! 미트소스 생각하면 편할 거야!
생소한 이름이기는 했으나 대충 뭘 말하는 건지는 알 것 같아, 나는 시청자분들이 시키는 대로 우선 향신료와 양념장이 있는 코너로 향했다.
소금, 후추, 고추장을 비롯한 기본 재료부터 에이든 리가 쿠킹 호일 구이에 쓴 허브 종류와 토마토 통조림까지 모두 준비돼 있었다.
“토마토 통조림이 있는데 이걸로 괜찮을까요? 또 뭐 챙겨야 할까요?”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우르르 채팅이 쏟아져 나왔다.
-샐러리 바질 치킨스톡
-토마토 통조림 으깨 넣고 굴소스도 있음 좀 넣어!!!
-아무래도 후추 설탕
-레드와인도 있으면 넣으면 좋아 유하야!!!
-고추장이랑 간장이랑 고춧가루 쌈장
-생강 넣어 알싸하게
-쯔란
다만 여기서도 걸러서 넣어야 할 터였다. 채팅창에 정답과 함정이 번갈아 올라오고 있는 듯 보였으니까.
“아, 유하 씨~! 과연 어떻게 대처할까요~!”
“점점 더 흥미진진해져 가는 노랑 팀 음식입니다!”
적성을 찾기라도 한 것처럼 두 MC와 신이 난 얼굴로 상황을 중계하는 천세림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나는 채팅창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공통적으로 올라오는 재료들을 우선적으로 골라 담았다.
토마토 통조림과 바질이나 샐러리 같은 허브류, 다진 마늘, 후추 정도가 가장 많은 것으로 보아 이건 필수적인 재료인 것 같았다.
‘레드 와인은… 음, 없군.’
요리에 쓴다 한들 아무래도 아이돌 콘텐츠다 보니, 주류는 미림을 제외하고는 없는 듯했다. 그에 어쩔 수 없이 챙겨 온 재료들을 모두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을 때.
“…….”
나는 또 한 번의 난관에 봉착했다.
‘7인분이면… 어느 정도지?’
생각해 보니 나는 양과 대비해 어느 정도의 양념을 쳐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다시 한번 채팅창을 바라보았다. 또 한 번 도움을 구하기 위해서였으나, 이번에는 소용이 없었다.
-일단 토마토는 다 때려넣고
-다진마늘은 크게 한 스푼
-다진마늘 저 정도 양이면 세 스푼 아님??
-후추 많이 넣을수록 좋아
-후추는 조금만 넣어!! 잘못 넣으면 후추밭 된다!
시청자들의 의견이 모두 분분하여 뭐가 맞는 것이고 뭐가 맞지 않는 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음.”
그에 나는 일단 토마토 통조림을 까 내용물을 모두 냄비 안에 때려 넣었다. 그리고는 다진 마늘 통을 꺼낸 후 또 한 번 고뇌에 빠졌다.
‘한 큰술이 어느 정도지?’
큰술의 정의를 알지 못해 선뜻 계량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 또 위기에 봉착했어요!”
“계량 어렵죠, 그럼요. 게다가 다인원용으로 만들면 더 어렵지.”
“과연 유하 씨는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지!”
나는 흘긋 천세림을 바라보았다. 아마도 주단우에 이어 원디어 내에서 가장 요리라는 분야에 정통할 천세림은 어떤 팀도 도울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망하면 망하는 대로, 잘하면 잘하는 대로 재밌을 것 같다는 듯 웃는 것에 나는 결국 감을 따라 보기로 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곧 손에 들고 있는 수저를 다진 마늘 통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크게 한 스푼을 떴다.
‘아무래도 마늘은 많이 들어가야 맛있겠지.’
요리 미튜브 같은 데를 보면 마늘은 언제나 정도 이상으로 들어가도 괜찮았던 듯해, 나는 우선 마늘을 크게 세 수저 퍼 넣었다. 계량 단위도 ‘큰술’이니 이 정도쯤은 퍼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생각보다 양이 적네?’
그렇게 했더니 다진 마늘 통이 완전히 비어, 나는 의아해졌다. 통을 깠을 땐 양이 많아 보였는데 겨우 세 큰술 만에 동이 나 버렸던 것이다.
‘요리하는 사람들이 매주 장을 보는 이유가 있구나.’
생각보다 재료의 소모가 큰 것 같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주걱으로 냄비 안을 열심히 휘저었다.
“아, 소금 간…….”
그러다 문득 내가 정작 중요한 소금 간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아, 나는 그대로 소금통을 열었다. 그러다 구비돼 있던 계량 수저를 발견해, 이번에는 안쪽이 동그랗고 큰 계량 수저를 이용해 또 한 번 한 큰술 소금을 떴다.
그때였다.
“허억!”
문득 들려온 소리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저 멀리서 에이든 리와 함께 있는 유찬희가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나는 유찬희의 눈빛을 바라보고는 내가 수저로 뜬 소금을 바라보았다. 유찬희가 다급한 눈빛으로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게 보였다.
“…….”
나는 잠시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 단우 형~! 역시 치트키다워요~!”
“저 섬세한 손놀림! 와아, 역시 원디어 멤버분들이 쉐프급 솜씨라고 말한 이유가 있네요!”
“벌써 맛있겠다!”
두 MC와 천세림의 관심은 어느새 초록 팀의 타자인 주단우에게 쏠려 있었다. 강현진이 손질을 끝내 놓은 재료들로 주단우가 양념장을 만들고 본격적으로 찌개를 끓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초록 팀의 계획은 저것인 듯했다.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강현진이 재료 손질을 다 끝내 놓고, 두 번째 타자인 주단우가 계량을 비롯해 손 많이 가고 요리 실력이 필요한 부분을 다 끝내고 도지혁이 마무리하는 식으로 짰군.’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요리를 해 나가는 주단우를 바라보는 도지혁을 바라보았다. 누구의 주도로 저런 계획이 나왔는지는 안 봐도 뻔했다.
저 정도면 그냥 요리는 주단우가 다 하는 셈이다. 다만, 룰을 어긴 것은 아닌 만큼 꼬투리를 잡을 순 없을 터였다.
‘그럼 이 정도 도움은 받아도 되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MC들의 시선이 이쪽에 닿아 있지 않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한 후 내가 뜬 소금의 양을 바라보았다.
“…….”
작은 고봉밥처럼 뜬 한 큰술을 살짝 털어 내자 유찬희가 고개를 열심히 끄덕거렸다.
‘…더 깎아야 하나?’
나는 유찬희의 눈치를 보며 아예 내가 떴던 한 큰술의 소금의 반을 깎아 냈다. 소복하게 솟아 있던 소금이 사라지자 유찬희의 표정이 약간 더 풀렸다. 하지만 더 덜어 내야 한다는 것처럼 유찬희는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너무 적지 않나?’
나는 걱정하면서도 유찬희의 고갯짓에 따라 소금을 털어 냈다. 그리고 어느 정도까지 소금이 덜어지자, 유찬희가 끝내 안도하듯 제 가슴에 손을 얹고 한숨을 내쉬는 게 보였다.
“…….”
나는 그제야 소금을 냄비 안쪽에 털어 넣을 수 있었다.
“자, 그럼 노랑 팀으로 다시 가 볼까요~! 오, 이쪽은… 분명 제육볶음이었는데요, 이건 제육볶음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와, 맛있어 보이는데요?”
그 이후로도 유찬희의 조력은 계속되었다.
내가 양념을 하기 위해 숟가락을 들면 유찬희는 여기저기 눈치를 보다가 슬쩍 손으로 계량을 더 해야 하는지, 덜어 내야 하는지를 손 모양으로 알려 주었고.
“아, 고기를 확인하시나요?”
“지금 꺼내나요?”
“지금 꺼내네요!”
에이든 리가 냅다 불에 던져 놓은 고기와 숯불 위에 걸쳐 놓은 토마호크 소고기를 확인할까 하고 다가갔을 때는 고개를 끄덕이는 방식으로 고기를 꺼낼 타이밍을 알려 주었다.
덕분에 나름대로 요리가 완전히 망하지는 않은 식으로 다음 타자는 유찬희로 넘어갈 수 있었다.
“나름대로 해 보긴 했는데…….”
“됐어요, 괜찮아요. 수고했어요, 형.”
유찬희는 내가 내민 주걱을 받아 들며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쩍은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내가 생각보다 더 많은 양의 마늘을 넣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채팅을 보고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원유하 한국인 맞네
-레시피 속 마늘 조금: 딱 밥 숟가락 정도의 양/한국인이 생각하는 마늘: 다진마늘 반통
-‘큰’술이긴 한데 그 정도로 큰술은 아니야 유하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진마늘 통의 3분의 1을 떠버리는 한 큰술ㅋㅋㅋㅋㅋㅋ 이쯤되면 저거 라구 소스가 아니라 그냥 갈릭 소스 아닌지
-이 와중에 찬희……. 이미 승패 갈린 거 아니냐………..
에이든 리의 괴상한 바비큐와 살리려고 노력은 해 봤으나 결국에는 마늘 소스가 되어 버린 갈릭 라구 소스까지. 이 대환장 파티를 막내인 유찬희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사람들이 걱정하던 때였다.
“오?”
“오오! 찬희 씨, 요리 좀 해 보셨나 본데요?”
“잘하는데?”
유찬희는 주걱을 받아들고 척척 요리하는 공간으로 다가가더니 재빨리 움직이며 우리가 망쳐 놓은 요리들을 살려 내기 시작했다.
유찬희는 우선 내가 건져 놓은 토마호크 소고기의 탄 부분을 잘라 내곤 안을 확인했다. 생각보다 안쪽의 상황은 괜찮은 듯, 고기를 확인한 유찬희의 표정이 풀어졌다.
여기에 더해 유찬희는 곧 쿠킹 호일 안쪽에 감싸여 구워진 고기도 확인하고는, 바로 양념장이 있는 곳으로 가 여러 가지 소스들을 가져와 고기와 곁들여 먹을 소스 제조에 들어갔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선전에 신기해하는 듯한 얼굴로 천세림이 유찬희에게 다가갔다.
“찬희 씨, 요리 좀 해 보셨나 봐요?”
“어, 제가 동생들이 있어서… 숙소 생활하기 전에, 동생들이 어려서 밥은 다 제가 해 줬었어요. 잘하진 못하는데 그래도 밥 정도는 차릴 수 있는 정도……. 동생들이 파스타도 좋아해서 라구 소스도 해 본 적 있고.”
유찬희는 그렇게 말하며 처음으로 살짝 진심에서 우러나온 듯한 미소를 지었다. 유찬희의 동생들이라면 파이널 경연에서 본 적이 있었다.
‘이제 열 살이랬나…….’
열아홉 살인 유찬희와는 9살 차이가 나니, 거의 업어 키웠을 법도 했다. 숙소 생활 때문에 떨어져 살고는 있지만, 오히려 부모님보다 동생들에게 더 안부 전화나 메시지를 많이 하는 것으로 보아 사이가 좋은 듯했다.
“아, 든든합니다. 맛있는 밥 기대할게요~! 그럼 이제 초록 팀은… 응?”
어찌 됐든 함께 먹을 밥이었기에 사회를 보던 천세림도 아예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요리가 망하진 않을까 마음을 졸이긴 했던 듯, 놈이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초록 팀에게로 고개를 돌렸을 때였다.
“뭐 하시는……?”
“아, 저희는 메인은 단우가 요리를 다 끝내 놔서요. 전 다른 걸 준비해 보려고 합니다.”
천세림은 의문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지혁이 뜬금없이 새로운 요리를 시작하고 있는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후식을 만들어 보려고 해요.”
도지혁은 채소와 과일을 썰며 그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과일 주스를 만드는 것이 목표인 듯했지만, 천세림은 그 설명에도 떨떠름한 얼굴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왜… 닭가슴살을 삶으세요?”
“하하.”
도지혁이 갑자기 닭가슴살을 물에 넣고 삶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저거… 그 주스지.’
그리고 나는 도지혁이 대체 뭘 만들고자 하는 것인지에 대해 바로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뭐… 해요, 형?
-응~ 아침 대용. 너희도 먹을래? 좋은 건데.
-…전 원래 아침 안 먹어요.
최근에는 너무 바빠 만들지 못하고 있는 듯했지만, 앨범 준비를 할 때 도지혁은 매일 아침마다 탄단지 주스를 만들곤 했다. 닭가슴살과 견과류, 채소와 과일을 넣고 냅다 갈아 버리는 이른바 단백질 쉐이크 말이다.
좋은 성분이 든 주스임은 확실하겠지만, 멤버들은 도지혁이 건네는 잔을 누구도 받아 들진 않았다.
‘맛도 그렇고 식감이… 그걸 주스라고 할 수 있긴 한가?’
액체라고 하기엔 영 애매한 식감에 닭가슴살을 통째로 갈아 넣은 만큼 맛이 정말 미묘했던 것이다.
-맛을 위하면 건강을 잃어, 얘들아.
도지혁은 우리가 끔찍해하는 얼굴로 피할 때마다 상처 입은 얼굴로 그렇게 말하곤 했다.
-너희도 언젠간 이 맛을 알게 될 거야.
“고기 맛있게 먹고, 우리 건강도 챙겨야지~.”
그리고 도지혁은 아마 그 ‘맛을 알게 할’ 날을 오늘로 잡은 듯했다…….
“…….”
천세림은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도지혁이 건네는 건강 주스를 가장 열심히 피한 것은 바로 천세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다시 노랑 팀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뭐라 말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 듯했으나, 천세림은 결국 도지혁을 외면하고 유찬희가 있는 쪽으로 다시 되돌아갔다.
그렇게 흐른 30분.
“그럼, 이제 시식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마침내 완료된 요리가 한 상 가득 차려지며, 우리는 험난한 과정 끝에 완료된 요리들을 앞에 두고 식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오